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무실 문밖에서 구경하던 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어휴, 소문이란 참 무섭네요.""그러게요. 난 신세희 씨가 불쌍해요. 그냥 미혼모일 뿐이잖아요.""그리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어요. 신세희 씨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구 대표님이잖아요. 세희 씨는 계속 무시했고요.""공사장에서 몸을 팔았다고? 인부들에게 몸을 파는 걸 본인이 직접 보기라도 했대? 왜 저래.""점점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우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럴 힘도 없고. 그래도 함부로 입을 놀리진 말자고요."모두 작은 소리로 수군대는 가운데 어떤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여기가 무법천지예요?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그녀는 다름 아닌 엄선희였다. 사람들을 밀치고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신세희를 보호하듯 자신의 뒤편으로 보냈다. 엄선희는 잔뜩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구자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당신은 또 뭔가요?"구자현은 하찮은 물건을 바라보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엄선희는 잔뜩 턱을 치켜들었다."엄선희입니다. 경고하는데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나도 빽이 있다고요."구자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빽? 설마 부소경 오빠의 운전기사나 하는 엄선우를 말하는 건가요? 진심이에요?""당신이 그걸 어떻게..."구자현은 코웃음 치며 엄선희의 물음을 무시한 채 오히려 그녀에게 반문했다."이봐요, 아가씨. 줄 똑바로 서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신 뒤에 있는 신세희의 의견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어제 신세희한테 경고했거든요, 얌전히 회사에 나와서 내 처분을 기다리라고. 봐요, 오늘도 이렇게 고분고분 내 말에 따르잖아요. 어쩌면 신세희는 내가 자기 뺨을 뭉개버리길 바랄지도 모른다고요."그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민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구자현 아가씨. 아가씨 집안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 세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엄선희는 멍하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 씨... 구자현 아가씨의 말이 사실인가요? 당신이… 당신이 바로 2개월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그 여자라고요?"모두의 앞에서 강제로 정체가 밝혀진 신세희는 누군가 송곳으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로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었다.신세희는 차마 엄선희의 물음에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신세희는 생기 없는 눈빛으로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사무실을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경악했다."세상에! 그게 신세희라고?""신세희가 출근한 첫날, 우리 둘이 엘리베이터에서 잡혀 온 그 여자에 대해 의논했었잖아요. 바로 우리 옆에서 뻔히 듣고 있었으면서, 자기 얘길 하는 걸 알면서도 어쩜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을까요? 대체 속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건지!"그 사원은 자신이 신세희의 뒷담화를 했다는 자각도 없이 오히려 신세희를 꿍꿍이가 많은 여자라며 물어뜯었다."그런 여자가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6년 전에 조의찬, 서시언, 서준명 도련님들을 꼬셨겠어요. 게다가 70살 먹은 영감과도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하던데. 넓은 룸에서 한꺼번에 열 몇 명을 상대했다는 소문까지 들리더라고요….""예전에 그런 장사를 하는 빈민촌에서 살았다고 하던데…."디자인팀 사무실을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신세희에 대해 의논했다.신세희의 편을 들어주던 엄선희는 망연히 주위를 둘러보았다."소문에 의하면, 남자들 시중을 들게 하려고 부소경 도련님이 저 여자를 잡아 왔다고 하더라고요.""내가 직접 봤어요!"그 중 한 사람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자친구와 함께 운전 연습을 하다가 저 여자가 차 안에서 코치 복장을 한 남자의 시중을 드는 걸 봤어요."그럴듯하게 말을 마친 그녀는 신세희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신세희의 옆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었지만 코치 복장을 한 남자는 뒷모습만 나왔을 뿐이었다."어머나, 정말 창녀였잖아!""어쩐지, 구
그러려면 일단 부소경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구자현은 부소경을 가장 먼저 좋아했던 여자였다. 당시의 부소경은 해외로 쫓겨난 초라한 사생아였다. 구자현은 그에게 자기 심장이라도 꺼내줄 기세였지만 부소경은 그녀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구자현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끊임없이 부소경을 쫓아다녔고 그럼에도 부소경은 여전히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중에는 부소경을 향한 마음이 “애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아이러니하게도 부소경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부소경 옆에 있는 여자들을 한껏 증오하게 된 것이었다.6년 전, 구자현은 임서아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했었다.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온 그녀가 임서아를 단칼에 찔러 죽이겠다 결심하던 차 부소경이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부소경의 어머니도 곧 유명을 달리할 것 같았기에 구자현은 굳이 부소경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다.부소경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던 구자현은 다시 조용히 서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소경이 결혼식장에서 임서아와 파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구자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환호를 내지를 뻔했다.