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건축업계 관련 종사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라를 위해 복수를 해주겠다는 말을 들은 구자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신세희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모임에 가담한 사람이 많을수록 구자현이 감당할 위험은 줄어들었다.부소경이 그의 딸 신유리 때문에 신세희를 불쌍히 여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구자현에게도 충분히 그럴만한 권력이 있었다. 지금은 또 외국 건축가 친구 하나가 더 늘어나지 않았는가?모두가 함께 신세희의 천박한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만약 신세희가 얻어맞는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구자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신세희가 여러 사람에게 얻어터지는 비참한 모습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감히 부소경의 아이를 낳다니. 죽어 마땅한 년. 이 세상에서 부소경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인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건 아무리 임서아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신세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한 구자현은 신세희에게 오늘 오후에 있을 파티에 늦지 않게 참석하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한편, 임씨 집안의 바깥쪽 갈림길 근처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신세희는 구자현이 걸어온 전화를 바로 받았다.“걱정 마세요. 갈 겁니다. ”구자현이 피식 웃었다.“잊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신세희는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줄곧 멀지 않은 곳 큰 나무 아래 주차된 검은 승용차를 주시하고 있었다.마침내 문이 열리고 여전히 엉겨 붙어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는 마흔일곱쯤 되어 보였는데 여자보다 약간 젊었다. 함께 있는 여자는 당연히 허영이었다.임씨 집안에 찾아왔다가 이런 뜻밖의 수확을 거둘 줄이야.허영과 그 남자가 한 시간 넘게 차 안에 있는 동안 신세희는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은 신세희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허영을 지분댔고 허영은 그런 남자를 힘껏 밀어냈다.“다
신세희는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켕기는 게 있는 허영이 오히려 그녀에게 소리쳤다.“넌 대체 언제 온 거야! ”신세희는 더없이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걱정되지 않으세요? ”“뭐라고? ”허영은 신세희가 방금 자기가 나무 뒤쪽의 차 안에서 바람을 피웠던 일을 언급하는 줄 알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고요한 바다 같았다.“당신 딸의 외할아버지가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아니면 그분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은 긴장이 확 풀렸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신세희가 자신과 그 남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신세희도 속으로 허영을 비웃었다. 허영이 방금 저질렀던 일을 자기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영이 아무리 임지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전부 임지강의 업보였다. 그녀는 허영이 착각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놀란 표정을 갈무리한 허영은 이내 잔뜩 거만한 태도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글쎄요. 왜일 거 같아요? ”신세희가 반문했다.“흥.”허영은 신세희가 전혀 두렵지 않은 눈치였다.“왜, 우리 임씨 집안이 원망스럽니? 서아가 네 새끼 아빠를 빼앗은 것 같아 억울해? 어쩌겠니, 그게 다 네 팔자인 것을. 원망해도 소용없어. 우리 집안이 운이 좋은 걸 어떡하라고. 하마터면 부소경 도련님 손에 죽을 뻔했는데 그때 마침 서아한테 외할아버지가 나타났잖아. 비록 그 집안은 부씨 집안처럼 대단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진 않지만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비 집안이야.더 중요한 건 그분은 수도에 많은 부하를 두고 있다는 거야. 그들이 모두 부소경 도련님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부소경 도련님도 감히 우리 서아를 어쩌지 못할 거야. 결국 서아는 언젠가 부소경과 결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낳은 그 사생아 신세도 퍽 가엽게 됐구나. ”“당신은 인정만
신세희가 다시 돌아오면서 임서아가 부소경과 결혼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이를 데리고 온 바람에 그들이 했던 거짓말이 들통났다. 임서아가 불결한 몸이라는 것도, 밖에서 다른 사람의 씨를 품었다는 것도 다 들켰단 말이다.만약 서씨 집안 어르신이라는 방패가 없었더라면 부소경은 진작 임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그들 세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것이다. 부소경이 다시 임서아와 결혼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그렇게 지독한 남자가 어찌 임씨 집안이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화가 잔뜩 난 허영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신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신세희가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버리자 허영은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50대 중반을 넘어선 허영은 여태 육체노동 한번 한 적 없이 몸보신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녀의 몸은 비곗덩어리처럼 둔중했다. 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 딸아이와 몸에 장애를 가진 서시언을 보살폈던 그녀는 일도 하고 공사장도 뛰어다니느라 살찔 틈이 없었다.신세희를 쓰러뜨리는 데 실패한 허영은 오히려 자기가 먼저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더구나 혀를 깨물었는지 그녀의 입에서는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더러운 흙과 핏물이 섞이니 그보다 더 지저분할 수 없었다. 