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면 안 되죠. 저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라고요."구서준은 울기는커녕 까불고 약 올리기만 할 뿐이었다."얼른 정아 씨한테 가요. 자꾸 방해하면 때려버릴 거예요."신세희가 화난 척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넵, 작은엄마."구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서준 씨, 잠시만요."신세희가 다시 부르자 구서준이 고개를 돌렸다."왜요, 작은엄마?""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니면 쌍둥이?"그러자 구서준이 또다시 거들먹거렸다."안 알려 줄 건데요. 계속 궁금해하세요."잔뜩 신난 구서준은 이제 노래까지 흥얼거렸다.어이없어하는 신세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빠가 된 기쁜 날이니 적당히 구서준을 봐주기로 했다.병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퍽 낭랑했다.울음을 들은 신세희는 바로 아이의 성별을 구분해 냈다.마찬가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구서준은 어쩐지 더욱 들뜬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린 그가 건방진 눈빛으로 구경민을 쳐다보았다."둘째 삼촌, 나 이제 삼촌보다 아이가 더 많아. 이젠 두 아이의 아빠라고! 삼촌은 하나뿐이지? 하하하."할 말을 잃은 구경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평소 아버지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둘째 삼촌은 퍽 어려워했던 구서준이었으나 오늘은 아닌 듯했다.구서준이 또 웃음을 터뜨리자 구경민이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흥, 건방지긴.'그러나 좋은 날인 만큼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아이를 한 명씩 안은 구경환과 조민숙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없었다."여보, 둘째가 자꾸 우네요. 기저귀 갈아줄 때가 된 건가?""갓 태어난 녀석이 보채는 건 당연하지.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어쩜 우리 서준이랑 이렇게 똑 닮았을까요. 정말 붕어빵이에요."그러자 구경환이 허허 웃었다."제 엄마 아빠를 반씩 닮았는데, 뭘. 좋은 것만 닮아서 참 예뻐."그러자 조민숙이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정아가 좀 교양 없고 막돼먹었
그 말을 들은 신유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또... 남동생이 둘이나 생긴 거야?"민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후후, 그렇게 됐단다.""남동생이... 5명이라고?"신유리가 믿기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반문했다."맞아. 여기서 넌 유일한 공주님이야. 앞으로 모든 사람이 널 아끼고 사랑해 줄 거야. 네 남동생들은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거야."그러자 금세 행복해진 신유리가 밝게 미소 지었다.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었다.유일한 단점이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없는 거랄까.하지만 학교에서 어차피 많은 친구를 사귈 테니 상관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반명선 언니도 있지 않은가.신유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명선을 돌아보았다.3년 전 처음 남성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반명선은 제법 애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더 성숙해지고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다른 사람들은 반명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여겼지만 신유리의 눈에는 우아한 백조였다.신유리가 반명선 곁으로 다가갔다."명선 언니는 세상의 하나뿐인 내 언니야.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응, 언니도 영원히 유리를 지켜줄게. 그렇지만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점수 잘 받아와야 해? 안 그럼 네 코를 비틀어 주겠어!"반명선은 신유리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몹시 아꼈으나 아이의 모든 응석을 전부 받아주진 않았다. 때로는 아이에게 많은 도리를 가르쳐주었으며 신유리도 반명선의 말을 잘 따랐다. 이래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사람들은 반명선과 신유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러나 사실 9살의 신유리는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어엿한 아이였는데 반명선의 감독 없이도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영민한 아이였다. 신유리야말로 부모님의 장점만 쏙 빼닮은 진정한 엘리트였다.어여쁜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었으며 논리적인 사고력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12살이 되자 아이의 키는
큰아이 신유리는 이젠 어엿한 꼬마 숙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필 줄도 알았다.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고생을 지켜보았던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 엄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아이는 엄마를 꼭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전화를 받은 신세희의 안색이 나빠지자 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12살 난 아이와 시선을 맞춘 신세희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그녀가 제 아버지의 집에 억지로 보내진 건 지금의 신유리와 똑같은 나이였다.8년 동안, 그녀는 임지강이 제 친부라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지내왔다. 매 순간 불쌍한 자신을 거둬준 임지강에게 감지덕지했던 것이다.그때부터 20살이 되기까지, 신세희는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눈칫밥을 얻어먹어야 했다.지옥 같은 8년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임지강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것이다."세희야, 이 아비를 좀 보러와 줄 순 없겠니?"신세희의 안온한 생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친 순간이었다.