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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9화

큰아이 신유리는 이젠 어엿한 꼬마 숙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필 줄도 알았다.

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고생을 지켜보았던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 엄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아이는 엄마를 꼭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화를 받은 신세희의 안색이 나빠지자 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왜 그래?"

12살 난 아이와 시선을 맞춘 신세희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가 제 아버지의 집에 억지로 보내진 건 지금의 신유리와 똑같은 나이였다.

8년 동안, 그녀는 임지강이 제 친부라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지내왔다. 매 순간 불쌍한 자신을 거둬준 임지강에게 감지덕지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20살이 되기까지, 신세희는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눈칫밥을 얻어먹어야 했다.

지옥 같은 8년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임지강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것이다.

"세희야, 이 아비를 좀 보러와 줄 순 없겠니?"

신세희의 안온한 생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친 순간이었다.

당장 핸드폰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이때, 12살 난 아이가 차분하게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엄마,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엄마를 해치지 못하게 만들 거야."

신유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엄마를 꼭 안아줬다.

그 순간, 신세희는 마침내 부소경과 자기 엄마를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세 번째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딸아이였다.

신세희의 차가운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주말이 되자, 신유리는 신세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

마침내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임지강과 곧 대면할 시간이 다가왔다.

임씨 집안 세 가족은 모두 교도소에 있었다.

다만 이미 미쳐버린 허영은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아무거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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