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3005 챕터

제931화

“본인이 옥에 가더라도 낙청연을 지킬 생각인 걸 보니 왕야는 소문처럼 낙청연을 그렇게 혐오하는 것은 아닌가 보오.”엄 태사는 낙청연이 부진환의 약점일지도 모른다고 속으로 추측했다.부진환은 결국 시선을 들었다.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엄 태사를 노려보았다.“두 번 말하지 않겠소. 낙청연을 건드릴 생각은 마시오!”엄 태사는 부진환이 드디어 입을 열자 참지 못하고 웃더니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건드린다고 해도 지금 왕야의 처지로 뭘 어쩔 수 있겠소?”부진환의 눈동자에 살기가 퍼져나갔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엄 태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의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럼 한 번 시험해 보시오.”“태후가 자기 아들 부운주를 포기한다면 당신은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오.”엄 태사는 흠칫했다.부운주.하마터면 부운주를 잊을 뻔했다.인제 보니 부운주가 또 섭정왕부 사람에게 인질로 잡힌 듯했다.그러나 엄 태사는 피식 웃었다.“부운주의 목숨으로 낙청연의 목숨을 바꿀 수 있겠군. 그렇다면 왕야 당신은 어쩔 생각이오?”“흥정거리 하나를 두 번 쓸 수는 없을 텐데.”부진환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본왕에게 죽을죄를 뒤집어씌우려면 증거를 열심히 찾아야 할 것이오. 본왕은 흥정거리가 필요 없소.”엄 태사는 냉소를 흘렸다.“내가 증거를 찾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나 보군. 하지만 어떤 증거는 찾을 필요가 없소. 물으면 그만이기 때문이오.”말을 마친 뒤 엄 태사는 옥졸에게 눈빛을 보냈다.뒤이어 또 누군가 기다란 채찍을 들고 왔고 두 사람은 번갈아 부진환의 몸에 채찍을 휘둘렀다.바로 그때, 조급함이 느껴지는 호통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그만!”부경한과 부경리 두 사람이 부랴부랴 도착했다.“짐이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들리지 않느냐?”부경한이 화를 내며 호되게 꾸짖었다.엄 태사는 두 옥졸에게 눈치를 줬고 두 사람은 그제야 멈췄다.부경한은 노여움을 참으며 말했다.“엄 태사, 지금은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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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엄 태사는 그의 말에 살짝 놀라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그는 티 나지 않게 두 손을 등 뒤로 하여 뒷짐을 졌다. 그리고 턱도 살짝 쳐들면서 마치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듯이 위엄 있는 모습을 보였다.엄 태사가 웃으며 말했다.“폐하, 과분한 말씀이십니다!”“하지만 폐하께서 절 삼촌이라고 불러주셨으니 저 또한 삼촌으로서 인정을 고려해야겠지요.”“폐하께서 섭정왕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고 하셨으니 잠깐 멈추겠습니다.”“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폐하. 증거를 찾기 전까지 섭정왕은 무사할 것입니다!”“밤이 깊었으니 폐하께서는 일찍 쉬십시오. 전 먼저 물러나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엄 태사는 예를 갖춘 뒤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옥에서 나온 엄 태사는 걸음걸이가 몹시 거만해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경리는 화가 나서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섭정왕이 옥에 갇히기 전, 엄 태사는 이 정도로 건방지지 않았다.부진환이 옥에 갇히고 부경한 옆에 그의 힘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난 뒤 황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부경한은 헐레벌떡 부진환에게 다가갔다.“셋째 형님!”“엄 태사가 벌써 형님을 고문하려고 할 줄은 몰랐소!”부진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전 괜찮습니다. 저 때문에 그와 충돌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궁지로 몰았다가는 폐하께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부경한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여기서 나갈 방법이 있소?”부진환은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낙청연에게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그녀에게 협조해주세요.”그 말에 부경한은 다소 놀랐다.“낙청연 말이오? 셋째 형님, 낙청연이 형님을 구할 것이라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것이오? 왜 이렇게 그녀를 믿는 것이오?”부경리도 말했다.“그러게요. 예전에 왕비를 그렇게 대했으면서, 제가 왕비라면 형님을 구하지 않을 겁니다.”그들의 말을 들은 부진환은 속이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낙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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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날이 밝기 무섭게 낙월영은 곧바로 입궁해 태후에게 청알했다.