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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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이제야 의심하다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왕야, 제가 왕야를 죽이려 했다면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호통을 쳤다.“난 너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물었다!”“너희는 무공의 결이 같아. 심지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지. 그러니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 거라!”태의는 낙월영의 눈이 거의 먼 상태라고 했다. 여국의 기산 송무부터 그는 의심했다.소유에게 조사해보게 하니 풍도 상회 때 가져온 약재는 변방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여국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었다.그래서 며칠 동안 저택에 있지 않는다고 소문을 퍼뜨려 그 정체불명의 사람이 미끼를 물게 할 생각이었다.사실 그는 매일 밤 창고에 있었고 오늘 밤 드디어 사냥감이 미끼를 물었다.그런데 미끼를 문 것은 그자가 아니라 낙청연이었다.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화가 났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뿌리치지 못했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네! 저랑 그자는 한패입니다! 됐습니까?”부진환은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부진환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곧장 그녀를 안았다.품 안에 안긴 그녀는 입가에 핏자국이 있었고 부진환은 마음이 아팠다.그는 그녀를 안고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고 소유에게 의원을 불러오라고 했다.어렵사리 정신이 든 낙청연은 의원이 부진환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왕야, 왕비 마마께서는 상태가 심각하십니다. 예전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까?”부진환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그녀의 무공을 없앴던 때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경맥을 다치신 데다가 오늘 상처가 더해져 반드시 몸조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질병이 생겨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겁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멈칫했다.“우선 약부터 내주시게.”의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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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아니, 그저 단서를 알고 있는 것뿐이다.”낙청연은 그제야 안도했다.하지만 낙월영은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았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울면서 부진환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왕야, 왕야께서는 제 눈을 고치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제가 잘못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눈이 먼다면 전 살지 못할 겁니다.”“왕야, 정확히 말해주세요. 제 눈을 고쳐줄 생각이 없으시다면 지금 당장 죽겠습니다.”“앞으로 눈이 멀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는...”낙월영은 말하면서 더욱더 서글피 울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놓인 찻잔을 그녀에게 던졌다.“울려거든 나가서 울 거라.”찻잔은 낙월영의 발치에서 산산이 조각났고 겁을 먹은 낙월영은 더욱더 큰 소리로 울었다.부진환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마치 수많은 가시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 듯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그는 몇 번이나 기산 송무를 달라는 낙월영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성이 그를 막았다.그러나 머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낙월영은 아직 울고 있었고 결국 참지 못한 부진환은 문을 박차고 나가 자신을 서방에 가두었다.낙월영은 울면서 그를 뒤따랐다.“왕야, 왕야.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대꾸해주세요.”부진환은 머리를 단단히 쥔 채로 비틀거리다가 탁자에 부딪혔고 주먹으로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그런데도 고통은 줄지 않았다. 부진환은 안색이 창백해져 핏줄이 불거졌고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소유는 그 소리를 듣고 곧바로 사람을 시켜 문밖에 죽치고 있던 낙월영을 쫓아냈다.방 안에 들어가 보니 부진환이 자기 머리를 때리려 하고 있었다.그는 다급히 부진환을 막았다.“왕야! 왕야 아니 됩니다!”부진환은 눈동자에 핏발이 서 눈이 빨갰다. 그는 두통 때문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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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소유는 걱정스레 물었다.“왕야, 태의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조금 전 상황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두려웠다.부진환은 살짝 차가워진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야, 심각한 상황인 듯하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해결할 수 없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몸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그도 자신이 정말 낙월영을 사랑하게 된 건지 의심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모든 약점을 포용할 수 있고 못생겼을 때도 싫어하지 않고 꾀를 부린다고 해도 혐오하지 않아야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의 능청스러운 작태를 혐오했고 수작을 부리는 것을 싫어했다.그러나 그는 종종 이성을 잃고 그녀를 걱정하고 지켜주려 했다.그래서 무언가 그를 조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저낙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저낙은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 그조차도 알지 못하니 이 세상에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소유는 한숨을 쉬었다.