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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청아는 피하지도 않고 흩어진 종이를 사이에 두고 남자의 차가운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드러냈다.

시원은 전에 청아의 멍청하면서도 귀여운 이런 모습을 가장 좋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장 싫증이 나는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리하여 두 눈에서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뭘 봐요? 그런 억울하다는 표정 짓지 마세요! 역겨워요.”

청아는 눈동자가 떨리자,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눈을 떨구고 땅에 흩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서류를 한 페이지씩 정리하면서 살펴보았다.

곧 최결이 이전에 정리한 자료 중의 일부 빠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맨날 회사에 앉아서 무슨 생각하는 겁니까? 연애나 하고 데이트나 할 궁리만 하는 겁니까?”

시원은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

“연애할 때는 무척이나 적극적이죠? 남자한테 버림받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아니면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만 있으면 덮치고 싶은 겁니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연애하는 겁니까?”

청아는 반쯤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손에 든 자료 묶음을 꼭 쥐었다.

그리고 눈물이 눈시울을 향해 솟구쳤지만 억지로 참아냈다.

청아는 계속 흩어진 종이를 주웠는데, 수척해진 몸은 더욱 여려진 듯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원은 원래 계속 욕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미어져 결국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가슴의 울기가 가라앉지 않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몸을 돌려 보지 않으려고 했다.

이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배강이 들어왔다.

서류를 줍고 있는 청아를 한 번 보고 노한 얼굴의 시원도 한 번 보고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청아 씨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왜 이렇게 화내는 건데?”

배강은 말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청아를 도와 땅에 흩어진 자료를 주우려고 했다.

“혼자 줍게 놔둬! 상관하지 마!”

시원은 무거운 소리로 외쳤다.

배강은 고개를 들어 의아해했다.

그는 시원과 함께한 세월이 있는데, 여태껏 시원이가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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