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부진환의 눈빛을 보자 낙청연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무슨 뜻입니까?”낙청연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마음이 아팠지만 대놓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온도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눈빛 또한 서늘했다.“별일 없을 텐데 이틀 정도 묵어도 상관없다.”낙청연은 삽시에 눈이 벌게졌다.“상관없다고요?”낙청연은 자조하듯 웃었다.“상관없으시군요.”곧이어 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왕야께서 상관없으시다고 하셨으니 알겠습니다.”“가겠습니다.”그 말에 랑목 왕자는 아주 흥분했다.“잘됐습니다! 아끼는 것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야!”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돌변했다.부경리는 초조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아끼는 것을 내주다니요? 왕비 마마는 그저 악기와 가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손님의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섭정왕비입니다!”랑목 왕자는 머쓱하게 웃었다.“네, 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곧이어 랑목 왕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대전 안에서 춤과 노래가 시작됐다. 황제의 생신이라 사람들은 잔을 들어 축하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는 옆자리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수군덕거리는 걸 들었다.“낙월영 좀 보세요. 엄씨 가문 공자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섭정왕은 그런 그녀를 전혀 혐오하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월영을 측비로 맞았습니다.”“낙청연은 정실인데도 불구하고 섭정왕은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군요. 이렇게 쉽게 랑목 왕자에게 내어주다니요.”“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낙청연이 낙월영보다 못한 점이 뭐가 있습니까?”“누가 알겠습니까? 섭정왕이 진심으로 낙월영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지요.”“낙청연이 참 불쌍합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결국엔...”그자는 말하면서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의
낙청연은 랑목 왕자, 랑심 공주와 함께 출궁해 마차에 올라 그들이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랑목 왕자는 낙청연을 입이 마르게 칭찬했고 낙청연은 덤덤히 웃을 뿐 대꾸하지는 않았다.랑심이 말했다.“왕비 마마, 제가 천궐국에서 본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시다니, 섭정왕은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희와 함께 돌아가시면 저희 만족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되실 겁니다!”낙청연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랑심 공주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소. 이곳이 나의 집이오.”“알겠습니다. 저희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랑심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들이 지내는 곳에 도착해 보니 평범한 별원 하나가 보였다. 수도에서 임시 머무르기 위해 빌린 곳 같았다.별원에는 3, 40명의 호위가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온 자들 같았고 그중에는 여인도 몇 명 보였다. 아마 계집종인 듯했다.다들 낙청연을 아주 정중하게 대했고 만족의 맛있는 음식을 꺼내 낙청연과 나누었다.그들이 살뜰히 챙겨주었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그들에게는 악한 기운이 너무 강했다.미간 사이에 은은하게 혈선이 보이고 깨끗해 보이는 눈동자에서는 피에 굶주린 기운이 느껴졌다.사람을 밥 먹듯이 죽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중에서도 랑심 공주와 함께 있을 때면 어쩐지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그들이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살갑고 좋은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아주 협조적이었고 그래서 당분간은 안전했다.-왕부로 돌아온 부진환은 곧바로 소서를 불렀다.“소서, 지금 당장 두 만족의 거처에 가거라. 낙청연을 꼭 지켜야 한다!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에게 신호를 보내거라!”소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소서가 떠난 뒤 소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야, 그 두 만족에게 무슨 음모가 있는 걸까요?”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오늘 그들의 행동은 아주 수상했다. 전
랑심이 말했다.“따로따로 움직여 누가 그들의 군비를 호송하는지, 어느 길로 가는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이번에는 반드시 진천리를 죽일 것이다!”악랄하기 짝이 없는 말투에 낙청연은 등허리가 섬뜩했다.군비?그들은 군비를 노리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진천리를 해치기 위해서였다!어쩐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일 텐데 너무 상냥하게 군다 싶었다.조정에서 부진환에게 참패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일부러 약한 척해서 그들을 얕잡아보게 하려는 수작이었다.변방은 이곳에서 아주 멀었기에 소식이 느렸다. 정보에 조금만 손을 보아도 진천리는 위험할 수 있고 조정에서 미처 그를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솟아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별안간 구석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 소리를 냈다.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낙청연은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풀숲 속으로 숨었다.이내 방문이 열리고 안에서 누군가 나와 밖을 살폈다.어둠을 빌려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풀숲에 숨었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낙청연은 입을 틀어막고 꼼짝하지 못했다.