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궁금해진 부성웅은 사람들이 나오는 곳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골목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골목 한구석에 전복죽집이 있었다. 역시, 맛이 좋으면 어디에 있든 손님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부성웅은 자리에 앉아 전복죽 한 그릇을 먹고 깜짝 놀랐다. 부 씨 집안의 전 씨 아주머니와 이 씨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도 뛰어나지만 부성웅은 이렇게 맛있는 전복죽을 먹어보지 못했다. 부성웅은 한 그릇을 모두 비우고 또 한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부성웅은 두 그릇을 모두 비우고 손녀딸 것도 포장해 가려고 했다. 하지만 죽을 담을 통이 없는데 어떡할까?부성웅은 옆 가게에서 통을 하나 샀다. 부성웅은 슈퍼 주인에게 통을 따뜻한 물로 한번 씻어 달라고 한 후 전복죽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 부소경의 집에 도착한 부성웅은 이 씨 아주머니를 불렀다. “이 씨 아주머니, 죽 끓이지 마. 내가 죽 사 왔어.”이때, 막 쌀을 씻으려고 했던 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의 손에 들린 통을 보고 궁금해했다. 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의 말을 듣고 죽을 끓이지 않았다. 잠시 후, 신세희와 부소경 그리고 신유리가 모두 아침밥을 먹으러 나왔다. 전복죽을 먹은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 특히 깜짝 놀란 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이 씨 아줌마, 요리 실력이 더 늘었네? 아줌마... 나 아줌마가 너무 좋아, 매일매일 아줌마가 해주는 전복죽 먹을래, 나 한 그릇 더 줘.”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전복죽을 왜 통에 넣어 놨는지 의아했다. 이 씨 아주머니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그… 그게… 유리 양, 그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이 씨 아주머니는 부성웅을 힐끗 쳐다보았다.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신유리는 부성웅에게 말했다. “할아버지가...”신유리는 부성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부성웅은 유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한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사 온 거야. 어때? 맛있지?”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깜짝 놀란 부성웅은 손에 들고 있던 통을 놓쳤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소경이 재빨리 받아서 전복죽이 바닥에 쏟아지지 않았다. 부소경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 편안하게 돌아가셨어요.”부성웅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봤다. 부소경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마치 이때쯤 진문옥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부소경은 진문옥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부소경은 일부러 부성웅이 잘 보이는 곳에 칼을 두었다. 요즘 부성웅은 진문옥을 보러 병원에 자주 갔었다. 부성웅은 항상 하숙민의 묘지에서 한참을 울고 진문옥의 병원에 가서도 한참을 울었다. 부성웅과 진문옥은 살아있는 것이 매우 고통이었다. 특히 진문옥은 더욱 괴로웠다. 부소경은 진문옥에게 사람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새하얀 방 안에 갇혀 있으면 그야말로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 차라리 미치는 게 백 번 낫다. 진문옥은 죽을 만큼 후회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때문에 부소경은 일부러 부성웅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정신병원 직원들에게 모르는 척 눈 감아달라고 말했다. 진문옥의 인생은 부귀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악랄한 진문옥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소경은 진문옥에게 조용히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부소경은 부성웅이 얼마나 슬픈지 알고 있다. 어젯밤 부성웅과 부소경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늘 아침 부소경은 전복죽을 사러 나간 부성웅 뒤를 따라갔다. 부소경은 부성웅이 집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집에 도착했다. 그 짧은 5분 사이에 진문옥이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진문옥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슬펐다. 하지만 부소경에게 슬픔은 그저 잠시뿐이었다. 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부성웅을 쳐다보고 말했다. “아버지, 장례식 준비할게요. 그리고…”부소경은 ‘진문옥 씨는 부 씨 집안의 선산에 묻어서 나중에 아버지랑 합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성웅은 부
부성웅은 앞으로 진문옥처럼 악랄한 여자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진문옥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다!부성웅은 식탁 위에 통을 올려놓고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밥 먹어. 오늘은 전복죽이 더 맛있어, 많이 먹어야 모유 수유를 하지.”“아버지…” 신세희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진문옥이 살아있을 때 무슨 짓을 했든 간에 이제 죽은 사람이다. “세희야, 소경이에게 너는 전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야.”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성웅은 전복죽을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 “사실 네 시어머니 하숙민은 보기 드문 안목을 가진 여자야. 나는 하숙민의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 숙민 씨는 안목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어. 숙민 씨는 네가 보통 여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고 며느리로 인정했어. 나… 나는 이 나이를 먹고 나서야 깨달았어.