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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그러려면 일단 부소경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

구자현은 부소경을 가장 먼저 좋아했던 여자였다. 당시의 부소경은 해외로 쫓겨난 초라한 사생아였다. 구자현은 그에게 자기 심장이라도 꺼내줄 기세였지만 부소경은 그녀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구자현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끊임없이 부소경을 쫓아다녔고 그럼에도 부소경은 여전히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중에는 부소경을 향한 마음이 “애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소경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부소경 옆에 있는 여자들을 한껏 증오하게 된 것이었다.

6년 전, 구자현은 임서아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했었다.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온 그녀가 임서아를 단칼에 찔러 죽이겠다 결심하던 차 부소경이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부소경의 어머니도 곧 유명을 달리할 것 같았기에 구자현은 굳이 부소경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다.

부소경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던 구자현은 다시 조용히 서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소경이 결혼식장에서 임서아와 파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구자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환호를 내지를 뻔했다.

그때부터 구자현은 임서아를 미워하지 않았다.

나중에 임서아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따라 서울에 몇 번 놀러 온 적 있었는데, 매번 그녀의 아버지가 노인을 접대했었다. 구자현의 아버지인 구성훈은 노인의 옛 부하였다. 재위 기간 구성훈을 부단히 요직에 발탁한 덕분에 구씨 집안사람들은 노인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이런 만남을 계기로 구자현은 임서아와 안면을 트게 된 것이다.

구자현은 임서아가 못마땅했지만 높으신 분의 외손녀라 어쩔 수 없이 임서아와 왕래했다.

두 달 전, 신세희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그녀에게서 전해 들은 구자현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부소경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가득 찬 그녀는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조금도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챘었다. 그러나 신세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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