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부진환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하얀 옷을 걸친 채 의자에 누워 있었다.소유는 약을 건네며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왕야, 송 낭자를 불러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떻습니까?”“이렇게 계속 피를 토하면 아무리 건장한 몸도 견디기 힘듭니다.”소유는 며칠간 정원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았다.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왕야가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왕야의 이렇게 창백하고 허약한 모습은 처음이었다.부진환은 약을 건네받고 천천히 마셨다.그러고는 창백한 손으로 입을 닦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만족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느냐?”소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왕비께서 사고를 당한 그날 저녁에 도망친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지금쯤 경도에 없는 게 맞는데, 출입 기록이 없습니다. 어떻게 경도를 떠난 건지…”“제 생각에는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서늘한 눈빛을 한 채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계속 조사해라.”“비록 만족 사람들은 소리소문없이 왔다가 떠났지만, 낙청연을 죽이기 위해 이런 건 아닌 것 같구나.”“진백리에게도 연락해서 상황을 알아보거라.”소유가 답했다: “예.”—달이 하늘에 두둥실 걸려 있었다.고운 달빛이 낙청연 정원에 쏟아지며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낙월영의 시위는 정원의 계집종을 모두 쓰러뜨렸다.지초는 피를 토하며 문 옆으로 기어가 막아섰다: “안 됩니다! 절대 못 들어갑니다!”낙월영은 앞에 서서 자신을 막아선 지초를 보며 허리를 숙여 지초의 머리를 잡아당긴 채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동생이 언니를 문안하러 왔는데, 이렇게 막아서는 건 대체 무슨 심보냐?”낙월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언니에게 무슨 문제라고 생긴다면, 너희 모두 죽은 목숨이다!”지초는 이를 꽉 깨물고 미친 듯이 외쳤다: “여기요, 여기요!”낙월영은 분노하며 말했다: “아직도 이렇게 주제를 모르는구나!”낙월영은 지초의 머리를 잡은 채 문에 쿵 하고 박았다.그렇
낙청연은 무공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던가!낙월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섰다.달빛 아래, 낙청연은 고개를 옆으로 갸웃하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날 깨워줘서 참으로 고맙구나.”낙청연의 살의로 가득한 매서운 눈빛을 보더니 낙월영은 가슴이 떨려 침을 꿀꺽 삼키고 도망치려 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발에 걸고 차 던져 낙월영의 등을 퍽 하고 맞췄다.낙청연은 천천히 다가가 낙월영의 등을 힘껏 밟았다.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망치지 못하자 낙월영은 황급히 외쳤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지초는 물에 흠뻑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왕비,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지초를 보더니 더욱 서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왼발로 낙월영의 손목을 힘껏 밟았다.“아주 간땡이가 부었구나. 시위를 데리고 내 정원에서 내 사람을 건드릴 생각을 다 하다니.”“네가 어떻게 감히!”낙월영은 발버둥을 치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낙청연, 경고하는데 너! 무슨 짓을 저질렀다가는 왕야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언제든지 또 네 무공을 폐할 수 있다는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보았다.그렇다, 부진환 때문에 낙월영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다!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비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무공을 폐할 때까지 가만히 있을 것 같느냐?”말을 마친 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낙월영의 손바닥을 향해 비수를 내리찍었다.“아—!!”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비수는 낙월영의 손바닥을 관통했다. 너무 아픈 나머지 낙월영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부진환이 달려오자, 눈앞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달려가 호통쳤다: “그만하거라!”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죽을 뻔한 자신보다 더 창백한 얼굴의 부진환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부진