“왕야,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실 겁니까?”“너무 위험합니다. 왕야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부진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송천초를 불러와 낙청연의 상처를 치료하거라.”소유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상처 때문에 죽은 듯이 자다가 아침에야 깨어났다.정신을 차려보니 소유가 송천초를 데리고 왔다.송천초가 낙청연을 진맥하려고 하는데 소유가 입을 열었다.“왕비 마마께서는 걸으실 수 있소? 걸을 수 있다면 일단 왕비 마마의 정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소. 그러면 송 의원도 치료하기 더욱 편할 것이오.”같은 정원에 있다면 어젯밤 같은 상황이 생길 경우 낙청연에게 그 모습을 들킬 수 있었다. 부진환은 낙청연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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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기산 송무를 얻고 싶다면 나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거라.”그것은 부진환의 필체였다.부진환은 또 그녀를 협박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이번에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그와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진환이 낙월영까지 데려갈 줄은 몰랐다.낙월영은 현재 명성이 나락까지 떨어졌다. 낙청연은 부진환이 그녀를 데려가서 뭘 할 생각인지는 몰랐다. 왜 괜히 데리고 나가서 웃음거리가 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웃음거리가 되는 건 그녀가 아니었기에 낙청연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낙월영은 오늘따라 유독 화려하게 치장했다. 그녀는 저번 연회 때 입었던 옷을 꺼내 입어 낙청연의 기를 죽이려 했다.낙청연은 그녀의 우쭐한 모습이 우스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는 건 기산 송무였다.낙청연은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궁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부진환의 옆에 서 있는 낙월영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수군덕거렸다.“낙월영은 엄씨 가문 공자를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큰 소동을 벌였으면서 감히 궁에 오다니?”“정말 수치를 모르는 자군.”“염치가 있었다면 섭정왕에게 들러붙어 받아달라고 하지 않았겠지.”누군가 몰래 웃으며 말했다.가는 길 내내 듣기 거북한 말들이 이어졌다. 낙월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남다른 화제를 포착했다.예를 들면 오늘 만족 공주와 만족 왕자가 연회에 참석해 황제에게 선물을 바친다는 얘기 말이다.낙청연은 진천리에게서 만족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다.그들은 변방에서 지냈고 변방은 만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했다. 만족은 부족을 중심으로 각자 살고 있으므로 매우 혼란스럽고 자주 국경의 백성들을 공격한다고 했다.그런데 만족에 공주와 왕자가 있다고?연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리에 앉았고 황제와 태후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낙청연은 맞은 편에 앉은 이국적인 차림새의 남녀를 보았다.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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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그의 시선은 부진환에게 멈췄다.“실력이 비범해 보이십니다. 지위 또한 남다르시겠지요. 전 랑목이라 합니다. 귀하와 무예를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그 말에 대전 안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곧이어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왕자, 다른 이와 겨루어 보는 건 어떻습니까?”“이분은 저희 천궐국의 섭정왕이십니다.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랑목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잘됐군요. 안 그래도 이번에 천궐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거만한 말이었다!랑목 왕자가 이렇게 자신감에 차서 말하는 걸 보니 다들 그가 실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부진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어떻게 겨루겠소?”랑목이 대답했다.“오늘은 폐하의 생신이시니 무기로 겨루는 건 적절치 않은 듯합니다. 그렇다면 맨주먹으로 겨루는 건 어떻습니까?”“마음대로 하시오.”부진환의 눈빛은 흔들림이라고는 전혀 없이 평온했다.랑목 왕자는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곧바로 부진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부진환은 몸을 옆으로 피했고 랑목 왕자는 팔을 휘둘렀다. 부진환은 몸을 뒤로 젖히며 피했고 발밑에 바람이 생기며 가볍게 이동했다.부진환은 랑목 왕자의 등 뒤에 선 뒤 그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뒤처진 랑목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그를 공격했다.부진환은 반격도 하지 않았는데 랑목은 초조한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부진환의 옷자락조차 만질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왕자가 저희 천궐국의 최강자에게 도전하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허풍 떠는 실력이 굉장하시군요.”“하하하하.”“저런 실력으로 섭정왕에게 도전하다니, 주제넘군요.”“만족의 실력도 별거 없군요.”사람들은 그들의 대결을 보며 비웃었지만 낙청연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만족의 실력은 진천리가 말한 것과 달랐다. 심지어 차이가 아주 심했다.대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 경멸하듯 비웃었지만 낙청연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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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봤다.낙월영은 미소를 띠며 도발하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월영은 일부러 그런 것이다!“그렇습니까? 그분이 누구십니까? 설신무를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랑목 왕자는 아주 기대하는 눈치였다.