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지도를 보며 말했다.“무진도 중요하지만 무진의 뒤에는 산이 있어 자연적인 방어벽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적군이 나쁜 의도를 품고 무진을 공격하려 해도 당분간은 이 산을 뚫을 수 없습니다.”“오히려 이쪽이 문제입니다. 이곳이 함락된다면 만족은 막힘없이 곧장 천궐국으로 쳐들어올 수 있습니다.”부경한의 눈이 번뜩였다.“진 태위도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엄 태사가 극구 말렸지. 진 태위는 자기 아들을 걱정하는 것뿐이라 공정하게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말이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엄씨 가문은 미친 겁니까? 만족이 천궐국을 침범해서 그들이 얻는 게 뭐가 있습니까?”말을 내뱉자마자 낙청연은 그들이 챙길 이득을 하나 떠올렸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감돌았다.“왕야께서 옥에 갇혀 있으니 만족이 쳐들어온다면 엄씨 가문은 왕야의 손에서 병권을 빼앗을 명분이 생깁니다. 전력을 다해 만족에게 저항해야 한다면서 말입니다.”“계산을 아주 잘했군요.”그 말에 부경한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면 안 되지!”“만약 병권이 엄 태사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이 천하는 엄씨 가문의 것이 될 것이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것이 바로 그들의 목적일지도 모릅니다.”낙청연의 미소에 머리털이 쭈뼛 선 부경한은 자세히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렇다면 지금 어찌해야 하느냐?”부경한은 초조해 보였고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수희궁에 가봐야겠습니다!”“방법을 생각해 보세요!”낙청연은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고 정교하게 꾸민 그 방을 다시 한번 뒤져보고 싶었다.게다가 아직 동서의 비밀도 알아내지 못했다.그것들을 알아낸다면 돌파구가 생길지도 몰랐다.“그래. 짐에게 맡기거라!”잠시 고민하던 부경한은 방법을 떠올렸다.-다음 날, 부경한은 수희궁으로 향했다.최근 마음이 심란하다는 이유로 태후와 함께 엄씨 가문으로 가서 기분전환을 하겠다고 했다.겉으로는 대신들의 접견을 피하기 위해서였으나 사실은 사정하기 위
궤짝 안에서 발견했던 신발과 같은 재질인 듯했다.밑창이 닳은 정도도 비슷했고 안쪽이 더 많이 닳은 것도 비슷했다.류 공공은 곧 자리를 떴다.자리에서 일어난 낙청연은 주위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다급히 뒤쪽에 있는 화원으로 향했다.문을 열어 안쪽을 보니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침상 위 이불은 원래 개어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 그곳에서 잔 적이 있는 것처럼 지금은 흐트러져 있었다.침상에 다가가 이불 안을 만져 보니 온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저 사내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단 말인가?옷장을 열어보니 옷장 안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그러나 탁자 위 찻주전자 안에 뜨거운 물과 누군가 썼던 찻잔이 늘어났다.조금 전 류 공공이 이 방향에서 나온 걸 떠올린 낙청연은 어쩌면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이 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와 동서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란 말인가?그건 아닌 듯했다. 류 공공이 아무리 태감이라도 해도 태후의 침궁 뒤쪽에서 지내고 있을 리 만무했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낙청연은 곧바로 방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자세히 둘러보았고 그러다가 침상에서 비밀 통로를 하나 찾았다. 나무 판자를 들어보니 아래쪽에 아주 깊어 보이는 통로가 있었다.낙청연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혹시나 류 공공이 돌아오더라도 누군가 비밀 통로 안에 들어갔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게 이불과 나무판자를 손에 쥔 뒤 그것을 덮었다.순조롭게 지하로 들어간 낙청연의 눈앞에 통로가 펼쳐졌다.그녀는 화절자에 불을 붙인 뒤 앞으로 걸어갔다.비밀 통로는 넓은 편이 아니었고 수리도 안 된 것이 몰래 파놓은 통로 같아 보였다. 게다가 꽤 오래전에 파놓은 것 같았다.통로는 구불구불했고 낙청연은 한참을 걸어서야 출구에 도착했다.그녀는 마른 우물 안에서 기어 나왔다.그곳은 작은 마당이었다.낙청연은 밖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태감들이 지내는 곳 같아 보였다.혹시 류 공공의 거처일까?낙청연은 몰래 방 안으로 들어가서
