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011 - 챕터 2020

2823 챕터

제2011화

부소경은 속마음을 감추고 말했다. “어, 말씀하세요. 계속하세요.”“대표님, 무슨 생각 하셨어요? 무슨 결단이라도 내리시려는 겁니까?” 지역 대표 한 분이 말했다.부소경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게, 할아버지 일로 하루 이틀은 더 바빠야 할 것 같아요. 회사일은 잘 부탁드릴게요.”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몸을 돌려 회의실을 떠났다.사무실로 들어간 부소경은 사인할 서류들을 처리하고 시간이 거의 10시 반이 되자 가방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F 그룹 빌딩 아래 차가 한 대 서있었다.부소경을 보자 조의찬과 반명선이 연이어 차에서 나왔다.“형.” 조의찬이 부소경을 불렀다. “명선이가 자기 삼촌 한번 보고 싶대.”부소경은 눈이 퉁퉁 부은 반명선을 봤다. 반명선이 공경하게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제 삼촌한테 데려가 주실 수 있어요?”“가자.” 부소경이 말했다.한 시간 반이 지난 후 그들은 하숙민과 반호영의 묘지에 도착했다.뒤에 서 있던 두 남자도 반명선이 가엽게 느껴졌다.특히 조의찬은 반명선이 너무 가여웠다.어린애가 이토록 정이 깊은지 몰랐다.1년이 넘도록 반명선은 조의찬과 같이 있었다.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조의찬이 생활비를 주고 집을 찾아줬다. 조의찬이 따로 돈을 주려 해도 반명선은 받지 않았다.반명선에게는 반호영이 남겨준 돈이 2억 있었다.반명선은 돈을 아껴 썼다. 절대 좋은 것도 먹지 않고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반명선은 예쁘지는 않지만 조의찬 눈에는 보면 볼수록 예쁜 여자였다.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노력하고 배우기를 즐기는 아름다움이 있었다.특히 지금, 반명선은 반호영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울부짖고 있었다. “삼촌, 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삼촌, 왜 말을 안 들어요? 왜 이렇게 비관적이에요? 다들 삼촌을 버린다고 해도 제가 있잖아요. 10년만 기다려주면, 10년이면 대학 졸업해서 제가 일도 하고 삼촌 먹여 살릴 건데요. 삼촌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내가 지켜줄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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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2화

부소경은 많이 의아해하지 않았다.부소경 집을 떠난 후 부성웅은 묘지로 갔다. 그날 비도 내리고 날씨가 많이 추웠다. 나이도 많아 앓아눕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알겠습니다.” 부소경이 말했다.그러고는 바로 물었다.“의사는 불렀어요?”집사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 왔다 가서 열은 내리셨어요. 다만 어르신께서...”“왜요?” 부소경이 물었다.“어르신이 계속 유리, 동생, 그리고 다른 넷째 도련님도 부르세요. 정신에 이상이라도 생겼을까 봐...”부소경은 가슴이 철렁했다.미치지 않은 정신 멀쩡한 진문옥을 부소경이 정신병원에 보내버렸다.그런데 아버지가 진짜 정신을 놓은 걸까?부소경은 바로 아버지가 계신 별채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부소경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둘었다. “호영아, 호영아, 아버지가 미안하다. 유리야, 내 손자, 이 할아버지 네 동생이 너무 보고 싶다. 유리야... 엉엉...”그 목소리는 한겨울에 몰아치는 찬 바람 같았다.부소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부소경은 아버지가 정말 정신을 놓아버릴까 봐 두려웠다.“나 안 미쳤어.” 아버지가 바로 이렇게 대답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나 정신 멀쩡해. 내가 크게 외쳐보는 건 이렇게라도 해야 유리랑 유리 동생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아서야. 내가 미치면 안 되지. 아직 할머니가 계시는데. 내가 미쳐버리면 네 할머니가 또 네 부담이 되니까. 이제야 다 알겠어. 이게 전부 아버지 탓이었어. 아버지 더 이상 너더러 이 결과를 책임지라고 할 수가 없구나. 소경아, 걱정 마. 아버지 다 계획이 있어. 본가 일은 신경 쓰지 마.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세희랑 아이들 잘 돌보는 거야. 소경아, 그게 우리 집안 희망이다.”아버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부소경은 마음이 복잡했다.부소경도 사람이다. 가슴이 돌덩이는 아니었다. 예전에 아버지를 냉철하게 대했던 건 아버지가 너무 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버지의 말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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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3화

