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데릴사위를 맞아 회사를 물려줄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가업을 외부인에게 물려주자니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윤중성은 아들인 윤소겸에게 기대가 컸다. 윤소겸이 어서 빨리 성과를 내서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기를 바랐다.“당연히 도와야지. 하지만 소겸이 걔 좀 예민하고 자존심도 강하잖아. 애 자존심도 생각해야지. 내가 간섭을 많이 하면 걔는 내가 딴 마음 품고 있다고 생각할걸?”윤중성은 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어차피 곧 출시니까 잘하겠지. 모레 있을 임원회의에 소겸이도 참석하기로 했다. 너도 주주들한테 소겸이 칭찬 좀 많이 해줘. 그리고 그날에 따로 발표할 게 있다.”“그게 뭔데?”윤설아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서 확신이 서면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친 윤중성은 깊이 고민하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이제 나가 봐.”말을 하다가 끊으니 윤설아는 강한 호기심이 동했다. 하지만 다그쳐도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백 퍼센트 확신이 서야 패를 깐다고 했으니 분명 중요한 사안일 텐데 무엇일까?‘설마 그 자식을 위한 패인 걸까?’윤설아는 아버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참, 설아야.”윤중성이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시간 되면 네 엄마 좀 잘 설득해 봐.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이잖니! 그래도 몇십 년을 부부로 살았는데 네 엄마 서운해할 짓은 하지 않아. 소겸이를 집으로 들이고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 모녀를 섭섭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윤설아가 미소를 지었다.“아빠, 나는 잘 알지! 내가 엄마랑 잘 얘기해 볼게.”“그래.”그제야 윤중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재를 나온 윤설아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윤중성이 준비한 패가 도대체 뭘까?거실로 나와 보니 요영은 이미 방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윤설아도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밖으로 나온 요영이 그녀를 불러 세
“윤설웅이 왜?”윤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실종됐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평소에도 윤설웅을 무시했던 윤설아였지만 그는 윤백건의 적통 장자였다. 회사에 그를 지지하는 주주들도 많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기 전까지는 윤백건의 옆에서 일하며 회사의 많은 업무에 관여했다.윤설웅이 경영에 흥미를 잃고 조각한다고 설치지 않았으면 윤설아에게는 회사에서 인정받을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윤설웅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맞아.”요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죽었다고 들었어.”“뭐? 죽었다고?”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윤설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 넋을 잃고 있던 그녀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그게 사실일까?”“아마도?”요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네 아빠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너한테 다른 얘기 안 했을 거야. 하지만 요즘 네 큰아버지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들었어. 아마 오래 버티긴 힘들 것 같아.”“그럼… 아빠가 임원회의 때 발표할 일이라는 게… 윤설웅 사망 소식이야?”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윤설아는 안절부절 못하며 방안을 서성였다.만약 윤설웅이 정말 죽었다면 큰아버지 쪽에는 가망이 없었다. 아마 충격을 받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큰집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윤중성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그렇게 된다면….“설아야.”요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딸을 불렀다.“네 아빠가 회사를 전부 장악하게 된다면 아마 그 사생아 새끼의 입지만 더 굳어질 거야. 너… 빨리 방법을 생각해야 해.”“엄마, 걱정하지 마. 그 녀석 정말 별거 없다니까?”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사실 아빠 쪽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쨌든 그 비싼 목걸이를 엄마한테 줬잖아. 아무리 그 여자가 좋아도 아빠는 결국 엄마를 버리지 못할 거야.”“당연히 버리지는 않겠지. 내 손에 회사 주식이 있으니까.”요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각각의 향수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면서 동일한 컨셉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게 초보 전략이야. 비슷한 향을 내면 개성이 없잖아.”“그럼 패션쇼 컨셉이 뭐야?”한소은이 물었다.“옷은 C사 신상을 입을 거야. 컨셉은 아마 봄을 주제로 할 거야. 메인 색상은 초록색. 대체적으로는 이래.”리사랑 이야기하다 보니 한소은도 대략적인 구상이 잡혔다. 몇 가지 질문을 주고받은 뒤, 한소은이 말했다.“마지막 질문이야. 네 아버지 쪽에 시간이 없다고 해도 아는 조향사들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나야? 해외에는 나보다 실력 좋은 조향사들이 꽤 많잖아?”리사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한소은이 한마디 덧붙였다.“나를 믿는다는 애매모호한 대답은 하지 마. 나는 조향사로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이렇게 먼 길을 달려올 만큼.”말문이 막힌 리사가 혀를 홀랑 내밀었다.“에이,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사실 나 아빠랑 싸우고 가출했어.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빠 지인이라서 엮이고 싶지 않아. 사실….”리사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나 거짓말한 게 하나 있어.”“뭐?”“회사 쪽에서는 내가 우리 아빠를 설득해서 이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야. 아니면 아빠가 추천한 조향사에게 맡기던가.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 다른 회사에 가서 힘들게 누구를 설득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리사가 말을 얼버무렸다.한소은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혼자 결정하고 나한테 온 거구나? 사실 회사 쪽에서는 나를 원하지 않은 거지?”리사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친한 친구를 속였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이었다.“하지만 네 향수를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소은아, 나 믿어줘! 나는 어릴 때부터 향수를 접촉했어. 아빠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이쪽으로는 잘 안다고 생각해. 너는 내가 아는 일류 조향사보다 실력이 뒤처지지 않아. 진심이야!”리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향수 프로젝트… 나는