벌떡 일어난 허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빽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년,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멍청하게 제 발로 지옥에 기어들어 오다니. 간덩이가 얼마나 부었길래 감히 여길 찾아와. 이 때려죽일 년! ”허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허영은 우뚝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임지강이 돌아와 있었다.30분 전, 임지강은 그녀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혹시 도박장에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돌아갈 테니 그녀도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때 허영은 다른 남자와 한참 몸을 섞는 중이었는데 그가 미리 전화를 걸어서 너무 다
임지강이 멍하니 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진흙과 피투성이인 채로 지켜보던 허영은 왠지 불안해졌다.허영은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비록 허영은 임지강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지만, 임지강이 그녀를 배신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뭐라고 썼는지 당장 말해.”허영이 버럭 소리쳤다.임지강이 허영을 돌아보는 찰나 신세희는 준비한 라이터를 꺼내 그 편지를 태워버렸다. 그녀는 편지를 태우며 허영을 향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허영은 더욱 조급해졌다.“신세희 엄마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는데. ”임지강이 벌컥 화를 냈다.“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어. ”“임지강, 나랑 장난해? ”임지강은 노발대발하는 허영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이 여편네가 지금 뭐라는 거야?”“뭐긴! 당신 욕하고 있지! 그 여자가 대체 당신한테 뭐라고 했길래 말을 못 하는 거야! 대체 둘 사이에 무슨 더러운 일이 있었길래 내게 비밀로 하는 건데. ”허영은 입 안에 고인 피와 흙을 뱉어낼 생각도 못 하고 성큼성큼 임지강에게 다가가 그를 힘껏 밀쳤다.몇 걸음 뒤로 물러난 신세희는 한쪽에 서서 부부가 싸우는 걸 조용히 방관했다.임지강의 말대로 편지에는 정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남성에 끌려온 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로 인정했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신세희는 그들 사이에 어떠한 접점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을 품었다. 아니라면 6년 전부터 서준명이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의 고모와 닮았다고 말할 리 없었다. 6년 전, 서준명은 신세희가 제 할아버지의 외손녀 같다고 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노인은 임서아를 자기 외손녀라고 여겼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긴가민가했던 신세희는 자기 집안과 임씨 집안의 관계를 알아내고 싶었다. 아니라면 엄마와 임지강 사이에 뭐가 있었던 걸까?임지강에게 빈 편지를 보여 주자 허영이 조급해하며 발악하는 모습을 본 신세희는 엄마와 임씨 집안, 그리고 임지강이 특별한 관계였다는 걸 확신했다.그녀는 무
신세희의 얕은 술수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임지강에게 뺨을 맞고 수 초간 멍해 있던 허영은 갑자기 미친 듯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물고 할퀴었다. 잔뜩 부아가 치민 임지강도 허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옆쪽으로 내던졌다.통상적으로 남녀가 치고받을 때 여자는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허영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여자라면 말이다.그녀는 임지강을 할퀴려고 했으나 임지강은 그녀를 향해 무심하게 발길질해댈 뿐이었다. 어떻게든 반격하려 하면 다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갔다. 두피에 피가 배기 시작했다. 결국 임지강에게 잔뜩 얻어터져 퉁퉁 부어오른 허영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당장 집으로 들어가. ”임지강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허영의 허리를 걷어찼다. 허영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악에 받쳐 신세희를 노려봤다.신세희는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다 할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허영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음에도 마찬가지였다.멀어지는 허영을 바라보던 임지강은 그제야 격분한 표정으로 다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당신 마누라를 패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그러기만 해봐요.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당장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어요. ”“...... ”신세희는 이를 악물지도 않았고 화나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임지강은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게 결코 농담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내가 왜 당신을 건드리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신세희가 물었으나 임지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당장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당신 딸은 참 대단해요. 몸은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과 남성의 권력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나를 상대하게 만들잖아. 만약 내가 오늘 오후에 그들 손에 죽는다면, 나는 아마 당신 부부를 죽이지 못한 걸 몹시 후회할 테죠. 그렇지만 난 살고 싶어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더라도