“그게... 그게 정말이냐?”부성웅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부소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호적상 부유리, 부민희라고 적혀있습니다.”“유리, 민희. 좋아! 너무 좋다! 우리 집안에 손자 손녀가 둘이나 늘었구나.” 부성웅은 바로 몸이 좋아졌다.부성웅은 기뻐서 두 손을 마주 비벼댔다.사람은 다 그런 것 같다. 희망이 없을 땐 조금이라도 밝은 게 보이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큰 희망이 있을 땐 더 큰 걸 원하게 된다.부성웅은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럼 다음 아이는...”부성웅은 벌써 더 많은 아이를 바랐다.“부진희.” 부소경이 바로 대답했다.“진희...” 부성웅이 웃으며 말했다. “참 좋은 이름이다. 좋아! 민희, 진희, 유리, 너무 좋다, 좋아!” 부성웅이 거듭 소리쳤다.“아버지.” 부성웅은 더 이상 아이 얘기를 하지 않고 기분을 가라앉혔다. “할아버지 장례는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버지는 몸조리하세요. 제가 빈소 지키고 문상객들 접대하면 돼요. 아버지는 몸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할머니도 지켜주시고요.”부성웅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겠어. 아버지 절대 네 일 방해하지 않을게.”“그럼 전 빈소 지키러 갈게요. 장례식은 엄선우가 알아서 할 거예요.” 부소경이 말했다.“그래!” 부성웅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부소경이 지키고 있으니 장례식도 제대로 진행됐다. 문상 온 사람들도 며칠 전처럼 끊이질 않았다. 부 씨 집안의 장례는 예전처럼 온 성을 뒤흔들었다.어르신은 이튿날 바로 하관했다.장례를 치르는 동안 신세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방 몸을 풀어 회복이 필요했고 아이도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해 도저히 장례식에 참가할 수 없었다.장례식이 다 끝나고 부소경은 100살이 넘은 노부인 앞에 앉아서 말했다. “할머니, 손자며느리 나무라지 말아요. 금방 아이를 낳아서 도저히 올 수가 없었어요.”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무라기는, 아이가 좀 크면 할머니 안아보게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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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4화

부소경이 아이를 안는 모습을 본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 아빠, 아이를 어떻게 안은 거예요?”부소경이 진지하게 말했다. “비행기 태워주는 것처럼 안은 거야.”“누가 이렇게 아이를 안아요?” 신세희가 부소경을 나무랐다.“아이가 안 울잖아, 안 보여?”부소경이 차근차근 말했다. “이렇게 안아주면 신생아들 배가 덜 아프대. 특히 금방 배불리 먹은 다음에는 이렇게 안아주면 좋아! 알겠어?”아이를 둘이나 낳은 엄마였지만 이건 정말 몰랐었다.참 무식하고 어리석었다.유리를 낳을 때는 형편이 좋지 못했지만 오빠 서시언이 많이 도와줬고 유리도 얌전했다. 게다가 오빠가 아이를 더 많이 키워줘서 신유리는 아이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하지만 이젠 둘째까지 나았으니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남편보다는 능숙하지 않겠는가?그런데 부소경에게 질 줄이야.생각만 해도 웃음이 났다.“흥! 그래그래, 참 잘 났네요!” 신세희가 불만스럽게 말했다.“당신 딸도 아는데, 당신만 몰라!” 부소경이 신세희를 흘겨봤다.“정말?” 신세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남편 따라 아이 방에서 나오는데 유리가 이 씨 아주머니랑 편의점에서 무엇을 사들고 돌아왔다.유리를 보자마자 신세희가 물어봤다. “유리야, 네 아빠 아이 안은 자세. 이게 무슨 자세야? 이거 맞는 거야?”유리는 보지도 않고 말했다. “엄마! 엄마가 뒤처진 거야! 아빠 동생 잘 안고 있어. 나랑 아빠랑 같이 인터넷 육아 채널에서 찾아본 거야.”“너 글도 읽어?” 신세희는 일부러 신유리를 도발했다.“흥!” 신유리가 턱을 내밀었다.“엄마가 묻잖아, 너 글도 읽어?”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 “반년만 지나면 나도 글 읽는 어린이가 될 수 있어.”반년이 지나면 유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초등학교란 말에 신세희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부소경에게 물었다. “소경 씨, 당신 요즘 할아버지 장례 치르느라 바빠서 얘기를 못 했어요. 내가 선우 씨한테 전화를 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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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5화

