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신세희가 일어서서 다정하게 부성웅을 불렀다.반년 사이 부성웅은 많이 늙었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았다.부성웅을 보러 오기 싫은 게 아니라 집에 아이 둘이나 있는 데다 아들은 너무 어려 아직 젖을 먹여야 했다. 그리고 일도 다시 시작해서 일이 끝나면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그리고 유리 원인도 있었다.지난번 부성웅에게 속은 후 유리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신유리는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다. 아직 마음이 약한 아이라 부모는 아이를 더욱 잘 보호해 주고 싶었다.부소경과 신세희의 마음은 전부 신유리에게 향해있었다.신세희는 항상 신유리의 편을 들어줬고 아이에게 알려줬다. “유리가 할아버지 싫으면 엄마도 할아버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 일은 할아버지가 잘못했어.”반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신세희는 신유리를 설득했고 아이가 할아버지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도록 타일렀다.가끔은 신유리도 어른스럽게 말했다. “어휴, 나는 그때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들한테 속아서 그랬다고 생각해.”신세희가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신유리가 말했다. “나도 이젠 어른들 드라마 많이 알아보거든. 드라마 속에도 그런 오해하는 장면 많이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할아버지가 아빠 친아버지잖아, 나랑 우리 아빠처럼, 그럼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할아버지를 속인 거지.”신세희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할아버지 속아서 그런 거야.”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 나이도 많은데 왜 속임 당하는 줄 알아?”신세희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왜?”“할아버지가 우리랑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우리를 예뻐하지도 않아서 그래. 만약 할아버지가 우릴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런 속임도 당하지 않았을 거야. 내 말이 맞지, 엄마?” 신유리는 아주 논리적이었다.신세희는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는 걸 느꼈다.신유리는 이미 많은 일을 자기 절로 판단할 수 있었다.부성웅이 그런 짓을 했으니 신유리가
지난 2년 동안 신세희는 가끔 임지강을 보러 갔다. 하지만 임지강은 신세희를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잘 보이려는 마음이 더 컸다.그래서 신세희는 임지강에 아무 감정이 없었다.그와 반대로 부성웅은 무척 진지했다.“아버님...” 신세희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부성웅은 웃으며 말했다. “세희야, 아버지... 아버지가 다 잘못했어. 아버지... 다른 거 더 원하지도 않아. 오늘처럼 다들 편안하고, 너희들 할머니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많은 걸 깨달았어. 나랑 너희 할머니, 이젠 다 늙은이야. 우리는 먹는 게 좋든 나쁘든 상관없어. 집에 도와주는 사람도 충분하고. 그러니까 우리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 잘 키워. 만약...”부성웅은 잠깐 멈칫하다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유리가 날 보는 게 싫으면, 안 데려와도 된다. 내가... 아이한테 큰 상처를 주는 일을 했지. 난 이미 자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만날 면목도 없다. 유리가 나 때문에 성격에 무슨 문제라고 생기면 나중에 정말 집안 어르신들 어떻게 보냐...”부성웅은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아버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렇게 우리가 왔잖아요.”할아버지랑 말을 하기 싫었던 신유리가 퉁명스럽게 부성웅을 흘겨보며 말했다. “영감! 나이가 얼만데 울고 그래요. 강해져요!”한참이 지나 부성웅이 말했다.“어?”어리둥절한 표정은 꽤 귀여웠다.갑자기 찾아온 기쁨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아까 신유리가 말한 건가?신유리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부성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불쌍하니까 괴롭힐 마음도 없어지잖아요. 내 성적 자랑 좀 해보려고 했는데, 에잇, 됐다. 괜히 타격 주지 말자.”신유리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예뻐해 주지 않으니 시험에서 1등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화가 날 거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렇게 약해진 부성웅을 보니 차마 괴롭힐 수가 없었다.약자를 괴롭히기는 싫었다.하지만 그 말을 듣더니 부성웅이 더 흥분해
부 씨 집안의 노부인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부태성이 떠날 때 같이 떠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노부인도 이미 100세가 넘었으니.하지만 나이 든 아들이 혼자 외롭게 사는 걸 보니, 게다가 손녀도 할아버지를 미워하니 아들을 혼자 두고 가지 못했다.하지만 아들이 가족을 다시 찾았다.서로 겨우 화해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노부인이 세상을 뜨자 부소경은 다시 바빠졌다.또다시 빈소를 지키고 문상객을 접대했다.문상 온 사람들은 반년 전 어르신 장례식 때 못지않았고 심지어 사람이 더 많이 왔다.반년 동안, 부 씨 집안의 가장 큰 재난은 신세희와 신유리가 지영명에게 납치당한 일이다.반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부소경이 망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부소경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깼다. 아내도 무사히 돌아왔고 배 속에 있던 아이도 잘 태어났다.가장 중요한 건 십여 년 전 악마였던 지영명을 현장에서 죽여버렸다.큰 적을 없애버린 것이다.부소경을 비웃으려던 사람들도 그 후부터는 많이 조용해졌다.신세희를 낮잡아 보던 사람들은 부소경에 비해 신세희가 많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둘 다 만만치 않은 사람이란 걸 알아챘다.부서경은 아주 강했다.하지만 신세희도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다. 어느 정도에서는 둘의 실력이 상당했다.이 장례식을 봐도 그렇다.품에 6달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안고 부 씨 집안 유일한 어르신이 앓아누운 상황에서도 신세희는 냉정하게 부소경과 같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나이는 어리지만 30도 안 된 신세희는 충분히 큰일을 잘 치렀다.조급해하고 대범하지 못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세희는 대담했고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다.장례식에 온 손님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어르신들, 8년 전에 부 씨 본가에서 신세희를 내쫓았던 어른들도 이번에는 신세희를 다르게 봤다.신세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예전에 남성에서 괴롭힘을 당해 오갈 데 없는 여자가 아니다.지금의 신세희는 모든 사람의
