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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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아이를 낳기로 한 이상 초기 검진은 필수였다. 이참에 화학약품을 접촉하고 환경이 안 좋은 실험실에 장시간 머물렀는데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은 없을지 검사해봐야 했다.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 소변검사를 마치고 나니 오히려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며칠 전까지 불안했었는데 그가 밖에서 기다린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벌써 엄마가 된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한소은 씨?”의사가 검사결과를 들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임신이 아닙니다.”아이를 가지려면 뭘 조심해야 하는지 아직 묻지도 못했는데 한소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초음파 결과가 나왔어요. 임신 아닙니다.”말을 마친 의사가 검사 결과지를 그녀에게 건넸다.멍한 표정으로 검사지를 받아 살펴보았지만 뭐라고 썼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어쨌든 최종 진단에 임신이 아니라는 글자만 똑똑히 보였다.“임신이… 아니라고요?”옆에 있던 김서진은 그녀에 비해 침착한 편이었다.“그런데 집에서 테스트기로 테스트했을 때는 두 줄이었어요.”“테스트기가 다 정확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 건 두 줄이 그렇게 선명하지도 않고 좀 흐릿하네요. 내분비 실조나 호르몬 변화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도 있어요. 초음파가 가장 정확하죠. 임신은 아니고 생리가 늦어지는 건 아마 스트레스가 많거나 최근에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럴 거예요.”한소은은 그 말을 들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김서진이 의사와 몇 마디 나누었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치 농락당한 기분이었다.며칠이나 고민하고 결정했는데 임신이 아니라니. 헛웃음이 나왔다.차에 오른 뒤에도 한소은은 멍한 표정으로 배를 붙잡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다.“차라리 잘 됐어요.”김서진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물론 그도 실망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맞을 준비까지 했는데 헛수고였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써 그는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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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거리 곳곳에 그들의 광고판이 붙었다.전광판 뿐이 아니라 TV와 SNS에 “빅토리”라는 향수가 도배되었다. 신제품은 아직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많은 관심을 끓었다.대윤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구매예약 링크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진될 정도였다.엄청난 실적에 윤소겸은 물론이고 윤중성까지 입이 귀에 걸렸다. 실적 보고서를 확인한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아버지, 보셨죠?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팔렸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니까요!”윤중성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은 윤소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제가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했잖아요!”“그래! 잘했어!”한바탕 칭찬이 끝난 뒤, 윤중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공장 쪽은 물량 충분하지?”“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다 준비했죠. 노동자들은 3조 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었어요. 돈을 준다는데 누가 안 하겠어요?”윤소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참, 아버지. 공장 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노형원 그 자식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에요? 공장 측에서는 거의 출근을 안 했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게을러빠진 놈을 데리고 있어요? 저 혼자 그 많은 일 처리를 하느라 바빠죽겠다고요!”“그래?”윤중성이 미간을 찌푸렸다.“정 안되면 꺼지라고 해! 모레 임원 회의 열 거야. 그때 너도 참석해서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임원들에게 보고해. 네 입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될 거야. 회사 사람들한테 네 실력을 증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꼭 참석하도록.”임원회의에 참석하라는 말에 윤소겸은 신바람이 났다. 회사에 입사한지도 한참 되었지만 공식적인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리 윤중성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자격미달이라고 윤중성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그는 결국 사생아였다.“이틀 사이에 철저히 준비해. 내일 정식 출시니까 긴장 늦추지 말고. 중요한 시기니까 어떤 사고도 없어야 해.”자리에서 일어선 윤중성은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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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한편, 윤설아는 쇼핑백을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마침 외출하고 돌아오는 요영과 마주쳤다. 요영은 무슨 일인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또 땄나 보네?”윤설아가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요영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조금? 요즘 운이 좀 좋아. 이대로 가다가는 그 여편네들이 나랑 게임 안 한다고 하겠어. 오늘도 내가 따니까 다들 똥 씹은 표정을 하더라고.”“예전에는 그 사람들도 많이 땄잖아. 설마 그러겠어?”윤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쇼핑백을 내려놓고 신상백 하나를 요영에게 건넸다.“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인데 엄마랑 어울릴 것 같아서 하나 샀어.”“내가 외출할 일이 뭐가 있다고. 됐어.”말은 그렇게 해도 어느새 눈은 가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들고 나갈 일이 없으면 진열장에 넣어둬. 