바로 임지강이었다.임지강같은 사람을 아버지로 둔 걸 생각하면 부성웅은 임지강보다 백 배 천 배 좋은 사람이었다.아버지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신세희도 다르지 않다.하지만 신세희는 평생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엄마 서진희도 아버지를 원했지만 외할아버지가 엄마에게 남겨준 것도 어린 시절의 상처뿐이었다.신세희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하지만 부소경은 달랐다.부성웅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용서해요, 소경 씨. 저는 아무 감정이 없어요. 워낙 제 아버지도 아니시고요. 하지만 소경 씨, 당신도 이젠 아이가 둘인 아빠잖아요. 우리 나중에 아이가 더 생기면 다들 당신을 아빠라고 부를 텐데, 그런 느낌은... 음, 그냥 용서하면 안 돼요?”신세희가 진지하게 부소경을 바라봤다.부소경은 신세희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부소경은 생각에 잠겼다. 평생 가장 큰 행운은 자기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는,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짝을 만나는 것이다. 부소경은 강한 사람이다.남자 중에서 으뜸으로 강한 사람이다.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부소경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신세희가 바로 부소경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부소경은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그는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리야, 아주머니랑 동생 데리고 아기방으로 가 봐. 동생을 차에 태우고 재워 봐, 아빠가 유리 동생 재울 수 있나 볼까?”신유리는 바로 으쓱해서 말했다. “아빠,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야? 내가 동생 얼마나 잘 돌보는데! 걱정 마, 아빠, 내가 동생 재울게!”그러고 신유리는 아주머니랑 아기방으로 들어갔다.신세희가 바로 물었다. “왜요? 유리가 들으면 안 될 말이라도 있는 거예요?”부소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나 이미 용서했어. 늙은 모습을 봤거든. 본가에서 혼자 쓸쓸하고 의지할 곳도 없이 사는 거 봤어. 우리 할머니도 돌봐야 하고... 그래서 용서했어. 나한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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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6화

부태성이 세상을 떠난 지 반년 만에, 그러니까 민희가 금방 반 살이 될 때 부소경이 신세희, 그리고 유리, 민희 오누이를 데리고 부 씨 본가로 돌아갔다.그동안 부소경은 자주 본가에 들렸다.다만 신세희와 아이들은 이번이 처음이다.휘황찬란하고 내내 떠들썩했는데 커다란 부 씨 본가가 이제는 많이 적막해졌다.집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노부인과 부성웅 두 모자만 본가에 남아있고 집에는 스무 명도 넘는 가정부가 있었다. 노부인은 거의 집을 나서지 않고 대부분 방에서 경을 읽었다. 부성웅도 식사 시간 때마다 노부인께 밥을 가져다주는 외에는 내내 혼자 있었다.부성웅은 기사를 시켜 몰래 유치원으로 신유리를 보러 가기도 했다.하지만 멀리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 잠깐 지켜보는 게 다였다.게다가 매번 신유리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신유리가 매일 마당에 나와서 노는 것도 아니었다.그래도 운 좋게 유리를 볼 때가 있는데 웃고, 뛰고 떠드는 경쾌하고 건강한 신유리를 보고 있으면 눈물을 흘리곤 했다.부성웅은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리야, 할아버지 집 마당이 네 유치원보다 훨씬 큰데. 할아버지 집에 오면 할아버지가 놀아줄 텐데. 유리야...”부성웅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소리는 그의 뒤에서 지켜보는 기사만이 들을 수 있었다.기사는 마음이 좋지 않아 가볍게 말했다. “어르신, 우리... 이제 돌아가죠?”부성웅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머금은 채 기사를 바라봤다. “채 기사, 나중에 너는 여자 갖고 놀지 말거라, 절대 그러지 마! 특히, 결혼할 거 아니면 절대 여자 속이지 마. 그러니까, 세상에는 인과응보가 있거든. 잘못한 게 있으면 언제든 죗값을 치르게 되는 거란다.”부성웅은 여전히 울면서 혼잣말을 했다. “봤니? 내 손녀딸, 얼마나 귀엽고 예쁘고 건강하니. 누구 닮은 거 같아?”부성웅을 위로하기 위해 기사가 말했다. “어르신, 저희 다 알아봤어요. 어르신 손녀, 어르신을 제일 많이 닮았어요.”“무슨 헛소리냐! 무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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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7화

