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071 - 챕터 2080

2823 챕터

제2071화

“그러게, 말이에요, 운이 좋았던 거죠. 질투가 나지만 왕자님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어요.”“호호, 우리 이따가 결혼 축하한다고 영어로 말해보죠,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하하, 좋은 생각이에요.”“민정아가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듣기론 평소에 열등감을 많이 느낀다던데...”“가요, 가서 축하해 주자고요...”한때 구서준과 결혼하고 싶어 했던 명문 규수들이 떠들썩하게 웃으며 민정아를 향해 걸어갔다.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인파 속에서 구 씨 집안의 친척들을 찾고 있었던 민정아는 그다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신세희가 말한 것처럼 이건 그녀의 결혼식이었다.그녀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었다.한 무리의 여자들이 재잘거리며 걸어왔다. 그녀들과 등지고 있는 민정아에게 인사를 하려고 하던 그때, 신부를 향해 다가오는 잘생긴 외모에 양복 차림의 외국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명문 귀부인 중 한 명은 이 외국인 미남에 대해 알고 있었다.“와, 다니엘이네! 저분은 서양에서 가장 젊고 가장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 다니엘인데, 엄청 유명해요. 우리 아들도 나중에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게 할 생각이랍니다.”“어머, 저분은 유명하신 데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분위기까지 있네요.”“다니엘은 서준 왕자님이 특별히 외국에서 모셔 온 친구라는 거 다들 잊지 마세요.”“아, 그 누구더라, 은희 씨는 아직 결혼 안 했으니 한 번 잘해봐요, 마침 부동산 사업도 하고 계시잖아요...”은희라고 불리는 여자가 갑자기 수줍어하며 말했다.“서양에서 이름있는 유명한 디자이너신데 제가 들이댄다고 만날 수 있을까요?”“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요?”“은희 씨는 적어도 민정아보다 훨씬 낫잖아요, 민정아도 서준 도련님과 만나는데 은희 씨도 분명 다니엘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알겠어요, 한 번 해볼게요.”은희는 용기를 내어 다니엘에게 다가갔다.그러다 민정아에게 다가간 다니엘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민정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다니엘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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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2화

사람들은 구서준의 말에 깜짝 놀랐다.구서준은 우쭐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제 마누라는 말이죠, 쌍둥이를 임신했어요. 게다가 일이 가장 바쁠 때 임신한 거랍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건축설계도를 디자인하며 쌍둥이를 임신한 거죠, 이렇게 능력 좋은 마누라를 보신 적 있으세요?”이 말을 듣자, 민정아의 얼굴이 빨개졌다.오늘 신부인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구서준의 말에 그녀를 괴롭히려던 명문 규수들은 얼굴이 어두워진 채 한쪽으로 물러났다.오히려 민정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경성에는 풍습이 있었다.바로 신부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다.신혼 당일 신부는 모든 소란을 견뎌야 했다.하지만 구서준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말에 그 누구도 민정아를 괴롭힐 수 없었다.그녀와 구서준의 이번 세기의 결혼식은 경성에서 성대하고 떠들썩하고 온화한 분위기였기에 민정아의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그녀는 숙모 고윤희와 신세희가 결혼한 남자들이 그녀의 남편 구서준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윤희와 신세희는 그녀처럼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었다.민정아의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결혼식이 끝날 때쯤 민정아는 엄선희에게 자랑했다.“선희 씨, 내 결혼식 봤지? 떠들썩하지.”엄선희는 정말 부러웠다.어떤 여자가 그녀의 결혼식을 부러워하지 않겠는가?그녀는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었다.“정아 씨, 정아 씨 결혼식이 이렇게 원만한 걸 보니 나도 정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좋아요! 언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요? 우리 서 씨 집안의 결혼식은 절대 구 씨 집안보다 나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남편인 내가 무조건 정아 씨보다 더 좋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해줄 거라고요.”엄선희의 눈동자 속에 한줄기의 빛이 아른거렸다.“정말이죠!”“그렇고말고!”“좋아요, 준명 씨, 그럼, 우리 언제 결혼해요?”엄선희가 먼저 물었다.서준명은 깜짝 놀랐다.“......”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엄선희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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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3화