사람들은 주위를 꼼꼼히 살펴봤다.한 남자가 풀숲 쪽으로 걸어가 그 안을 들여다보려 하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문득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괜찮다. 길고양이인 것 같구나.”긴장된 분위기가 비로소 풀렸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됐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 하자꾸나.”랑심이 말을 마치자 사람들은 흩어졌다.그곳은 랑심의 방이었기에 랑심은 계속 정원에 있었고 낙청연은 떠날 수 없었다.랑심이 방으로 돌아간 뒤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낙청연은 재빨리 풀숲을 벗어났다.정원을 뛰쳐나갈 때 낙청연은 긴장 때문에 호흡이 가빴다.그녀는 줄곧 경계하며 자신의 방으로 달려왔다. 방문을 여는 순간 랑목이 그녀의 방 안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불을 밝히지도 않고, 소리 없이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낙청연은 그
낙청연은 지금 무공을 할 수 없기에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연 뒤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방문을 열고 보니 랑목이 방문 밖에 서 있었다.달빛 아래 서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낮에는 볼 수 없는 무자비함이 엿보였다.“왕비 마마께서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랑목은 방 안에 들어서더니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낙청연은 흠칫했지만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며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랑목 왕자는 내 방 앞에 계속 서 있던 것이오? 뭘 하려던 것이오?”“난 손님으로 이곳에 온 것이지 갇히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오.”랑목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는 날카롭게 눈을 번뜩였다.“왕비 마마께서는 오늘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무슨 말이오?”랑목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치를 바라보았다.“왕비 마마의 신발에 흙과 나뭇잎이 묻어있군요.”“황급히 도망쳐서 미처 신발을 깨끗이 처리하지 못한 것 아닙니까?”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고 감히 고개를 숙일 수도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저택에는 도처에 낙엽이 있소. 나뭇잎을 밟은 것이 이상한 일이오?”“그래? 하지만 난 믿지 않아!”랑목은 갑자기 팔을 뻗어 낙청연의 어깨를 쥐었고 낙청연은 깜짝 놀라며 그의 손을 쳐내려 했다.“뭐 하는 짓이오!”랑목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매섭고 악랄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았다.“어차피 죽을 텐데 그냥 죽인다면 이 미모가 아깝지.”“얌전히 내 말에 따른다면 이틀은 더 살게 해주겠다.”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 떨었다.“날 초대한 것이 날 죽이기 위해서였소?”랑목은 웃었다.“그래.”낙청연은 미간을 좁혔다.“대놓고 날 초대했으면서 이틀 뒤에 날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수도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소?”랑목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우리에게는 떠날 방법이 있다. 네가 죽는다면 우
옷이 찢기자 낙청연의 팔뚝이 그대로 드러났고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공포심이 마음속에서부터 천천히 피어올라 몸 전체가 경직되었다.랑목은 찢긴 천으로 손의 상처를 세게 싸맸다.낙청연은 그 기회를 틈타 밖으로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문가에 도착하자 랑목이 그녀를 붙잡았다.힘이 얼마나 억센지 낙청연은 어깨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부진환에게 졌을 때의 무공이 아니었다.역시 가짜였다! 전부 연기였던 것이다!억센 힘 때문에 낙청연은 세게 바닥에 부딪혔다.순간 온몸이 부서질 듯했고 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사지로 고통이 퍼져나갔다. 너무 아파 일어설 수 없었다.낙청연은 입에서 피를 토했다.마치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뼈가 가루가 되고 온몸이 피 칠갑 된 것 같았다.낙청연은 통증 때문에 몸을 덜덜 떨었고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힘과 내공, 실력 모두 소서보다 더욱 뛰어났다.낙청연은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랑목을 보았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피를 갈망하는 그의 눈빛에 두려움과 절망이 피어올랐다.랑목이 다시 한번 그녀를 덮치려 할 때, 지붕이 부서지면서 누군가 내려왔다. 그는 장검을 뽑아 랑목을 향해 휘둘렀다.랑목은 깜짝 놀랐고 그의 공격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는 다름 아닌 소서였다.검을 든 소서는 분개하며 랑목을 공격했다.“수치를 모르는 인간 같으니라고!”랑목은 곧 중심을 잡고서는 살기를 띤 눈빛으로 소서와 싸우기 시작했다.소서 또한 랑목의 엄청난 실력에 경악했다. 그는 점점 힘에 부쳤다.그는 곧장 입을 열었다.“왕비 마마, 먼저 가십시오!”낙청연은 소서가 랑목을 이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녀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늑골이 부러진 바람에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께가 아팠다.그녀는 애써 몸을 일으키더니 품 안에서 약 가루를 꺼냈고 두 사람을 향해 그것을 뿌렸다.“소서, 피하거라! 독이 있는 가루다!”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가루가 날렸다.랑목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연신 뒷걸음질 치며 코와 입을 가렸고, 소서는