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재산은 바로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며 역경을 함께 이겨내주는 여자야. 만약 이런 여자가 내 옆에 있다면 부를 얻지 못한들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돈이 뭐길래? 돈은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없어. 네 시어머니가 죽기 전에 소경이의 앞길을 잘 닦아주셨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복이 없어. 나는 네 시어머니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어.”“아버지…” 신세희는 그저 아버지라고 부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신유리도 오늘 부성웅이 매우 우울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신유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부성웅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리야 어서 죽 먹어, 오늘은 특히 더 맛있어. 할아버지가 일찍 가서 전복이 더 크고 신선해, 어서 먹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부성웅은 계속해서 말했다. “세희야, 아기 나한테 주고 어서 먹어. 죽은 씹지 않아도 되니 아기도 조금씩 먹어도 돼.”“네, 아버지 감사해요.” 신세희는 감동한 표정으로 부성웅에게 말했다. “자, 아기 나한테 줘.” 부성웅은
부성웅의 목소리는 한없이 처량하고 슬펐다. 어제 진문옥에게 칼을 준 후로 하룻밤이 지났다. 부성운은 드디어 억눌린 감정을 표출했다. 부성웅은 식탁에 엎드리고 울부짖었다. 어쨌든 한때 아내였던 진문옥에게 어떻게 정이 조금도 없을 수 있을까?두 사람은 아이 셋을 낳고 40여 년 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부부간의 정을 어찌 한 번에 잘라버릴 수 있을까?“아버지, 울고 싶으면 우세요. 그리고 가보고 싶으시면 가보세요.” 부소경은 부성웅을 위로했다. 부성웅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경아, 고맙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너는 나한테도 네 엄마한테도 떳떳해. 나와 네 엄마는 이제 끝이야. 하지만 40년을 함께 한 부부이니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 줘야지.”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부소경은 진문옥의 장례식을 아주 거대하게 치르고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았다. “부소경 대표님은 진문옥 씨가 못되게 굴었는데도 장례식을 이렇게 거대하게 치러주네요?”“역시, 부 대표님 답네요! 마음이 참 너그러워요!”“사람들이 부소경 대표님은 냉혈하고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부 대표님은 예전에 냉혈 하기 그지없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했어요. 아내와 두 아이가 생기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인자해요.”“제 생각에는 부 대표님께서 좋은 아내를 만났기 바뀌었다고 생각해요.”“맞아요, 사모님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사모님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지금 건축사무소에서 부장 급으로 계시면서 큰 프로젝트는 모두 맡는다고 해요. 높은 권력과 돈이 많은 남편에게 전혀 의지하지 않을 줄이야… 정말 의외에요.”“저도 정말 몰랐어요. 그 당시…”“그 당시 왜요?” 한 젊은 부인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젊은 부인은 남성에 시집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8~9년 전의 일은 알지 못했다. 젊은 부
사실 그 당시 부소민은 자신의 아들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이 신세희를 좋아했지만 부소민은 신세희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부소민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신세희를 괴롭히고 쫓아내려고 했다. 심지어 신세희에게 구정물까지 뿌렸다. 부소민은 어차피 더러운 신세희 몸에 구정물 뿌리는 것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아무런 힘없는 신세희는 괴롭힘과 모욕을 당해도 반항이나 한 번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신세희는 엄청난 노력으로 살아남았다. 게다가 부소경과 결혼을 하고도 부소경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섰다. 신세희는 부소민의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진문옥의 장례식을 치른 지 일주일 후, 부소민은 부소경을 본다는 핑계로 신세희와 부소경의 집에 찾아갔다. 그리고 조의찬과 반명선도 동행했다. 부소경의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매우 시끌벅적했다. 서시언 부부, 서준명, 선희 이모, 서진희 그리고 구경민과 민정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넓은 거실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조의찬과 반명선 그리고 부소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의찬과 반명선은 자주 오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부소민은 단 한 번도 부소경의 집에 온 적이 없었다. 부소민은 부성웅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새언니도 세상을 떠나서 오빠 얼굴 보러 왔어. 힘들면 언제든 우리 집으로 와.”부성웅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소민아, 나를 보러 여기까지 왔구나. 나는 소경이랑 세희랑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세희도 나에게 엄청 잘해주고, 유리랑 아기도 내 말에 잘 따라. 특히 유리는 원래 나랑 말도 안 했는데 이제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아침밥도 같이 사러 다녀, 그리고 우리 갓난아기는 이제 7개월 됐는데 벌써 옹알이도 해, 하하하! 소민아, 보다시피 나는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부성웅은 진문옥의 죽음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다. 현재 부성웅은 큰 바람이 없다. 그