날이 선 그녀의 태도에 정하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왜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지?’잠시 생각하던 그는 안쪽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정원에서 이쪽을 내다보고 있는 한소은과 마주치자 그가 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저 사람 좀 만나러 왔는데요.”말을 마친 그는 리사를 지나쳐 한소은에게 다가갔다.리사도 멈칫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참… 한가롭네요.”그가 정원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래서 자격증은 준비하셨나요?”“관심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쪽이 관여할 일은 아닙니다.”자리에서 일어선 한소은이 차갑게 말했다.“관심을 안 가지고 싶어도 이게 제 일이니까요. 국내 조향사들은 다 저희 조향 협회가 관리합니다. 한소은 씨는 자격증도 없이 이 일을 하고 있고 많은 향수를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입니다. 그러니 내가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지요.”말을 마친 그는 주변을 무심한 듯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많은 허브를 재배하고 있었다. 정원의 전체적인 구조와 분위기는 제성에 있는 그의 별장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곳만의 아담한 분위기도 갖추고 있었다.“이 정원… 내 별장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군요.”그의 말에 한소은이 냉소를 지었다.“말이 좀 이상하네요. 여기는 전형적인 한국식 별장입니다. 그쪽을 따라한 게 아니거든요? 이상한 쪽으로 얘기 끌고 가지 마세요. 모두가 정하진 씨를 본받으려 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그쪽을 본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전혀 거리낌 없는 말투였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찾아온 건 엄연히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정하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듣던 대로 어디 가서 말싸움에 밀리지는 않겠네요. 사소한 입씨름하러 온 건 아닙니다. 한소은 씨, 조사 결과 당신은 자격증이 없다는 게 확인되었어요. 기록 상으로 보면 시험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더군요. 지금 두 가지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첫째, 두 달 안에 자격증을
애초에 협회에서 그녀를 초대했을 때도 자격증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국내에서 활동하는 무명 조향사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사는 협회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한소은은 이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리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어이가 없네! 좋은 조향사의 조건은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지 그게 자격증이랑 무슨 상관이죠? 자격증이 없으면 조향사가 아니고 자격증 하나만 취득하면 조향사인 건가요?”“죄송하지만 이건 저와 한소은 씨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리사 씨는 간섭하지 마시죠.”정하진이 오늘 방문한 목적은 한소은과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다. 그녀가 생각을 바꿔 조향 협회에 가입만 한다면 자격증에 관한 일은 차차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한다면….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이 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업계의 룰을 따라야 한다. 조향 협회가 향수 업계의 룰이었다.“소은이는 내 친구인데 어떻게 간섭을 안 해요!!”리사가 한소은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내 아빠가 누군지 아신다면서요? 우리 아빠는 이 업계에서 50년을 일하셨는데 자격증 따위는 없어요. 그건 우리 아빠가 가르치는 제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자격증 그게 뭔데 이 난리에요? 고작 종이쪼가리 한 장이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한소은은 리사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자 기분이 좋았다.그녀가 책임을 피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기 정말 싫었다. 조향사는 타고난 재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진부한 이론적인 지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직업이었다.물론 이론적인 지식이 아무 쓸모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자격증 하나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리사 씨, 프랑스에 이런 룰이 없다고 모든 국가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이곳은 모든 조향사가 무조건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증을 받아야