그때부터 구자현은 임서아를 미워하지 않았다.나중에 임서아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따라 서울에 몇 번 놀러 온 적 있었는데, 매번 그녀의 아버지가 노인을 접대했었다. 구자현의 아버지인 구성훈은 노인의 옛 부하였다. 재위 기간 구성훈을 부단히 요직에 발탁한 덕분에 구씨 집안사람들은 노인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이런 만남을 계기로 구자현은 임서아와 안면을 트게 된 것이다.구자현은 임서아가 못마땅했지만 높으신 분의 외손녀라 어쩔 수 없이 임서아와 왕래했다.두 달 전, 신세희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그녀에게서 전해 들은 구자현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부소경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가득 찬 그녀는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조금도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챘었다. 그러나 신세희는
깜짝 놀란 세라는 신발 한 짝을 허공에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멈추었다. 고개를 홱 돌려보니 그녀를 멈춰 세운 건 사무실의 막내 남자 직원인 송주혁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인턴사원인 그는 지난번 부서의 남자 디자이너들이 신세희를 위해 나서줬을 때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선뜻 목소리를 낸 것이다.세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송주혁은 냅다 세라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20대의 건장한 젊은이는 아주 손쉽게 여자를 쓰러뜨렸다. 넘어진 세라가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는 또 신세희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신세희는 바보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이 아찔해졌다.'이 사람은...'이곳에서 몇 주 동안 함께 일하면서 신세희는 송주혁이 매우 똑똑하고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상 누나라고 다정히 부르는 그에게 신세희는 하숙민 아주머니가 그러했듯 유용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기를 구해준다고?송주혁이 그녀를 품에 안고 밖으로 돌진할 때 신세희는 내려오려고 발버둥 쳤다."주혁 씨. 날 이만 내려줘요.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나는 어차피 오늘 맞아야만 해요. 나에겐 딸이 있어요. 만약 구자현 씨가 내게 화풀이하지 못한다면 내 딸에게 화가 미칠지도 몰라요. 주혁 씨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얼른 내려줘요. 난 돌아가야 해요."신세희의 말을 들은 송주혁은 마음이 쓰라렸다. 사나이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은 그는 그녀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미친 듯이 밖으로 돌진했다.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그는 그대로 신세희를 안고 밑으로 내려갔다. 회사 밖 큰길에 이른 그는 그제야 신세희를 내려주었다. 송주혁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세희 누나, 얼른 도망가요. 딸아이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신세희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6년 동안이나 도망 다녔지만 이렇게 잡혀왔는 걸요."송주혁이 험한 욕설을 내
엄선희는 당장이라도 신발을 빼앗아 들고 민정아와 구자현의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어졌다. 엄선희가 화를 내기도 전에 세라가 다시 민정아에게서 신발 한 짝을 가져왔다."민정아 씨, 나도 신세희를 미워하긴 마찬가지예요. 그럼 둘이 때리는 건 어때요? 누가 더 망가뜨릴지 내기해요."두 사람이 서로 신세희를 때리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구자현은 활짝 웃었다.참다못한 엄선희가 욕설을 퍼부었다."민정아 씨, 당신은 등신이에요."모두 깜짝 놀라며 엄선희에게 시선을 돌렸다.엄선희는 민정아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아가씨 놀음에 심취한 나머지 본인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보죠? 당신도 그저 월급쟁이에 불과하잖아요! 어느 부잣집 아가씨가 스킨로션이 비싸다고 손을 벌벌 떨어요. 가난한 건 죄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있는 집안사람들의 끄나풀 노릇은 하지 말아야죠. 당신은 정말 멍청하고 가여운 사람이에요. 왜 신세희 씨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세희 씨가 당신 조상님의 무덤이라도 팠나요? 당신 남자라도 빼앗았어요? 아니잖아요. 정말로 당신 사촌 언니의 남편을 빼앗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왜 매번 당사자 대신 민정아 씨가 나서는데요? 어리석긴. 만약 신세희 씨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당신을 찢어 죽여버리겠어요!"한바탕 욕설을 쏟아낸 엄선희는 이번에 세라를 쳐다보았다."이 천박한 여자야. 당신 실수를 세희 씨가 덮어주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회사에서 잘리고도 남았어. 그런데 세희 씨는 그 어떤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신세희를 건드리기만 해봐, 내가 당신 얼굴을 물어 뜯어버릴 거야!"민정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녀는 이 일에서 빠지고 싶었다. 신세희를 때리는 건 그녀도 내키지 않았다.예전에 망가진 의자를 바꿔치기했던 전적은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볍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의자가 다시 되돌아와 본인이 다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사실 그녀는 의자 사건도 몹시 후회하는 중이었다. 끄나풀 노릇을 한다는 엄선희