낙월영이 찾아오자 태후는 다소 놀랐다.“안 그래도 널 부르기 위해 사람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잘 왔구나.”낙월영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태후 마마, 무슨 일로 절 찾으려 하셨습니까?”태후는 느긋하게 대꾸했다.“넌 아직도 엄평소를 위해 일하지. 마침 부진환을 상대할 기회가 생겼는데 원하느냐?”낙월영은 흠칫했다. 부진환을 위해 사정하려던 그녀는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만약 지금 이때 부진환을 위해 사정한다면 태후는 필시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낙월영은 곧바로 입을 뗐다.“안 그래도 그 소식을 듣고 혹시나 태후 마마께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태후 마마, 제가 뭘 하면 될까요?”태후는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이더니 곧장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낙월영이 수희궁으로 찾아와 태후를 암살하려 했으니 지금 당장 옥에 가두거라!”화들짝 놀란 낙월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태후 마마...”-날이 밝자 낙청연은 금방 달인 약을 가져와 태상황에게 먹이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류 공공이 사람들을 데리고 방 안으로 쳐들어왔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뭐 하는 것이오?”류 공공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약 그릇을 힐긋 보았다.“누군가 왕비 마마께서 태상황의 약에 무언가 넣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이 약은 저희가 가져가서 조사하겠습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보았다는 말이오? 지금 내 앞에 불러와 대질하게 하시오!”류 공공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시고 얼른 약을 가져오세요!”낙청연은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그들이 약을 가져가 독을 넣는다면 해명할 길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약을 단숨에 삼켰다.“약에 독이 있다면 내가 먼저 죽을 것이오!”낙청연이 매섭게 쏘아붙이며 그릇을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류 공공은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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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부진환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뭘 하려는 것이냐!”류 공공은 웃었다.“섭정왕께서 선택하지 못하시니 제가 섭정왕 대신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면 낙청연을 먼저 고문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가 손짓하자 낙청연은 그들에 의해 의자 위에 짓눌린 채로 두 손이 묶였다.류 공공은 부진환의 표정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섭정왕께서는 낙청연이 고문당하는 것이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으신가 봅니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보았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표정과 냉담한 눈빛,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이를 악문 낙청연은 의자를 팍 내리치더니 두 옥졸을 때려눕혔고 밧줄을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류 공공은 대경실색했다.“이, 이, 이게 무슨! 반역을 일으킬 셈입니까!”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류 공공을 노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내가 태상황의 약에 무언가를 넣었다고 의심했지. 그 약은 내가 마셨으니 독이 없다는 게 증명되었소.”“그런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날 고문한다는 것이오? 고문을 하려면 먼저 죄명이 있어야지.”“어디 한 번 내게 손대보시오!”낙청연의 날 선 어조와 서늘한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겁을 먹은 류 공공은 낙청연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부진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네. 섭정왕비께서는 영리하여 말을 잘하니 저희가 건드리지 못하겠습니다.”“그렇다면 낙월영을 고문해야겠습니다!”“채찍질하거라!”류 공공은 무척 분한지 채찍질하라는 말을 아주 사납게 했다.낙월영은 당황했다. 입을 열기도 전에 낙월영은 사정없이 휘두른 채찍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아! 난 태후 마마를 암살하려 한 적이 없소. 난 그저 태후 마마께 사정하려던 것뿐이오!”채찍이 한 번, 또 한 번 낙월영의 몸에 내려앉았다. 채찍을 맞은 낙월영은 바닥을 뒹굴며 안간힘을 다해 채찍을 피하려 했다.낙월영이 맞는 순간, 부진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고 입을 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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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그게 싫다면 섭정왕께서 어떻게 동서(董紓)와 결탁하여 여비의 복수를 하고 태상황을 해치려 했는지 말씀해 보시지요?”