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켕기는 게 있는 허영이 오히려 그녀에게 소리쳤다.“넌 대체 언제 온 거야! ”신세희는 더없이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걱정되지 않으세요? ”“뭐라고? ”허영은 신세희가 방금 자기가 나무 뒤쪽의 차 안에서 바람을 피웠던 일을 언급하는 줄 알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고요한 바다 같았다.“당신 딸의 외할아버지가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아니면 그분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은 긴장이 확 풀렸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신세희가 자신과 그 남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신세희도 속으로 허영을 비웃었다. 허영이 방금 저질렀던 일을 자기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영이 아무리 임지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전부 임지강의 업보였다. 그녀는 허영이 착각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놀란 표정을 갈무리한 허영은 이내 잔뜩 거만한 태도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글쎄요. 왜일 거 같아요? ”신세희가 반문했다.“흥.”허영은 신세희가 전혀 두렵지 않은 눈치였다.“왜, 우리 임씨 집안이 원망스럽니? 서아가 네 새끼 아빠를 빼앗은 것 같아 억울해? 어쩌겠니, 그게 다 네 팔자인 것을. 원망해도 소용없어. 우리 집안이 운이 좋은 걸 어떡하라고. 하마터면 부소경 도련님 손에 죽을 뻔했는데 그때 마침 서아한테 외할아버지가 나타났잖아. 비록 그 집안은 부씨 집안처럼 대단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진 않지만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비 집안이야.더 중요한 건 그분은 수도에 많은 부하를 두고 있다는 거야. 그들이 모두 부소경 도련님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부소경 도련님도 감히 우리 서아를 어쩌지 못할 거야. 결국 서아는 언젠가 부소경과 결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낳은 그 사생아 신세도 퍽 가엽게 됐구나. ”“당신은 인정만
신세희가 다시 돌아오면서 임서아가 부소경과 결혼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이를 데리고 온 바람에 그들이 했던 거짓말이 들통났다. 임서아가 불결한 몸이라는 것도, 밖에서 다른 사람의 씨를 품었다는 것도 다 들켰단 말이다.만약 서씨 집안 어르신이라는 방패가 없었더라면 부소경은 진작 임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그들 세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것이다. 부소경이 다시 임서아와 결혼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그렇게 지독한 남자가 어찌 임씨 집안이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화가 잔뜩 난 허영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신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신세희가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버리자 허영은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50대 중반을 넘어선 허영은 여태 육체노동 한번 한 적 없이 몸보신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녀의 몸은 비곗덩어리처럼 둔중했다. 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 딸아이와 몸에 장애를 가진 서시언을 보살폈던 그녀는 일도 하고 공사장도 뛰어다니느라 살찔 틈이 없었다.신세희를 쓰러뜨리는 데 실패한 허영은 오히려 자기가 먼저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더구나 혀를 깨물었는지 그녀의 입에서는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더러운 흙과 핏물이 섞이니 그보다 더 지저분할 수 없었다. 벌떡 일어난 허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빽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년,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멍청하게 제 발로 지옥에 기어들어 오다니. 간덩이가 얼마나 부었길래 감히 여길 찾아와. 이 때려죽일 년! ”허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허영은 우뚝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임지강이 돌아와 있었다.30분 전, 임지강은 그녀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혹시 도박장에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돌아갈 테니 그녀도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때 허영은 다른 남자와 한참 몸을 섞는 중이었는데 그가 미리 전화를 걸어서 너무 다
임지강이 멍하니 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진흙과 피투성이인 채로 지켜보던 허영은 왠지 불안해졌다.허영은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비록 허영은 임지강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지만, 임지강이 그녀를 배신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뭐라고 썼는지 당장 말해.”허영이 버럭 소리쳤다.임지강이 허영을 돌아보는 찰나 신세희는 준비한 라이터를 꺼내 그 편지를 태워버렸다. 그녀는 편지를 태우며 허영을 향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허영은 더욱 조급해졌다.“신세희 엄마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는데. ”임지강이 벌컥 화를 냈다.“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어. ”“임지강, 나랑 장난해? ”임지강은 노발대발하는 허영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이 여편네가 지금 뭐라는 거야?”“뭐긴! 당신 욕하고 있지! 그 여자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길래 말을 못 하는 거야! 대체 둘 사이에 무슨 더러운 일이 있었길래 내게 비밀로 하는 건데. ”허영은 입 안에 고인 피와 흙을 뱉어낼 생각도 못 하고 성큼성큼 임지강에게 다가가 그를 힘껏 밀쳤다.몇 걸음 뒤로 물러난 신세희는 한쪽에 서서 부부가 싸우는 걸 조용히 방관했다.