“또 제 무공을 폐하고 싶으신 겁니까? 왕야, 이번에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말입니다!”낙청연은 단호한 어투로 말하며 연속으로 몇 번이나 더 공격해 부진환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부진환은 휘청거리며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했다.소유는 다급히 달려와 부진환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왕비, 그만하십시오. 왕야께서 요 며칠 동안…”며칠 동안 피를 너무 많이 토해 허약하다고 하려 했지만, 부진환은 손을 들어 소유의 입을 막았다.낙월영을 바라보기만 해도 부진환의 머리는 터질 것처럼 아팠으며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러나 마지막 한 줄기의 이성이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부진환은 고통을 참고 몸을 돌려 정원 밖으로 나갔다.“왕야…” 소유도 황급히 따라갔다.부진환은 극심한 두통에 머리가 터지면 덜 아프지 않을까 싶어 힘껏 벽에 박았다.“어서 낙월영을 치료해주거라, 어서!”소유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예!”부진환은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할까 봐 꾹 참고 방으로 돌아갔다.그러고는 침대 밑에 들어가 극심한 고통을 참고 견뎠다.낙청연은 정원에서 소유가 사람을 시켜 쓰러진 낙월영을 데려가는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얻어맞고도 공격하지 않은 부진환의 모습이 이상했다.창백한 얼굴과 중상을 입은 듯한 몸도 말이다.그러나 낙청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이게 낙청연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지초는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왕비, 정녕 괜찮으신 겁니까?”낙청연은 손수건을 꺼내 지초 이마의 패를 닦으며 물었다: “송천초는?”그렇게 지초는 낙청연이 쓰러져 있던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얘기해주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무영을 보내 송천초를 쫓아가 자신이 무사하다는 걸 알리라고 했다.송천초가 더는 걱정하지 않게 말이다.기산 송무와 벽수한엽의 효과가 너무 강한 탓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나침반으로 천지정화를 흡수해 무사할 수 있었다.“왕비의 무공은 완전히 회
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걸음을 옮겨 태위부로 향했다.그러나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대문이 활짝 열렸다.진 태위는 낙청연을 보더니 살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왕비, 어서 오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태위, 어디 가시는 겁니까?”진 태위는 옷을 정리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궁에 가려던 길이오. 태상황의 상황이 좋지 않소.”“무슨 일이 있다면 잠깐만 기다리게. 궁에서 돌아온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낙청연이 답했다: “진백리를 찾으러 왔습니다.”“오오, 그렇소? 백리는 집에 있네.”말을 마친 진 태위는 급히 떠났다.낙청연은 집 안으로 들어와 내원으로 향했다.그러자 이소만과 함께 정원에서 검술을 연마하고 있는 진백리가 보였다.검술 연습이 끝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왕비.” 이소만이 인사를 올렸다.“왕비, 오셨소?” 진백리가 검을 이소만에게 건넸다.“둘째 공자, 눈은 좀 어떻습니까?” 낙청연이 물었다.진백리가 웃으며 말했다: “빛이 살짝 보이고 얼굴도 희미하게 보이오. 언젠가는 다 나을 것 같소!”낙청연은 진백리의 맥을 짚어보더니 확실히 회복이 잘 되었다.“그럼 왕비, 두 분 얘기 나누십시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소만은 그만 물러서려고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이소만을 불러세웠다: “잠깐, 혹시 진천리의 암위가 아니더냐?”이소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그럼 진천리와 연락을 했었느냐?”이소만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했습니다.”“그럼 서신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 낙청연은 진천리 쪽 상황이 알고 싶었다.이소만은 머뭇거렸다.낙청연은 혹시 불편한 게 아닐까 싶어 다시 말했다: “불편하면 꺼내지 말거라. 혹시 진천리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느냐?”이소만은 입을 열려고 하다가 다시 멈추며 말했다: “서신을 보여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방에서 상자를 안고 나왔다.그리고는 일부의 서신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첫째 공자께서 둘째 공자께 보