부성웅은 눈물을 닦고 다시 혼잣말을 했다. “어휴, 다 보았니? 이게 다 네 거야. 네 아들, 네 손자, 부 씨 집안 전부 다 네 거야. 하늘에서 내가 이렇게 벌받는 거 다 보고 있지? 난 이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유리가 나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곁에서 듣고 있던 기사는 부성웅이랑 같이 슬퍼했다. “어르신, 이제... 돌아갈까요?””응.” 부성웅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기사를 따라 차를 탔고 소리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차가 방금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부성웅은 부소경의 차를 봤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소경은 매주마다 본가로 돌아와 어른들을 만났기 때문이다.부성웅이 집으로 들어설 때 가정부들은 전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탕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 장난감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전부 급급히 노부인 방으로 달려갔다.부성웅이 그중 한 사람을 잡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다들 왜 그래?”가정부가 흥분해서 말했다. “어머, 어르신, 왜 아직 여기 계세요? 어르신 손자들이 왔어요. 지금 다 노부인 방에 있어요!”부성웅은 잘못 들었을까 봐 다시 물었다. “뭐라고?”가정부는 대답도 하지 않고 간식을 들고 달려갔다.노부인의 명령이었다.늦게 가면 월급이 깎일 게 뻔했다.그 뒤에 남겨진 부성웅은 잠시 멍해 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손자가 왔다고? 둘 다 왔다고?”두 손자?부성웅은 바로 토끼처럼 노부인 방으로 뛰어갔다.육칠십이 된 부성웅은 날아갈 듯 빠르게 달렸다.노부인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성웅은 유리의 소리를 들었다. “증조할머니, 반년 뵙지 못했는데 더 젊어지셨어요.”노부인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 “우리 유리야,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니. 못 본 사이 우리 유리도 키가 많이 컸구나. 할머니한테 얘기해 봐, 오늘 뭐 먹고 싶어? 할머니가 다 해줄게.”“응...”신유리는 한참 동안 생각했다.7살 난 아이는 이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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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8화

“아버님.” 신세희가 일어서서 다정하게 부성웅을 불렀다.반년 사이 부성웅은 많이 늙었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았다.부성웅을 보러 오기 싫은 게 아니라 집에 아이 둘이나 있는 데다 아들은 너무 어려 아직 젖을 먹여야 했다. 그리고 일도 다시 시작해서 일이 끝나면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그리고 유리 원인도 있었다.지난번 부성웅에게 속은 후 유리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신유리는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다. 아직 마음이 약한 아이라 부모는 아이를 더욱 잘 보호해 주고 싶었다.부소경과 신세희의 마음은 전부 신유리에게 향해있었다.신세희는 항상 신유리의 편을 들어줬고 아이에게 알려줬다. “유리가 할아버지 싫으면 엄마도 할아버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 일은 할아버지가 잘못했어.”반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신세희는 신유리를 설득했고 아이가 할아버지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도록 타일렀다.가끔은 신유리도 어른스럽게 말했다. “어휴, 나는 그때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들한테 속아서 그랬다고 생각해.”신세희가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신유리가 말했다. “나도 이젠 어른들 드라마 많이 알아보거든. 드라마 속에도 그런 오해하는 장면 많이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할아버지가 아빠 친아버지잖아, 나랑 우리 아빠처럼, 그럼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할아버지를 속인 거지.”신세희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할아버지 속아서 그런 거야.”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 나이도 많은데 왜 속임 당하는 줄 알아?”신세희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왜?”“할아버지가 우리랑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우리를 예뻐하지도 않아서 그래. 만약 할아버지가 우릴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런 속임도 당하지 않았을 거야. 내 말이 맞지, 엄마?” 신유리는 아주 논리적이었다.신세희는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는 걸 느꼈다.신유리는 이미 많은 일을 자기 절로 판단할 수 있었다.부성웅이 그런 짓을 했으니 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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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9화

