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2823 챕터

제471화

그녀가 두 아이를 보며 말했다."너희는 얼른 들어가."두 아이는 손을 잡고 사이좋게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서수진 엄마는 불쾌한 티를 잔뜩 내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유리 엄마, 오늘은 왜 차를 타고 오지 않은 거예요?"신세희가 가까스로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남편이 출장을 가서요.""그렇지만 오늘 입은 옷도 너무 평범한데요. 거의 잠옷 차림으로 나온 수준이잖아요?""......"잠시 뒤 신세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수진 엄마,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설마 그 천만 원을 구하느라고 차랑 명품 옷을 다 처분한 건 아니죠? 혹시 유리 엄마도 그 아이 엄마처럼 그냥 허세를 부린 거예요? 정말 그런 거라면, 우리 단톡방은 물론이고 유치원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걸요?"서수진 엄마는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평소였다면 신세희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것이다. 기껏해야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면 그만인 문제였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회사에서는 구자현이 그녀를 벼르고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향할지 신세희 본인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강수희 엄마가 다가왔다. 그녀도 신세희를 곱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잔뜩 비웃었다."수진 엄마, 됐어요. 돈도 내겠다는데 파티에 초대 안 할 순 없잖아요? 유리 엄마, 파티에서 봐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세한 일정은요?""이번 주 토요일 오후 세 시요."강수희 엄마가 말했다."알겠어요. 그때 봐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뒤에서 그런 그녀를 보며 서수진 엄마와 강수희 엄마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흉을 봤다."저 꼴 좀 봐요. 파티에서 저 여자를 망신 줘도 늦지 않아요.""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죠.""맞아요.""수진 엄마, 보니까 저 집 아이가 수진이랑 친하던데, 같이 못 놀게 하면 안 돼요?"서수진 엄마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애들끼리 사이가 워낙 좋아야죠. 제가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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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굳이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구자현이라는 걸 알아챈 신세희는 고집스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신세희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은 척하는 건 잘했다. 그녀는 구자현이 욕을 하든 때리든 죽은 척할 심산이었다.신세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살아남아서 신유리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이젠 이판사판이다, 이거지?"구자현이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사팀 팀장, 인사총괄임원과 디자인 디렉터가 구자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디자인팀 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신세희에게 시비를 걸던 여직원들도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덜컥 겁이 났다. 남자 동료들은 신세희가 걱정되어 손에 땀을 쥐었다.이때 구자현이 입을 열었다."여기 직원들도 아마 왜 당신이 나한테 꼼짝 못 하는지, 왜 내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지 무척 궁금할 거야."말을 멈춘 구자현은 일부러 이곳의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 하나같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이때 인사팀 팀장이 말했다."신세희 씨, 이력서에 적힌 학력, 경력 모두 가짜라는 게 사실입니까?"신세희가 순순히 대답했다."네.""공사장 인부였던 것도 사실이고요?"인사팀 팀장이 다시 물었다."그렇습니다."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세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세희를 한껏 노려봤다."이... 망할년! 사람을 속여도 유분수지. 뭐? 공사장 인부? 감히 그러고도 뻔뻔하게 내 상사 노릇을 했다고? 기가 막혀서!"느긋하게 세라를 향해 돌아선 구자현이 미소 지었다."진정해요. 지금부터 그렇게 놀라면 나중엔 턱 떨어질걸요."세라는 이내 얌전하게 웃어 보였다."네, 진실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자현 아가씨. 저 여자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온갖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켰어요. 학력도, 이력서도 다 가짜라면 당장 감옥에 보내야죠!"구자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 치며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들었니? 이 뻔뻔한 여자야. 널 감옥에 보내래.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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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뭐야, 저 걸레한테 딸까지 있대요?""누가 걸레 아니랄까 봐, 잘도 숨겼네요.""우리 팀 남자 직원들도 저 창녀에게 단단히 홀렸잖아요. 혹시 다들 한 번씩 잔 거 아니에요? 어떡해, 다들 얼른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요."세라는 악독한 말을 서슴없이 퍼부었다. 회사에서 그녀는 민정아 다음으로 신세희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주현욱, 진시훈, 동명욱, 송주혁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들은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네 명은 모두 신세희가 마음에 들었지만 절대 이성으로써의 호감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녀리고 얌전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입사하자마자 민정아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지만 몹시 조용하게 그녀를 처리해버렸고, 세라가 텃세를 부리며 괴롭혔어도 그녀가 친 사고를 수습해주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그녀의 상사가 되기까지 했다.