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씨 집안 어르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얘야,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거냐? 이젠... 내가 무섭지 않은 거냐? 아니... 이젠 내가 싫지 않은 거냐?”엄선희는 머쓱했다.“할아버지, 알고 계셨어요?”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이젠 아흔이 넘어 곧 산송장과 다름없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 있겠느냐? 나도 많이 생각해 봤어, 네가 만약 할아버지를 싫다고 하면 너와 준명이가 결혼하고 나서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가려고...”“아니에요...”엄선희는 그렇게 마음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미안해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저와 신세희 씨는 가까운 사이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세희 씨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걸 봐왔어요. 할아버지의 가짜 손녀가 매번 신세희 씨를 모함할 때마다 제가 할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했는데요. 세희 씨가 진희 이모와 함께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저는 할아버지도...”엄선희는 이따금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앞으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꿀게요. 한 사람이 자기 잘못을 알았다면 언제 잘못을 뉘우치든지 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와 준명 씨는 자유연애를 하고 있고 저는 준명 씨를 사랑해요. 제가 만약 할아버지 때문에 준명 씨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 집은 온전히 할아버지 집이에요, 그러니 오랫동안 여기 계셔야 해요. 할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저와 준명 씨는 할아버지의 옛 저택에 살아도 되고요. 만약 할아버지와 아버님, 어머님이 불편해하시면 저희가 대출로 집을 구하겠어요.”엄선희는 순수하고 착해서 결코 과욕스럽지 않았다.그녀는 물질적인 것을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어릴 적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결혼을 하고 함께 집을 마련하여 함께 생활하는 나날들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했다.엄선희의 말에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더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구서준은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를 안고서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결혼식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한쪽은 엄선희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서준을 따라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엄선희 입장에선 경사가 겹친 날이었다.그녀가 결혼하는 날이었고.그녀의 제일 친한 절친은 아이를 낳는 날이었으니.결혼식은 여전히 북적북적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엄선희와 서준명을 합방시킨 뒤에서야 신세희 일행은 병원으로 향했다.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민정아는 처음 아이를 낳는 것이기도 했고,게다가 쌍둥이였으니 힘들 것 같았다.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더 빨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 조금만 더 빨리.마치 그녀가 일찍 도착하면 민정아가 덜 힘들 것처럼 재촉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쌍둥이도 쉽게 낳을 수 있을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신세희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윤희 언니는 아이를 낳을 때 수술대에서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했었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며칠 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했다고요. 고령 산모였던 형수도 출산할 때 생명의 위험이 있었고요. 그래서 정아 씨도 위험한 상황일까 봐 너무 걱정돼요. 정아 씨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여리고 민감하고 겁도 많은 사람이에요.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였다고요. 여자들은 아이를 낳을 때 많은 생각을 하죠. 머릿속엔 자신의 과거도 스쳐 지나가고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해요. 정아 씨의 부모님이 독한 마음으로 자신을 버린 데다가 평생 속이기만 하고 학교는커녕 나쁜 것만 가르쳐 주고 자비심 때문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한 걸 생각하면 얼마나 힘이 빠질지.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 힘을 쓰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요!”신세희의 말에 부소경은 모든 건 아내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는 걸 눈치챘다. 아
홀로 분만실 밖에 서 있는 구서준의 표정이 이상하다.신세희의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녀는 구서준을 덥석 잡았다.“정아 씨는요! 정아 씨는 좀 어떠냐고요! 설마, 설마 정아 씨의 소리가 안 들리던가요? 빨리 알려줘요, 정아 씨 어떻게 됐어요!”구서준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더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작은 엄마, 그거 아세요?”신세희가 묻는다.“네?” “우리 정아 씨가요, 정아 씨가 분만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쌍둥이를 낳았어요!”신세희는 멍해졌다.“......”뒤에 있던 부소경도 깜짝 놀랐다.“무통분만이라고 아세요? 이렇게 빨리 출산하는 건 처음 봐요. 작은 엄마, 전 정말 윤희 숙모 그리고 서시언 도련님 아내분 유미 형수 모두 아이를 낳을 때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신세희는 말문이 막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구서준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아내가 출산하는데 분만실 밖에서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요,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할 셈이세요!”그 뒤를 이어 구경민, 고윤희 그리고 고윤희의 2살 반 되는 아들 구형민이 도착했다.