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93화

Author: 완경음
부경한이 잘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건 무엇이더냐?”

낙청연이 고개를 들며, “사슴의 뼛가루는 사람을 환각을 일으키게 합니다.”라고 답했다.

“아주 적은 양의 골분일지라도 작은 범위로부터 몸속에 점차 확산되며 퍼질 수 있고, 가까이서 냄새를 맡지 않더라도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늑대 뼈 위에 사슴 골분을 가득 바르고 오래 내버려 뒀으니, 벌써 궁침 전체에 다 퍼졌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같이 신체가 건강한 사람만이 이 늑대 뼈를 보면 환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각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태상황은 원래도 병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그 만족 사람이 이처럼 비열하게 굴었다니!”라며 경악했다.

“짐은 곧 사람을 시켜 몽땅 불태워 버리겠네!”

부경한이 늑대 뼈를 가지고 나가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다급하게 불러세웠다. “바로 태우지 말고 먼저 물독에 며칠 불려놨다가 태워버립시다.”

“황상, 만족이 준 늑대 뼈는 황상의 탄신을 경축하는 것이지, 태상황께 드리려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래서, 누가 이것을 태상황의 방에 뒀단 말인가? 의문스럽단 말이야.”

부경한은 의심 가는 데가 있었다.

설마 태후?

낙청연은 “우리가 경솔하게 행동하여 상대에게 수를 읽히지 않게 하려면 황상 스스로 버리자고 말씀해야 할 것입니다. 늑대 뼈를 보면 정신이 아찔하고 무섭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 늑대 뼈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부경한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짐이 알아들었네.”라고 했다.

“짐은 먼저 가서 늑대 뼈를 처리해보겠네. 자네는 태상황께 가보거라.”

말을 마친 부경한은 먼저 방을 나갔다.

낙청연은 침대 쪽으로 걸어가 침대보를 걷어 올렸다.

침대에 누워 있는 태상황의 낯은 창백하고 미간에는 청기를 띠고 있었다.

낙청연은 태상황의 맥을 먼저 짚어보았는데 몸이 더없이 약해졌다.

호흡을 아주 작게 하고 있었는데 곧 숨이 없어질 것 같았다.

이게 태후와 이 태의가 말한 안정된 상태라는 것인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4화

    모두가 아연실색했다.아수라장이 된 궁침을 바라보니 지붕 위에는 큰 구멍까지 뚫렸다. 이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은 여전히 용머리 위에서 장창으로 지붕을 뚫고 있었다. 바로 낙청연이었다!태상황이 토혈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대신들도 조급해서 왔다 갔다가 하며 사방에서 날리는 먼지를 막아보려 애썼다.이 태의는 사람들더러 비켜서라고 했다.“모두 물러나시죠. 태상황이 숨이 가빠지고 있소!”사람들이 비켜서자 이 태의는 태상황을 부축하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태상황! 태상황!”그러나 태상황은 또다시 맹렬하게 기침하더니 피를 토해냈다.그는 눈을 감더니 픽하고 쓰러졌다.이 태의는 놀라서 바닥에 꿇고 앉아 비명을 질렀다. “태상황이 죽었소!”궁 안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방금 낙청연이 궁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부진환은 바삐 달려오다가 마침 궁침 밖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부진환은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이때, 태후가 초췌한 얼굴을 하고 애가 타서 달려오면서, 금서의 부축을 받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태후마마 조심하시옵소서.”태후가 매우 분해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태상황이 사고라도 난다면 내 반드시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문 앞에 서 있던 부진환이 마침 들었다가 속이 뜨끔했다.낙청연?낙청연과 관련 있는 일인가?그는 속으로 낙청연을 되뇌어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여태 지붕을 뚫고 있었는데, 지붕 위에 큰 구멍이 뚫리자 원기가 들어오듯 유난히 상쾌했다.그러나 용은 뚫어도 뚫어도 허물 나지 않았다. 만약 통째로 무너져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많은 사람이 깔려 죽었을 것이다.부진환은 이 광경을 보고는 매우 놀랐다. 지붕에 서 있는 게 바로 낙청연이라니!그녀는 거기서 뭘 하는 걸까?바닥에서는 대신들이 꿇고 앉아 태상황을 봉송하며 줄줄이 울어댔다.“부황......” 부진환은 태상황의 침대에 있는 핏자국을 애통하게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더냐! 태상황께서 왜!” 태후가 달려와서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5화