부진환의 이성이 고통을 이겼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꺼지거라!”류 공공은 냉소를 흘렸다.“그렇다면 낙월영이 고생해야겠군요.”“계속 때리거라!”류 공공이 명령을 내리자 옥졸은 다시 한번 낙월영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낙월영은 이미 온몸이 피로 물들어 한 발짝도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바닥에 웅크린 채로 비명만 내질렀다.“그만! 그만!”부진환은 다시 한번 흥분하며 힘껏 쇠사슬을 당겼다.분노를 터뜨리는 그의 입에서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눈시울이 붉어진 낙청연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힘껏 주먹을 쥐고 있었다.그녀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쿡쿡 쑤셔왔다.왜 저러는 걸까? 부진환이 왜 피를 토한다는 말인가?분명 문제가 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앞으로 나섰다.“그만!”그녀는 옥졸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아 들더니 옥졸을 밀쳤다.류 공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비 마마, 뭐 하시는 것입니까?”낙청연은 서늘한 음성으로 대답했다“태상황께서 섭정왕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소!”류 공공은 안색이 돌변하며 콧방귀를 끼었다.“태상황께서 명령을 내리셨다고요? 태상황께서 직접 쓰신 명령서가 있습니까? 태상황께서는 병 때문에 침상에 누워계시고 말조차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명령을 내린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와 오만한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명령을 내렸다고 하면 내린 것이오!”류 공공은 분한 마음에 곧바로 반박했다.“하지만 저는 낙월영을 고문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태상황의 명령이란 말입니까?”낙청연은 바닥에 쓰러진 낙월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낙월영이 그냥 맞아 죽길 바랐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그녀를 구해야 했다.“낙월영이 태후 마마를 암살하려 했다는 데 흉기는 어디 있소? 무엇으로, 어떻게 암살하려 했소? 유죄인 게 확실하여 고문하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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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낙청연은 잠깐 움찔하더니 삽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뭐라고요?”낙청연은 영문을 알지 못했다.부진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무력하게, 목이 살짝 메어 말했다.“미안하다. 나도 날 통제하지 못하겠다.”그 목소리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걸 이해했다.결국 참지 못한 낙청연은 그를 와락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알겠습니다. 다 알겠습니다.”낙월영을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부진환은 정말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부진환은 몇 번이나 낙청연에게 도움을 구하며 이 세상에 사람을 조종할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도 낙청연은 부진환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고 그가 낙월영을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건 줄로 알았다.낙월영이 맞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머리가 아프고 피를 토한 게 아니라 무언가 부진환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부진환은 너무 아파 꼼짝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팔을 들어 낙청연을 품에 안았다.그녀의 어깨에 맥없이 턱을 올린 뒤 부진환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창백한 미소가 걸렸다.“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낙청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마치 깃털처럼 언제든 날아갈 것 같은 목소리였다.낙청연은 마음이 아렸다.“왜 얘기하지 않은 것입니까?”“저한테 한 번도 얘기하지 않으셨지요.”“저희 함께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낙청연은 부진환의 감정 기복이 큰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부진환은 낙월영의 일이라면 항상 이성을 잃었다.멀지 않은 곳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낙월영은 두 사람이 서로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콕콕 쑤셨다.그녀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낙청연인 걸까?왕야는 낙청연을 밀어내야 하는데 왜 그녀를 안고 있는 것일까?