신세희는 회사에서 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구 대표와 데이트를 못 해서 안달 났을 것이다. 구 대표의 여자친구는 못되더라도 지위가 높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건 큰 이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개인적으로 구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구자현 씨는 눈이 멀었나? 분명 제 조카가 먼저 신세희에게 관심을 보였던 건데... 집에 가서 제 조카나 잘 단속할 것이지.'비록 마음속엔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사원 송주혁은 그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는 한마디 하려다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신세희는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는 구자현을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을 망가질 때까지 갖고 놀 작정인 듯싶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구자현은 신세희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좋게 말하면 들어 처먹질 않는군."한편,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부소경은 서울의 고위급 간부 병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서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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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신세희는 헛숨을 들이켰다. 구자현이 이런 방식으로 벌을 줄 줄은 미처 몰랐다.잔뜩 해진 신발을 손에 들고 있던 민정아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민정아는 사실 쪼들리는 월급으로 연명하는 평민들 앞에서 부잣집 아가씨 행세를 하며 자신의 허영심을 채웠을 따름이었다. 진정한 부잣집 아가씨를 마주하고 있는 그녀는 시녀보다도 못한 처지였다. 오늘 구자현이 그녀를 부른 이유도 순전히 끄나풀 노릇을 시키기 위해서였다.구자현은 그녀의 차에 탄 민정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러다 차가 육교를 지날 때쯤 가방에서 20만 원을 꺼내며 민정아에게 명령했다."저기 밑에 있는 구두 수선공한테 가서 낡은 신발을 사 와."구자현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민정아가 버벅거리며 질문했다."대체... 신발로 뭐 하시려고요?""신세희 목에 걸어주려고.""…..."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명문가의 아가씨 아니랄까 봐 아이디어가 참으로 남달랐다. 신세희의 목에 낡고 냄새나는 신발이 걸려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잔뜩 신이 났더랬다.그러나 민정아는 구자현이 이런 식으로 신세희의 뺨을 내려치라는 명령을 할 줄은 몰랐다. 당황한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아가씨... 그러니까... 저년의 얼굴을 때, 때리라고요?""그래. 당장.""...…"민정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의 얼굴을 엉망이 될 때까지 때린다면 정말 감옥에 갈지도 몰랐다.평소 제멋대로 날뛰는 그녀였지만, 그것들은 언제까지나 작은 소란일 뿐이었다. 이렇듯 대놓고 사람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짓을 저지를 배짱은 없었다. 민정아는 심지어 속으로 구자현을 비난하기도 했다.'그렇게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왜 자기가 직접 때리지 않고?'그러나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을 뿐 감히 입 밖에 낼 순 없었다.민정아는 겁에 질린 눈빛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그런 민정아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구자현이 비웃었다."한심하긴. 누가 신세희 대신 보복하기라도 할까 봐서 그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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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그러나 사무실 문밖에서 구경하던 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어휴, 소문이란 참 무섭네요.""그러게요. 난 신세희 씨가 불쌍해요. 그냥 미혼모일 뿐이잖아요.""그리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어요. 신세희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구 대표님이잖아요. 세희 씨는 계속 무시했고요.""공사장에서 몸을 팔았다고? 인부들에게 몸을 파는 걸 본인이 직접 보기라도 했대? 왜 저래.""점점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우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럴 힘도 없고. 그래도 함부로 입을 놀리진 말자고요."모두 작은 소리로 수군대는 가운데 어떤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여기가 무법천지예요?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그녀는 다름 아닌 엄선희였다. 사람들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신세희를 보호하듯 자신의 뒤편으로 보냈다. 엄선희는 잔뜩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구자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당신은 또 뭔가요?"구자현은 하찮은 물건을 바라보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엄선희는 잔뜩 턱을 치켜들었다."엄선희입니다. 경고하는데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나도 빽이 있다고요."구자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빽? 설마 부소경 오빠의 운전기사나 하는 엄선우를 말하는 건가요? 진심이에요?""당신이 그걸 어떻게..."구자현은 코웃음 치며 엄선희의 물음을 무시한 채 오히려 그녀에게 반문했다."이봐요, 아가씨. 줄 똑바로 서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신 뒤에 있는 신세희의 의견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어제 신세희한테 경고했거든요, 얌전히 회사에 나와서 내 처분을 기다리라고. 봐요, 오늘도 이렇게 고분고분 내 말에 따르잖아요. 어쩌면 신세희는 내가 자기 뺨을 뭉개버리길 바랄지도 모른다고요."그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민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구자현 아가씨. 아가씨 집안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 세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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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엄선희는 멍하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 씨... 