“황상과 연관이 있는 거 아니오?”“조금 전에 아버지께서 태상황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소.”“비록 태상황은 편찮으셨지만 상태는 꽤 안정적이었소. 하지만 요 며칠 갑자기 악화하여 태의도 며칠 동안이나 태상황 곁에 있었다고 하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갑자기 만족이 선물한 늑대 머리뼈가 생각났다. 부경한은 받고 싶지 않았으나 태후가 태상황께 드려도 된다고 했다.혹시 그 늑대 머리뼈 때문이 아닐까.“궁으로 가봅시다.”진백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보자고.”“아버지도 궁에 있을 것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궁으로 향했다.진백리의 도움으로 낙청연은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부황 때문에 온 것이오? 잘됐구먼, 짐도 부황에게 가려고 했소. 같이 가시오.” 부경한은 주장을 다 보고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낙청연이 급히 부경한을 불러세웠다: “잠시만요.”“황상, 혹시 그날 만족 사람들이 바친 늑대 뼈 말입니다. 첫눈에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다 답했다: “짐은 그 뼈를 딱 두 번 봤을 뿐인데 진짜 늑대를 본 것처럼 사악한 기운이 들었소. 평소에 보던 늑대와는 달리 말이오.”“보기에 썩 편하지는 않았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그 늑대 뼈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부경한이 답했다: “모후께서 부황 방에 놓았소.”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늑대 뼈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아마도 만족 사람들의 가장 관건이 되는 한 걸음일 수도 있다.늑대 뼈를 바치고 낙청연을 죽인 다음 군향의 운송 노선까지 가져가면 경도를 떠날 수 있었다.부경한은 의문스러운 듯 물었다: “왜 그러는 것이오? 늑대 뼈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오?”낙청연은 아직 증거가 없어 그저 아무 일 없듯이 입을 열었다: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황상, 태상황을 뵈러 갑시다.”부경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함께 태상황의 침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진 태위 등 대신들이
“태후께서 태상황을 구해주셨답니다. 자기 피로!”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매우 놀라 했다.“모후는 어찌 이토록 모험한단 말입니까.” 부경한이 앞을 나서며 말했다.태후는 부경한의 손등을 툭툭 치며, “부황이 괜찮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애가 열네 살에 입궁하면서부터 부황을 따르지 않았는가.”라고 웃었다.“부황이 아프신데 내 어찌 눈만 껌뻑이고 있겠는가. 조금이나마 도울 방법이 있다면 내 절대 포기하지 않겠네.”태후의 말에 대신들은 감동을 금치 못했다.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태후가 자기 피를 희생하면서까지 태상황을 구할 줄.이때 진 태위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내 오늘은 태상황을 뵐 수 있겠소?”이 태의는 “맥박이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소. 지금은 깊이 잠드셨으니 대인들께서는 그저 안심하게나.”라고 말했다.“그럼 내 오늘은 이만 물러날 걸세.”매일 그들을 모여놓고 태상황을 뵙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진 태위는 불만을 품었다.태상황이 어떠신지도 자세히 모르지 않는가.이번엔 부경한이 “짐은 부황을 뵈러 가봐도 되지 않겠소?”라고 물었다.이 태의는 “그건 아니 되오, 황상.”하고 손사래를 쳤다.“태상황은 지금 편히 쉬셔야 할 때요. 폐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겠소.”부경한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부황이 혼자 방에 계시면 어떡하오? 일어나서 물이라도 드시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소?”“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게 더 위험하지 않겠소?”태후도 아니라는 듯이 권고했다. “그래도 태의의 말을 들으렴.”“애가가 휴식을 취하다 느지막이 태상황을 보러 갈 것이니 모두 안심하게나.”낙청연은 태후의 피가 어떤 효능이 있길래 태상황의 목숨을 구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또한, 태상황이 그토록 위중하다면서 부경한은 들여보내지 않고, 오직 태후만이 태상황을 뵈러 가는 게 이상했다.진짜 내막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부경한은 여기서 그만하려 했지만, 낙청연이 나서며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들은 그 방에 있는 늑대 뼈를 보고 싶었다.부경한이 말했
