한 여름이라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 실내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야외 촬영이 있었기에 파라솔 밑에 숨어 태양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는 얼음을 선풍기 밑에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찬 바람이 나오길 바랬지만 마민영은 짜증을 내며 매니저에게 물었다.“소희한테 얼음 더 있어요? 아이스크림 많이 사서 보내주고 선풍기도 두 대 더 가져다줘요.”“지금 가져다드릴게요.”매니저는 바로 밖으로 나갔고 급하게 걷는 바람에 하마터면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던 소동이와 부딪힐 뻔했다.“그리 급히 어디를 가시는 거에요?”소동은 불쾌하다는 듯 물었다.“민영 씨가 소희에게 아이스크림이랑 선풍기 몇 대 가져다줘라고 했거든요.”소동은 질투가 나 아니꼬운 어투로 말했다.“마민영이랑 소희가 많이 친해졌나 봅니다. 마민영 눈엔 소희밖에 없는걸 보니 마민영 한 사람을 케어해주는 것도 부족해 한 명 더 느셨네요.”“민영 씨가 그러라 하는데 저희도 어쩔 수가 없죠.”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보기엔 소희도 고의적인 것 같은데, 마민영 믿고 당신들한테 이래라저래라 마음대로 부려먹고, 나였으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소동이 말이 끝나자마자 뒤쪽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소동 씨?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소동은 마음이 철렁했고 뒤를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 모르는 민영이가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깜짝 놀란 매니저는 줄행랑을 쳤다.“불만이 있으시면 뒷담화 말고 앞에서 얘기하세요. 금수저 출신의 아가씨께서 상스럽게 뒷담화를 하시는 게 역겹지 않습니까?”소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럼 당신은 저를 존중해 주신 적은 있으십니까? 저야말로 당신의 디자이너인데 소희에게 디자인을 맡기신 당신의 안중에는 제가 있긴 합니까?”“당신의 디자인은 쓰레기 같아요. 만약 내 사촌 오빠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고용하지 않았을 겁니다.”그녀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거침없이 말하고 있었다.“그리고 본인이 나의
“넌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마민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고 소동은 눈앞에 있는 추소용을 보더니 표정이 민영이보다 더 안 좋았다.“난 이 사람 동생인데 네가 뭔데 우리 누나를 욕해? 진짜 한대 치는 수가 있어?”소용은 민영을 매섭게 바라봤고 이에 질세라 민영은 오히려 세게 나갔다.“날 친다고? 그래 어디 한번 쳐보시던지!”민영을 치려던 소용의 손이 소동에 의해 제지당했고 소동은 민영에게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우리의 협력은 없었던 걸로 하죠. 지훈 씨에게는 그만뒀다고 얘기할 거고 바로 제작진 팀에서 나가겠다고 할게요.”“나도 바라던 바에요!”민영은 차갑게 톡 쏘아붙였고 소용은 자신을 제지시키는 소동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누나 내가 누나 대신 한 대 쳐줄게!”“나를 친다고? 한번 쳐봐.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네 집안 가만히 놔두진 않을 거니까!”소동은 민영네 집안이 해성에서 끼치는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용을 끌고 자리를 떠났고 한참 지나자 소용이 물었다. “그 여자 누구야?”“여주인공, 마민영. 너 알아?”소용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지더니 아까까지만 해도 펄쩍 뛰며 난리를 치던 모습은 온데 간 데도 없이 차분해졌다.“그 사람 집안 배경 엄청 좋다고 들었는데.”“그래, 왜 때리러 가게? 가!”“아이, 됐어. 누나한테 피해 가면 안 되잖아!”소용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누나, 내가 사고를 사고 칠까 봐 그러는 거야 아니면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소동은 피식 웃으며 소용의 질문을 피해갔다. 그녀는 소용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고 단지 일이 커져 소정인과 진연이 알게 될까 봐서였다.“근데 너 왜 온 거야?”“누나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 왔어.”소용은 소동에게 잘 보이려는 어투로 얘기를 꺼냈다.“누나 친구랑 술집을 차리기로 했는데 누나가 준 돈으론 턱도 없어. 1억 정도 모자란데 좀 더 빌려줄 수 있어?”소용의 말에 소동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술집 차리는 거 맞