임지강의 말대로 편지에는 정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남성에 끌려온 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로 인정했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신세희는 그들 사이에 어떠한 접점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을 품었다. 아니라면 6년 전부터 서준명이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의 고모와 닮았다고 말할 리 없었다. 6년 전, 서준명은 신세희가 제 할아버지의 외손녀 같다고 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노인은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라고 여겼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긴가민가했던 신세희는 자기 집안과 임씨 집안의 관계를 알아내고 싶었다. 아니라면 엄마와 임지강 사이에 뭐가 있었던 걸까?임지강에게 빈 편지를 보여 주자 허영이 조급해하며 발악하는 모습을 본 신세희는 엄마와 임씨 집안, 그리고 임지강이 특별한 관계였다는 걸 확신했다.그녀는 무
신세희의 얕은 술수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임지강에게 뺨을 맞고 수 초간 멍해 있던 허영은 갑자기 미친 듯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물고 할퀴었다. 잔뜩 부아가 치민 임지강도 허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옆쪽으로 내던졌다.통상적으로 남녀가 치고받을 때 여자는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허영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여자라면 말이다.그녀는 임지강을 할퀴려고 했으나 임지강은 그녀를 향해 무심하게 발길질해댈 뿐이었다. 어떻게든 반격하려 하면 다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갔다. 두피에 피가 배기 시작했다. 결국 임지강에게 잔뜩 얻어터져 퉁퉁 부어오른 허영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당장 집으로 들어가. ”임지강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허영의 허리를 걷어찼다. 허영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악에 받쳐 신세희를 노려봤다.신세희는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다 할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허영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음에도 마찬가지였다.멀어지는 허영을 바라보던 임지강은 그제야 격분한 표정으로 다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당신 마누라를 패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그러기만 해봐요.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당장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어요. ”“...... ”신세희는 이를 악물지도 않았고 화나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임지강은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게 결코 농담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내가 왜 당신을 건드리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신세희가 물었으나 임지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당장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당신 딸은 참 대단해요. 몸은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과 남성의 권력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나를 상대하게 만들잖아. 만약 내가 오늘 오후에 그들 손에 죽는다면, 나는 아마 당신 부부를 죽이지 못한 걸 몹시 후회할 테죠. 그렇지만 난 살고 싶어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더라도
민정아는 죄책감과 자책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세희, 혹시 지금 그 파티에 가는 거야? ”민정아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었던 신세희는 매우 차갑게 대꾸했다.“무슨 일이에요? ”민정아가 말을 더듬었다.“내가 징그럽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예전엔 내가 미안했어. 정연 언니의 말만 믿고 네게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아. 예쁘고 고고한 네가 부럽고 질투 나서 그랬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신세희가 싸늘하게 말했다.“지, 지금은 진심이야. 더는 널 해칠 마음은 없어. ”용기를 낸 민정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정아의 옆에는 초조한 표정의 엄선희가 서 있었다. 엄선희는 지난번 민정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런데 자신을 원수처럼 미워할 줄 알았던 민정아는 오히려 엄선희를 친구로 삼았다. 심지어 민정아는 신세희가 그 사람들이 준비한 "파티"에 가는 걸 막으려 하고 있었다.민정아가 이어 말했다.“거기에는 정연 언니뿐만 아니라 구자현 아가씨의 언니도 있을 거야. 너를 미워하는 모든 사람이 그곳에 갔을 거라고. 그 사람들은 널 죽일 기회만 호시탐탐 노려왔어. 그러니까 제발 가지 마, 신세희. ”“......”신세희는 평소 그녀를 한없이 물고 늘어지던 민정아가 이번에는 가지 말라고 말릴 줄은 미처 몰랐다. 더듬거리며 간신히 용기를 쥐어짜 낸 민정아의 말투에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민정아가 그녀를 도와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내가 너무 허영에 들떴었나 봐.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서 대표님이 정연 언니의 사촌 오빠잖아. 서 대표님 덕분에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거든. 그래서 마치 내가 부잣집 아가씨라도 되는 것처럼 회사에서 횡포를 부렸어. 사실 나도 가난한 월급쟁이에 불과한데. 정연 언니는 우리 가족을 하인쯤으로 여기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난 바보같이 정연 언니의 일에 앞장섰어. 내가 너무 멍청하고 철이 없었어. 네가 날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모든 건 내 자업자득