    “이번엔 인증, 물증 다 있으니 섭정왕은 낙청연을 감싸줄 생각은 하지 말거라!”“낙청연이 너의 왕비가 아니었으면 황상도 그리 신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낙청연이 태상황을 죽음에 몰아넣었으니, 섭정왕 너도 책임이 있다!”태후가 매섭게 부진환을 다그치며 말했다.“지금부터 부진환의 섭정왕 관직을 철폐할 것이니 조정에 더 이상 간섭하지 못한다! 또한 왕부에 반년간 접근을 금하노라!”대신들은 놀란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다.낙청연도 놀란 기색으로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 “지금 좀 물러서면 섭정왕 직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소?”그가 쉽지 않게 올라온 자리인 만큼, 섭정왕의 신분이 있어야만 이 집안에 반항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었다.그녀에게는 스스로 구원할 방책이 있었으며, 부진환의 정에 매달리기도 싫었다.그러나 부진환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냉담히 태후에게 말했다. “낙청연이 부황을 죽였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저는 낙청연과 함께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만약 증명되지 못한다면, 태후마마께서 사람을 모함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낙청연은 마음이 조금 떨렸다.부진환이 함께 책임지겠다는 말을 내뱉었다니.낙청연은 두 손바닥을 움켜쥐며, 저 남자는 정말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태후가 콧방귀를 뀌며 다시 큰소리를 내었다. “여기 있는 대신들이 아까 본 상황을 얘기해보세! 내가 한 말에 허구가 있었는가!”대신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서로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후가 진 태위를 보며, “진 태위, 자네가 말해보게!”라고 하였다.진 태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이 본 것은 태후가 말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걸 말하게 되면 낙청연이 불리해지니 태후가 그녀를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낙청연이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낙청연은 진 태위가 난감해하는 것을 보고는 앞에 나서며 말했다.“진 태위에게 묻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태후마마가 말씀한 것은 모두 옳습니다.”“제가 태상황의 병을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6화

    말이 사방에 퍼지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공기마저 적막해졌다.태후는 경악하며, “낙청연, 자네는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라고 호되게 꾸짖었다.낙청연은 살짝 경멸하는 눈길로 태후를 보면서 말했다. “제 말은, 태상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이 태의가 성급히 소리쳤다. “그럴 리 없소! 내 두 눈으로 태상황을......”낙청연이 그의 말을 가로채며, “태상황이 아직 죽지 않았다면, 당신은 속인 게 되지 않겠소”?“누가 대체 그런 거짓말을 퍼뜨렸단 말인가. 태상황이 병세가 좋지 않을 때를 노려서 나를 모함하려는 것이오? 죽지 않은 태상황을 진짜 죽이려는 셈이든지.”“이 태의,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이오?”낙청연이 재차 물었다.이 태의는 그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말았다. 그러나 암만 생각해봐도 그럴 리 없었다.태상황이 매우 위독했으니 삼 일 내로 죽을 목숨이었다. 낙청연이 지붕을 깨뜨리고 먼지를 들이마시게 했으니 놀란 나머지 기침하고 토혈하기까지 했다. 그랬는데 어떻게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불가능하오! 거짓말이오!”낙청연은 앞으로 나서며 그를 차갑게 밀어냈다. “그러면 저기 저 대신을 시켜보소. 태상황이 호흡이 없고, 맥박도 없는 죽은 사람인지.”진 태위는 놀라서 바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로 가서 그의 코에 손을 내밀었다.그는 갑자기 좋아하더니 말했다.“태상황, 아직 살아있습니다!”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대단히 기뻐했다.그러나 태후와 이 태의만이 그렇지 못하였다.태후는 암울하게 이 태의를 바라보았고, 이 태의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태후는 이 태의가 정말 바보 같다고 속으로 욕했다.계획대로라면 이런 큰 착오가 생길 수 없다.태상황이 낙청연을 궁침에 들어오도록 허락한 것은 태상황의 죽음을 낙청연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였다.어차피 그 책임을 전가시킬 사람이 필요했는데, 낙청연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니 좋은 일이라 여겼다.그러나 이 태의가 일을 꼬이게 만들었을 줄이야.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7화