당장 핸드폰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이때, 12살 난 아이가 차분하게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엄마,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엄마를 해치지 못하게 만들 거야."신유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엄마를 꼭 안아줬다.그 순간, 신세희는 마침내 부소경과 자기 엄마를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세 번째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딸아이였다.신세희의 차가운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주말이 되자, 신유리는 신세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 마침내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임지강과 곧 대면할 시간이 다가왔다.임씨 집안 세 가족은 모두 교도소에 있었다.다만 이미 미쳐버린 허영은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아무거나 집
아버지라는 호칭에 주먹질을 멈춘 임지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 그는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임지강은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채로 잔뜩 얼어붙었다."아버지."신세희가 다시 한번 불렀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지강이 퍼뜩 뒤돌았다. 30대의 성숙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임지강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말했다."세희야, 너... 12살로 돌아간 거니?"담담하게 미소 지은 신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당신 딸이 아니야. 신세희의 딸, 신유리지.""유리... 유리구나. 많이 컸어.""맞아. 난 올해 열두 살이야. 우리 엄마가 당신 집안에 들어갔던 나이와 똑같아."신유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이 울음을 터뜨렸다."세희야, 아빠가... 미안해."신세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왜 저를 찾으신 거예요?"신세희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신세희였다.사실 어린 신세희는 임지강을 아빠라 부르고 싶어 했지만, 매번 그런 낌새를 눈치챌 때마다 임지강은 잔뜩 질색했다.마치 신세희가 거머리처럼 매달려 오기라도 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반면, 지금으로선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는데 너무도 쉽게 이뤄진 바람에 임지강은 어안이 벙벙했다."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거니?"임서아를 옆으로 밀친 뒤 발로 뻥 차버리기까지 한 임지강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는 그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핏줄로 따지자면 제 아버지가 맞죠. 이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세희야... 우린 피가 섞였으니 갈라설 수 없어. 그렇지? 그러니 아비를 부양할 임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임지강이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아직 세상에 그의 핏줄이 남아 있었다. 즉, 기댈 수 있는 딸이
친아버지가 친딸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을 임지강은 할 수 있었고, 신세희는 평생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 있어요!”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나를 감옥에 보낸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감옥에서까지 날 이용하려고 할 수 있는 거죠!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다른 남자에게 팔아넘겼어요! 만약 실패했으면 그 남자도 나랑 같이 죽었을 거고, 성공했어도 이렇게 많은 공로는 다 당신 차지였겠죠! 그리고 당신의 양딸 임서아도 자연스럽게 내 남편에게 시집을 갔을 거예요. 아버지, 아버지의 계획은 아주 철저했네요, 안 그래요?” 신세희는 ‘아버지’라고 외치며 마치 그들 사이에 아무런 장벽도 없다는 듯 소리쳤다.하지만 신세희가 한 말들은 매우 암울했다."아버지, 제가 이런 아버지를 둔 건 운이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재수가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제 팔자인 걸까요?”"하지만 세희야, 비록 내가 벌인 모든 일들이 네게는 지옥 같았을지라도 넌 그 끝없는 지옥 같은 생활에 갇히지 않았지. 오히려 너는 인생의 행복을 얻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다. 내 말이 틀리니?”"틀렸어요!" 신세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내 모든 행복은 내 두 손으로 얻어낸 거예요! 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어요! 모두 내 노력으로 쟁취한 거고, 난 당신 가족 3명의 손에 죽을 뻔했다고요! 내가 이뤄낸 것 때문에 당신 가족들은 트럭으로 날 치고 6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어요! 임지강!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을 수 있죠? 어떻게 당신 같은 아버지가……지금까지 살아 있냐는 말이에요!”“……”임지강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나를 그토록 미워하는 거냐?” "당연하죠! 영원히,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 거예요!” “그런데도 오늘 날 보러 온 거야? 그리고 날 아버지라고 부르고?”임지강이 묻자, 신세희는 비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이 정말로 내 아버지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려고요. 아버지는 당신 딸에게 가장