지금까지 한 고생들이 전부 헛수고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부진환은 기운 없이 낙청연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통증이 조금 가신 지금 그는 이 순간이 제법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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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낙청연은 경계하며 낙월영을 등 뒤로 끌어당겼다.태후는 그 장면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별일이구나. 네가 스스로 나서서 낙월영을 보호하는 걸 보게 되다니. 낙월영이 널 어떻게 대했는지 잊은 것이냐?”“낙월영을 내게 넘기거라. 내가 절대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낙월영은 바짝 긴장하며 낙청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태후를 보았다. 낙월영이 태후의 손에 들어간다면 태후는 낙월영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낙월영을 이용해 부진환을 괴롭히고 조종할 것이다.“낙월영도 어쨌든 섭정왕부의 사람입니다. 왜 태후 마마께 넘겨야 합니까?”“죽인다고 해도 제가 직접 죽여야지요.”태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낙청연, 태상황의 명령을 핑계로 부진환을 지키는 건 그렇다 쳐도 낙월영까지 보호하려는 것이냐?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것 같으냐?”낙청연은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날 선 눈매로 태후를 노려보았다.“태후 마마께서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태상황께 확인해보면 되니깐요. 태상황께서는 태후 마마께서 궁금해하는 모든 것에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태후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지금 태상황을 찾아간다면 태상황은 낙청연을 도우려 할 것이다.태상황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저을 수 있으므로 낙청연을 어찌할 수 없다.“잘됐구나. 낙청연, 굳이 나와 척지겠다면 어디 한 번 지켜보마. 네가 태상황을 등에 업고 언제까지 거만 떨 수 있을지 말이다.”“만약 태상황의 병이 확연히 호전되지 않는다면 넌 사지가 찢길 것이다!”말을 마친 뒤 태후는 차갑게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낙월영은 그제야 안도하며 천천히 낙청연의 옷자락을 놓았다.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청연이 태후와 대거리하면서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지키려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낙월영을 데리고 그곳에서 벗어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보았지? 엄씨 가문은 널 죽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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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괘상은 호국천랑성(護國天狼星)이 추락하고 천궐국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했다.전쟁의 불길은 천궐국의 절반을 전부 삼킬 것이다.이것은 천궐국의 큰 재앙이었고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낙청연은 갑자기 만족과 진천리가 떠올랐다.그녀는 혹시나 진천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별안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부진환이 사람을 보냈을 때 별일 없다고 전한 적이 있었다.낙운희가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은 걸 보면 무사할 것이다.모든 것이 평화롭게 느껴졌지만 괘상이 틀릴 리 없었다.그래서 날이 밝자 낙청연은 사람을 시켜 폐하를 모셔 오라고 했고 그에게 변방의 만족에 관해 물었다.부경한이 대답했다.“그쪽은 태평한 듯하다. 아직은 좋지 않은 소식이 없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번에 사라졌던 만족 사람들이 수상합니다. 변방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폐하, 요 며칠 변방 쪽 소식을 듣게 된다면 반드시 꼼꼼히 살펴봐 주시옵소서.”부경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저번에 수희궁에 가보고 싶다고 했었지? 하지만 태후가 요 며칠 수희궁에서 요양하면서 외출을 거의 안 해 당분간은 태후를 유인할 방법이 없다.”“그러니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부경한 또한 마음이 급했지만 너무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 역시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이틀 뒤 드디어 부경리가 소식을 전했다.“역시나 일이 터졌습니다.”“만족이 변방을 습격해 군사 상황이 급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정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흠칫했다. 과연 일이 터졌다.“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갑자기 군사 상황이 급박해질 리가 없습니다. 분명 한참 전에 일이 터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식이 이제야 수도에 전해진 것이겠지요!”부경리는 그 말에 안색이 달라졌다.