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후에 유리가 남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배웅해 줘. 유리를 직접 부모님에게 데려다주고.”구경민이 말했다."필요 없어.”신유리가 대꾸했다.“지영주가 직접 널 데려다주어야 해!”“구 선생님,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내일 인턴십 때문에 남성으로 돌아가거든요.”반명선이 말했다.“그래도 안 돼! 두 사람 모두 어리니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구경민이 단호하게 말했다.신유리와 반명선은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고, 신유리가 말을 꺼냈다."좋아, 그럼 영주 이모를 데리고 남성에 놀러 갈 수 있겠네. 우리 엄마도 영주 이모를 보고 싶어 하고 말이야.”“그럼 됐네!”구경민의 말투가 많이 누그러졌고, 곧장 그 자리에서 신유리, 반명선, 지영주의 항공권을 끊었다. 신유리와 반명선은 구 씨 저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잠시 시간이 나자 신유리가 민정아에게 물었다.“정아 이모, 이모 시어머니가 엄청 까다로워?”그러자 민정아는 신유리를 안심시키는 말투로 말했다.“이모는 괜찮아, 유리는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봐, 윤희 이모는 내 숙모이고, 영주 언니도 나랑 같이 있잖아. 그러니까 이모는 괜찮아.”결혼한 지 3년이 된 민정아는 많은 것을 배웠다.그녀는 관용과 인내심, 그리고 이 대가족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웠고, 사람도 한층 성숙해졌다. 이런 민정아의 모습을 본 신유리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엄마한테 가서 이모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줘.”민정아가 말했다.“알겠어!”신유리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우리 명선 언니랑 같이 쇼핑하러 갈래?”이번에 신유리 혼자 경성에 온 것은 오롯이 반명선을 보러 온 것이었고, 그녀는 반명선과 같이 거리를 구경하고, 간식을 사 먹고 소품을 사는 걸 가장 좋아했다.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이후로 지영주는 신유리와 반명선 두 사람과 함께 경성의 옛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유리야, 넌 어느 대학에 가고 싶어? 전공은 어떤 걸 하고 싶지?”반명선이 묻자,
지영주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명선아, 너 뭐라고?”반명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 "영주 언니, 빨리 와. 나 호영 삼촌을 봤어. 분명히 삼촌이야, 빨리 와.” 지영주는 얼어붙었고, 한참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영주 언니, 영주 언니?”반명선이 전화 너머로 소리쳤다.“휴.”지영주의 목소리는 유령 같았다.그녀는 밤낮으로 반호영을 생각했지만, 그가 살아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런데, 정말 반호영이라니, 그가 안 죽었다고?그 순간, 지영주의 몸과 마음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반명선이 그녀에게 소리쳐도 그녀는 한참 뒤에야 반응이 왔다. "병원에서 언니 기다릴게, 그러니까 빨리 와. 참, 유리도 반드시 데리고 와, 우리 삼촌이 유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서둘러, 난 먼저 가서 삼촌이 어디 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있을 테니까.” 반명선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명선……”하지만 반명선은 이미 전화를 끊었고, 그 후 반명선은 수술실로 재빨리 뛰어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기다려야 했다. 얼마를 기다리든 그가 수술을 마치면 반드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반명선은 수술실 안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라고 굳게 믿었다.분명히 삼촌일 거야. 불과 2시간 전, 반명선과 신유리, 지영주는 비행기에서 내려 헤어진 뒤 반명선은 곧바로 남성병원으로 이동했다.원래는 지도 교수에게 보고하려고 했지만, 병원에 도착하자 지도 교수가 아직 수술을 하고 있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할 일이 없던 반명선은 병원 주변을 배회했다.남성병원은 규모가 매우 크고 전국 최고의 의사들이 모여 있는데, 여기서 계속 일할 수 있다면 10년 후 30대가 되면 뛰어난 의술을 갖춘 의사가 될 것이라고 반명선은 확신했다. 그때가 되어서 부상자를 치료하며 생명을 구하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조의찬과 결혼해 아이를 몇 명 낳아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그 섬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보여드릴