지난 2년 동안 신세희는 가끔 임지강을 보러 갔다. 하지만 임지강은 신세희를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잘 보이려는 마음이 더 컸다.그래서 신세희는 임지강에 아무 감정이 없었다.그와 반대로 부성웅은 무척 진지했다.“아버님...” 신세희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부성웅은 웃으며 말했다. “세희야, 아버지... 아버지가 다 잘못했어. 아버지... 다른 거 더 원하지도 않아. 오늘처럼 다들 편안하고, 너희들 할머니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많은 걸 깨달았어. 나랑 너희 할머니, 이젠 다 늙은이야. 우리는 먹는 게 좋든 나쁘든 상관없어. 집에 도와주는 사람도 충분하고. 그러니까 우리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 잘 키워. 만약...”부성웅은 잠깐 멈칫하다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유리가 날 보는 게 싫으면, 안 데려와도 된다. 내가... 아이한테 큰 상처를 주는 일을 했지. 난 이미 자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만날 면목도 없다. 유리가 나 때문에 성격에 무슨 문제라고 생기면 나중에 정말 집안 어르신들 어떻게 보냐...”부성웅은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아버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렇게 우리가 왔잖아요.”할아버지랑 말을 하기 싫었던 신유리가 퉁명스럽게 부성웅을 흘겨보며 말했다. “영감! 나이가 얼만데 울고 그래요. 강해져요!”한참이 지나 부성웅이 말했다.“어?”어리둥절한 표정은 꽤 귀여웠다.갑자기 찾아온 기쁨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아까 신유리가 말한 건가?신유리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부성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불쌍하니까 괴롭힐 마음도 없어지잖아요. 내 성적 자랑 좀 해보려고 했는데, 에잇, 됐다. 괜히 타격 주지 말자.”신유리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예뻐해 주지 않으니 시험에서 1등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화가 날 거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렇게 약해진 부성웅을 보니 차마 괴롭힐 수가 없었다.약자를 괴롭히기는 싫었다.하지만 그 말을 듣더니 부성웅이 더 흥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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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0화

부 씨 집안의 노부인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부태성이 떠날 때 같이 떠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노부인도 이미 100세가 넘었으니.하지만 나이 든 아들이 혼자 외롭게 사는 걸 보니, 게다가 손녀도 할아버지를 미워하니 아들을 혼자 두고 가지 못했다.하지만 아들이 가족을 다시 찾았다.서로 겨우 화해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노부인이 세상을 뜨자 부소경은 다시 바빠졌다.또다시 빈소를 지키고 문상객을 접대했다.문상 온 사람들은 반년 전 어르신 장례식 때 못지않았고 심지어 사람이 더 많이 왔다.반년 동안, 부 씨 집안의 가장 큰 재난은 신세희와 신유리가 지영명에게 납치당한 일이다.반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부소경이 망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부소경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깼다. 아내도 무사히 돌아왔고 배 속에 있던 아이도 잘 태어났다.가장 중요한 건 십여 년 전 악마였던 지영명을 현장에서 죽여버렸다.큰 적을 없애버린 것이다.부소경을 비웃으려던 사람들도 그 후부터는 많이 조용해졌다.신세희를 낮잡아 보던 사람들은 부소경에 비해 신세희가 많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둘 다 만만치 않은 사람이란 걸 알아챘다.부서경은 아주 강했다.하지만 신세희도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다. 어느 정도에서는 둘의 실력이 상당했다.이 장례식을 봐도 그렇다.품에 6달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안고 부 씨 집안 유일한 어르신이 앓아누운 상황에서도 신세희는 냉정하게 부소경과 같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나이는 어리지만 30도 안 된 신세희는 충분히 큰일을 잘 치렀다.조급해하고 대범하지 못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세희는 대담했고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다.장례식에 온 손님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어르신들, 8년 전에 부 씨 본가에서 신세희를 내쫓았던 어른들도 이번에는 신세희를 다르게 봤다.신세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예전에 남성에서 괴롭힘을 당해 오갈 데 없는 여자가 아니다.지금의 신세희는 모든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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