신세희는 자신의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신유리는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하고 경계심도 강했으며, 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 삼촌과 함께 숨어 지냈기 때문이기도 하다.아이는 열두 살이 되자 어른의 키까지 자랐고, 얼굴이 작고 앳되어 보이는 것 외에 사실 신유리의 마음은 비할 데 없이 강하고 침착했다. 그러니 신세희가 걱정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이를 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신유리는 혼자 경성으로 향했다. 경성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린 12살 신유리는 경성에 있는 누구에게도 마중을 요청하지 않고 공항을 떠난 후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택시 기사는 30대 아저씨였다. 아이는 키가 크지만 아직 얼굴은 아이처럼 보였기에 기사가 물었다.“이렇게 어린아이가 어른도 없이 혼자 온 거야?” 신유리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어른들의 돌봄이 필요 없어서요.” 운전기사가 미소를 지었다. "오호, 아이가 꽤 당차구나.” 운전기사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린 학생을 상대로 길을 좀 돌아가서 택시비를 더 벌고 싶은 속셈이었다. “친구야, 어디로 가니?”운전기사가 물었다.“군관구 병원으로 가주세요.”신유리가 대답했다. "그래, 안전벨트 잘 매고. 아저씨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 차는 곧 공항 대로를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운전했다. “아저씨.”신유리가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니? 도와줄 게 있어?”운전기사가 묻자, 신유리가 되물었다.“운전기사 일을 몇 년 하셨어요?”“12년, 13년 됐지. 난 경성의 모든 길을 잘 알고 있어.”그러자 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왜 반대 방향으로 가시는 거죠?” “……”운전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신유리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아저씨, 되게 젊어 보이시는데 분명 택시를 모신 지 얼마 안 됐겠죠? 괜찮아요, 저한테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비웃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전 아저씨를 도와줄 수 있어요. 경성의 길은 제가 잘 알거든요. 그러니까 아저씨 차에 내비게이션이
하지만 반명선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외모는 부모님이 주신 건데, 반명선은 자신의 외모를 매우 사랑했다. 못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용하고 착실하며, 누구에게도 빌붙지 않고 자신을 얕잡아 보지도 않아서 병원 내 모두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신유리가 반명선을 만나러 왔을 때 반명선은 신유리를 구경민과 고윤희에게 보내기 위해 팀장을 찾아가 휴가를 요청했다.팀장은 흔쾌히 승낙했고, 두 사람은 병원에서 나온 뒤 옷 가게에 들렀다. “명선 언니, 언니가 고른 스타일은 언니한테 안 어울려.”신유리는 이미 반명선의 옷이 그녀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판단하는데 매우 능숙했다.그러자 반명선이 웃으며 말했다."이건 내 게 아니라 영주 언니 주려고 사는 거야.” “영주 언니는 성숙해서 분명 잘 어울릴 거 같아.”신유리가 대답했다.사실 지영주는 이미 30대 중반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윤희에게서 남자를 소개받았지만, 지영주는 좋아하지 않았다. 비록 그녀와 반호영은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평생 깨우침을 준 사람은 반호영이었고, 그녀는 더 이상 반호영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품을 수 없었다.또한 반호영으로 인해 지영주와 반명선은 매우 가까워졌다. 반명선은 고마움을 아는 소녀였다. 병원에서 인턴 급여를 지급하자마자 반명선은 곧장 지영주에게 옷을 사 주려는 것이었고, 고윤희의 집에 가서 지영주에게 옷을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경민과 고윤희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해서야 그들은 고윤희와 구경민이 지영주를 본가로 데려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오늘은 구 씨 집안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함께 구 씨 집으로 향했다. 본가는 구경민과 고윤희가 혼자 사는 집과 달리 경비가 삼엄하고 문을 지키는 경비원이 많았다. "두 사람 누구를 찾아온 거죠?”경비원이 두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 명은 못생기고 키가 작고, 한 명은 예쁘고 키가 컸다. "제 이름은 신
문밖에 있던 신유리와 반명선은 화들짝 놀랐다.곧이어 민정아가 마지못해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다.“알겠어요!”신유리와 반명선이 차례로 홀에 들어섰고,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들은 모두 구 씨 집안사람들이었고, 민정아는 조금 어색한 모습으로 그 사이에 앉아 있었다. "정아 언니?”반명선이 소리쳤고, 곧이어 신유리도 말을 꺼냈다."정아 이모, 윤희 이모, 우리 왔어!” 구 씨 집안사람들은 신유리와 반명선이 함께 온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구경민은 더욱 화들짝 놀랐고,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물었다.“유리야! 네, 네가 어떻게 왔어? 누가 널 데려다준 거니? 너희 부모님은?”그러자 신유리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 부모님은 다 남성에 있어.” "그럼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고윤희도 즉시 일어나 신유리를 바라보았다.“나 혼자 비행기를 타고.” 고윤희와 구경민은 말 문이 막혔다. 두 사람이 놀라고 있을 때 이미 신유리는 민정아 앞에 도착해 말을 꺼냈다."정아 이모, 또 무슨 잘못을 한 거야?” 그러자 민정아는 즉시 얼굴을 찌푸렸다. 신유리는 민정아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그녀는 때때로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구 씨 집안은 대가족에 대기업이었고, 때때로 민정아를 자극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신유리는 아직 아이였기에 어른들의 일에 대해 묻기는 힘들었고, 신유리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구경민과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남성에는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요. 선희 이모랑 사촌 동생은 외국에 갔고, 명선 언니는 경성에서 인턴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경성에 있으니 제가 왔죠.”그녀는 매우 단순하게 말했지만, 고윤희와 구경민은 식겁했다. 구경민은 굳은 얼굴로 신유리에게 말했다."신유리!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네! 어떻게 혼자서 경성에 올 생각을 해,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했어! 안 돼! 다시 돌아가!” “……”“삼촌이 간섭할 일이 아니야! 흥!”신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