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2823 챕터

제501화

이사장은 매우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모두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내는 분들이니 거역하기가 힘드니까요. 특히 나씨 집안에서는 우리 유치원에 매해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그분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유치원은 교육환경이나 분위기가 좋으면 그만이지, 딱히 귀족스럽거나 고급스럽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득을 챙기는 건 당신들이 알아서 할 문제예요. 돈을 더 벌건지 아니면 이대로 사라질지 잘 선택해 보세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유리 어머니, 제가 당장 그 말썽을 일으키는 학부모들을 그만두게 만들겠습니다.”이사장이 그녀에게 사정했다. 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다행이고요.”신세희는 성큼성큼 유치원을 벗어났다. 이때 몇몇 여인들이 막 유치원 대문을 벗어난 신세희를 막아섰다.“신세희 씨.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어요.”먼저 신세희를 비난한 것은 그녀와 나름 가깝게 지냈던 서수진의 엄마였다. 이윽고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부잣집 사모님들도 하나둘씩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어떻게 우릴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요? 정말 몸 파는 여자일 줄이야. 인터넷에 영상까지 퍼졌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다니!”“당신 같은 여자는 이런 고급 사립 유치원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어요.”“우린 오늘 몸이나 팔며 사생아나 낳는 당신 같은 여자를 당장 유치원에서 쫓아내라는 서명 운동을 진행할 거예요.”“어쩜 저리도 뻔뻔한지.”“천만 원을 모으려면 대체 몇 명이랑 자야 되는 거예요?”신세희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이런 힐난과 욕설에 이미 무감했다. 고개를 든 신세희는 자신을 둘러싸고 손가락질하는 일여덟 명의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들의 무리에는 나영희 엄마인 도연주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마디 지적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걸로 큰돈을 벌기까지 했다.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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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버스 안에서 신세희는 끊임없이 임지강을 떠올렸다. 12살부터 먹여 주고 입혀 주고 학비를 대준 건 임지강이었다. 비록 끊임없이 눈치 주고 생활비도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제공했지만 한때 신세희는 그런 임지강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기를 기대한 적도 있었다.신세희가 가장 바라는 건 따스함이었다. 그러나 임지강은 한 번도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어느덧 신세희는 그런 따스함을 더는 바라지 않게 되었다. 반대로 임씨 집안과의 원한은 날마다 쌓여갔으니 설령 오늘 완벽한 복수는 할 수 없다고 해도 절대로 그들을 마음 편히 지내게 놔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핸드폰을 꺼낸 신세희는 서준명이 전화를 걸어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서씨 집안 노인은 매우 원망스러웠지만 서준명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서준명은 그녀와 서시언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건축 디자인 직업에 몸담게 되었을 때도 서준명은 그녀를 위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잠시 고민하던 신세희가 전화를 받았다.“네, 준명씨. ”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러나 서준명은 몹시 다급한 눈치였다.“세희 씨, 그 동영상은 어떻게 된 거예요? ”“준명 씨가 본 그대로예요. ”“그럴 리가요. 세희 씨는 제가 잘 압니다. 혹시 누가 또 나쁜 일을 꾸민 겁니까? 내게 말해 주세요. ”“뭘 말해 달라는 거죠? 누군가 날 해칠 거라고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준명 씨가 본 그대로입니다. 다른 일 없으시면 이만 끊겠습니다. ”말을 마친 신세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그녀에게 해코지하려는 범인은 서울의 구씨 집안 사람이었다. 또한 부소경이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일 수도 있었다.2개월 전의 모임에서 신세희는 부소경이 구씨 집안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부씨 집안의 노인보다도 사이가 더 좋아 보였다.그런 구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신세희를 망가뜨리려고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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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내가 묻잖습니까. 신세희 씨는요? ”서준명이 다시 재촉했다.“신세희 씨는... ”인사팀 팀장은 만약 남성의 권위 있는 귀공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신세희에 관해 묻는다면 절대 대답하지 말라는 구자현의 지시를 떠올렸다. 구자현의 말에 의하면 신세희는 6년 전 남성의 상류층 남자들을 모조리 꼬시고 다녔던 불여우 같은 천박한 여자였다. 그러니 도련님들이 그녀에 관해 물어본다면 절대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었다.서준명은 비록 이 회사의 주주였으나 그렇다고 구자현의 미움을 사는 것도 인사팀 팀장은 원치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그는 불현듯 유치장에 갇혀있는 세라를 떠올렸다. 땀을 훔친 인사팀 팀장은 버벅거리며 말을 이었다.“그게 말입니다, 대표님. 디자인 팀에 세라 씨라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신세희 씨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바람에 두 사람 모두 해고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신세희 씨가 해고되었단 말입니까? ”서준명은 몹시 경악했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그가 말을 이었다.“그럼 세라 씨는요.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으니 세라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세라 씨는 지금 유치장에 있습니다. ”인사팀 팀장이 말했다.