그때부터 그녀가 알게 된 호영 삼촌의 소식은 너무나 위험했고, 그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매번 삼촌의 소식이 들려왔다.그의 재산의 일부는 반명선에게 주어졌고, 반명선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했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했다. 반명선은 삼촌이 말한 모든 말을 기억했다.삼촌은 그녀에게 부모보다 더 그리운 유일한 친척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삼촌이 죽어버렸다. 너무나 비극적이었고, 너무나도 가족의 따뜻함이 필요했으며, 그토록 잔인하면서도 극도로 연약했던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반명선은 남성에서 유일한 친척을 잃었다.그의 따뜻함을 잃었다.몇 년이 흘렀고, 삼촌의 기일이나 생일, 반명선의 생일이 될 때마다 그녀는 삼촌을 보러 갔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반명선은 삼촌을 결코 잊은 적이 없었다. 삼촌을 가장 좋아했던 지영주도 반명선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두 사람은 마치 친척처럼 빈호영을 함께 그리워했다.반명선이 삼촌을 너무 그리워서 환각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반명선은 병원에서 번쩍이는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을 보았고, 키, 헤어스타일, 몸무게, 걷는 자세 모두 삼촌과 똑같았다. 다만 삼촌은 흰 가운을 입지 않았고, 그 남자는 흰 가운을 입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반명선은 그 순간 깜짝 놀랐고,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으며 잠시 놀란 후 뒤에서 불쑥 말을 꺼냈다.“삼촌?” 하지만 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휙 지나쳐 버렸다. 반명선은 원래 자신의 지도 교수를 찾아가려 했지만 포기하고 곧바로 미친 듯이 달려가 형체를 쫓았지만, 모퉁이를 돌자, 그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헛것을 본 것일까? 아니! 기필코 아니다.반명선은 여러 진료소를 오가며 흰 가운을 입은 남자를 볼 때마다 그 사람을 쳐다보곤 했다.그녀는 방금 자신이 본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고, 그녀는 근시도 없을뿐더러 시력 또한 매우 좋았다. “삼촌, 삼촌!”반명선은 속으로 외치며 미친 듯이 남성병원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모든 층을 빠뜨리지 않고 오르락내리
반명선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키가 고작 1.5미터에 불과한 여자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주근깨가 있고 오목한 코와 작은 눈, 두껍고 큰 입술을 하고 있었다.남자는 그 여자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 지금 나한테……삼촌이라고 한 건가요?”나이로 보면 이 여자는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쯤 됐을 것이다.그리고 그의 나이는 36, 37살이기 때문에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긋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여자를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남자의 머릿속에는 어렴풋이 낯이 익은 느낌이었다.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인가? 남자는 알 수 없었다. "삼촌?”반명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신이 지도 교수를 찾으러 왔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그녀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교수를 지나쳐 곧바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곧장 남자 쪽으로 가서 그의 품에 안겼다. “……”“삼촌……흑흑흑, 삼촌, 정말 삼촌이야, 흑흑……”반명선은 그저 삼촌을 부르며 눈물만 흘렸다. 그녀의 머리가 남자의 가슴에 닿았고, 그녀는 눈물이 차오르며 그의 앞가슴을 때렸다.남자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찢긴 것 같았고, 어린 소녀의 울음소리는 그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남자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한참이나 울었다. 오랜 그리움을 억누르며 울음을 그친 그녀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삼촌, 드디어 돌아왔네요. 난 몇 년 후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월급도 받고 있으니, 생활에 대한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삼촌이 집을 원한다는 걸 알아요. 넷째 삼촌이 가족을 원한다는 걸 알아요. 따뜻하고, 포근하고, 소속감 있는 그런 집이요. 삼촌 그거 알아요? 어떤 여자가 삼촌을 엄청나게 좋아해요, 그것도 엄청 많이요. 이제 삼촌은 집도 있고, 아이도 있고, 부소경 선생님과 세희 언니, 그리고 유리와 같은 그런 가정을 꾸릴 수 있어요. 삼촌, 이제는 그런 고민하지 마요. 삼촌이 만 보 뒤로