낙청연이 몇 마디 하자 태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낙청연의 말이 맞지 않은가 하고.태후는 속으로 격분하면서도 반박할 말이 없어 소리만 내질렀다. “이 태의, 자네가 해석해보게!”이 태의는 난색을 보이더니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태후가 묘약을 복용했더니, 그 피가 태상황을 치료하도록 만들었소. 다만 그전에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오.”낙청연은 비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이 태의는 태후가 어떤 묘약을 드셨는지 말씀해보시오.”이 태의는 말을 더듬거리며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그저 나지막이 한마디 보탰다. “태후 덕에 태상황이 안정됐다면 된 거 아니겠소? 뭘 이리도 캐물으시오? 태후가 무슨 묘약을 먹었는지도 당신이 다 알아야겠소?”낙청연이 가볍게 웃으며 “이 태의가 말해놓고 뭘 그리 급해하시오?”라고 되려 물었다.이 태의는 점점 안색이 안 좋아졌다.태후도 마찬가지였다.부경한은 이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이 태의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는데 짐이 어찌 시름을 놓을 수 있겠습니까. 낙청연 더러 들어가 보게 합시다.”진 태위도 앞장서며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궁중의 태의가 여러 번 병을 보아도 낫지를 않으니 다른 의술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사람들도 동조를 표했다.태후가 낙청연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그럴 세. 자네가 태상황의 병을 치료한다면 허락하겠네!”“명심하게나. 자네가 태상황께 아무 약이나 먹여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면, 애가가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못할 걸세!”태후는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낙청연은 “좋습니다”라고 응했다.부경한도 한마디 했다. “짐도 함께 들어가겠네. 모후가 덜 걱정하시도록.”태후는 무력해져 잠시 두 눈을 감았다. 몹시도 초췌한 얼굴이었다.이 태의가 서둘러 말했다. “태후마마는 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습니다.”태후는 금서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부경한은 낙청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으나, 이 태의는 옆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지 않았다.낙청
부경한이 잘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건 무엇이더냐?”낙청연이 고개를 들며, “사슴의 뼛가루는 사람을 환각을 일으키게 합니다.”라고 답했다.“아주 적은 양의 골분일지라도 작은 범위로부터 몸속에 점차 확산되며 퍼질 수 있고, 가까이서 냄새를 맡지 않더라도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늑대 뼈 위에 사슴 골분을 가득 바르고 오래 내버려 뒀으니, 벌써 궁침 전체에 다 퍼졌을 것입니다.”“다만 우리같이 신체가 건강한 사람만이 이 늑대 뼈를 보면 환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심각하지는 않겠지?”“하지만 태상황은 원래도 병이 있지 않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그 만족 사람이 이처럼 비열하게 굴었다니!”라며 경악했다.“짐은 곧 사람을 시켜 몽땅 불태워 버리겠네!”부경한이 늑대 뼈를 가지고 나가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다급하게 불러세웠다. “바로 태우지 말고 먼저 물독에 며칠 불려놨다가 태워버립시다.”“황상, 만족이 준 늑대 뼈는 황상의 탄신을 경축하는 것이지, 태상황께 드리려는 것이 아니옵니다.”“그래서, 누가 이것을 태상황의 방에 뒀단 말인가? 의문스럽단 말이야.”부경한은 의심 가는 데가 있었다.설마 태후?낙청연은 “우리가 경솔하게 행동하여 상대에게 수를 읽히지 않게 하려면 황상 스스로 버리자고 말씀해야 할 것입니다. 늑대 뼈를 보면 정신이 아찔하고 무섭다, 이렇게 말입니다.”“이 늑대 뼈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시면 아니 되옵니다.”부경한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짐이 알아들었네.”라고 했다.“짐은 먼저 가서 늑대 뼈를 처리해보겠네. 자네는 태상황께 가보거라.”말을 마친 부경한은 먼저 방을 나갔다.낙청연은 침대 쪽으로 걸어가 침대보를 걷어 올렸다.침대에 누워 있는 태상황의 낯은 창백하고 미간에는 청기를 띠고 있었다.낙청연은 태상황의 맥을 먼저 짚어보았는데 몸이 더없이 약해졌다.호흡을 아주 작게 하고 있었는데 곧 숨이 없어질 것 같았다.이게 태후와 이 태의가 말한 안정된 상태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