“흥! 할아버지는 어린아이 같아요!” 7살 신유리는 마치 자신이 어른인 듯 말했다. “하하하, 우리 유리가 벌써 다 컸구나.” 부성웅은 신유리의 비위를 맞췄다. 부성웅은 아들 집 옥상에 있는 조그마한 집에 거주하여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매일 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 또한 때로는 하숙민의 묘지에 가서 한참을 앉아있다 오기도 했다. 부성웅은 하숙민의 묘지에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들 떠나고 나만 남았네... 내가 손자 손녀들을 보면서 이렇게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나? 문득 사는 게 괴롭다고 느껴지네… 때로는 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나 혼자만 살아서 숙민 씨와 호영이가 잠들어 있는 묘지를 보고 있으니 너무 괴롭네. 내가 자주 와서 풀도 뽑아주고 이야기도 많이 할게. 숙민 씨,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당신 하인으로 받아줘."묘지에는 부성웅의 말만 메아리칠 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성웅은 매번 한참을 묘지에 앉아 있다가 정신병원에 간다. 정신병원 원장과 의사는 부성웅을 진문옥의 병실로 안내했다. 새하얀 벽과 천장, 그리고 새하얀 침대와 이불….진문옥의 주치의와 간호사는 항상 진료를 마친 후 식사를 전달하고 바로 나간다. 진문옥은 매일 하루 세 끼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진문옥은 자신이 정신병자가 된 것 같았다. 심지어 목매달고 자살을 하려고 했다. 그야말로 미치도록 괴로웠다. 때문에 진문옥은 부성웅을 붙잡고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성웅 씨, 나는 우리 부 씨 집안을 위해서 그런 거야!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어? 아들이 죽은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내가 왜 정신병원에 갇혀 있어야 돼?”진문옥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부성웅은 눈물을 흘리며 진문옥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어. 정말 잘못이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하숙민과 불쌍한 우리 아들 호영이야. 우리가 가문을 키우기 위해 양심 없는 짓을 했어… 하숙민이 무슨 잘못이 있어? 호영이는 무슨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부이다. 부성웅은 진문옥이 불쌍했다. 부성웅은 반호영에게 진문옥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할 면목이 없다. 진문옥은 부소경에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하지만 부성웅과 진문옥은 노부부이다. 진문옥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성웅뿐이다. 현재 진문옥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매일같이 온통 새하얀 방 안에 있으니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진문옥은 미치지 않아 더욱 괴로웠다. 진문옥은 칼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성웅 씨, 내가 저지른 잘못들 다 알고 있어. 내가 너무 독했어… 내가 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해 하숙민을 이용했어. 그리고 당신이 하숙민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겁이 나서 하숙민을 감옥에 보냈어. 지금 생각해 보면 하숙민은 누구에게 미움을 산 걸까? 우리가 하숙민의 가정을 파괴했어, 하숙민의 사랑을 짓밟고 내연녀로 만들었어. 우리는 임신한 하숙민을 쫓아내고, 아이를 낳았는데도 부 씨 집안에 들이지 않았어. 우리는 하숙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하게 굴었을까? 그때는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업하는 사람은 사소한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하숙민의 모든 것을 뺏으려고 했을까? 성웅 씨 말이 맞아, 우리는 죄인이야. 소경이는 결국 혼자 힘으로 승리해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자신이 잃은 모든 것을 되찾았어. 뿐만 아니라 원수까지 죽였어. 원수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았지. 소경이는 정말 대단해, 당신 아들이 아니었어도 소경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소경이 같은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죄인인 나는 소경이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 그러니 소경이가 나에게 이런 벌을 줘도 마땅해. 성웅 씨, 칼 고마워. 드디어 이 새하얀 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왔네. 이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내가 죽으면 좋은 터에 나를 묻어줘, 성웅 씨…” 진문옥은 눈물을 흘리며 칼로 손목을 그었다.잠시 후, 새하얀 병실 안은 붉
더욱 궁금해진 부성웅은 사람들이 나오는 곳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골목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골목 한구석에 전복죽집이 있었다. 역시, 맛이 좋으면 어디에 있든 손님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부성웅은 자리에 앉아 전복죽 한 그릇을 먹고 깜짝 놀랐다. 부 씨 집안의 전 씨 아주머니와 이 씨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도 뛰어나지만 부성웅은 이렇게 맛있는 전복죽을 먹어보지 못했다. 부성웅은 한 그릇을 모두 비우고 또 한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부성웅은 두 그릇을 모두 비우고 손녀딸 것도 포장해 가려고 했다. 하지만 죽을 담을 통이 없는데 어떡할까?부성웅은 옆 가게에서 통을 하나 샀다. 부성웅은 슈퍼 주인에게 통을 따뜻한 물로 한번 씻어 달라고 한 후 전복죽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 부소경의 집에 도착한 부성웅은 이 씨 아주머니를 불렀다. “이 씨 아주머니, 죽 끓이지 마. 내가 죽 사 왔어.”이때, 막 쌀을 씻으려고 했던 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의 손에 들린 통을 보고 궁금해했다. 