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분만실 밖에 서 있는 구서준의 표정이 이상하다.신세희의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녀는 구서준을 덥석 잡았다.“정아 씨는요! 정아 씨는 좀 어떠냐고요! 설마, 설마 정아 씨의 소리가 안 들리던가요? 빨리 알려줘요, 정아 씨 어떻게 됐어요!”구서준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더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작은 엄마, 그거 아세요?”신세희가 묻는다.“네?” “우리 정아 씨가요, 정아 씨가 분만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쌍둥이를 낳았어요!”신세희는 멍해졌다.“......”뒤에 있던 부소경도 깜짝 놀랐다.“무통분만이라고 아세요? 이렇게 빨리 출산하는 건 처음 봐요. 작은 엄마, 전 정말 윤희 숙모 그리고 서시언 도련님 아내분 유미 형수 모두 아이를 낳을 때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신세희는 말문이 막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구서준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아내가 출산하는데 분만실 밖에서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요,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할 셈이세요!”그 뒤를 이어 구경민, 고윤희 그리고 고윤희의 2살 반 되는 아들 구형민이 도착했다.서시언과 그의 아내 성유미,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 서도현도 뒤따라왔다.그 뒤에는 조의찬과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반명선이었다.반명선은 민정아 그리고 지영주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민정아가 출산한다는 소식에 적극 가겠다고 나섰다. 의학을 전공한 그녀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그들은 구서준이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에 구서준을 한바탕 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특히 신유리 어린이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그녀는 구서준의 다리를 껴안고 그의 발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서준 오빠, 진짜 너무 나빠! 오빠 때릴 거야, 오빠 오늘 나한테 죽었어!”신유리가 구서준을 때리는 걸 본 신유리의 남동생들도 주먹을 휘두르며 벼르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이젠 세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면 안 되죠. 저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라고요."구서준은 울기는커녕 까불고 약 올리기만 할 뿐이었다."얼른 정아 씨한테 가요. 자꾸 방해하면 때려버릴 거예요."신세희가 화난 척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넵, 작은엄마."구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서준 씨, 잠시만요."신세희가 다시 부르자 구서준이 고개를 돌렸다."왜요, 작은엄마?""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니면 쌍둥이?"그러자 구서준이 또다시 거들먹거렸다."안 알려 줄 건데요. 계속 궁금해하세요."잔뜩 신난 구서준은 이제 노래까지 흥얼거렸다.어이없어하는 신세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빠가 된 기쁜 날이니 적당히 구서준을 봐주기로 했다.병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퍽 낭랑했다.울음을 들은 신세희는 바로 아이의 성별을 구분해 냈다.마찬가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구서준은 어쩐지 더욱 들뜬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린 그가 건방진 눈빛으로 구경민을 쳐다보았다."둘째 삼촌, 나 이제 삼촌보다 아이가 더 많아. 이젠 두 아이의 아빠라고! 삼촌은 하나뿐이지? 하하하."할 말을 잃은 구경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평소 아버지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둘째 삼촌은 퍽 어려워했던 구서준이었으나 오늘은 아닌 듯했다.구서준이 또 웃음을 터뜨리자 구경민이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흥, 건방지긴.'그러나 좋은 날인 만큼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아이를 한 명씩 안은 구경환과 조민숙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없었다."여보, 둘째가 자꾸 우네요. 기저귀 갈아줄 때가 된 건가?""갓 태어난 녀석이 보채는 건 당연하지.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어쩜 우리 서준이랑 이렇게 똑 닮았을까요. 정말 붕어빵이에요."그러자 구경환이 허허 웃었다."제 엄마 아빠를 반씩 닮았는데, 뭘. 좋은 것만 닮아서 참 예뻐."그러자 조민숙이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정아가 좀 교양 없고 막돼먹었
그 말을 들은 신유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또... 남동생이 둘이나 생긴 거야?"민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후후, 그렇게 됐단다.""남동생이... 5명이라고?"신유리가 믿기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반문했다."맞아. 여기서 넌 유일한 공주님이야. 앞으로 모든 사람이 널 아끼고 사랑해 줄 거야. 네 남동생들은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거야."그러자 금세 행복해진 신유리가 밝게 미소 지었다.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었다.유일한 단점이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없는 거랄까.하지만 학교에서 어차피 많은 친구를 사귈 테니 상관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반명선 언니도 있지 않은가.신유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명선을 돌아보았다.3년 전 처음 남성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반명선은 제법 애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더 성숙해지고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다른 사람들은 반명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여겼지만 신유리의 눈에는 우아한 백조였다.신유리가 반명선 곁으로 다가갔다."명선 언니는 세상의 하나뿐인 내 언니야.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응, 언니도 영원히 유리를 지켜줄게. 