“물어볼 게 있으니 당장 빼내 오세요. ”남성으로 돌아갈 수 없어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당장 당사자에게 캐물어야만 했다.“1시간 반 뒤에 다시 전화를 걸겠습니다. 그땐 세라 씨가 받아야 할 겁니다. ”인사팀 팀장은 고장 난 인형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인사팀 팀장은 바로 디자인 부서로 향했다.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던 디자인 디렉터는 인사팀 팀장을 발견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어떡하죠. 세라 씨는 지금 유치장에 갇혀있는데 건축업계의 지인이 세라 씨를 찾고 있어요.”“얼른 가서 세라 씨를 데려오세요. 서 대표님의 뜻입니다. ”인사팀 팀장의 말을 들은 디자인 디렉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디렉터는 당장 보석신청서를 들고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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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세라는 디자인 디렉터 사무실에 앉아 있는 양복 차림의 외국인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다니엘 씨? 여긴 어쩐 일로... ?”다니엘이라 불린 남자는 세라에게 반갑게 인사했다.“또 뵙네요. 세라 씨. 마침 남성에 볼일이 있어서 온 김에 세라 씨도 보고 가려구요. ”세라는 꽃처럼 활짝 웃었다.떠오르는 신예 건축가인 다니엘은 동유럽 일대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세라도 우연한 기회에 그와 친분을 쌓게 되었지만 그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세라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어... 다니엘 씨. 요 며칠 제가 일이 좀 있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합니다.”세라가 예의를 갖춰 사과했다. 이에 다니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세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어떤 여자 사기꾼을 만났거든요. 운이 참 나빴죠. ”“여자 사기꾼이요? ”다니엘이 호기심을 보였다.“글쎄, 어떤 공사장 인부가 가짜 학력과 가짜 이력서로 우리 회사에 들어왔지 뭐예요? 게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모함까지 하고 말이에요. 제가 바로 그 모함당한 피해자라니까요. 다행히 진실이 다 밝혀져서 회사에서 직접 나를 다시 데려왔어요. ”세라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녀의 말에 다니엘은 그녀 대신 분노했다.“어느 여자가 감히 세라 씨를 모함한단 말입니까? 나한테 걸리면 아주 면상을 갈겨버리겠어요. 그 사기꾼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한때는 복싱을 즐겨했잖아요.”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정말요? 정말 그 사기꾼을 만나면 절대 봐주지 않을 거예요? ”다니엘이.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마침 디렉터 사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디렉터는 바로 세라에게 건네주었다.“세라 씨, 구자현 아가씨에게서 걸려 온 전화입니다. ”구자현이라는 말을 들은 세라는 신나서 전화를 건네받았다. “구자현 아가씨. 이렇게 빨리 저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 푸대접하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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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외국인에, 건축업계 관련 종사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라를 위해 복수를 해주겠다는 말을 들은 구자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신세희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모임에 가담한 사람이 많을수록 구자현이 감당할 위험은 줄어들었다.부소경이 그의 딸 신유리 때문에 신세희를 불쌍히 여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구자현에게도 충분히 그럴만한 권력이 있었다. 지금은 또 외국 건축가 친구 하나가 더 늘어나지 않았는가?모두가 함께 신세희의 천박한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만약 신세희가 얻어맞는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구자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신세희가 여러 사람에게 얻어터지는 비참한 모습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감히 부소경의 아이를 낳다니. 죽어 마땅한 년. 이 세상에서 부소경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인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건 아무리 임서아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신세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한 구자현은 신세희에게 오늘 오후에 있을 파티에 늦지 않게 참석하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한편, 임씨 집안의 바깥쪽 갈림길 근처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신세희는 구자현이 걸어온 전화를 바로 받았다.“걱정 마세요. 갈 겁니다. ”구자현이 피식 웃었다.“잊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신세희는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줄곧 멀지 않은 곳 큰 나무 아래 주차된 검은 승용차를 주시하고 있었다.마침내 문이 열리고 여전히 엉겨 붙어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는 마흔일곱쯤 되어 보였는데 여자보다 약간 젊었다. 함께 있는 여자는 당연히 허영이었다.임씨 집안에 찾아왔다가 이런 뜻밖의 수확을 거둘 줄이야.허영과 그 남자가 한 시간 넘게 차 안에 있는 동안 신세희는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은 신세희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허영을 지분댔고 허영은 그런 남자를 힘껏 밀어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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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신세희는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켕기는 게 있는 허영이 오히려 그녀에게 소리쳤다.“넌 대체 언제 온 거야! ”신세희는 더없이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걱정되지 않으세요? ”“뭐라고? ”허영은 신세희가 방금 자기가 나무 뒤쪽의 차 안에서 바람을 피웠던 일을 언급하는 줄 알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고요한 바다 같았다.