“목 장원, 이 두 처방은 태의원에서 준 것이오?”목 장원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태의원에서 준 처방이 맞소. 하지만 진료한 뒤 쓴 처방이 아니라 태의원에서 규정대로 치른 시험에서 쓴 처방 같소.”“그렇다면 이 필적이 누구의 필적인지 알 수 있겠소?”목 장원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성백천의 필적일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성백천이라고?”목여해(穆如海)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런 걸 묻는 것이오? 그리고 이것들은 시험 때 작성했던 처방으로 태의원에 있어야 하는데 왜 당신에게 있는 것이오?”“성백천이 무슨 나쁜 짓을 한 것이오?”목여해는 긴장한 얼굴이었다.낙청연은 말머리를 돌리며 물었다.“장원, 그러면 하나만 더 묻겠소. 태의원의 정무량은 해결했소?”목여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해결할 것이오. 하지만 차근차근히 해야 하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처방을 들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장원, 성백천이 말하길 그는 어릴 때부터 태의원에 있었다고 했소. 장원이 그를 주웠다고 하더군.”“맞소. 성백천은 태의원에 오랫동안 있었소.”“그런데 그는 왜 아직도 별 볼 일 없는 태의인 것이오? 성백천은 진료한 적도 아주 적던데 혹시 일부러 그를 숨기려 한 것이오?”그 말에 목여해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탄식하며 말했다.“일부러 그를 억압한 것은 아니오. 다만... 그 아이는 궁 밖의 사람이 아니오. 누구의 아인지는 나도 알지 못하오. 그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 최대한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은 것이오.”그렇군!낙청연은 그제야 어릴 때부터 태의원에서 의술을 배운 성백천이 왜 지위가 그토록 낮은지 깨달았다. 정무량이 일부러 압력을 가한 것도 있지만 목 장원의 사심도 있었다.그녀는 류 공공의 처소에서 발견한 아이의 옷이 문득 떠올라 반쪽짜리 옥패를 꺼냈다.“장원, 혹시 이 옥패의 반쪽을 본 적이 있소?”옥패를 보는 순간 목여해의 낯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뒤이어 낙청연은 목 장원을 따라 태의원에 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출입이 편하게 일부러 의관으로 변장했다.목 장원은 그녀를 데리고 당안각(檔案閣)으로 향했다.그는 책궤 안에서 오래되어 먼지가 쌓인 서권(書卷)을 뒤적이기 시작했다.한참을 찾은 끝에 목 장원은 두 권의 두꺼운 책을 꺼냈다.“이것이오.”낙청연은 책을 펼쳐 한 장씩 읽기 시작했다.그녀는 이궁의난이 발생하기 1년 전의 진맥 기록을 살폈다. 비빈들 모두 고정된 태의가 정기적으로 진맥했지만 태후의 진맥 기록을 보니 중간에 사람을 한 번 바꿨다.“장원, 이 허흥덕(許興德) 태의는 있소?”목 장원은 고개를 저었다.“돌아가신지 꽤 됐소.”낙청연은 다시 기록을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미간을 구겼다.“왜 그러시오? 무슨 문제가 있소?”낙청연이 말했다.“이걸 보시오. 3월 초 태후 마마께서는 식욕이 저하되고 속이 메스꺼우며 자주 졸리다고 했소. 하지만 진맥하지 않고 그저 약을 복용하셨소.”“4월이 되고 진맥한 태의가 허흥덕으로 바뀌었소.”“그 뒤로 열 달 동안 허흥덕 태의가 태후 마마를 진맥했고 맥은 전부 정상적이라고 기록되었소.”“허흥덕이 가짜 기록을 만든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장원은 허흥덕이 어쩌다가 죽었는지 기억하시오? 정상적으로 죽었소 아니면 사고로 죽었소?”목여해는 번개라도 맞은 듯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머릿속이 윙윙 울렸다.그는 목이 메어 힘겹게 입을 열었다.“사고... 였소...”낙청연은 그 대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러니 당신이 주운 그 아이는 태후 마마의 아이일 것이오.”“목 장원, 이 사건이 있은 뒤 많은 시간이 흘렀소. 태의원에서 이와 관련된 증거를 찾을 수 있겠소?”목여해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어렵소.”“당신의 추측대로 허흥덕이 입막음을 위해 죽임을 당했다면 그와 관련된 증거도 분명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을 것이오.”“그리고 난 성백천의 신분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소. 그는 잘
낙청연도 당연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엄씨 가문이 이러는 이유는 부진환에게서 병권을 빼앗기 위해서였기에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오늘 수희궁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증거를 충분히 모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유인할 생각입니다.”낙청연은 천천히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 태상황은 자지 않고 깨어있는 상태로 그녀의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물었다.“태상황, 저는 예전과 같은 방법을 쓸 생각입니다. 태상황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래 주실 수 있겠습니까?”