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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랑심이 말했다.

“따로따로 움직여 누가 그들의 군비를 호송하는지, 어느 길로 가는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진천리를 죽일 것이다!”

악랄하기 짝이 없는 말투에 낙청연은 등허리가 섬뜩했다.

군비?

그들은 군비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진천리를 해치기 위해서였다!

어쩐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일 텐데 너무 상냥하게 군다 싶었다.

조정에서 부진환에게 참패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일부러 약한 척해서 그들을 얕잡아보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변방은 이곳에서 아주 멀었기에 소식이 느렸다. 정보에 조금만 손을 보아도 진천리는 위험할 수 있고 조정에서 미처 그를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

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솟아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별안간 구석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 소리를 냈다.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낙청연은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풀숲 속으로 숨었다.

이내 방문이 열리고 안에서 누군가 나와 밖을 살폈다.

어둠을 빌려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풀숲에 숨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낙청연은 입을 틀어막고 꼼짝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주위를 꼼꼼히 살펴봤다.

한 남자가 풀숲 쪽으로 걸어가 그 안을 들여다보려 하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

문득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 길고양이인 것 같구나.”

긴장된 분위기가 비로소 풀렸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랑심이 말을 마치자 사람들은 흩어졌다.

그곳은 랑심의 방이었기에 랑심은 계속 정원에 있었고 낙청연은 떠날 수 없었다.

랑심이 방으로 돌아간 뒤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낙청연은 재빨리 풀숲을 벗어났다.

정원을 뛰쳐나갈 때 낙청연은 긴장 때문에 호흡이 가빴다.

그녀는 줄곧 경계하며 자신의 방으로 달려왔다. 방문을 여는 순간 랑목이 그녀의 방 안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불을 밝히지도 않고, 소리 없이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낙청연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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