보기만 해도 기분 좋잖아.”가방을 내려놓은 윤설아는 뒤돌아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건넸다.“그리고 이거.”“향수네?”향수를 건네 받은 요영은 뚜껑을 열고 향을 맡더니 말했다.“괜찮네! 조금 진하기는 해도 무난한 것 같아.”윤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엄마, 이 향수가 뭔지 알아?”“뭔데?”“이게 빅토리야!”“촌스러운 이름이네. 전혀 고급스럽지 않아.”요영은 이름이 촌스럽다고 비웃으며 다시 손목을 코에 대고 향을 맡았다.“향이 조금 이상하네. 그런데 어디가 이상한지는 잘 모르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티슈를 꺼내 손목을 닦았다. 윤설아는 향수를 탁자에 내려놓고 의미심장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요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향수가 뭐가 특별해?”“엄마, 이 향수 어디 제품인지 궁금하지 않아?”요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설마 한소은이 새 제품을 내놓았어?”“아니야!”윤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거 우리 대윤 그룹 신제품이야.”요영이 멈칫하며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그 자식이 만든 향수라고?”“회사에서 최근 진행하는 새 프로젝트 있잖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어. 나도 응원하는 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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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요영이 딸의 손을 잡으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네 아빠 오셨나 보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윤중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쇼핑백 하나가 들려있었다. 거실에 나와 있는 요영 모녀를 보자 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설아도 집에 있었구나.”거실에 들어선 그가 소파로 다가가며 말했다.“마침 잘됐다. 네 엄마랑 하나씩 나눠서 가져.”“이게 뭐야?”윤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에서 쇼핑백을 건네 받았다.“어? 향수네?”반가워하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윤중성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대윤그룹의 첫 향수야. 벌써 초기 물량이 매진됐다고 하더구나! 공장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야. 가족부터 챙겨야지.”요영은 남편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다. 대윤 그룹이 첫 향수를 출시해서 기쁜 게 아니라 밖에서 낳아온 사생아 자식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에 더 들뜬 것 같았다.기분이 언짢으니 표정이 곱게 지어질 리 없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아빠가 우리 거 챙겨올 줄 알았으면 돈 주고 사지 않는 건데.”윤설아는 아깝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놀란 윤중성이 물었다.“뭐? 너도 샀어?”“당연하지! 우리 대윤 그룹 첫 향수잖아. 게다가 소겸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라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소장용으로 하나 샀어!”말을 마친 윤설아는 탁자에 놓인 향수를 가리켰다.“엄마도 써보고 좋다고 했어. 안 그래, 엄마?”요영도 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윤중성은 곁눈질로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사실 그녀가 기분이 언짢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두 여자 사이에 끼어서 몇 년을 살다 보니 이럴 때는 자신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본처와 애인이 화목하게 지내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본처인 요영이 가만히 있어 준다면 밖에서 기자들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이 없었다.“어쩐지 우리 마님한테서 좋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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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서재에 도착한 윤중성은 포트에 전원을 연결하고 티백을 꺼냈다.“설아야, 요즘 회사에서 얼굴 보기 좀 힘들다?”윤중성은 무심한 듯, 찻잔에 티백을 담으며 물었다.윤설아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아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전에도 회사에서 나랑 얼굴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잖아. 난 사무실에 있었어. 그런데 왜?”정작 말을 꺼내려니 조금 어색했던 윤중성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요즘 회사 일이 좀 바빠서 못 마주쳤나 보네. 참, 네 동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너는 어떻게 생각해?”윤중성이 티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난 당연히 응원하지! 행동으로 보여줬잖아? 일부러 그 향수 사려고 백화점까지 갔으니까.”윤설아는 최대한 진심인 것처럼 보이도록 환한 미소를 지었다.윤중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런 얘기가 아니야. 이 프로젝트 자체가 어떠냐고 물어본 거야.”“좋지! 난 좋다고 생각해! 소겸이한테 조언도 좀 해주려고 했는데 걔가 혼자 할 수 있다잖아. 우리 의견은 유행에 뒤처진다고 그랬어. 노 차장한테 들었는데 노 차장이 조향사를 소개해 준다는 것을 소겸이가 거절했대. 그러고는 혼자 국제 일류 조향사를 찾아서 진행했잖아.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지금 결과로 보면 소겸이는 역시 사업 쪽으로 재능이 있어. 결과가 좋잖아.”윤설아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윤소겸을 칭찬했다.하지만 윤중성이 듣기에 조금 불안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물이 다 끓자 윤설아는 다가가서 포트를 들어 찻잔에 물을 부었다.뜨거운 물로 찻잔을 한번 데운 뒤, 다시 티백을 넣고 차를 우렸다. 윤설아는 다 우린 찻잔을 윤중성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아빠, 혹시 내가 소겸이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래?”윤중성이 찻잔을 지그시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오해한 거니?”“처음에 소겸이 집에 데려온다고 했을 때 기분이 안 좋았던 건 인정해. 