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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버스 안에서 신세희는 끊임없이 임지강을 떠올렸다. 12살부터 먹여 주고 입혀 주고 학비를 대준 건 임지강이었다. 비록 끊임없이 눈치 주고 생활비도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제공했지만 한때 신세희는 그런 임지강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기를 기대한 적도 있었다.

신세희가 가장 바라는 건 따스함이었다. 그러나 임지강은 한 번도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느덧 신세희는 그런 따스함을 더는 바라지 않게 되었다. 반대로 임씨 집안과의 원한은 날마다 쌓여갔으니 설령 오늘 완벽한 복수는 할 수 없다고 해도 절대로 그들을 마음 편히 지내게 놔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핸드폰을 꺼낸 신세희는 서준명이 전화를 걸어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서씨 집안 노인은 매우 원망스러웠지만 서준명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서준명은 그녀와 서시언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건축 디자인 직업에 몸담게 되었을 때도 서준명은 그녀를 위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잠시 고민하던 신세희가 전화를 받았다.

“네, 준명씨. ”

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러나 서준명은 몹시 다급한 눈치였다.

“세희 씨, 그 동영상은 어떻게 된 거예요? ”

“준명 씨가 본 그대로예요. ”

“그럴 리가요. 세희 씨는 제가 잘 압니다. 혹시 누가 또 나쁜 일을 꾸민 겁니까? 내게 말해 주세요. ”

“뭘 말해 달라는 거죠? 누군가 날 해칠 거라고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준명 씨가 본 그대로입니다. 다른 일 없으시면 이만 끊겠습니다. ”

말을 마친 신세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녀에게 해코지하려는 범인은 서울의 구씨 집안 사람이었다. 또한 부소경이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일 수도 있었다.

2개월 전의 모임에서 신세희는 부소경이 구씨 집안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부씨 집안의 노인보다도 사이가 더 좋아 보였다.

그런 구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신세희를 망가뜨리려고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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