엄선희는 비록 결혼을 두려워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아이였다.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심지어 큰아버지, 사촌 오빠마저 모두 그녀를 아꼈기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억울함을 느끼거나 고생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서준명과의 연애만이 부담감을 받게 하는 일이었다.그녀가 느끼는 부담감은 서 씨 집안 어르신 때문이었고 엄선희는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는지 직접 보았기에 그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그녀의 서 씨 집안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은 시간이 흘러 그 또한 느낄 수 있었다.한 번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먼저 엄선희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항상 재잘거리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나를 만났을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구나, 혹시 내가 무서운 거냐?”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더니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너와 준명이가 2년 동안이나 연애했는데 아직도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혹여 나 때문이냐?”서 씨 집안 어르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모든 걸 눈치챌 수 있었다.엄선희가 입을 다물었다.“......”“얘야,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의 결혼식을 막지 않겠다.”서 씨 집안 어르신이 부드럽게 말했다.엄선희는 믿을 수가 없었고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네가 나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어, 사실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할 만한 방법이 있긴 한데.”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엄선희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그게... 어떤 방법이죠?”“내가 죽는 거지.”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그 말에 엄선희가 묻는다.“아니...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서 씨 집안 어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할아버지는 너랑 농담을 하는 게 아니란다, 할아버지한테는... 너도 알다시피 산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란다. 나한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쉬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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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4화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얘야,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거냐? 이젠... 내가 무섭지 않은 거냐? 아니... 이젠 내가 싫지 않은 거냐?”엄선희는 머쓱했다.“할아버지, 알고 계셨어요?”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이젠 아흔이 넘어 곧 산송장과 다름없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 있겠느냐? 나도 많이 생각해 봤어, 네가 만약 할아버지를 싫다고 하면 너와 준명이가 결혼하고 나서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가려고...”“아니에요...”엄선희는 그렇게 마음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미안해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저와 신세희 씨는 가까운 사이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세희 씨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걸 봐왔어요. 할아버지의 가짜 손녀가 매번 신세희 씨를 모함할 때마다 제가 할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했는데요. 세희 씨가 진희 이모와 함께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저는 할아버지도...”엄선희는 이따금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앞으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꿀게요. 한 사람이 자기 잘못을 알았다면 언제 잘못을 뉘우치든지 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와 준명 씨는 자유연애를 하고 있고 저는 준명 씨를 사랑해요. 제가 만약 할아버지 때문에 준명 씨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 집은 온전히 할아버지 집이에요, 그러니 오랫동안 여기 계셔야 해요. 할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저와 준명 씨는 할아버지의 옛 저택에 살아도 되고요. 만약 할아버지와 아버님, 어머님이 불편해하시면 저희가 대출로 집을 구하겠어요.”엄선희는 순수하고 착해서 결코 과욕스럽지 않았다.그녀는 물질적인 것을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어릴 적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결혼을 하고 함께 집을 마련하여 함께 생활하는 나날들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했다.엄선희의 말에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더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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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5화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구서준은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를 안고서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결혼식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한쪽은 엄선희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서준을 따라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엄선희 입장에선 경사가 겹친 날이었다.그녀가 결혼하는 날이었고.그녀의 제일 친한 절친은 아이를 낳는 날이었으니.결혼식은 여전히 북적북적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엄선희와 서준명을 합방시킨 뒤에서야 신세희 일행은 병원으로 향했다.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민정아는 처음 아이를 낳는 것이기도 했고,게다가 쌍둥이였으니 힘들 것 같았다.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더 빨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 조금만 더 빨리.마치 그녀가 일찍 도착하면 민정아가 덜 힘들 것처럼 재촉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쌍둥이도 쉽게 낳을 수 있을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신세희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윤희 언니는 아이를 낳을 때 수술대에서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했었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며칠 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했다고요. 고령 산모였던 형수도 출산할 때 생명의 위험이 있었고요. 그래서 정아 씨도 위험한 상황일까 봐 너무 걱정돼요. 정아 씨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여리고 민감하고 겁도 많은 사람이에요.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였다고요. 여자들은 아이를 낳을 때 많은 생각을 하죠. 머릿속엔 자신의 과거도 스쳐 지나가고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해요. 정아 씨의 부모님이 독한 마음으로 자신을 버린 데다가 평생 속이기만 하고 학교는커녕 나쁜 것만 가르쳐 주고 자비심 때문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한 걸 생각하면 얼마나 힘이 빠질지.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 힘을 쓰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요!”신세희의 말에 부소경은 모든 건 아내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는 걸 눈치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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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6화

