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80화

아버지라는 호칭에 주먹질을 멈춘 임지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 그는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임지강은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채로 잔뜩 얼어붙었다.

"아버지."

신세희가 다시 한번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지강이 퍼뜩 뒤돌았다. 30대의 성숙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임지강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말했다.

"세희야, 너... 12살로 돌아간 거니?"

담담하게 미소 지은 신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 딸이 아니야. 신세희의 딸, 신유리지."

"유리... 유리구나. 많이 컸어."

"맞아. 난 올해 열두 살이야. 우리 엄마가 당신 집안에 들어갔던 나이와 똑같아."

신유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이 울음을 터뜨렸다.

"세희야, 아빠가... 미안해."

신세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왜 저를 찾으신 거예요?"

신세희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신세희였다.

사실 어린 신세희는 임지강을 아빠라 부르고 싶어 했지만, 매번 그런 낌새를 눈치챌 때마다 임지강은 잔뜩 질색했다.

마치 신세희가 거머리처럼 매달려 오기라도 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반면, 지금으로선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는데 너무도 쉽게 이뤄진 바람에 임지강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거니?"

임서아를 옆으로 밀친 뒤 발로 뻥 차버리기까지 한 임지강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는 그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핏줄로 따지자면 제 아버지가 맞죠. 이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세희야... 우린 피가 섞였으니 갈라설 수 없어. 그렇지? 그러니 아비를 부양할 임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

임지강이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아직 세상에 그의 핏줄이 남아 있었다. 즉, 기댈 수 있는 딸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