“당신 딸의 외할아버지가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아니면 그분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은 긴장이 확 풀렸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신세희가 자신과 그 남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신세희도 속으로 허영을 비웃었다. 허영이 방금 저질렀던 일을 자기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영이 아무리 임지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전부 임지강의 업보였다. 그녀는 허영이 착각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놀란 표정을 갈무리한 허영은 이내 잔뜩 거만한 태도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글쎄요. 왜일 거 같아요? ”신세희가 반문했다.“흥.”허영은 신세희가 전혀 두렵지 않은 눈치였다.“왜, 우리 임씨 집안이 원망스럽니? 서아가 네 새끼 아빠를 빼앗은 것 같아 억울해? 어쩌겠니, 그게 다 네 팔자인 것을. 원망해도 소용없어. 우리 집안이 운이 좋은 걸 어떡하라고. 하마터면 부소경 도련님 손에 죽을 뻔했는데 그때 마침 서아한테 외할아버지가 나타났잖아. 비록 그 집안은 부씨 집안처럼 대단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진 않지만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비 집안이야.더 중요한 건 그분은 수도에 많은 부하를 두고 있다는 거야. 그들이 모두 부소경 도련님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부소경 도련님도 감히 우리 서아를 어쩌지 못할 거야. 결국 서아는 언젠가 부소경과 결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낳은 그 사생아 신세도 퍽 가엽게 됐구나. ”“당신은 인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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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신세희가 다시 돌아오면서 임서아가 부소경과 결혼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이를 데리고 온 바람에 그들이 했던 거짓말이 들통났다. 임서아가 불결한 몸이라는 것도, 밖에서 다른 사람의 씨를 품었다는 것도 다 들켰단 말이다.만약 서씨 집안 어르신이라는 방패가 없었더라면 부소경은 진작 임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그들 세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것이다. 부소경이 다시 임서아와 결혼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그렇게 지독한 남자가 어찌 임씨 집안이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화가 잔뜩 난 허영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신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신세희가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버리자 허영은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50대 중반을 넘어선 허영은 여태 육체노동 한번 한 적 없이 몸보신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녀의 몸은 비곗덩어리처럼 둔중했다. 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 딸아이와 몸에 장애를 가진 서시언을 보살폈던 그녀는 일도 하고 공사장도 뛰어다니느라 살찔 틈이 없었다.신세희를 쓰러뜨리는 데 실패한 허영은 오히려 자기가 먼저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더구나 혀를 깨물었는지 그녀의 입에서는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더러운 흙과 핏물이 섞이니 그보다 더 지저분할 수 없었다. 벌떡 일어난 허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빽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년,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멍청하게 제 발로 지옥에 기어들어 오다니. 간덩이가 얼마나 부었길래 감히 여길 찾아와. 이 때려죽일 년! ”허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허영은 우뚝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임지강이 돌아와 있었다.30분 전, 임지강은 그녀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혹시 도박장에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돌아갈 테니 그녀도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때 허영은 다른 남자와 한참 몸을 섞는 중이었는데 그가 미리 전화를 걸어서 너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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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임지강이 멍하니 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진흙과 피투성이인 채로 지켜보던 허영은 왠지 불안해졌다.허영은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비록 허영은 임지강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지만, 임지강이 그녀를 배신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뭐라고 썼는지 당장 말해.”허영이 버럭 소리쳤다.임지강이 허영을 돌아보는 찰나 신세희는 준비한 라이터를 꺼내 그 편지를 태워버렸다. 그녀는 편지를 태우며 허영을 향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허영은 더욱 조급해졌다.“신세희 엄마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는데. ”임지강이 벌컥 화를 냈다.“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어. ”“임지강, 나랑 장난해? ”임지강은 노발대발하는 허영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이 여편네가 지금 뭐라는 거야?”“뭐긴! 당신 욕하고 있지! 그 여자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길래 말을 못 하는 거야! 대체 둘 사이에 무슨 더러운 일이 있었길래 내게 비밀로 하는 건데. ”허영은 입 안에 고인 피와 흙을 뱉어낼 생각도 못 하고 성큼성큼 임지강에게 다가가 그를 힘껏 밀쳤다.몇 걸음 뒤로 물러난 신세희는 한쪽에 서서 부부가 싸우는 걸 조용히 방관했다.