구자현 아가씨의 말이 사실인가요? 당신이… 당신이 바로 2개월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그 여자라고요?"모두의 앞에서 강제로 정체가 밝혀진 신세희는 누군가 송곳으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로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었다.신세희는 차마 엄선희의 물음에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신세희는 생기 없는 눈빛으로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사무실을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경악했다."세상에! 그게 신세희라고?""신세희가 출근한 첫날, 우리 둘이 엘리베이터에서 잡혀 온 그 여자에 대해 의논했었잖아요. 바로 우리 옆에서 뻔히 듣고 있었으면서, 자기 얘길 하는 걸 알면서도 어쩜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을까요? 대체 속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건지!"그 사원은 자신이 신세희의 뒷담화를 했다는 자각도 없이 오히려 신세희를 꿍꿍이가 많은 여자라며 물어뜯었다."그런 여자가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6년 전에 조의찬, 서시언, 서준명 도련님들을 꼬셨겠어요. 게다가 70살 먹은 영감과도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하던데. 넓은 룸에서 한꺼번에 열 몇 명을 상대했다는 소문까지 들리더라고요….""예전에 그런 장사를 하는 빈민촌에서 살았다고 하던데…."디자인팀 사무실을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신세희에 대해 의논했다.신세희의 편을 들어주던 엄선희는 망연히 주위를 둘러보았다."소문에 의하면, 남자들 시중을 들게 하려고 부소경 도련님이 저 여자를 잡아 왔다고 하더라고요.""내가 직접 봤어요!"그 중 한 사람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자친구와 함께 운전 연습을 하다가 저 여자가 차 안에서 코치 복장을 한 남자의 시중을 드는 걸 봤어요."그럴듯하게 말을 마친 그녀는 신세희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신세희의 옆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었지만 코치 복장을 한 남자는 뒷모습만 나왔을 뿐이었다."어머나, 정말 창녀였잖아!""어쩐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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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그러려면 일단 부소경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구자현은 부소경을 가장 먼저 좋아했던 여자였다. 당시의 부소경은 해외로 쫓겨난 초라한 사생아였다. 구자현은 그에게 자기 심장이라도 꺼내줄 기세였지만 부소경은 그녀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구자현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끊임없이 부소경을 쫓아다녔고 그럼에도 부소경은 여전히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중에는 부소경을 향한 마음이 “애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아이러니하게도 부소경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부소경 옆에 있는 여자들을 한껏 증오하게 된 것이었다.6년 전, 구자현은 임서아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했었다.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온 그녀가 임서아를 단칼에 찔러 죽이겠다 결심하던 차 부소경이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부소경의 어머니도 곧 유명을 달리할 것 같았기에 구자현은 굳이 부소경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다.부소경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던 구자현은 다시 조용히 서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소경이 결혼식장에서 임서아와 파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구자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환호를 내지를 뻔했다.그때부터 구자현은 임서아를 미워하지 않았다.나중에 임서아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따라 서울에 몇 번 놀러 온 적 있었는데, 매번 그녀의 아버지가 노인을 접대했었다. 구자현의 아버지인 구성훈은 노인의 옛 부하였다. 재위 기간 구성훈을 부단히 요직에 발탁한 덕분에 구씨 집안사람들은 노인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이런 만남을 계기로 구자현은 임서아와 안면을 트게 된 것이다.구자현은 임서아가 못마땅했지만 높으신 분의 외손녀라 어쩔 수 없이 임서아와 왕래했다.두 달 전, 신세희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그녀에게서 전해 들은 구자현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부소경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가득 찬 그녀는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조금도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챘었다. 그러나 신세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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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깜짝 놀란 세라는 신발 한 짝을 허공에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멈추었다. 고개를 홱 돌려보니 그녀를 멈춰 세운 건 사무실의 막내 남자 직원인 송주혁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인턴사원인 그는 지난번 부서의 남자 디자이너들이 신세희를 위해 나서줬을 때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선뜻 목소리를 낸 것이다.세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송주혁은 냅다 세라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20대의 건장한 젊은이는 아주 손쉽게 여자를 쓰러뜨렸다. 넘어진 세라가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는 또 신세희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신세희는 바보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이 아찔해졌다.'이 사람은...'이곳에서 몇 주 동안 함께 일하면서 신세희는 송주혁이 매우 똑똑하고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상 누나라고 다정히 부르는 그에게 신세희는 하숙민 아주머니가 그러했듯 유용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기를 구해준다고?