엄선희를 자신의 뒤에 숨긴 신세희가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마음이 풀릴 때까지 실컷 때려요. 누가 날 구하러 와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요."말을 마친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분고분 세라에게 자기 뺨을 내주었다.신세희의 말을 들은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사무실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 싸움이 누군가의 얼굴을 망가뜨릴 정도로 잔인하게 번지는 건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대부분 사람은 더는 세라의 편을 들어 줄 수 없었다. 잔인한 장면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세라의 악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랐다. 입사하자마자 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세희가 미웠다. 디자인의 문제점을 발견했음에도 알려주지 않았던 신세희가 미웠다. 2천만 원을 갈취하려던 신세희가 미웠다. 가장 증오스러운 건 부소경이 어느 시골구석에서 잡아 온 죄인 주제에 그녀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다는 사실이었다.비록 얼굴을 망가뜨리는 건 잔인한 처사였지만, 신세희에게 해코지함으로써 구자현의 눈에 들어 상류층에 연줄이 닿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잣집 도련님들을 입맛대로 고를 수도 있었고 남성의 권력자인 부소경의 눈에 들 수도 있었다. 또한 이건 부소경을 대신해 신세희를 응징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스스로 납득한 세라는 망설임 없이 신발 한 짝을 들어 올려 신세희의 뺨을 힘껏 내려쳤다."안돼..."뒤에서 엄선희가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신세희에게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다.뺨에서 따끔거리는 고통이 엄습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은 호빵처럼 잔뜩 부어올랐다. 한참이 지나자 귀가 먹먹해지며 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되었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신발 밑창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사람들은 가슴을 졸이며 침묵하고 있었지만 구자현은 퍽 즐거운 눈치였다. 그녀는 마치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처럼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신세희,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거울
세라:“......” 망설이다가 그녀는 갑자기 소리쳤다. “겨… 경찰 아저씨, 어…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저 잡아가지 마세요. 이 여자를 잡아가셔야죠. 이 여자가 세컨드예요. 감옥에서 도망쳐 나온 죄인이 이 여자고, 학력을 위조한 거짓말쟁이예요. 이 여자가… 아, 아파요…” 경찰은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여성분께서 무슨 잘못을 하셨든 때리시면 안되죠. 당신이 사무실에서 사람을 때린 건 이미 법을 어긴 행위이니 저희랑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경찰은 세라를 체포해서 밖으로 나갔고, 세라가 비협조적으로 굴어서 그녀의 손목에는 핏자국이 남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는 아픈 걸 신경 쓸 수가 없었고, 그저 미친듯이 소리쳤다. “아가씨, 자현 아가씨,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아가씨께서 신세희를 때리라고 시키셨잖아요.” 구자현은 차갑게 말했다. “멍청한 것!” 그녀는 가만히 경찰이 세라를 데려가는 걸 보았고, 세라를 대신해서 한 마디도 도와주지 않았다. 게다가 세라가 경찰한테 잡혀가자 그녀는 현장에서 물었다. “누구죠? 누가 신고한 거예요? 나한테 들기면 아주 가만 안 둘 줄 알아요!” 부서에 있던 진시훈, 주현욱, 동명욱 세 사람이 동시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순간, 세 사람은 같은 마음으로 말을 하지 않았고, 비록 그들은 자신들이 신세희의 운명을 구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잠시라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었다. 이때, 디자인 디렉터가 수습하려 했다. “아이고, 아가씨, 제가 봤을 땐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신세희씨가 아가씨한테 잘못을 했고 이미 맞았으니, 분이 안 풀리시더라도 이 일은 여기서 끝내시죠. 만약 일이 커지면 세라씨가 경찰 쪽에서 아가씨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잖아요?” 디렉터는 이 일을 그저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디자인 팀에서 악화시킬 수는 없었다. 그녀는 구자현의 눈치를 보았고, 구자현은 생각하다가 눈썹을 올렸다. “맞는 말이네요, 그렇게 하죠 그럼.”
전화 너머 역시 구자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세희, 뭐라고 말해야 될지 내가 알려줄 필요 없지?” 신세희는 평온하게 물었다.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허튼소리!”구자현은 여유롭게 웃었다. “네 연락처는 인사팀 파일 안에 있으니까 내가 당연히 알지. 너 지금 경찰에서 진술중인 거 알아. 세라가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가 어떻게 말하냐에 달렸겠지.” 신세희는 여전히 평온한 말투였다. “그럼 그쪽은 세라씨를 지키려는 거예요? 아님 본인을 지키려는 거예요?” 구자현은 화를 냈다.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신세희:“양쪽 다 같이 죽자는 뜻이죠!” 구자현:”네가 감히 그럴 수 있어?” 신세희는 쓸쓸하게 말했다. “감히 못 그러겠죠. 제 딸의 운명이 그쪽 손 안에 있으니까 당연히 못 그래요. 하지만 경찰서에서 제가 사실을 말하게 해주셔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세라씨는 분명 절 때렸고 경찰도 봤어요.” 구자현:“......”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좋아! 그러게 경찰이 왔는데 누가 걔보고 바보 같이 거기서 신발을 들고 있으래?” 신세희는 뚝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신세희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맑은 소리로 말했다. “경찰관님, 세라씨가 제 얼굴을 때렸고, 제 이빨까지 흔들리고 있어요. 저는 경찰측에서 이 여자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저한테 해줄 수 있게 요청드려요!” 세하:“당신......신세희씨, 내가 방금 자현 아가씨랑 전화하는 거 들었어요. 아가씨가 날 놓아주라고 했잖아요. 날 안 놓아주면 아가씨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신세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세라씨가 절 때렸고 경찰분들도 다 보셨는데, 제가 왜 다른 사람을 신경써야 하죠? 경찰관님도 보셨잖아요. 이 분이 아직도 인정을 안 하시네요. 온 회사 사람이 다 증인이고, 그게 아니면 누군가 왜 신고를 했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폭행을 휘두른 이 사람을 엄격하게 처벌해주세요!” 세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