임지강의 말대로 편지에는 정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남성에 끌려온 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로 인정했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신세희는 그들 사이에 어떠한 접점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을 품었다. 아니라면 6년 전부터 서준명이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의 고모와 닮았다고 말할 리 없었다. 6년 전, 서준명은 신세희가 제 할아버지의 외손녀 같다고 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노인은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라고 여겼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긴가민가했던 신세희는 자기 집안과 임씨 집안의 관계를 알아내고 싶었다. 아니라면 엄마와 임지강 사이에 뭐가 있었던 걸까?임지강에게 빈 편지를 보여 주자 허영이 조급해하며 발악하는 모습을 본 신세희는 엄마와 임씨 집안, 그리고 임지강이 특별한 관계였다는 걸 확신했다.그녀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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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신세희의 얕은 술수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임지강에게 뺨을 맞고 수 초간 멍해 있던 허영은 갑자기 미친 듯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물고 할퀴었다. 잔뜩 부아가 치민 임지강도 허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옆쪽으로 내던졌다.통상적으로 남녀가 치고받을 때 여자는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허영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여자라면 말이다.그녀는 임지강을 할퀴려고 했으나 임지강은 그녀를 향해 무심하게 발길질해댈 뿐이었다. 어떻게든 반격하려 하면 다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갔다. 두피에 피가 배기 시작했다. 결국 임지강에게 잔뜩 얻어터져 퉁퉁 부어오른 허영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당장 집으로 들어가. ”임지강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허영의 허리를 걷어찼다. 허영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악에 받쳐 신세희를 노려봤다.신세희는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다 할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허영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음에도 마찬가지였다.멀어지는 허영을 바라보던 임지강은 그제야 격분한 표정으로 다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당신 마누라를 패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그러기만 해봐요.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당장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어요. ”“...... ”신세희는 이를 악물지도 않았고 화나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임지강은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게 결코 농담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내가 왜 당신을 건드리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신세희가 물었으나 임지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당장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당신 딸은 참 대단해요. 몸은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과 남성의 권력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나를 상대하게 만들잖아. 만약 내가 오늘 오후에 그들 손에 죽는다면, 나는 아마 당신 부부를 죽이지 못한 걸 몹시 후회할 테죠. 그렇지만 난 살고 싶어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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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민정아는 죄책감과 자책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세희, 혹시 지금 그 파티에 가는 거야? ”민정아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었던 신세희는 매우 차갑게 대꾸했다.“무슨 일이에요? ”민정아가 말을 더듬었다.“내가 징그럽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예전엔 내가 미안했어. 정연 언니의 말만 믿고 네게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아. 예쁘고 고고한 네가 부럽고 질투 나서 그랬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신세희가 싸늘하게 말했다.“지, 지금은 진심이야. 더는 널 해칠 마음은 없어. ”용기를 낸 민정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정아의 옆에는 초조한 표정의 엄선희가 서 있었다. 엄선희는 지난번 민정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런데 자신을 원수처럼 미워할 줄 알았던 민정아는 오히려 엄선희를 친구로 삼았다. 심지어 민정아는 신세희가 그 사람들이 준비한 "파티"에 가는 걸 막으려 하고 있었다.민정아가 이어 말했다.“거기에는 정연 언니뿐만 아니라 구자현 아가씨의 언니도 있을 거야. 너를 미워하는 모든 사람이 그곳에 갔을 거라고. 그 사람들은 널 죽일 기회만 호시탐탐 노려왔어. 그러니까 제발 가지 마, 신세희. ”“......”신세희는 평소 그녀를 한없이 물고 늘어지던 민정아가 이번에는 가지 말라고 말릴 줄은 미처 몰랐다. 더듬거리며 간신히 용기를 쥐어짜 낸 민정아의 말투에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민정아가 그녀를 도와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내가 너무 허영에 들떴었나 봐.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서 대표님이 정연 언니의 사촌 오빠잖아. 서 대표님 덕분에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거든. 그래서 마치 내가 부잣집 아가씨라도 되는 것처럼 회사에서 횡포를 부렸어. 사실 나도 가난한 월급쟁이에 불과한데. 정연 언니는 우리 가족을 하인쯤으로 여기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난 바보같이 정연 언니의 일에 앞장섰어. 내가 너무 멍청하고 철이 없었어. 네가 날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모든 건 내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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