대전 안의 사람들은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수도에서 설신무를 출 수 있는 사람은 부설 낭자, 즉 섭정왕비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부진환의 눈빛이 차가워졌으나 낙월영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그건 바로 섭정왕비이신 낙청연입니다!”그 말에 랑목 왕자는 낙청연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예를 갖추며 아주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왕비 마마께서 설신무를 추시는 모습을 볼 영광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이것은 천 리를 달려온 저의 소원입니다!”낙청연은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녀는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그의 소원이 그녀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섭정왕비인 그녀가 만족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었다.“섭정왕, 왕비 마마께 설신무를 청해도 되겠습니까?”랑목 왕자는 간곡한 태도로 부진환에게 말했다.미간을 잔뜩 구긴 부진환은 거절하려 했으나 낙월영이 부진환의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왕야, 조금 전 랑목 왕자와 겨루다가 실수로 랑목 왕자를 다치게 하지 않았습니까? 왕비 마마에게 춤을 추게 하는 것으로 보상해줄 수 있습니다.”“하물며 랑목 왕자는 먼 길을 달려왔고 이 수도에는 오직 왕비 마마만 설신무를 출 줄 아니 왕비 마마에게 춤을 추게 하여 좌중들의 안목도 높여주시지요.”낙청연은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이런 자리에서 정말 내게 춤을 추게 할 생각은 아니겠지?만족 왕자는 조금 전 부진환에게 졌다. 그런데 부진환이 랑목 왕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기 왕비더러 춤을 추게 한다면 이긴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고작 만족일 뿐인데 그들이 왜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춤을 추며 상대에게 잘 보여야 하는가?부진환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에 수많은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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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네 태도에 달렸다.”차가운 말에 낙청연은 숨이 막힐 듯했다.낙청연은 일어나서 대전 안으로 걸어갔다.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낙청연에게 집중되었다. 이것은 부설이 진짜 얼굴을 드러낸 뒤로 처음 설신무를 추는 것이다.현장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부설루에서 설신무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과는 완전히 달랐다.“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섭정왕!”랑목 왕자는 흥분한 얼굴로 부진환에게 예를 갖추었다.그렇게 분위기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변했다.부경리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이건 랑목 왕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폐하께서도 설신무를 본 적이 없기에 섭정왕께서는 폐하의 생신을 축하해 드리고 싶은 것뿐입니다.”“오늘 섭정왕과 섭정왕비의 선물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사람들은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그것의 성질을 바꾸었다.음악이 울려 퍼지자 낙청연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비록 설신무의 모든 동작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그녀가 추는 설신무는 린부설만큼 요염하고 부드럽지 않았다.오히려 단단함과 살기가 느껴졌다.그리고 지금의 설신무는 예전처럼 나풀거리고 고결하지 않고 아주 격렬하고 화려했다.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며 그녀의 분노와 원망이 가득 담긴 동작을 지켜보았다.큰 바위가 심장을 짓누르고 있어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춤이 끝나고 대전 안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찬사가 쏟아졌다.“부설 낭자가 절세 무희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군요. 화려하지만 속되지 않고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그러게요. 설신무는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그건 매번 춤을 추는 사람이 달랐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대꾸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부경한이 칭찬했다.“섭정왕에게 이런 왕비가 있다니 아주 큰 행운이오! 나 또한 무척 부럽소!”셋째 형님과 낙청연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아낸 부경한은 최대한 일을 무마하려 했다.하지만 그 말에 낙월영은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대전 안의 사람들은 그녀의 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칭찬하고 있었지만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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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부진환의 눈빛을 보자 낙청연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무슨 뜻입니까?”낙청연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마음이 아팠지만 대놓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온도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눈빛 또한 서늘했다.“별일 없을 텐데 이틀 정도 묵어도 상관없다.”낙청연은 삽시에 눈이 벌게졌다.“상관없다고요?”낙청연은 자조하듯 웃었다.“상관없으시군요.”곧이어 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왕야께서 상관없으시다고 하셨으니 알겠습니다.”“가겠습니다.”그 말에 랑목 왕자는 아주 흥분했다.“잘됐습니다! 아끼는 것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야!”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돌변했다.부경리는 초조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아끼는 것을 내주다니요? 왕비 마마는 그저 악기와 가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손님의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섭정왕비입니다!”랑목 왕자는 머쓱하게 웃었다.