민정아는 죄책감과 자책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세희, 혹시 지금 그 파티에 가는 거야? ”민정아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었던 신세희는 매우 차갑게 대꾸했다.“무슨 일이에요? ”민정아가 말을 더듬었다.“내가 징그럽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예전엔 내가 미안했어. 정연 언니의 말만 믿고 네게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아. 예쁘고 고고한 네가 부럽고 질투 나서 그랬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신세희가 싸늘하게 말했다.“지, 지금은 진심이야. 더는 널 해칠 마음은 없어. ”용기를 낸 민정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정아의 옆에는 초조한 표정의 엄선희가 서 있었다. 엄선희는 지난번 민정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런데 자신을 원수처럼 미워할 줄 알았던 민정아는 오히려 엄선희를 친구로 삼았다. 심지어 민정아는 신세희가 그 사람들이 준비한 "파티"에 가는 걸 막으려 하고 있었다.민정아가 이어 말했다.“거기에는 정연 언니뿐만 아니라 구자현 아가씨의 언니도 있을 거야. 너를 미워하는 모든 사람이 그곳에 갔을 거라고. 그 사람들은 널 죽일 기회만 호시탐탐 노려왔어. 그러니까 제발 가지 마, 신세희. ”“......”신세희는 평소 그녀를 한없이 물고 늘어지던 민정아가 이번에는 가지 말라고 말릴 줄은 미처 몰랐다. 더듬거리며 간신히 용기를 쥐어짜 낸 민정아의 말투에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민정아가 그녀를 도와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내가 너무 허영에 들떴었나 봐.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서 대표님이 정연 언니의 사촌 오빠잖아. 서 대표님 덕분에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거든. 그래서 마치 내가 부잣집 아가씨라도 되는 것처럼 회사에서 횡포를 부렸어. 사실 나도 가난한 월급쟁이에 불과한데. 정연 언니는 우리 가족을 하인쯤으로 여기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난 바보같이 정연 언니의 일에 앞장섰어. 내가 너무 멍청하고 철이 없었어. 네가 날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모든 건 내 자업자득
그냥 이렇게 하자. 신세희는 더 많은 무고한 여자아이를 연루시키기 싫었다. 시선을 거둔 뒤, 신세희는 기사님에게 빨리 가달라고 재촉했다. 한 시간 뒤, 신세희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 이틀이 지난 후, 그녀는 또 이곳에 왔다. 이틀전에 왔을 땐, 유치원 엄마들한테 왕따를 당했었다. 이번에는 어떤 운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신세희는 발로 생각해도, 구자현 같이 무섭고 변태 같은 여자가 지휘하고 있다면, 오늘의 함정 파티는 이틀 전에 했던 학부모 모임보다 더 정도가 심할 걸 알 수 있었다. 신세희의 예상은 역시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을 닫기도 전에 사방에서 20명 정도의 기자들이 달려 들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손에 마이크를 들고, 어떤 사람들은 손에 전문적인 카메라를 들고, 많은 사람들이 신세희를 둘러싼 채, 그녀에게 마이크를 갖다대거나, 신세희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신세희:“......” 그 짧은 1분동안, 신세희는 갑자기 자신이 전국에서 제일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비웃으며 차갑게 웃었다. “다들… 사람 잘못 보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당신들이 앞 다투어 치켜 세워주는 아이돌이 아니에요.” “신세희씨 맞죠?”그 중 한 기자가 물었다. 신세희는 바로 인정했다. “맞아요.” “신세희씨,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실 수 있는 거죠?” 신세희:“저도 몰라요.” “신세희씨, 본인이 아무 것도 안 입고 남자한테 안겨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세희:“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기자:“......”하마터면 말 문이 막힐 뻔했다. “신세희씨, 조금의 수치심도 없나요?” 다른 기자가 더 날카롭게 물었다. 신세희:“제가 수치심이 있든 없든, 그쪽한테 피해 가는 게 있나요?” 기자:“......” 모두 신세희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몇 초간 침묵이 유지된 뒤, 다른 기자가 빠르게 반
신세희는 평온한 표정으로 구자현에게 물었다. “뭐가요?” 구자현은 과장되게 분노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보았다. “신세희, 너 이거… 너 진짜 너무한거 아니야? 어쩐지 서씨 할아버지랑, 남성에 부씨 어르신이 연합해서 널 가둬두고 죽이려 하시더라니, 어쩐지 6년 전에 상류사회 전체가 널 죽이려 들었잖아. 너 진짜 이정도로 수치심이 없구나!” 말이 끝나고 구자현은 매우 경멸하는 눈빛으로 신세희의 뒤쪽에 있는 마이크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을 보았다. 그 기자들은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며, 구자현의 각종 혐오하는 표정들을 포착했다. “당장 이리와! 당신들 당장 이리 안 와? 당신들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나 구자현은 신세희 같은 여자랑 같이 인터넷 핫이슈에 오르기 싫다고!” 구자현은 일부러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단지 소리만 쳐서 그녀는 호텔 관리요원들을 부르지 않고 이 기자 무리들을 쫓아낼 생각이었다. 이때, 기자들의 관심은 구자현에게 향했다. “아가씨, 신세희씨가 여기 올 줄 모르셨던 건가요? 신세희씨가 여기 온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가씨, 저희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실 수 있나요?” “아가씨, 저희 질문을 피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 너무하잖아! 다 꺼져!” 하지만 이럴수록 기자들은 더욱 구자현을 둘러싼 채 질문했다. “아가씨, 화나시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될 줄 모르셨던 거 같은데,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꺼져!” “아가씨, 그렇게 입을 다무시고, 저희한테 꺼지라는 말씀만 하시면,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까 봐 걱정되시진 않나요?” “대체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카메라 앞에서 설명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아가씨, 이렇게 회피하실수록 진실과 멀어진다는 거 모르시나요?” 그녀는 결국 이 기자들을 쫓아내지 못 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고 모든 기자들을 보면서 정의롭게 말했다. “저희 수도의 구씨 가문은 지금까지 한번도 스스로 언론을 건들인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