송주혁이 그녀를 품에 안고 밖으로 돌진할 때 신세희는 내려오려고 발버둥 쳤다."주혁 씨. 날 이만 내려줘요.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나는 어차피 오늘 맞아야만 해요. 나에겐 딸이 있어요. 만약 구자현 씨가 내게 화풀이하지 못한다면 내 딸에게 화가 미칠지도 몰라요. 주혁 씨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얼른 내려줘요. 난 돌아가야 해요."신세희의 말을 들은 송주혁은 마음이 쓰라렸다. 사나이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은 그는 그녀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미친 듯이 밖으로 돌진했다.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그는 그대로 신세희를 안고 밑으로 내려갔다. 회사 밖 큰길에 이른 그는 그제야 신세희를 내려주었다. 송주혁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세희 누나, 얼른 도망가요. 딸아이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신세희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6년 동안이나 도망 다녔지만 이렇게 잡혀왔는 걸요."송주혁이 험한 욕설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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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신발을 빼앗아 들고 민정아와 구자현의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어졌다. 엄선희가 화를 내기도 전에 세라가 다시 민정아에게서 신발 한 짝을 가져왔다."민정아 씨, 나도 신세희를 미워하긴 마찬가지예요. 그럼 둘이 때리는 건 어때요? 누가 더 망가뜨릴지 내기해요."두 사람이 서로 신세희를 때리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구자현은 활짝 웃었다.참다못한 엄선희가 욕설을 퍼부었다."민정아 씨, 당신은 등신이에요."모두 깜짝 놀라며 엄선희에게 시선을 돌렸다.엄선희는 민정아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아가씨 놀음에 심취한 나머지 본인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보죠? 당신도 그저 월급쟁이에 불과하잖아요! 어느 부잣집 아가씨가 스킨로션이 비싸다고 손을 벌벌 떨어요. 가난한 건 죄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있는 집안사람들의 끄나풀 노릇은 하지 말아야죠. 당신은 정말 멍청하고 가여운 사람이에요. 왜 신세희 씨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세희 씨가 당신 조상님의 무덤이라도 팠나요? 당신 남자라도 빼앗았어요? 아니잖아요. 정말로 당신 사촌 언니의 남편을 빼앗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왜 매번 당사자 대신 민정아 씨가 나서는데요? 어리석긴. 만약 신세희 씨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당신을 찢어 죽여버리겠어요!"한바탕 욕설을 쏟아낸 엄선희는 이번에 세라를 쳐다보았다."이 천박한 여자야. 당신 실수를 세희 씨가 덮어주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회사에서 잘리고도 남았어. 그런데 세희 씨는 그 어떤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신세희를 건드리기만 해봐, 내가 당신 얼굴을 물어 뜯어버릴 거야!"민정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녀는 이 일에서 빠지고 싶었다. 신세희를 때리는 건 그녀도 내키지 않았다.예전에 망가진 의자를 바꿔치기했던 전적은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볍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의자가 다시 되돌아와 본인이 다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사실 그녀는 의자 사건도 몹시 후회하는 중이었다. 끄나풀 노릇을 한다는 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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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엄선희를 자신의 뒤에 숨긴 신세희가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마음이 풀릴 때까지 실컷 때려요. 누가 날 구하러 와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요."말을 마친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분고분 세라에게 자기 뺨을 내주었다.신세희의 말을 들은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사무실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 싸움이 누군가의 얼굴을 망가뜨릴 정도로 잔인하게 번지는 건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대부분 사람은 더는 세라의 편을 들어 줄 수 없었다. 잔인한 장면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세라의 악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랐다. 입사하자마자 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세희가 미웠다. 디자인의 문제점을 발견했음에도 알려주지 않았던 신세희가 미웠다. 2천만 원을 갈취하려던 신세희가 미웠다. 가장 증오스러운 건 부소경이 어느 시골구석에서 잡아 온 죄인 주제에 그녀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다는 사실이었다.비록 얼굴을 망가뜨리는 건 잔인한 처사였지만, 신세희에게 해코지함으로써 구자현의 눈에 들어 상류층에 연줄이 닿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잣집 도련님들을 입맛대로 고를 수도 있었고 남성의 권력자인 부소경의 눈에 들 수도 있었다. 또한 이건 부소경을 대신해 신세희를 응징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스스로 납득한 세라는 망설임 없이 신발 한 짝을 들어 올려 신세희의 뺨을 힘껏 내려쳤다."안돼..."뒤에서 엄선희가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신세희에게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다.뺨에서 따끔거리는 고통이 엄습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은 호빵처럼 잔뜩 부어올랐다. 한참이 지나자 귀가 먹먹해지며 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되었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신발 밑창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사람들은 가슴을 졸이며 침묵하고 있었지만 구자현은 퍽 즐거운 눈치였다. 그녀는 마치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처럼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신세희,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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