하지만 걔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회사도 같이 다니면서 계속 누나라고 불러주니까 미워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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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물론 데릴사위를 맞아 회사를 물려줄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가업을 외부인에게 물려주자니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윤중성은 아들인 윤소겸에게 기대가 컸다. 윤소겸이 어서 빨리 성과를 내서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기를 바랐다.“당연히 도와야지. 하지만 소겸이 걔 좀 예민하고 자존심도 강하잖아. 애 자존심도 생각해야지. 내가 간섭을 많이 하면 걔는 내가 딴 마음 품고 있다고 생각할걸?”윤중성은 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어차피 곧 출시니까 잘하겠지. 모레 있을 임원회의에 소겸이도 참석하기로 했다. 너도 주주들한테 소겸이 칭찬 좀 많이 해줘. 그리고 그날에 따로 발표할 게 있다.”“그게 뭔데?”윤설아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서 확신이 서면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친 윤중성은 깊이 고민하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이제 나가 봐.”말을 하다가 끊으니 윤설아는 강한 호기심이 동했다. 하지만 다그쳐도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백 퍼센트 확신이 서야 패를 깐다고 했으니 분명 중요한 사안일 텐데 무엇일까?‘설마 그 자식을 위한 패인 걸까?’윤설아는 아버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참, 설아야.”윤중성이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시간 되면 네 엄마 좀 잘 설득해 봐.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이잖니! 그래도 몇십 년을 부부로 살았는데 네 엄마 서운해할 짓은 하지 않아. 소겸이를 집으로 들이고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 모녀를 섭섭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윤설아가 미소를 지었다.“아빠, 나는 잘 알지! 내가 엄마랑 잘 얘기해 볼게.”“그래.”그제야 윤중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재를 나온 윤설아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윤중성이 준비한 패가 도대체 뭘까?거실로 나와 보니 요영은 이미 방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윤설아도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밖으로 나온 요영이 그녀를 불러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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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윤설웅이 왜?”윤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실종됐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평소에도 윤설웅을 무시했던 윤설아였지만 그는 윤백건의 적통 장자였다. 회사에 그를 지지하는 주주들도 많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기 전까지는 윤백건의 옆에서 일하며 회사의 많은 업무에 관여했다.윤설웅이 경영에 흥미를 잃고 조각한다고 설치지 않았으면 윤설아에게는 회사에서 인정받을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윤설웅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맞아.”요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죽었다고 들었어.”“뭐? 죽었다고?”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윤설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 넋을 잃고 있던 그녀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그게 사실일까?”“아마도?”요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네 아빠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너한테 다른 얘기 안 했을 거야. 하지만 요즘 네 큰아버지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들었어. 아마 오래 버티긴 힘들 것 같아.”“그럼… 아빠가 임원회의 때 발표할 일이라는 게… 윤설웅 사망 소식이야?”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윤설아는 안절부절 못하며 방안을 서성였다.만약 윤설웅이 정말 죽었다면 큰아버지 쪽에는 가망이 없었다. 아마 충격을 받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큰집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윤중성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그렇게 된다면….“설아야.”요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딸을 불렀다.“네 아빠가 회사를 전부 장악하게 된다면 아마 그 사생아 새끼의 입지만 더 굳어질 거야. 너… 빨리 방법을 생각해야 해.”“엄마, 걱정하지 마. 그 녀석 정말 별거 없다니까?”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사실 아빠 쪽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쨌든 그 비싼 목걸이를 엄마한테 줬잖아. 아무리 그 여자가 좋아도 아빠는 결국 엄마를 버리지 못할 거야.”“당연히 버리지는 않겠지. 내 손에 회사 주식이 있으니까.”요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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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일단은 각각의 향수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면서 동일한 컨셉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게 초보 전략이야. 비슷한 향을 내면 개성이 없잖아.”“그럼 패션쇼 컨셉이 뭐야?”한소은이 물었다.“옷은 C사 신상을 입을 거야. 컨셉은 아마 봄을 주제로 할 거야. 메인 색상은 초록색. 대체적으로는 이래.”리사랑 이야기하다 보니 한소은도 대략적인 구상이 잡혔다. 몇 가지 질문을 주고받은 뒤, 한소은이 말했다.“마지막 질문이야. 네 아버지 쪽에 시간이 없다고 해도 아는 조향사들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나야? 해외에는 나보다 실력 좋은 조향사들이 꽤 많잖아?”리사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한소은이 한마디 덧붙였다.“나를 믿는다는 애매모호한 대답은 하지 마. 나는 조향사로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이렇게 먼 길을 달려올 만큼.”말문이 막힌 리사가 혀를 홀랑 내밀었다.“에이,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사실 나 아빠랑 싸우고 가출했어.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빠 지인이라서 엮이고 싶지 않아. 사실….”리사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나 거짓말한 게 하나 있어.”“뭐?”“회사 쪽에서는 내가 우리 아빠를 설득해서 이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야. 