그렇지만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점수 잘 받아와야 해? 안 그럼 네 코를 비틀어 주겠어!"반명선은 신유리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몹시 아꼈으나 아이의 모든 응석을 전부 받아주진 않았다. 때로는 아이에게 많은 도리를 가르쳐주었으며 신유리도 반명선의 말을 잘 따랐다. 이래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사람들은 반명선과 신유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러나 사실 9살의 신유리는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어엿한 아이였는데 반명선의 감독 없이도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영민한 아이였다. 신유리야말로 부모님의 장점만 쏙 빼닮은 진정한 엘리트였다.어여쁜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었으며 논리적인 사고력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12살이 되자 아이의 키는
큰아이 신유리는 이젠 어엿한 꼬마 숙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필 줄도 알았다.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고생을 지켜보았던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 엄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아이는 엄마를 꼭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전화를 받은 신세희의 안색이 나빠지자 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12살 난 아이와 시선을 맞춘 신세희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그녀가 제 아버지의 집에 억지로 보내진 건 지금의 신유리와 똑같은 나이였다.8년 동안, 그녀는 임지강이 제 친부라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지내왔다. 매 순간 불쌍한 자신을 거둬준 임지강에게 감지덕지했던 것이다.그때부터 20살이 되기까지, 신세희는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눈칫밥을 얻어먹어야 했다.지옥 같은 8년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임지강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것이다."세희야, 이 아비를 좀 보러와 줄 순 없겠니?"신세희의 안온한 생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친 순간이었다.당장 핸드폰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이때, 12살 난 아이가 차분하게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엄마,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엄마를 해치지 못하게 만들 거야."신유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엄마를 꼭 안아줬다.그 순간, 신세희는 마침내 부소경과 자기 엄마를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세 번째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딸아이였다.신세희의 차가운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주말이 되자, 신유리는 신세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 마침내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임지강과 곧 대면할 시간이 다가왔다.임씨 집안 세 가족은 모두 교도소에 있었다.다만 이미 미쳐버린 허영은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아무거나 집
아버지라는 호칭에 주먹질을 멈춘 임지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 그는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임지강은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채로 잔뜩 얼어붙었다."아버지."신세희가 다시 한번 불렀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지강이 퍼뜩 뒤돌았다. 30대의 성숙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임지강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말했다."세희야, 너... 12살로 돌아간 거니?"담담하게 미소 지은 신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당신 딸이 아니야. 신세희의 딸, 신유리지.""유리... 유리구나. 많이 컸어.""맞아. 난 올해 열두 살이야. 우리 엄마가 당신 집안에 들어갔던 나이와 똑같아."신유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이 울음을 터뜨렸다."세희야, 아빠가... 미안해."신세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왜 저를 찾으신 거예요?"신세희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신세희였다.사실 어린 신세희는 임지강을 아빠라 부르고 싶어 했지만, 매번 그런 낌새를 눈치챌 때마다 임지강은 잔뜩 질색했다.마치 신세희가 거머리처럼 매달려 오기라도 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반면, 지금으로선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는데 너무도 쉽게 이뤄진 바람에 임지강은 어안이 벙벙했다."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거니?"임서아를 옆으로 밀친 뒤 발로 뻥 차버리기까지 한 임지강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는 그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핏줄로 따지자면 제 아버지가 맞죠. 이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세희야... 우린 피가 섞였으니 갈라설 수 없어. 그렇지? 그러니 아비를 부양할 임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임지강이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아직 세상에 그의 핏줄이 남아 있었다. 즉, 기댈 수 있는 딸이