토요일 아침, 소희는 거실에서 소리가 나자 침실에서 나와서 슥 살펴봤더니 역시 이기택이었다. 셔츠 차림으로 부엌에서 따듯한 우유를 마시는 것 같았고 소희는 햇살을 만끽하며 기지개를 켜고는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씻고 환복을 한 소희가 다이닝룸으로 갔다.“오늘 왜 런닝하러 가자고 안 깨웠어?”구택은 그를 흘끗 보더니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토요일엔 쉬게 해주려고.”이게 소희는 방긋 웃으며 인사치레를 했다.“고마워.”자신의 체구보다 더 큰 셔츠를 입고 어깨까지 드리운 다듬지 않은 머리, 예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눈썹과 눈이 햇빛 아래에서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소희였다. 구택은 그런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소희는 우유 한 모금을 마시자 눈살을 찌푸렸다.“설탕 안 넣었어?”“넣었는데 왜 안 달아?”구택이 다가와 두 손으로 식탁을 받치고 그녀를 쳐다보았고 소희는 머리를 가로저었다.“응, 안달아.”“그럼 내가 먹어볼게.”구택은 갑자기 몸을 숙이고는 키스를 하였고 소희가 깜짝 놀라 멍하니 있는 이 기회를 틈타 구택은 키스를 계속 이어나갔다. 한 손으로 식탁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소희의 뒤통수를 감쌌는데 그들의 키스는 점점 절정으로 다다르고 있었다.소희는 눈을 감는 것으로 구택의 키스에 응했고 우유 향이 치아사이를 맴돌고 향긋한 향이 숨결을 통해 퍼져 소희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구택의 눈에는 욕망이 이글거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아래턱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소희는 이내 뒤로 물러나 허스키한 목소리로 제지하였다.“안돼, 나 유민이 수업해 주러 가야 돼.”임유민, 눈치가 엄청 빨라 이미 그들이 결혼한 사실을 진즉 알고 있었다.“걔는 이미 알고 있어!”구택은 소희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다. “그래도 선생님인데 단정한 이미지를 유지해야지!”소희는 머리를 살짝 들고 웃으면서 구택을 바라봤고 구택 또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그녀의 입술에 또 뽀뽀를 하였다.“넌 걔의 둘째 숙모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웃으며 얘기했다.“이 사람이 완벽하다면 내가 가당키나 하겠니?”소희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손에 힘을 주며 유민의 앞에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암묵적으로 경고하자 유민은 풉!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렇긴 하네요. 소희 쌤은 확실히 너무 완벽한 거 같으니까 하느님한테 말해서 빈틈 한 스푼 추가해달라고 해야죠.”그는 말하면서 강아지를 안았다.“밤아, 둘째 숙모한테 인사해야지!”“이름이 밤이야?”유민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맞아요, 제가 지은 건데 어때요? 잘 지었죠?”“그래 잘 지었네.”소희는 멋쩍어 하면서 유민의 말에 대답했고 유민은 가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소희를 하찮아하듯 말했다.“웃음에 영혼이 1도 없어요.”소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구택이 먼저 말을 꺼냈다.“어제 내가 상 준다고 하지 않았나? 내일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몇 개 사놓을게.”유민은 소희가 구택의 뒤에 서서 웃는 것을 보고 둘이 화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은 제3자일뿐 둘이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잘못했어요, 쌤, 아까 진심으로 웃는 걸 봤는데 진짜 아름다우십니다!”유민은 그새 아첨을 해야 할 정확한 타깃을 정한 것 같았고 이에 소희는 웃으며 회답했다.“알겠으니까 수업하러 가자!”구택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별장으로 가며 입을 열었다.“유민인 데이비드가 보고 싶었나 봐. 내가 데이비드랑 설희를 떼어놓을 수가 없어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와서 유민이 보고 키워라고 했거든. 내가 집사님한테 말해서 주말에는 밤이를 우리에 가둬라고 할게.”고용일군 들이 다가오자 소희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려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웃었다.“괜찮아, 내가 무섭다 해도 조그마한 강아지를 뭐 어떻게 해놓을 정도는 아니야.”“널 무섭게 할 이유도 없어.”구택이 그윽하게 쳐다보자 소희는 마음 한켠이 살살 간지러운 느낌이 들더니 이에 입꼬리가 올라갔다.소씨네 본가.오늘 또한 본가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라 진연은 아침 댓바람부터 소