그냥 이렇게 하자. 신세희는 더 많은 무고한 여자아이를 연루시키기 싫었다. 시선을 거둔 뒤, 신세희는 기사님에게 빨리 가달라고 재촉했다. 한 시간 뒤, 신세희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 이틀이 지난 후, 그녀는 또 이곳에 왔다. 이틀전에 왔을 땐, 유치원 엄마들한테 왕따를 당했었다. 이번에는 어떤 운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신세희는 발로 생각해도, 구자현 같이 무섭고 변태 같은 여자가 지휘하고 있다면, 오늘의 함정 파티는 이틀 전에 했던 학부모 모임보다 더 정도가 심할 걸 알 수 있었다. 신세희의 예상은 역시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을 닫기도 전에 사방에서 20명 정도의 기자들이 달려 들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손에 마이크를 들고, 어떤 사람들은 손에 전문적인 카메라를 들고, 많은 사람들이 신세희를 둘러싼 채, 그녀에게 마이크를 갖다대거나, 신세희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신세희:“......” 그 짧은 1분동안, 신세희는 갑자기 자신이 전국에서 제일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비웃으며 차갑게 웃었다. “다들… 사람 잘못 보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당신들이 앞 다투어 치켜 세워주는 아이돌이 아니에요.” “신세희씨 맞죠?”그 중 한 기자가 물었다. 신세희는 바로 인정했다. “맞아요.” “신세희씨,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실 수 있는 거죠?” 신세희:“저도 몰라요.” “신세희씨, 본인이 아무 것도 안 입고 남자한테 안겨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세희:“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기자:“......”하마터면 말 문이 막힐 뻔했다. “신세희씨, 조금의 수치심도 없나요?” 다른 기자가 더 날카롭게 물었다. 신세희:“제가 수치심이 있든 없든, 그쪽한테 피해 가는 게 있나요?” 기자:“......” 모두 신세희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몇 초간 침묵이 유지된 뒤, 다른 기자가 빠르게 반
신세희는 평온한 표정으로 구자현에게 물었다. “뭐가요?” 구자현은 과장되게 분노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보았다. “신세희, 너 이거… 너 진짜 너무한거 아니야? 어쩐지 서씨 할아버지랑, 남성에 부씨 어르신이 연합해서 널 가둬두고 죽이려 하시더라니, 어쩐지 6년 전에 상류사회 전체가 널 죽이려 들었잖아. 너 진짜 이정도로 수치심이 없구나!” 말이 끝나고 구자현은 매우 경멸하는 눈빛으로 신세희의 뒤쪽에 있는 마이크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을 보았다. 그 기자들은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며, 구자현의 각종 혐오하는 표정들을 포착했다. “당장 이리와! 당신들 당장 이리 안 와? 당신들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나 구자현은 신세희 같은 여자랑 같이 인터넷 핫이슈에 오르기 싫다고!” 구자현은 일부러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단지 소리만 쳐서 그녀는 호텔 관리요원들을 부르지 않고 이 기자 무리들을 쫓아낼 생각이었다. 이때, 기자들의 관심은 구자현에게 향했다. “아가씨, 신세희씨가 여기 올 줄 모르셨던 건가요? 신세희씨가 여기 온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가씨, 저희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실 수 있나요?” “아가씨, 저희 질문을 피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 너무하잖아! 다 꺼져!” 하지만 이럴수록 기자들은 더욱 구자현을 둘러싼 채 질문했다. “아가씨, 화나시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될 줄 모르셨던 거 같은데,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꺼져!” “아가씨, 그렇게 입을 다무시고, 저희한테 꺼지라는 말씀만 하시면,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까 봐 걱정되시진 않나요?” “대체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카메라 앞에서 설명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아가씨, 이렇게 회피하실수록 진실과 멀어진다는 거 모르시나요?” 그녀는 결국 이 기자들을 쫓아내지 못 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고 모든 기자들을 보면서 정의롭게 말했다. “저희 수도의 구씨 가문은 지금까지 한번도 스스로 언론을 건들인 적이
“신세희, 너 진짜 유명해지고 싶어서 미친 거지? 내가 너한테 반성할 기회를 줬는데, 넌 기자들을 불러오고, 도대체 속셈이 뭐야?” 구자현은 셀 수 없는 카메라들 앞에서 신세희를 꾸짖었다. 기자들은 한 마디씩 하며 구자현을 위로했다. “아가씨, 구체적인 상황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가씨, 대체 신세희씨에게 어떤 반성할 기회를 주신 거죠? 알려주실 수 있나요?” 구자현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말을 안 할 수가 없네. 신세희 이런 걸 돌로 자기 발등 찍었다고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나 알고 있어! 이럴 때 나 심지어 깨달은 거 같아. 너 그 남자한테 옷 안 입은 상태에서 안겨 있는 사진, 네가 직접 인터넷에 올린 거지? 그렇게 해야 기자들한테 주목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기자들을 이곳으로 불러와서, 기자들 앞에서 구씨 가문 둘째 아가씨인 나랑 같이 사진 찍히고, 또 안에 있는 아가씨들이랑 사진 찍히면 네 목적이 성공적으로 달성한 거잖아! 맞지? 이게 네 속셈이잖아! 신세희, 너 혼자 소란피우고, 너 혼자 못 하는 일이 없으니까, 너한테 달라질 기회를 준 나까지 끌어들여서 네 방패로 삼으려는 거야?” 구자현이 이렇게까지 꾸짖어도 신세희는 여전히 한 마디도 안 했다. 계속 평온한 상태였다. 구자현은 카메라를 보고 정직하게 말했다. “기왕 기자님들까지 오셨으니 내가 확실하게 말해야 겠네. 너! 신세희 넌 사람들을 속여서 구걸하면서, 학력도 아무것도 없고, 살인 전과가 있는 범죄자였지. 근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건축공정학원의 학력을 위조하고, 우리 회사에 고용되서,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 회사 직원을 내쫓고, 나중에 또 우리 고급 디자이너한테 음모를 꾸몄지. 이 온갖 악행은 다 네가 한 짓 아니야? 신세희! 주주로써, 나는 너한테 달라질 기회를 주고 싶어서 이 일을 개인적으로 해결할 생각이어서, 여기 오라고 한 다음에 해결하려고 했어. 근데 넌 결국 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