서시언과 그의 아내 성유미,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 서도현도 뒤따라왔다.그 뒤에는 조의찬과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반명선이었다.반명선은 민정아 그리고 지영주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민정아가 출산한다는 소식에 적극 가겠다고 나섰다. 의학을 전공한 그녀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그들은 구서준이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에 구서준을 한바탕 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특히 신유리 어린이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그녀는 구서준의 다리를 껴안고 그의 발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서준 오빠, 진짜 너무 나빠! 오빠 때릴 거야, 오빠 오늘 나한테 죽었어!”신유리가 구서준을 때리는 걸 본 신유리의 남동생들도 주먹을 휘두르며 벼르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이젠 세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면 안 되죠. 저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라고요."구서준은 울기는커녕 까불고 약 올리기만 할 뿐이었다."얼른 정아 씨한테 가요. 자꾸 방해하면 때려버릴 거예요."신세희가 화난 척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넵, 작은엄마."구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서준 씨, 잠시만요."신세희가 다시 부르자 구서준이 고개를 돌렸다."왜요, 작은엄마?""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니면 쌍둥이?"그러자 구서준이 또다시 거들먹거렸다."안 알려 줄 건데요. 계속 궁금해하세요."잔뜩 신난 구서준은 이제 노래까지 흥얼거렸다.어이없어하는 신세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빠가 된 기쁜 날이니 적당히 구서준을 봐주기로 했다.병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퍽 낭랑했다.울음을 들은 신세희는 바로 아이의 성별을 구분해 냈다.마찬가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구서준은 어쩐지 더욱 들뜬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린 그가 건방진 눈빛으로 구경민을 쳐다보았다."둘째 삼촌, 나 이제 삼촌보다 아이가 더 많아. 이젠 두 아이의 아빠라고! 삼촌은 하나뿐이지? 하하하."할 말을 잃은 구경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평소 아버지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둘째 삼촌은 퍽 어려워했던 구서준이었으나 오늘은 아닌 듯했다.구서준이 또 웃음을 터뜨리자 구경민이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흥, 건방지긴.'그러나 좋은 날인 만큼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아이를 한 명씩 안은 구경환과 조민숙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없었다."여보, 둘째가 자꾸 우네요. 기저귀 갈아줄 때가 된 건가?""갓 태어난 녀석이 보채는 건 당연하지.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어쩜 우리 서준이랑 이렇게 똑 닮았을까요. 정말 붕어빵이에요."그러자 구경환이 허허 웃었다."제 엄마 아빠를 반씩 닮았는데, 뭘. 좋은 것만 닮아서 참 예뻐."그러자 조민숙이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정아가 좀 교양 없고 막돼먹었
그 말을 들은 신유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또... 남동생이 둘이나 생긴 거야?"민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후후, 그렇게 됐단다.""남동생이... 5명이라고?"신유리가 믿기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반문했다."맞아. 여기서 넌 유일한 공주님이야. 앞으로 모든 사람이 널 아끼고 사랑해 줄 거야. 네 남동생들은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거야."그러자 금세 행복해진 신유리가 밝게 미소 지었다.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었다.유일한 단점이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없는 거랄까.하지만 학교에서 어차피 많은 친구를 사귈 테니 상관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반명선 언니도 있지 않은가.신유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명선을 돌아보았다.3년 전 처음 남성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반명선은 제법 애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더 성숙해지고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다른 사람들은 반명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여겼지만 신유리의 눈에는 우아한 백조였다.신유리가 반명선 곁으로 다가갔다."명선 언니는 세상의 하나뿐인 내 언니야.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응, 언니도 영원히 유리를 지켜줄게. 그렇지만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점수 잘 받아와야 해? 안 그럼 네 코를 비틀어 주겠어!"반명선은 신유리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몹시 아꼈으나 아이의 모든 응석을 전부 받아주진 않았다. 때로는 아이에게 많은 도리를 가르쳐주었으며 신유리도 반명선의 말을 잘 따랐다. 이래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사람들은 반명선과 신유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러나 사실 9살의 신유리는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어엿한 아이였는데 반명선의 감독 없이도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영민한 아이였다. 신유리야말로 부모님의 장점만 쏙 빼닮은 진정한 엘리트였다.어여쁜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었으며 논리적인 사고력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12살이 되자 아이의 키는