부소민은 부소경에게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경아, 내가 몇 년 전에 세희한테 너무 가혹하게 굴었던 것 같아.”부소경은 그저 가혹함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부소민은 부성웅의 유일한 가족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C 그룹도 문제없이 잘 따라와 주고, 조의찬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신세희 또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가성섬에서 조의찬이 신세희와 신유리의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소민은 더 이상 예전의 악랄한 부소민이 아닌 순한 양의 모습이었다.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 “과거는 모두 잊기로 해요. 하지만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마세요. 그 압박감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없이 힘들어요.”잠시 후, 신세희는 농담처럼 툭 한 마디 던졌다. “그 당시에 제가 살인 충동이 얼마나 강하게 느껴졌는지 모르실 거예요.”“그래, 나였어도 살인 충동을 느꼈을 거야.” 부소민은 난감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부소민은 힘없는 신세희를 어디까지 몰아붙였는가?아무리 권력이 높다 해도 남을 업신여기고 억압할 수 있는 건가?신세희였기 때문에 버틴 것이다. 다른 여자였다면 진작 자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세희는 지금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일로 시시비비를 따질 필요도 없다. 또한 신세희는 두 아이를 위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신세희는 두 아이에게 어려움에 직면해도 쉽게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신세희는 대화 화제를 돌렸다. “의찬 씨…”조희찬은 신세희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부소경의 말에 따라 조의찬은 신세희를 형수님이라 부르고, 신세희는 조의찬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때문에 부소민 앞에서도 여전히 조희찬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의찬 씨랑 명선 씨...” 신세희는 조의찬과 반명선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막 20살이 된 반명선은 조의찬 이외에 다른 남자에게는
조의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세희 씨 말대로 할게요.”조의찬은 반명선을 좋아하지만 신세희를 존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잠시 후, 조의찬과 반명선은 반호영의 묘지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의찬은 반명선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호영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반명선은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반명선은 매주 꽃을 들고 반호영의 묘지에 찾아가 눈물을 흘렸다. 반명선은 묘지 앞에서 흐느끼며 말했다. “삼촌, 왜 그렇게 나약해요? 도대체 왜 희생양을 자처한 거예요? 삼촌 왜 그렇게 바보 같아요? 왜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났어요? 7년만 기다리면 제가 직장 들어가서 돈 벌어서 삼촌을 보살필 수 있는데… 그때 되면 삼촌에게 의사 여자친구도 소개해 줄 수 있는데… 삼촌….”반명선은 대성통곡을 했다. 하지만 반명선이 아무리 슬프게 울어도 싸늘한 묘지만이 그녀를 마주했다.조의찬은 반호영과 닮은 사람이 있다면 반명선의 삼촌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반명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은 반호영을 잃은 것이다. 반명선은 슬픔에 젖어 끼니도 자주 거르곤 했다.게다가 남성에 온 이후로 말수도 줄었다. 반명선은 매주 한 번 반호영의 묘지에 가기 때문에 조의찬은 아무리 중요한 일도 모두 미루고 묘지 가는 것을 제일 중요시했다. 조의찬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파에 앉아 성유미를 안고 있던 서시언이 일어나 조의찬을 배웅했다. “의찬아, 한가할 때 같이 밥 한 끼 먹자.” 서시언은 조의찬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조의찬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서시언을 쳐다보고 말했다. “시언아, 제수씨 곧 출산이지? 아이가 태어나면 너도…”서시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서시언은 원래 조의찬을 따라다녔다. 몇 년 동안 조의찬은 서시언을 데리고 다니며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녔다. 하지만 서시언은 조의찬보다 정이 많았다. 신세희와 평생 함께 할 사람은 조의찬이 아닌, 서시언이다.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성유미의 출산 예정일은 3주 후다. 하지만 조산의 징조를 보였다. 성유미는 올해 42세로 고령의 산모이다. “누나! 유미 누나! 많이 아파? 정말 아기가 곧 나올 것 같아?” 서시언은 안절부절못하며 소리쳤다. 성유미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말했다. “첫째를 낳아봐서 아는데 아기가 곧 나올 것 같아… 시언아, 빨리 병원에 데려다줘!”“응!” 서시언은 성유미를 들어 안았다.조의찬은 재빨리 현관문을 열어줬다.서시언이 황급히 나가자 신세희와 가족들도 모두 서시언을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신세희는 심지어 8개월 된 부민희도 데리고 갔다. 잠시 후, 분만실 밖에서 모두가 초초하게 성유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한 분만실 복도에는 부민희의 옹알이만 울려 퍼졌다. 시간은 빠른 듯 느리게 흘러갔다. 4~5시간이 지났지만 성유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분말실 안에서 “산모분, 힘내세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때, 간호사가 초조하게 말했다. “아… 산모분이 나이가 있어서 힘을 못 주네요. 아기 얼굴은 이미 반쯤 나왔는데 어떡하죠?” “아이를 살려야 할까요? 산모를 살려야 할까요? 가족분들께 물어보죠.”분만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서시언은 복도에 웅크리고 앉아 슬프게 울었다. 신세희는 가슴 아파하며 서시언에게 말했다. “오빠! 무너지지 마, 지금 울면 안 돼! 오빠는 유미 씨와 아이들의 버팀목이야! 오빠는 더 강해져야 해!”이때, 분만실에서 의사 선생님이 나왔다. “산모분께서 출산하기 힘듭니다. 지금 산모와 아기 중 한 명만 살릴 수 있습니다. 산모와 아기 중에…”“산모요! 아기는 괜찮아요! 산모를 살려주세요!” 서시언은 흐느끼며 말했다. 서시언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신세희의 6년간의 방황과 서시언의 다리 부상까지… 서시언은 성유미를 만나가 전까지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서시언과 성유미의 사이는 매우 애틋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어도 상관없다. 서시언은 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