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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3화

엄선희는 비록 결혼을 두려워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심지어 큰아버지, 사촌 오빠마저 모두 그녀를 아꼈기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억울함을 느끼거나 고생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

서준명과의 연애만이 부담감을 받게 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느끼는 부담감은 서 씨 집안 어르신 때문이었고 엄선희는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는지 직접 보았기에 그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서 씨 집안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은 시간이 흘러 그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먼저 엄선희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항상 재잘거리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나를 만났을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구나, 혹시 내가 무서운 거냐?”

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더니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너와 준명이가 2년 동안이나 연애했는데 아직도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혹여 나 때문이냐?”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모든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엄선희가 입을 다물었다.

“......”

“얘야,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의 결혼식을 막지 않겠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부드럽게 말했다.

엄선희는 믿을 수가 없었고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네가 나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어, 사실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할 만한 방법이 있긴 한데.”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

엄선희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그게... 어떤 방법이죠?”

“내가 죽는 거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

그 말에 엄선희가 묻는다.

“아니...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할아버지는 너랑 농담을 하는 게 아니란다, 할아버지한테는... 너도 알다시피 산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란다. 나한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쉬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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