친아버지가 친딸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을 임지강은 할 수 있었고, 신세희는 평생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 있어요!”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나를 감옥에 보낸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감옥에서까지 날 이용하려고 할 수 있는 거죠!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다른 남자에게 팔아넘겼어요! 만약 실패했으면 그 남자도 나랑 같이 죽었을 거고, 성공했어도 이렇게 많은 공로는 다 당신 차지였겠죠! 그리고 당신의 양딸 임서아도 자연스럽게 내 남편에게 시집을 갔을 거예요. 아버지, 아버지의 계획은 아주 철저했네요, 안 그래요?” 신세희는 ‘아버지’라고 외치며 마치 그들 사이에 아무런 장벽도 없다는 듯 소리쳤다.하지만 신세희가 한 말들은 매우 암울했다."아버지, 제가 이런 아버지를 둔 건 운이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재수가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제 팔자인 걸까요?”"하지만 세희야, 비록 내가 벌인 모든 일들이 네게는 지옥 같았을지라도 넌 그 끝없는 지옥 같은 생활에 갇히지 않았지. 오히려 너는 인생의 행복을 얻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다. 내 말이 틀리니?”"틀렸어요!" 신세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내 모든 행복은 내 두 손으로 얻어낸 거예요! 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어요! 모두 내 노력으로 쟁취한 거고, 난 당신 가족 3명의 손에 죽을 뻔했다고요! 내가 이뤄낸 것 때문에 당신 가족들은 트럭으로 날 치고 6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어요! 임지강!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을 수 있죠? 어떻게 당신 같은 아버지가……지금까지 살아 있냐는 말이에요!”“……”임지강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나를 그토록 미워하는 거냐?” "당연하죠! 영원히,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 거예요!” “그런데도 오늘 날 보러 온 거야? 그리고 날 아버지라고 부르고?”임지강이 묻자, 신세희는 비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이 정말로 내 아버지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려고요. 아버지는 당신 딸에게 가장
신세희는 자신의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신유리는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하고 경계심도 강했으며, 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 삼촌과 함께 숨어 지냈기 때문이기도 하다.아이는 열두 살이 되자 어른의 키까지 자랐고, 얼굴이 작고 앳되어 보이는 것 외에 사실 신유리의 마음은 비할 데 없이 강하고 침착했다. 그러니 신세희가 걱정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이를 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신유리는 혼자 경성으로 향했다. 경성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린 12살 신유리는 경성에 있는 누구에게도 마중을 요청하지 않고 공항을 떠난 후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택시 기사는 30대 아저씨였다. 아이는 키가 크지만 아직 얼굴은 아이처럼 보였기에 기사가 물었다.“이렇게 어린아이가 어른도 없이 혼자 온 거야?” 신유리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어른들의 돌봄이 필요 없어서요.” 운전기사가 미소를 지었다. "오호, 아이가 꽤 당차구나.” 운전기사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린 학생을 상대로 길을 좀 돌아가서 택시비를 더 벌고 싶은 속셈이었다. “친구야, 어디로 가니?”운전기사가 물었다.“군관구 병원으로 가주세요.”신유리가 대답했다. "그래, 안전벨트 잘 매고. 아저씨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 차는 곧 공항 대로를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운전했다. “아저씨.”신유리가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니? 도와줄 게 있어?”운전기사가 묻자, 신유리가 되물었다.“운전기사 일을 몇 년 하셨어요?”“12년, 13년 됐지. 난 경성의 모든 길을 잘 알고 있어.”그러자 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왜 반대 방향으로 가시는 거죠?” “……”운전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신유리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아저씨, 되게 젊어 보이시는데 분명 택시를 모신 지 얼마 안 됐겠죠? 괜찮아요, 저한테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비웃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전 아저씨를 도와줄 수 있어요. 경성의 길은 제가 잘 알거든요. 그러니까 아저씨 차에 내비게이션이
하지만 반명선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외모는 부모님이 주신 건데, 반명선은 자신의 외모를 매우 사랑했다. 못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용하고 착실하며, 누구에게도 빌붙지 않고 자신을 얕잡아 보지도 않아서 병원 내 모두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신유리가 반명선을 만나러 왔을 때 반명선은 신유리를 구경민과 고윤희에게 보내기 위해 팀장을 찾아가 휴가를 요청했다.팀장은 흔쾌히 승낙했고, 두 사람은 병원에서 나온 뒤 옷 가게에 들렀다. “명선 언니, 언니가 고른 스타일은 언니한테 안 어울려.”신유리는 이미 반명선의 옷이 그녀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판단하는데 매우 능숙했다.그러자 반명선이 웃으며 말했다."이건 내 게 아니라 영주 언니 주려고 사는 거야.” “영주 언니는 성숙해서 분명 잘 어울릴 거 같아.”신유리가 대답했다.사실 지영주는 이미 30대 중반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윤희에게서 남자를 소개받았지만, 지영주는 좋아하지 않았다. 비록 그녀와 반호영은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평생 깨우침을 준 사람은 반호영이었고, 그녀는 더 이상 반호영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품을 수 없었다.또한 반호영으로 인해 지영주와 반명선은 매우 가까워졌다. 반명선은 고마움을 아는 소녀였다. 병원에서 인턴 급여를 지급하자마자 반명선은 곧장 지영주에게 옷을 사 주려는 것이었고, 고윤희의 집에 가서 지영주에게 옷을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경민과 고윤희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해서야 그들은 고윤희와 구경민이 지영주를 본가로 데려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오늘은 구 씨 집안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함께 구 씨 집으로 향했다. 본가는 구경민과 고윤희가 혼자 사는 집과 달리 경비가 삼엄하고 문을 지키는 경비원이 많았다. "두 사람 누구를 찾아온 거죠?”경비원이 두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 명은 못생기고 키가 작고, 한 명은 예쁘고 키가 컸다. "제 이름은 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