홀로 분만실 밖에 서 있는 구서준의 표정이 이상하다.신세희의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녀는 구서준을 덥석 잡았다.“정아 씨는요! 정아 씨는 좀 어떠냐고요! 설마, 설마 정아 씨의 소리가 안 들리던가요? 빨리 알려줘요, 정아 씨 어떻게 됐어요!”구서준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더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작은 엄마, 그거 아세요?”신세희가 묻는다.“네?” “우리 정아 씨가요, 정아 씨가 분만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쌍둥이를 낳았어요!”신세희는 멍해졌다.“......”뒤에 있던 부소경도 깜짝 놀랐다.“무통분만이라고 아세요? 이렇게 빨리 출산하는 건 처음 봐요. 작은 엄마, 전 정말 윤희 숙모 그리고 서시언 도련님 아내분 유미 형수 모두 아이를 낳을 때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신세희는 말문이 막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구서준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아내가 출산하는데 분만실 밖에서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요,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할 셈이세요!”그 뒤를 이어 구경민, 고윤희 그리고 고윤희의 2살 반 되는 아들 구형민이 도착했다.서시언과 그의 아내 성유미,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 서도현도 뒤따라왔다.그 뒤에는 조의찬과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반명선이었다.반명선은 민정아 그리고 지영주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민정아가 출산한다는 소식에 적극 가겠다고 나섰다. 의학을 전공한 그녀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그들은 구서준이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에 구서준을 한바탕 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특히 신유리 어린이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그녀는 구서준의 다리를 껴안고 그의 발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서준 오빠, 진짜 너무 나빠! 오빠 때릴 거야, 오빠 오늘 나한테 죽었어!”신유리가 구서준을 때리는 걸 본 신유리의 남동생들도 주먹을 휘두르며 벼르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이젠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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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7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면 안 되죠. 저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라고요."구서준은 울기는커녕 까불고 약 올리기만 할 뿐이었다."얼른 정아 씨한테 가요. 자꾸 방해하면 때려버릴 거예요."신세희가 화난 척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넵, 작은엄마."구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서준 씨, 잠시만요."신세희가 다시 부르자 구서준이 고개를 돌렸다."왜요, 작은엄마?""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니면 쌍둥이?"그러자 구서준이 또다시 거들먹거렸다."안 알려 줄 건데요. 계속 궁금해하세요."잔뜩 신난 구서준은 이제 노래까지 흥얼거렸다.어이없어하는 신세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빠가 된 기쁜 날이니 적당히 구서준을 봐주기로 했다.병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퍽 낭랑했다.울음을 들은 신세희는 바로 아이의 성별을 구분해 냈다.마찬가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구서준은 어쩐지 더욱 들뜬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린 그가 건방진 눈빛으로 구경민을 쳐다보았다."둘째 삼촌, 나 이제 삼촌보다 아이가 더 많아. 이젠 두 아이의 아빠라고! 삼촌은 하나뿐이지? 하하하."할 말을 잃은 구경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평소 아버지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둘째 삼촌은 퍽 어려워했던 구서준이었으나 오늘은 아닌 듯했다.구서준이 또 웃음을 터뜨리자 구경민이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흥, 건방지긴.'그러나 좋은 날인 만큼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아이를 한 명씩 안은 구경환과 조민숙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없었다."여보, 둘째가 자꾸 우네요. 기저귀 갈아줄 때가 된 건가?""갓 태어난 녀석이 보채는 건 당연하지.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어쩜 우리 서준이랑 이렇게 똑 닮았을까요. 정말 붕어빵이에요."그러자 구경환이 허허 웃었다."제 엄마 아빠를 반씩 닮았는데, 뭘. 좋은 것만 닮아서 참 예뻐."그러자 조민숙이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정아가 좀 교양 없고 막돼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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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8화