“일리 있습니다!”“지금 조정 대신들 사이에는 쟁론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막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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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낙청연은 지도를 보며 말했다.“무진도 중요하지만 무진의 뒤에는 산이 있어 자연적인 방어벽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적군이 나쁜 의도를 품고 무진을 공격하려 해도 당분간은 이 산을 뚫을 수 없습니다.”“오히려 이쪽이 문제입니다. 이곳이 함락된다면 만족은 막힘없이 곧장 천궐국으로 쳐들어올 수 있습니다.”부경한의 눈이 번뜩였다.“진 태위도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엄 태사가 극구 말렸지. 진 태위는 자기 아들을 걱정하는 것뿐이라 공정하게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말이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엄씨 가문은 미친 겁니까? 만족이 천궐국을 침범해서 그들이 얻는 게 뭐가 있습니까?”말을 내뱉자마자 낙청연은 그들이 챙길 이득을 하나 떠올렸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감돌았다.“왕야께서 옥에 갇혀 있으니 만족이 쳐들어온다면 엄씨 가문은 왕야의 손에서 병권을 빼앗을 명분이 생깁니다. 전력을 다해 만족에게 저항해야 한다면서 말입니다.”“계산을 아주 잘했군요.”그 말에 부경한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면 안 되지!”“만약 병권이 엄 태사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이 천하는 엄씨 가문의 것이 될 것이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것이 바로 그들의 목적일지도 모릅니다.”낙청연의 미소에 머리털이 쭈뼛 선 부경한은 자세히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렇다면 지금 어찌해야 하느냐?”부경한은 초조해 보였고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수희궁에 가봐야겠습니다!”“방법을 생각해 보세요!”낙청연은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고 정교하게 꾸민 그 방을 다시 한번 뒤져보고 싶었다.게다가 아직 동서의 비밀도 알아내지 못했다.그것들을 알아낸다면 돌파구가 생길지도 몰랐다.“그래. 짐에게 맡기거라!”잠시 고민하던 부경한은 방법을 떠올렸다.-다음 날, 부경한은 수희궁으로 향했다.최근 마음이 심란하다는 이유로 태후와 함께 엄씨 가문으로 가서 기분전환을 하겠다고 했다.겉으로는 대신들의 접견을 피하기 위해서였으나 사실은 사정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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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궤짝 안에서 발견했던 신발과 같은 재질인 듯했다.밑창이 닳은 정도도 비슷했고 안쪽이 더 많이 닳은 것도 비슷했다.류 공공은 곧 자리를 떴다.자리에서 일어난 낙청연은 주위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다급히 뒤쪽에 있는 화원으로 향했다.문을 열어 안쪽을 보니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침상 위 이불은 원래 개어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 그곳에서 잔 적이 있는 것처럼 지금은 흐트러져 있었다.침상에 다가가 이불 안을 만져 보니 온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저 사내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단 말인가?옷장을 열어보니 옷장 안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그러나 탁자 위 찻주전자 안에 뜨거운 물과 누군가 썼던 찻잔이 늘어났다.조금 전 류 공공이 이 방향에서 나온 걸 떠올린 낙청연은 어쩌면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이 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와 동서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란 말인가?그건 아닌 듯했다. 류 공공이 아무리 태감이라도 해도 태후의 침궁 뒤쪽에서 지내고 있을 리 만무했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낙청연은 곧바로 방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자세히 둘러보았고 그러다가 침상에서 비밀 통로를 하나 찾았다. 나무 판자를 들어보니 아래쪽에 아주 깊어 보이는 통로가 있었다.낙청연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혹시나 류 공공이 돌아오더라도 누군가 비밀 통로 안에 들어갔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게 이불과 나무판자를 손에 쥔 뒤 그것을 덮었다.순조롭게 지하로 들어간 낙청연의 눈앞에 통로가 펼쳐졌다.그녀는 화절자에 불을 붙인 뒤 앞으로 걸어갔다.비밀 통로는 넓은 편이 아니었고 수리도 안 된 것이 몰래 파놓은 통로 같아 보였다. 게다가 꽤 오래전에 파놓은 것 같았다.통로는 구불구불했고 낙청연은 한참을 걸어서야 출구에 도착했다.그녀는 마른 우물 안에서 기어 나왔다.그곳은 작은 마당이었다.낙청연은 밖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태감들이 지내는 곳 같아 보였다.혹시 류 공공의 거처일까?낙청연은 몰래 방 안으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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