태상황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침을 놓으면 그의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태상황의 동의가 필요했다.태상황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힘껏 그녀에게 눈짓했다.낙청연은 당황했다.“지금 당장 침을 놓으라는 말입니까?”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지금 침을 놓으면 내일에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하지만 태상황은 마음이 조급했고 지금 당장 침을 놔달라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부경한이 다가와 탄식했다.“넌 부황의 뜻을 이해할 수 있으니 부황의 뜻대로 하거라.”그렇게 낙청연은 태상황에게 침을 놓아 강제로 몸의 감각을 회복시켜 움직일 수 있게 했다.침술이 끝난 뒤 태상황은 일어나기 위해 버둥거렸고 낙청연과 부경한은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태상황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침상 오른쪽 벽으로 향하더니 장롱을 가리켰다.낙청연이 장롱을 열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태상황의 손가락은 여전히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자세히 살피던 낙청연은 벽에 있는 기관을 발견했고 그것을 꾹 눌렀다.기관이 눌리면서 정교한 나무 상자가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그 나무 상자를 태상황에게 건네려 했으나 태상황은 나무 상자를 가리킨 뒤 낙청연을 가리켰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제게 주는 것입니까?”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열어 보니 안에는 용과 호랑이가 조각된 작은 옥새가 있었다.부경한도 그것
은침이 태상황의 손목에 박혀 들어가자 태상황은 붓을 놓치고 뒤로 넘어졌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구석에 있는 그자를 보았다.류 공공!“부황!”부경한은 다급히 태상황을 부축했다.태후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태상황의 손을 힘껏 움켜쥐었고 그 은침은 태상황의 손목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태상황은 매우 아팠지만 소리를 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곧이어 태후는 몸을 일으키며 낙청연에게 호통을 쳤다.“낙청연, 태상황께서는 아직 다 낫지 않으셨다. 태상황을 그만 고생시키거라!”“태상황께서는 이 글을 적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얼마나 진이 빠졌겠느냐? 넌 대체 뭘 위해 이러는 것이냐?”“난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태후는 말을 마친 뒤 백관을 물러나게 했다.사람들은 잇따라 자리를 떴고 침궁을 나와서야 의논하기 시작했다.“태상황께서는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이오? 태후 독이라니?”“태후 마마의 체내에도 독이 있다는 말 아니겠소?”“태후 마마도 독에 당했다고?”“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거 참 답답한 일이군.”진 태위는 눈살을 찌푸렸다.“태후 마마가 독을 썼다?”그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조용히 하라는 듯이 검지를 손가락에 가져다 댔다.“진 태위, 말을 조심하시오.”“모든 건 태상황께서 나으신 뒤에야 알 수 있소.”“우리는 제멋대로 추측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증거도 없는 일을 입에 올렸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소.”그렇게 사람들은 흩어졌고 더는 의논하지 않았다.멀지 않은 곳 처마 밑에서 엄 태사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그는 그들의 말을 들었다.엄 태사의 눈동자에서 한기가 느껴졌다.어찌 됐든 더는 태상황을 살려둘 수 없었다.더는 지체할 수 없다!태후도 침궁을 떠났고 문밖으로 나설 때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엄 태사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그와 함께 떠났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태상황의 손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잠깐 아픈 것일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부경한은