이때, 소동은 더 이상 숨길 방법이 없었고 민영을 부르지도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큰아버지, 죄송한데 저 일 그만둬서 더는 마민영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그녀의 말 한마디에 떠들썩했던 거실은 금세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진연은 믿기지 않다는 듯 물었다.“언제 관뒀는데? 왜 말하지 않은 거야?”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하순희가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입을 열었다.“공교롭네. 큰오빠가 소동에게 부탁하려는데 소동이 일을 그만뒀다 하니.”이에 소정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혹시 큰 아버지를 돕고 싶지 않아 일부러 핑계 대는 건 아니냐?”“아니에요. 그만둔지 사나흘이나 됐어요.”“근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한 거야?”진연 또한 얼굴이 어두워져 물었고 소동은 얼굴이 창백하여 고개를 푹 숙였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소해덕의 질문에 소동은 울먹이며 사실대로 얘기했다.“저와 마민영의 관계는 좋았어요. 근데 소희가 제가 마민영의 개인 디자이너가 된 게 질투가 났는지 감독이랑 짜고 저를 무시하기 시작하더니 마민영과 제 사이를 이간질시키더라고요. 소희의 말에 넘어간 민영이 저한테 불만이 하나둘씩 쌓여갔고 저는 정말 하는 수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말이 끝나자 해덕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또 소희야?!”진연은 독이 잔뜩 올랐다.“걔는 소동을 망치고 싶어서 안달 났나!”연경과 설아는 눈이 마주치더니 싱겁다는 듯 말을 보탰다.“소희 걔는 도대체 왜 그런다니?”소시연이 벌떡 일어나서 소동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소희가 너를 질투한다고? 뻥을 칠 거면 상대를 봐가면서 정도껏 쳐. 도대체 네가 소희보다 뭐가 더 잘났다고 걔가 너를 질투해?”이에 소찬호도 동의한다는 듯 말을 했다.“매번 거짓말하는 것도 지겹지 않아? 소희 누나가 여기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한다고? 어디서 가당치도 않는 피해자 코스프레야!”두 사람의 폭로에 소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희는 그 둘을 노려보았다.
장연경은 급히 나와서 상황을 정리했다.“한 식구끼리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진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오늘 있었던 일, 제가 똑똑히 기억할 겁니다. 우리 소동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왜 집에까지 와서 욕을 먹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확실하게 말해두는데 저한테 딸은 소동이 한 명이고 소희는 저랑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으니 그게 누가 됐든 불만을 품으시는 분이 계신다면 본인이 직접 집으로 데려가세요!”소동은 감동과 억울한 감정이 뒤섞여 울었고 진연의 몸에 기댔다.“엄마!”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시연이 말했다.“좋아요. 둘째어머니께서 소희를 원하시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희는 제 동생입니다.”소시연의 폭탄선언에 하순희는 당황하여 그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내느라 바빴다. 소희를 대신해 몇 마디 했으면 됐지 굳이 일을 크게 벌일 필요까지는 없었다.진연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빨리 걔한테 전화해. 아마 간절히 바라고 있을 테니까!”“그만!”소해덕이 입을 열었다.“매번 소희 때문에 이렇게 싸우니 원, 정인아, 지금 전화쳐서 바로 들어와라고 해. 온 다음에 진짜 소동의 걸림돌이 된 건지 확실하게 알자고. 만약 진짜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소씨 가문에 발을 붙이진 못하게 될 거야!”소정인은 해덕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아버지, 소희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이 얘기를 더이상 꺼내지 말고요.”“왜? 우리 소동이 보고 이런 일을 당하고도 잠자코 있어라는 거야? 빨리 걔한테 전화를 해서 바로 당장 오라고 그래! 그래야 소동이 결백하다는 걸 다들 알지!”날뛰는 진연에 정인은 어쩔 수 없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실에 긴장이 기운이 맴돌았고 숨 막힐 듯이 고요한것이 일이 확실히 크게 번진 것 같았다.임씨 저택소희는 유민의 수업을 마치고 내려가던 중 정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소희야, 너 어디야?”“무슨 일 있어요?”정인의 말투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지금 본가에 한 번 와야 될 것 같다. 네 어