반명선은 곧바로 또 눈물을 흘렸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그분은 정말 제 삼촌이에요, 제 삼촌은 매우 불쌍해요, 교수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그분은 정말 제 삼촌입니다.”“……”지도 교수는 말이 없었다. 그는 반명선이 좋은 학생이라고 굳게 믿었고, 여태껏 엉뚱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지? 지도 교수는 반명선을 너무 많이 비난하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명선 학생,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경성에서의 과제는 그만두고 기분이 안정되면 와서 나에게 보고하도록 해. 오늘은 기숙사에 가서 몸조리를 잘하고, 내가 내일 다시 자네를 찾도록 하지, 어떤가?” 반명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안녕히 계세요. 교수님.” 반명선은 사무실에서 나온 뒤 병원을 떠나지 않고 바로 수술실로 갔다.그녀의 눈에는 호영 삼촌이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가 바로 주치의인 것 같았다.그 사람은 왜 이 병원에서 일하고, 언제 여기로 온 거지? 반명선은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이전에 그를 본 적이 없었다.반명선은 삼촌이 흰색 가운을 입고 살균을 하러 들어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문이 닫혔을 때 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휴대폰을 꺼내 지영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자신이 삼촌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았고, 지영주도 반명선 못지않게 삼촌을 그리워했기 때문에 반명선은 즉시 지영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영주는 반명선보다 나이가 많았고, 밖에서 더 많은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명선이 전화를 끊었을 때 그녀는 매우 침착했다. "영주 이모, 무슨 일이야?”신유리가 묻자, 지영주는 한숨을 쉬었다. "명선이가 최근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의과 대학이랑 남성, 경성을 왔다 갔다 하는데 부모님도 안 계시고. 아마도 명선이는 가족을 너무 그리워하는 것 같다.”"하지만 명선 언니는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아닌걸.”신유리는 반명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막 수술실에서 나온 남자는 몹시 피곤했다.그는 피곤하고 온화한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너무 어리지 않은 여성을 바라볼 뿐이었다.여자의 얼굴에는 세월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함도 담겨 있어 한 번 보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남자의 마음이 흔들렸다.그는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이때 남성 주변에는 간호사 몇 명과 환자 가족들이 모여들었다.가족들은 지영주, 반명선, 신유리를 전혀 보지 못했고, 그들은 오로지 환자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반 선생님, 제 아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러자 그들 중 조수 한 명이 멈춰 서서 즉시 대답했다. “수술은 잘 됐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가족들은 곧장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제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십니다!"환자의 가족들이 말하며 그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고, 조수들이 반 선생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반 선생님께서 6시간 동안 수술을 하셔서 피곤하신 상태입니다. 먼저 환자와 함께 병실로 돌아가 주세요. 선생님께서 쉬셔야 합니다.” “아, 네네. 알겠습니다!”가족들이 연거푸 대답했고, 그들이 환자와 함께 떠나자 두 사람은 멈춰 서서 크게 안도하며 말했다.“반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번이 다시 수술하신 후의 첫 번째 수술인데 성공적으로 마치셨으니,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의사라는 걸 증명한 것 아닙니까!” 반 선생도 감격에 겨워 말했다.“그러게요, 저도……제가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반 선생님, 많이 지치셨을 텐데 가서 좀 쉬시겠어요?”“그래요.”“호영……”지영주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삼촌……흑흑흑.”“삼촌?”울지 않는 사람은 막내 신유리뿐이었다. 이 남자 의사는 자신의 호영 삼촌과 매우 닮았다. 