침상 위의 사람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다급히 피했다.류 공공의 안색이 돌변했다.태상황이 아니다!비수가 맹렬히 날아들어 상대를 죽이려 할 때, 류 공공은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성백천!그의 비수가 돌연 멈췄다.그는 이를 악물면서 손을 거두어들였고 허리를 숙여 태상황이 침상 밑에 숨은 것은 아닐까 확인했다.하지만 태상황은 없었다.성백천은 무척 긴장했지만 호통을 치며 말했다.“류 공공, 태상황의 곁에서 여러 해 시중을 들었으면서 어찌 이럴 수 있소!”“아직 돌이킬 수 있소!”류 공공은 주위를 둘러봐도 태상황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들어 성백천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비수가 성백천의 목에 닿았다.“태상황을 어디에 숨긴 것이냐!”성백천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모르오. 안다고 해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오!”류 공공은 비수를 손에 꽉 쥔 채 그를 위협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그를 상처입힐 수 없었다.바로 그때, 누군가 천천히 침궁 안으로 들어왔다.류 공공은 깜짝 놀라 성백천의 멱살을 잡으며 날카로운 비수를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낙청연은 서서히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왔다.“류 공공, 당신이었군.”류 공공의 날 선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그 눈빛은 옥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의 눈빛과 똑같았다.“태상황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낙청연, 태상황을 내놓는다면 한 번 살려주겠다.”“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태연자약한 얼굴로 대꾸했다.“날 죽인다고 했소? 그렇게 확신하시오?”“성백천은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시오. 어차피 이름도 없는 일개 태의일 뿐인데 죽어도 상관없지.”“오히려 태상황을 지키다가 죽었으니 큰 공을 세운 셈이지. 일이 끝나면 태상황의 앞에서 성백천을 위해 논공행상을 주청할 것이오.”류 공공은 그녀의 말을 듣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낙청연은 두 손을 뒤로 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녀는 류 공공이 자기 아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
”당연히 본왕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이다.”낙정은 표정이 쭈그러들더니, 이를 악물었다. “낙월영?”설마 낙월의 눈이 정말 곧 멀게 된 것인가? 그래서 낙월영이 중간에서 기산 송무를 가로챈 것인가?낙월영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가 말을 했거늘!하필 엄 평소는 이토록 중요한 임무를 낙월영에게 맡기다니!하지만 그 기산 송무는 그녀가 어렵게 구한 건데!정말 얄밉다!“섭정왕이 사실대로 말했으니, 그럼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어쨌든 누군가는 나의 기산 송무를 위하여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돌연 낙정의 눈빛이 매서워졌다.손을 휘두르더니, 골정(骨釘) 두 개가 부진환을 향해 날아가, 그의 어깨에 박혔다.푸—피가 왈칵 뿜어져 나왔다.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극심한 통증으로 부진환은 조금도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낙정은 부진환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자, 입가에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이 세상에, 나의 쇄골정 세 개를 맞고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쇄골정이 체내에 들어가면 뼈를 으스러뜨리고 심장이 타들어 갈 테니,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그러나 만약 쇄골정을 뽑아낸다면 경맥이 훼손되고 무공을 잃을 것이니, 그때부터 폐인이 되는 것입니다.”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한 마디 신음도 내지 않았다. 오직 입가에서 피가 한 방울씩 뚝뚝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낙정은 손을 들었다. 손끝에는 세 번째 쇄골정을 쥐고 있었다.“자, 어디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 세 번째 것은 어디에 심어드릴 까요?”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네가 원하는 건, 그저 내가 순순히 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 그래야 네 주인한테 가서 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꿈도 꾸지 말거라. 본왕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의도를 들킨 낙정은 노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어쩐지 나를 보내더라고요. 정말 보통 형벌로는 확실히 당신을 어쩔 수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