아니면 아빠가 추천한 조향사에게 맡기던가.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 다른 회사에 가서 힘들게 누구를 설득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리사가 말을 얼버무렸다.한소은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혼자 결정하고 나한테 온 거구나? 사실 회사 쪽에서는 나를 원하지 않은 거지?”리사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친한 친구를 속였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이었다.“하지만 네 향수를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소은아, 나 믿어줘! 나는 어릴 때부터 향수를 접촉했어. 아빠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이쪽으로는 잘 안다고 생각해. 너는 내가 아는 일류 조향사보다 실력이 뒤처지지 않아. 진심이야!”리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향수 프로젝트…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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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날이 선 그녀의 태도에 정하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왜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지?’잠시 생각하던 그는 안쪽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정원에서 이쪽을 내다보고 있는 한소은과 마주치자 그가 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저 사람 좀 만나러 왔는데요.”말을 마친 그는 리사를 지나쳐 한소은에게 다가갔다.리사도 멈칫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참… 한가롭네요.”그가 정원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래서 자격증은 준비하셨나요?”“관심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쪽이 관여할 일은 아닙니다.”자리에서 일어선 한소은이 차갑게 말했다.“관심을 안 가지고 싶어도 이게 제 일이니까요. 국내 조향사들은 다 저희 조향 협회가 관리합니다. 한소은 씨는 자격증도 없이 이 일을 하고 있고 많은 향수를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입니다. 그러니 내가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지요.”말을 마친 그는 주변을 무심한 듯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많은 허브를 재배하고 있었다. 정원의 전체적인 구조와 분위기는 제성에 있는 그의 별장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곳만의 아담한 분위기도 갖추고 있었다.“이 정원… 내 별장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군요.”그의 말에 한소은이 냉소를 지었다.“말이 좀 이상하네요. 여기는 전형적인 한국식 별장입니다. 그쪽을 따라한 게 아니거든요? 이상한 쪽으로 얘기 끌고 가지 마세요. 모두가 정하진 씨를 본받으려 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그쪽을 본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전혀 거리낌 없는 말투였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찾아온 건 엄연히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정하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듣던 대로 어디 가서 말싸움에 밀리지는 않겠네요. 사소한 입씨름하러 온 건 아닙니다. 한소은 씨, 조사 결과 당신은 자격증이 없다는 게 확인되었어요. 기록 상으로 보면 시험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더군요. 지금 두 가지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첫째, 두 달 안에 자격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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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애초에 협회에서 그녀를 초대했을 때도 자격증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국내에서 활동하는 무명 조향사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사는 협회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한소은은 이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리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어이가 없네! 좋은 조향사의 조건은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지 그게 자격증이랑 무슨 상관이죠? 자격증이 없으면 조향사가 아니고 자격증 하나만 취득하면 조향사인 건가요?”“죄송하지만 이건 저와 한소은 씨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리사 씨는 간섭하지 마시죠.”정하진이 오늘 방문한 목적은 한소은과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다. 그녀가 생각을 바꿔 조향 협회에 가입만 한다면 자격증에 관한 일은 차차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한다면….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이 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업계의 룰을 따라야 한다. 조향 협회가 향수 업계의 룰이었다.“소은이는 내 친구인데 어떻게 간섭을 안 해요!!”리사가 한소은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내 아빠가 누군지 아신다면서요? 우리 아빠는 이 업계에서 50년을 일하셨는데 자격증 따위는 없어요. 그건 우리 아빠가 가르치는 제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자격증 그게 뭔데 이 난리에요? 고작 종이쪼가리 한 장이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한소은은 리사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자 기분이 좋았다.그녀가 책임을 피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기 정말 싫었다. 조향사는 타고난 재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진부한 이론적인 지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직업이었다.물론 이론적인 지식이 아무 쓸모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자격증 하나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리사 씨, 프랑스에 이런 룰이 없다고 모든 국가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이곳은 모든 조향사가 무조건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증을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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