그 말을 들은 신유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또... 남동생이 둘이나 생긴 거야?"민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후후, 그렇게 됐단다.""남동생이... 5명이라고?"신유리가 믿기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반문했다."맞아. 여기서 넌 유일한 공주님이야. 앞으로 모든 사람이 널 아끼고 사랑해 줄 거야. 네 남동생들은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거야."그러자 금세 행복해진 신유리가 밝게 미소 지었다.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었다.유일한 단점이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없는 거랄까.하지만 학교에서 어차피 많은 친구를 사귈 테니 상관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반명선 언니도 있지 않은가.신유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명선을 돌아보았다.3년 전 처음 남성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반명선은 제법 애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더 성숙해지고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다른 사람들은 반명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여겼지만 신유리의 눈에는 우아한 백조였다.신유리가 반명선 곁으로 다가갔다."명선 언니는 세상의 하나뿐인 내 언니야.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응, 언니도 영원히 유리를 지켜줄게. 그렇지만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점수 잘 받아와야 해? 안 그럼 네 코를 비틀어 주겠어!"반명선은 신유리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몹시 아꼈으나 아이의 모든 응석을 전부 받아주진 않았다. 때로는 아이에게 많은 도리를 가르쳐주었으며 신유리도 반명선의 말을 잘 따랐다. 이래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사람들은 반명선과 신유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러나 사실 9살의 신유리는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어엿한 아이였는데 반명선의 감독 없이도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영민한 아이였다. 신유리야말로 부모님의 장점만 쏙 빼닮은 진정한 엘리트였다.어여쁜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었으며 논리적인 사고력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12살이 되자 아이의 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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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9화

큰아이 신유리는 이젠 어엿한 꼬마 숙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필 줄도 알았다.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고생을 지켜보았던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 엄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아이는 엄마를 꼭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전화를 받은 신세희의 안색이 나빠지자 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12살 난 아이와 시선을 맞춘 신세희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그녀가 제 아버지의 집에 억지로 보내진 건 지금의 신유리와 똑같은 나이였다.8년 동안, 그녀는 임지강이 제 친부라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지내왔다. 매 순간 불쌍한 자신을 거둬준 임지강에게 감지덕지했던 것이다.그때부터 20살이 되기까지, 신세희는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눈칫밥을 얻어먹어야 했다.지옥 같은 8년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임지강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것이다."세희야, 이 아비를 좀 보러와 줄 순 없겠니?"신세희의 안온한 생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친 순간이었다.당장 핸드폰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이때, 12살 난 아이가 차분하게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엄마,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엄마를 해치지 못하게 만들 거야."신유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엄마를 꼭 안아줬다.그 순간, 신세희는 마침내 부소경과 자기 엄마를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세 번째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딸아이였다.신세희의 차가운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주말이 되자, 신유리는 신세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 마침내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임지강과 곧 대면할 시간이 다가왔다.임씨 집안 세 가족은 모두 교도소에 있었다.다만 이미 미쳐버린 허영은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아무거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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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0화

아버지라는 호칭에 주먹질을 멈춘 임지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 그는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임지강은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채로 잔뜩 얼어붙었다."아버지."신세희가 다시 한번 불렀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지강이 퍼뜩 뒤돌았다. 30대의 성숙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임지강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말했다."세희야, 너... 12살로 돌아간 거니?"담담하게 미소 지은 신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당신 딸이 아니야. 신세희의 딸, 신유리지.""유리... 유리구나. 많이 컸어.""맞아. 난 올해 열두 살이야. 우리 엄마가 당신 집안에 들어갔던 나이와 똑같아."신유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이 울음을 터뜨렸다."세희야, 아빠가... 미안해."신세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왜 저를 찾으신 거예요?"신세희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신세희였다.사실 어린 신세희는 임지강을 아빠라 부르고 싶어 했지만, 매번 그런 낌새를 눈치챌 때마다 임지강은 잔뜩 질색했다.마치 신세희가 거머리처럼 매달려 오기라도 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반면, 지금으로선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는데 너무도 쉽게 이뤄진 바람에 임지강은 어안이 벙벙했다."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거니?"임서아를 옆으로 밀친 뒤 발로 뻥 차버리기까지 한 임지강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는 그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핏줄로 따지자면 제 아버지가 맞죠. 이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세희야... 우린 피가 섞였으니 갈라설 수 없어. 그렇지? 그러니 아비를 부양할 임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임지강이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아직 세상에 그의 핏줄이 남아 있었다. 즉, 기댈 수 있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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