“아니! 나 혼자 갈게.”소희는 구택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그들에게 자신과 구택의 관계를 알리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조차 안되었기 때문에 알리고 싶지 않았고 구태여 구택에게 일을 만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구택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내가 못 미더워?”“그 뜻이 아니라는 거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래.”소희는 구택을 향해 웃어 보였지만 그는 단호한 태도로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그럼 같이 가! 내가 남편이라고 소개 안 시켜줘도 돼. 그냥 운전기사라고 해도 되니까 같이 가.”“되게 놀라 하실 거야.”구택의 참신한 발상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서프라이즈!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가자!”구택은 무작정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려고 신발을 신을 때 유민이 계단을 내려와 놀리듯 물었다.“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요? 둘이 화해했다고 이제 나 무시하는 거야?”“그럼 너도 가. 가서 네 숙모 기 좀 살려주고.”소희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있는 구택을 바라보며 주의를 주었다.“헛소리 그만해!”유민은 흥분해서 뛰어서 내려왔다.“누가 감히 우리 숙모님을 괴롭혀요!”“네가 안 가도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소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유민이었다.“난 삼촌 말을 들어요. 감히 숙모를 괴롭히다니 우리 집안이 만만해 보이나 봐?”유민은 굉장히 흥분했고 그 모습을 보면 괴롭힌 게 화가 나서 흥분한 게 아닌 그냥 설레서 흥분한 걸로 보였다. 결국 본가로 돌아가는 차에는 세 사람이 타게 되였다. 소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본가에 가서 이 “불청객”들을 어찌 소개할 것인가를 궁리했고 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걱정하지 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을 거니까.”유민도 한마디 거들었다.“둘째 숙모, 몸 싸움할 수 있으면 말싸움은 하지 마요. 우리가 옆에서 응원해 줄게요.”“넌 일이 커지건 말건 그냥 구경거리를 좋아하는구나.”
가정부 왕순희가 소희를 보더니 바로 괴상야릇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머, 소희 아가씨 오셨군요. 이게 얼마만이에요? 난 또 아가씨가 어르신 댁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줄 알았네요.”말투에 섞인 조롱의 뜻이 너무 뚜렷하여 임구택이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똑같이 기분이 많이 언짢았던 임유민이 임구택 먼저 차가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문을 지키는 하인 따위가 감히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 대체 눈이 먼 거야, 아니면 사람만 보면 짖는 병에 걸린 거야?”“그러는 너는 누군데 감히 우리 집까지 와서 마구 짖는 건데?”임유민의 욕설에 폭발한 왕순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임유민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소희가 바로 임유민 앞에 가로막아서 왕순희를 향해 말했다.“이 아이는 내가 데리고 온 손님이에요. 할아버지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해서 온 거니까, 가서 내가 왔다고 알리세요.”왕순희는 그제야 임유민을 한번 노려보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러다 왕순희가 세 사람의 시선속에서 사라진 후에야 소희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이따가 이 집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두 사람 절대 화를 내지 말고, 나 대신 나서지도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하지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이 왜 소희한테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던 임유민이 소희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쌤 소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이 쌤한테 이런 태도인 거야?”“내가 소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으니까.”“그럼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집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이 집의 아가씨인 건 사실이고, 또 잃어버렸다가 겨우 다시 찾게 된 거잖아.”“모든 사람이 다 혈육의 정을 중시하는 건 아니야.”소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하게 대답하자 임구택이 바로 한기가 섞인 눈빛으로 물었다.“소씨 가문에서 당신을 입양한 게 운성 강씨 가문이라는 걸 몰라?”“몰라.”“어쩐지.”“소씨 가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한테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