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의 말을 듣고 죽을 끓이지 않았다. 잠시 후, 신세희와 부소경 그리고 신유리가 모두 아침밥을 먹으러 나왔다. 전복죽을 먹은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 특히 깜짝 놀란 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이 씨 아줌마, 요리 실력이 더 늘었네? 아줌마... 나 아줌마가 너무 좋아, 매일매일 아줌마가 해주는 전복죽 먹을래, 나 한 그릇 더 줘.”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전복죽을 왜 통에 넣어 놨는지 의아했다. 이 씨 아주머니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그… 그게… 유리 양, 그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을 힐끗 쳐다보았다.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신유리는 부성웅에게 말했다. “할아버지가...”신유리는 부성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부성웅은 유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한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사 온 거야. 어때? 맛있지?”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깜짝 놀란 부성웅은 손에 들고 있던 통을 놓쳤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소경이 재빨리 받아서 전복죽이 바닥에 쏟아지지 않았다. 부소경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 편안하게 돌아가셨어요.”부성웅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봤다. 부소경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마치 이때쯤 진문옥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부소경은 진문옥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부소경은 일부러 부성웅이 잘 보이는 곳에 칼을 두었다. 요즘 부성웅은 진문옥을 보러 병원에 자주 갔었다. 부성웅은 항상 하숙민의 묘지에서 한참을 울고 진문옥의 병원에 가서도 한참을 울었다. 부성웅과 진문옥은 살아있는 것이 매우 고통이었다. 특히 진문옥은 더욱 괴로웠다. 부소경은 진문옥에게 사람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새하얀 방 안에 갇혀 있으면 그야말로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 차라리 미치는 게 백 번 낫다. 진문옥은 죽을 만큼 후회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때문에 부소경은 일부러 부성웅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정신병원 직원들에게 모르는 척 눈 감아달라고 말했다. 진문옥의 인생은 부귀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악랄한 진문옥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소경은 진문옥에게 조용히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부소경은 부성웅이 얼마나 슬픈지 알고 있다. 어젯밤 부성웅과 부소경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늘 아침 부소경은 전복죽을 사러 나간 부성웅 뒤를 따라갔다. 부소경은 부성웅이 집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집에 도착했다. 그 짧은 5분 사이에 진문옥이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진문옥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슬펐다. 하지만 부소경에게 슬픔은 그저 잠시뿐이었다. 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부성웅을 쳐다보고 말했다. “아버지, 장례식 준비할게요. 그리고…”부소경은 ‘진문옥 씨는 부 씨 집안의 선산에 묻어서 나중에 아버지랑 합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성웅은 부
부성웅은 앞으로 진문옥처럼 악랄한 여자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진문옥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다!부성웅은 식탁 위에 통을 올려놓고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밥 먹어. 오늘은 전복죽이 더 맛있어, 많이 먹어야 모유 수유를 하지.”“아버지…” 신세희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진문옥이 살아있을 때 무슨 짓을 했든 간에 이제 죽은 사람이다. “세희야, 소경이에게 너는 전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야.”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성웅은 전복죽을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 “사실 네 시어머니 하숙민은 보기 드문 안목을 가진 여자야. 나는 하숙민의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 숙민 씨는 안목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어. 숙민 씨는 네가 보통 여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고 며느리로 인정했어. 나… 나는 이 나이를 먹고 나서야 깨달았어.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재산은 바로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며 역경을 함께 이겨내주는 여자야. 만약 이런 여자가 내 옆에 있다면 부를 얻지 못한들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돈이 뭐길래? 돈은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없어. 네 시어머니가 죽기 전에 소경이의 앞길을 잘 닦아주셨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복이 없어. 나는 네 시어머니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어.”“아버지…” 신세희는 그저 아버지라고 부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신유리도 오늘 부성웅이 매우 우울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신유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부성웅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리야 어서 죽 먹어, 오늘은 특히 더 맛있어. 할아버지가 일찍 가서 전복이 더 크고 신선해, 어서 먹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부성웅은 계속해서 말했다. “세희야, 아기 나한테 주고 어서 먹어. 죽은 씹지 않아도 되니 아기도 조금씩 먹어도 돼.”“네, 아버지 감사해요.” 신세희는 감동한 표정으로 부성웅에게 말했다. “자, 아기 나한테 줘.” 부성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