얼굴 생김새도 비슷하고, 기질, 자태가 매우 비슷했으며 그가 말하는 목소리도 삼촌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호영 씨……당신이 정말 보고 싶었어, 정말로. 날 떠나지 말아 줘, 앞으로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줘, 응? 나 혼자 너무 외로워……”그 순간, 30대의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그녀는 마치 어린 소녀처럼 울었다. 실제로 그녀는 35, 36살인데도 감정은 항상 텅 비어 있었으며, 유일한 연애 경험은 반호영이었다.그래서 그녀는 모든 아름다운 추억들을 반호영과 보냈던 그 며칠에 봉쇄해 두었다. 그 쓸쓸히 죽어간 남자는, 평생 따뜻하고, 정원과 텃밭이 있고, 가족이 있는 집을 원했었다. 지영주는 그를 이해했고, 아주 잘 알았다. "호영 씨, 난 이제 집이 있어. 경성에서 구 선생님과 선생님 부인이 내게 사주신 집이야. 그러니까 나랑 같이 살아, 당신은 이제 외롭게 살지 않아도 돼.” "당신이 경성에 가고 싶지 않다면, 남성에 있어도 괜찮아. 남성에는 당신의 두 조카딸도 있잖아, 다들 당신을 엄청 그리워해. 우리는 돈이 없고 가난하긴 해도 나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하루에 일을 다섯 개도 할 수 있고, 4시간만 자도 충분해. 그러니까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 우리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 집 발코니에 당신이 좋아하는 꽃도 많이 심자. 나는... 나는 당신과 닮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신유리처럼 귀여운 아이 말이야, 좋지?” 지영주는 열정적으로 말했고, 그녀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으며 그 미소는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밝았다. 그 순간, 반원명의 마음속에는 무한한 애정이 피어났다. 이것은 그의 의식이 회복된 후의 첫 번째 수술이었고, 남성 병원에서 일하고 수술대에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은 선생님께서 힘들게 그를 위해 뛰어다닌 덕분이었다.그는 매우 어렵게 다시 직장에 복귀했고, 다시 메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오늘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특별한 날인가? 하지만 아무리 특별해도 지금 그의 앞에 선 세 명의 여자만큼 특별할 수는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키가 작은
다른 이유는 없었다.심지어 그는 그녀를 알지도 못했지만, 저절로 “그래”라는 대답이 나왔다.그의 머릿속에서 그에게 거듭 대답하라고 했고, 그의 품에 안긴 이 여인에게 정말로 애틋한 감정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못생기고 키도 작은 흐느끼고 있는 소녀와, 더 작은 아이까지.반원명은 왠지 모르게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졌다. '그래'라는 한마디를 듣자마자, 지영주는 즉시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여전히 눈물이 흘렀지만, 그녀는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웃었다.“호영 씨, 정말이야? 정말 날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지? 당신 정말 반호영인거지?” “그래, 나 반호영이야.” 남자가 말했다. “삼촌……”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반명선은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는 힘들게 몸을 움켜잡고 지영주와 함께 그의 품에 들어왔다. “삼촌……”밖에는, 더 작은 키의 아이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반원명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드럽게 신유리를 향해 말했다.“어서 여기로 와.”“하지만 이제 자리가 없는걸.”“중간으로 오면 되지.”반원명이 말했다.다른 두 여자와는 달리, 신유리는 매우 기뻐하며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삼촌!”“……”그들 가까이에 있던 조수와 간호사들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반 선생님은 수술도 잘하시고, 성격도 온화하셔서 누구나 선생님을 좋아하네요.”한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하하, 반 선생님한테 관심 있어요?” "왜, 안 돼요? 방금 수술대에서 메스를 들고 계시는 동작을 봤는데, 정말 예술이었어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반 선생님은 35~6살쯤으로 보이는데 이미 결혼하셨겠죠? 그러니까 좋아해도 소용없어요.” "휴...... 맞아요. 반 선생님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두 여자가 다 큰 걸 보니 결혼했겠네요.”“됐어요, 반 선생님의 행복을 빌어주죠.”그러자 그들 중 한 조수가 말을 꺼냈다. “일단 반 선생님에게 쉬라고 말씀을 드려야겠어요. 방금 수술을 마치고 나오셨는데 쉬지도 않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