“당신들은 질투하는 것밖에 안돼요!”리사는 그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 눈에는 소은이가 가장 뛰어나요. 당신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리사 씨.” 이 말은 조금 과하다.한국에는 몇 명의 최고의 조향사들이 있다. 그녀의 그 말은 다른 조향사들에게 미움을 사기 충분하다.“어찌 됐든 제 마음속엔 소은이가 최고예요.” 리사는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정하진은 차갑게 웃었다. “한국의 조향사가 소은 씨뿐인가요? 리사 씨, 이 말은 윌리엄 선생님도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만약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그녀를 혼쭐 내줬을 것이다.“여기서 말 씨름하고 있어봤자 의미 없어요. 하진 씨 전 당신들이 말하는 조향사 자격증이 없어요. 게다가 시험 보러 가지도 않을 거예요.” 한소은은 반듯하게 서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조향은 제 취미이자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그 누구도 저를 막을 수 없어요.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도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에요.”“제 말 잘 기억하세요. 이 작업실을 건드린다면 그 누구도 무사할 수 없을 거예요!”그녀의 눈빛은 매우 매서웠고 예전처럼 평온한 모습도 아니었다. 그녀가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기세는 매우 강렬했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리사도 깜짝 놀랐다.“당신...” 그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기에 정하진은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정하진은 그녀를 몇 초간 노려보다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차갑게 웃었다. “진짜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향 수 몇 개 팔았다고 최고의 조향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나요?”“소은 씨, 당신의 흑역사를 잊지 마세요. 조향사들 사이에서 코가 없는 조향사라고 불렸던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이 말은 매우 악의가 담겨 있다. 한소은은 그가 옛날 일을 다시 꺼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서 살짝 당황했다.정하진은 그녀가 당황한 것을 보고 자신이 그녀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하며 앞으
그는 그 이후로 그녀의 이름을 가슴에 새겼다.다시 겨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협회에 들여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녀가 상을 받는다면 그의 반은 협회의 영예가 될 것이다.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이 여인이 이렇게 다루기 힘들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녀의 뒤에는 김서진이 버티고 있다. 환아 그룹을 상대하고 그녀를 상대하려면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그 대회 한 번으로 만족하시는 건가요?”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당신 이겼다고 만족하고 말건 없어요.” 한소은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정하진씨에게 충고 한 마디 할게요. 조향사라면 시야를 넓게 가지세요. 저처럼 조향사 자격증도 없는 어린 여자 상대하려고 하지 말고 크게 보세요. 세계 최고의 조향사는 아직 우리나라에 있지 않아요. 조향 협회의 역할은 같은 팀을 공격하는 건가요?” “...”정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해외로 진출해 세계 최고의 조향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패배한 후 그녀는 항상 눈엣가시였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와 계속 경쟁하고 있었다.“입만 살아서!”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소은 씨, 이렇게 고집부린다고 해서 당신한테 좋을 게 없어요!”그는 말을 하며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그는 이 말을 남긴 뒤 떠났다.“꺼져꺼져, 빨리 꺼져!” 리사는 재수 없는 물건을 상대하듯 손사래를 치며 내쫓았다. “소은아, 나 너 정말 다시 봤어! 방금 너 맞아? 믿을 수 없어!”“정말 분위기가 달라!” 그녀는 감탄하며 말했다.“만약에 정하진이 심하게 나오지 않았다면 나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 없었어.” 그녀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을 뿐이지만 항상 사람들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고 함정에 빠트리며 그녀를 방해한다.그렇다면 함정에 빠트리는 사람은 함정에 던지고 방해하는 사람은 치우는 수밖에 없다.“
저녁 무렵, 한소은은 짐을 싸서 작업실을 나왔고 김서진의 차가 이미 밖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데리러 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분명 자신이 차를 끌고 왔지만 그가 데리러 오는 바람에 그녀의 차를 운전할 필요가 없어졌다.“오늘 시간이 좀 있어서 데리러 왔어요.” 그는 차에 기대면서 말했다. 석양이 그에게 쏟아졌고 마치 황금 옷을 입은 것처럼 밝게 빛났다.그녀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앉는 것을 확인한 후 조수석 문을 닫은 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서한 씨는 또 없어요?” 요즘 그를 보는 횟수가 적어지고 김서진이 운전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둘만의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지 않아요?” 그는 안전벨트를 채우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서한에게도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줘야죠.”그가 이렇게 말을 하니 한소은은 서한과 오이연이 생각나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러게요. 서한 씨가 이연이랑 같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서한 씨는 답답하고 이연이는 수다쟁이인데...”그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을 생각하니 정말 재미있다.“그럼 우리는요?” 김서진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고 웃으면서 운전에 집중했다.승차감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그녀는 하루 종일 작업실에 있어서 매우 피곤했다. 그녀가 창가에 기대어 졸고 있을 때 김서진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 정하진 씨가 왔다면서요?”“네?” 그녀는 정신을 차린 뒤 대답했다. “왔다 갔어요.”“당신 괴롭혔나요?” 김서진은 두 눈은 전방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괴롭힌 건 아니에요.”그 정도는 괴롭힘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독설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녀는 조향사 자격증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향 협회는 자격증을 핑계로 그녀를 압박하고 있다.겨우 한 명의 조향사가 협회의 호의를 거절하고 가입하려 하지도 않고 있다.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