“네, 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곧이어 랑목 왕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대전 안에서 춤과 노래가 시작됐다. 황제의 생신이라 사람들은 잔을 들어 축하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는 옆자리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수군덕거리는 걸 들었다.“낙월영 좀 보세요. 엄씨 가문 공자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섭정왕은 그런 그녀를 전혀 혐오하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월영을 측비로 맞았습니다.”“낙청연은 정실인데도 불구하고 섭정왕은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군요. 이렇게 쉽게 랑목 왕자에게 내어주다니요.”“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낙청연이 낙월영보다 못한 점이 뭐가 있습니까?”“누가 알겠습니까? 섭정왕이 진심으로 낙월영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지요.”“낙청연이 참 불쌍합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결국엔...”그자는 말하면서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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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낙청연은 랑목 왕자, 랑심 공주와 함께 출궁해 마차에 올라 그들이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랑목 왕자는 낙청연을 입이 마르게 칭찬했고 낙청연은 덤덤히 웃을 뿐 대꾸하지는 않았다.랑심이 말했다.“왕비 마마, 제가 천궐국에서 본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시다니, 섭정왕은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희와 함께 돌아가시면 저희 만족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되실 겁니다!”낙청연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랑심 공주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소. 이곳이 나의 집이오.”“알겠습니다. 저희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랑심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들이 지내는 곳에 도착해 보니 평범한 별원 하나가 보였다. 수도에서 임시 머무르기 위해 빌린 곳 같았다.별원에는 3, 40명의 호위가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온 자들 같았고 그중에는 여인도 몇 명 보였다. 아마 계집종인 듯했다.다들 낙청연을 아주 정중하게 대했고 만족의 맛있는 음식을 꺼내 낙청연과 나누었다.그들이 살뜰히 챙겨주었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그들에게는 악한 기운이 너무 강했다.미간 사이에 은은하게 혈선이 보이고 깨끗해 보이는 눈동자에서는 피에 굶주린 기운이 느껴졌다.사람을 밥 먹듯이 죽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중에서도 랑심 공주와 함께 있을 때면 어쩐지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그들이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살갑고 좋은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아주 협조적이었고 그래서 당분간은 안전했다.-왕부로 돌아온 부진환은 곧바로 소서를 불렀다.“소서, 지금 당장 두 만족의 거처에 가거라. 낙청연을 꼭 지켜야 한다!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에게 신호를 보내거라!”소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소서가 떠난 뒤 소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야, 그 두 만족에게 무슨 음모가 있는 걸까요?”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오늘 그들의 행동은 아주 수상했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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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랑심이 말했다.“따로따로 움직여 누가 그들의 군비를 호송하는지, 어느 길로 가는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이번에는 반드시 진천리를 죽일 것이다!”악랄하기 짝이 없는 말투에 낙청연은 등허리가 섬뜩했다.군비?그들은 군비를 노리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진천리를 해치기 위해서였다!어쩐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일 텐데 너무 상냥하게 군다 싶었다.조정에서 부진환에게 참패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일부러 약한 척해서 그들을 얕잡아보게 하려는 수작이었다.변방은 이곳에서 아주 멀었기에 소식이 느렸다. 정보에 조금만 손을 보아도 진천리는 위험할 수 있고 조정에서 미처 그를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솟아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별안간 구석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 소리를 냈다.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낙청연은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풀숲 속으로 숨었다.이내 방문이 열리고 안에서 누군가 나와 밖을 살폈다.어둠을 빌려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풀숲에 숨었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낙청연은 입을 틀어막고 꼼짝하지 못했다.사람들은 주위를 꼼꼼히 살펴봤다.한 남자가 풀숲 쪽으로 걸어가 그 안을 들여다보려 하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문득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괜찮다. 길고양이인 것 같구나.”긴장된 분위기가 비로소 풀렸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됐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 하자꾸나.”랑심이 말을 마치자 사람들은 흩어졌다.그곳은 랑심의 방이었기에 랑심은 계속 정원에 있었고 낙청연은 떠날 수 없었다.랑심이 방으로 돌아간 뒤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낙청연은 재빨리 풀숲을 벗어났다.정원을 뛰쳐나갈 때 낙청연은 긴장 때문에 호흡이 가빴다.그녀는 줄곧 경계하며 자신의 방으로 달려왔다. 방문을 여는 순간 랑목이 그녀의 방 안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불을 밝히지도 않고, 소리 없이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낙청연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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