“우리 어머니를 괴롭히다니! 죽으려고!”랑목의 몸은 세게 던져져 벽에 부딪혔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졌다.낙운희가 지붕에서 내려오며 낙청연을 부축했다.“괜찮습니까?”낙청연은 인기척에 랑심이 곧 오겠다고 판단해 다급히 말했다.“얼른 가자꾸나.”“소서를 챙기거라!”낙운희는 소서를 부축하러 갔지만 소서가 정신을 잃는 바람에 그를 부축하기 어려웠다.낙청연이 소리쳤다.“철추야! 네가 돕거라!”철추는 곧바로 낙운희의 몸으로 돌아가 소서를 벌떡 일으켰고 곧이어 낙청연까지 품에 안은 뒤 경공으로 날아갔다.낙청연은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피를 토했고 낙운희는 그녀가 무척 걱정되었다.낙청연을 데리고 곧바로 섭정왕부에 도착한 낙운희는 사람을 부를 새도 없이 곧바로 송천초를 부르러 갔다.“버티세요!”마당의 인기척을 들은 지초가 달려왔다. 피투성이가 된 왕비를 본 지초는 혼비백산했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지초는 곧바로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여기! 다들 여기로 오세요!”낙청연은 방 안으로 옮겨졌고 곧 송천초와 낙운희가 함께 돌아왔다.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순간 겁을 먹었다.정원에서 지키고 서 있던 낙운희는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부진환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마당에 있던 소서를 보는 순간 그는 흠칫하며 말했다.“얼른 소서를 치료하거라.”소서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부진환은 황급히 낙청연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지초가 그를 막았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송 의원께서 왕비 마마를 치료하고 계십니다. 왕야께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지초는 화가 났다.부진환은 초조했다. 소서가 저렇게 다쳤다면 낙청연은 상태가 더욱 심각할 것이다.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송천초가 나왔다.“송 낭자, 낙청연은 어떻소?”부진환은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송천초가 그를 밀어냈고 지초가 방문을 닫았다.송천초는 부진환을 노려보며 말했다.“대체 뭘 어쩌고 싶으신 겁니까? 왕비 마
“꺼지거라!”그는 곧장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왕야! 왕야!”소유는 깜짝 놀라며 그를 뒤따랐다.송천초는 절망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상처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낙청연은 상처가 깊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녀를 구할 방법이 또 있을까?부진환의 모습을 보니 기산 송무를 내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고개를 숙인 낙월영은 송천초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언니가 다쳤나 보오?”“언니는 무공이 대단하지 않소? 언니가 다칠 리 없지.”“걱정하지 마시오. 언니는 나을 것이오.”낙월영은 우쭐했다. 이번 계획이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몰랐다.낙청연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것은 잠시 뒤 부진환이 부랴부랴 달려와 비단 함 하나를 송천초에게 건넸다는 것이다.“최선을 다해 구해주시오!”깜짝 놀란 송천초는 다급히 비단 함을 건네받았다. 확인해 보니 안에는 기산 송무가 들어있었다.송천초는 안색이 환해져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낙월영은 넋이 나간 채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왕야...”“기산 송무를 언니에게 준 것입니까? 저는 어떡합니까?”“왕야, 왕야의 마음에 제가 있기는 합니까?”낙월영은 서글피 울기 시작했고 부진환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방 안으로 들어간 부진환은 이내 문을 닫았다.소유는 긴장한 모습으로 방문을 두드렸다.“왕야! 왕야!”“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지키고 있거라.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라!”부진환은 통증을 참느라 목소리가 떨렸다.소유는 무척이나 걱정되었지만 그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시켜 낙월영이 들어오지 못하게 마당을 지켰다.부진환은 견딜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바닥에서 뒹굴었다.정원 밖까지 찾아와 울부짖는 낙월영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부진환은 낙월영이 듣지 못하게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비틀거리며 침상 밑으로 들어가더니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을 견뎠다.그는 계속해 피를 토했다.마음이 아프고 머리도 아프
송천초는 무지 걱정스러웠다.낙청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무 답답하구나. 구멍을 하나 뚫으면 좋겠다.”송천초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송천초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지붕의 기와를 일부분 떼 큰 구멍을 만들었다.때마침 햇볕이 낙청연의 몸과 얼굴에 쏟아졌다.낙청연은 눈을 감으며 보기 드물게 따스함을 즐겼다.낙청연은 밖이 소란스러운 걸 눈치채고 물었다.“낙월영이 밖에 있는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부터 계속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진소한과 7황자도 전부 불렀습니다. 낙월영은 절대 아무 짓도 못 할 겁니다.”“하지만 그대의 상처는...”이렇게 자신 없었던 적은 송천초도 처음이었다.낙청연이 대답했다.“괜찮다. 좋아질 것이다.”“경맥을 회복하려면 4, 5일 정도 걸릴 것 같구나.”이제 곧 성패가 갈릴 것이다!무공을 회복하고 더욱 강해지거나 철저히 쓸모없어질 것이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러면 전 밖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방문을 닫은 뒤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냈다.나침반은 햇볕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며 아주 옅은 금빛을 펼쳤다.낙청연은 눈을 감은 뒤 서서히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경맥을 회복하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경맥 전체가 아팠지만 낙청연은 견딜 수밖에 없었다.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안색이 창백해졌다.진소한과 부경리는 같은 곳에 묵으면서 매일 낙청연의 정원 밖에 앉아있었다.낙월영은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방 안에 자신을 며칠 동안 가두었고 소유는 그를 무척이나 걱정했다.그리고 때마침 만족 사람들이 수도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칠 뒤 방안에서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려와 송천초는 부랴부랴 방 안으로 들어갔다.눈앞의 광경을 본 그녀는 대경실색했다.“청연!”낙청연은 입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송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