큰아이 신유리는 이젠 어엿한 꼬마 숙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필 줄도 알았다.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고생을 지켜보았던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 엄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아이는 엄마를 꼭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전화를 받은 신세희의 안색이 나빠지자 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12살 난 아이와 시선을 맞춘 신세희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그녀가 제 아버지의 집에 억지로 보내진 건 지금의 신유리와 똑같은 나이였다.8년 동안, 그녀는 임지강이 제 친부라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지내왔다. 매 순간 불쌍한 자신을 거둬준 임지강에게 감지덕지했던 것이다.그때부터 20살이 되기까지, 신세희는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눈칫밥을 얻어먹어야 했다.지옥 같은 8년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임지강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것이다."세희야, 이 아비를 좀 보러와 줄 순 없겠니?"신세희의 안온한 생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친 순간이었다.당장 핸드폰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이때, 12살 난 아이가 차분하게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엄마,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엄마를 해치지 못하게 만들 거야."신유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엄마를 꼭 안아줬다.그 순간, 신세희는 마침내 부소경과 자기 엄마를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세 번째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딸아이였다.신세희의 차가운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주말이 되자, 신유리는 신세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 마침내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임지강과 곧 대면할 시간이 다가왔다.임씨 집안 세 가족은 모두 교도소에 있었다.다만 이미 미쳐버린 허영은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아무거나 집
아버지라는 호칭에 주먹질을 멈춘 임지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 그는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임지강은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채로 잔뜩 얼어붙었다."아버지."신세희가 다시 한번 불렀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지강이 퍼뜩 뒤돌았다. 30대의 성숙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임지강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말했다."세희야, 너... 12살로 돌아간 거니?"담담하게 미소 지은 신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당신 딸이 아니야. 신세희의 딸, 신유리지.""유리... 유리구나. 많이 컸어.""맞아. 난 올해 열두 살이야. 우리 엄마가 당신 집안에 들어갔던 나이와 똑같아."신유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이 울음을 터뜨렸다."세희야, 아빠가... 미안해."신세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왜 저를 찾으신 거예요?"신세희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신세희였다.사실 어린 신세희는 임지강을 아빠라 부르고 싶어 했지만, 매번 그런 낌새를 눈치챌 때마다 임지강은 잔뜩 질색했다.마치 신세희가 거머리처럼 매달려 오기라도 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반면, 지금으로선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는데 너무도 쉽게 이뤄진 바람에 임지강은 어안이 벙벙했다."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거니?"임서아를 옆으로 밀친 뒤 발로 뻥 차버리기까지 한 임지강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는 그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핏줄로 따지자면 제 아버지가 맞죠. 이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세희야... 우린 피가 섞였으니 갈라설 수 없어. 그렇지? 그러니 아비를 부양할 임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임지강이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아직 세상에 그의 핏줄이 남아 있었다. 즉, 기댈 수 있는 딸이
친아버지가 친딸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을 임지강은 할 수 있었고, 신세희는 평생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 있어요!”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나를 감옥에 보낸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감옥에서까지 날 이용하려고 할 수 있는 거죠!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다른 남자에게 팔아넘겼어요! 만약 실패했으면 그 남자도 나랑 같이 죽었을 거고, 성공했어도 이렇게 많은 공로는 다 당신 차지였겠죠! 그리고 당신의 양딸 임서아도 자연스럽게 내 남편에게 시집을 갔을 거예요. 아버지, 아버지의 계획은 아주 철저했네요, 안 그래요?” 신세희는 ‘아버지’라고 외치며 마치 그들 사이에 아무런 장벽도 없다는 듯 소리쳤다.하지만 신세희가 한 말들은 매우 암울했다."아버지, 제가 이런 아버지를 둔 건 운이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재수가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제 팔자인 걸까요?”"하지만 세희야, 비록 내가 벌인 모든 일들이 네게는 지옥 같았을지라도 넌 그 끝없는 지옥 같은 생활에 갇히지 않았지. 오히려 너는 인생의 행복을 얻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다. 내 말이 틀리니?”"틀렸어요!" 신세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내 모든 행복은 내 두 손으로 얻어낸 거예요! 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어요! 모두 내 노력으로 쟁취한 거고, 난 당신 가족 3명의 손에 죽을 뻔했다고요! 내가 이뤄낸 것 때문에 당신 가족들은 트럭으로 날 치고 6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어요! 임지강!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을 수 있죠? 어떻게 당신 같은 아버지가……지금까지 살아 있냐는 말이에요!”“……”임지강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나를 그토록 미워하는 거냐?” "당연하죠! 영원히,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 거예요!” “그런데도 오늘 날 보러 온 거야? 그리고 날 아버지라고 부르고?”임지강이 묻자, 신세희는 비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이 정말로 내 아버지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려고요. 아버지는 당신 딸에게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