    “너는 낙청연을 위해 거짓말까지 써가며 나를 속이려 해?”“방이 답답하면 지붕을 뚫어도 되는가? 네 부황이 공기 때문에 피를 토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황상! 일전에 네가 섭정왕을 막아서려 할 때, 애가는 그저 형제애가 깊다고 생각하였다. 너는 한 나라의 황상이다. 어찌 그런 저속한 거짓말을 하면서 애가를 속이려 든단 말인가! 네 그 말을 누가 믿느냐!”태후는 몹시 흥분하며 말하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얼굴이 창백하여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았다.“태후! 태후!”사람들은 연이어 태후를 불렀다.태후가 쓰러지면서도 노여움에 부경한을 짚으면서 말했다. “황상, 낙청연을 감싸는 것은 네 부황의 살인범을 감싸는 것이다! 그건 못 할 짓이다!”“황상이 될 자격도 없도다!”원한과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부경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낙청연은 황상이 오늘 자신을 처치하지 않는다면 오명을 쓸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부진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후, 황상을 협박하지 마십시오. 그는 낙청연이 부황을 해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이 태의의 말에 의하면, 지금쯤이면 부황은 원래 목숨이 없는 사람입니다. 피를 토하면서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낙청연이 치료해주어 병세가 좋아지셨음을 뜻합니다.”“그녀가 정말 부황을 해쳤을지는 부황께 치료를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부진환의 침착하고도 차가운 말투에서 강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그는 부경한을 대신하여 태후의 협박에서 벗어나도록 했다.태후가 분노하여 말했다. “낙청연은 일부러 태상황을 아프게 했고, 애가는 태상황의 병을 치료해주지 않았는가? 섭정왕, 무슨 궁리를 하는 게냐!”부진환은 냉담하게 답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낙청연이 부황을 가해하려 했다니요. 그건 완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그리고 진짜로 부황을 해치려 했다면 본 왕은 부황 침대 옆에서 자결할 것입니다.”그에게서 견결함이 보였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8화

    늑대를 짓눌렀다.늑대 뼈에서 봤던 것.부정한 물건.사악한 기운이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나침반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그러나 병세가 깊고 몸이 허약해진 태상황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낙청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태후와 여러 사람을 보며, “뒤로 서 계십시오. 해를 막고 있습니다.”태후가 분개심을 참으며 그들에게 뒤로 물러서라 요구했다.햇빛 광선이 단번에 굵어졌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태상황 곁에 가서, “태상황, 제 말이 들리십니까?”라고 물었다.“만약 제 말이 들린다면 손가락을 움직여 보시겠습니까?”낙청연은 태상황의 손목을 잡아주었는데, 그의 손가락이 틱하고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낙청연은 속으로 기뻐했다.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금 어떤 물건이 태상황 몸을 누르고 있습니다. 한순간 고통을 느끼고 피를 토할 수도 있습니다.”태상황은 또 손가락을 움직였다.낙청연은 그제야 시름 놓았다.낙청연은 바늘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늑대를 쫓으려는 것이다.낙청연은 사람들 속에 등을 돌리고 서서 그녀가 뭘 하는지 보지 못하도록 했다.그녀는 가시가 손가락을 찔러서 나온 피를 부적으로 그려서 태상황의 몸에 붙였다.갑자기 늑대의 그림자가 공격당하면서 발을 딛고 멀리 뛰어갔다.이때, 태상황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피를 토했다.“태상황!”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태후가 뛰어 들어왔다. 낙청연은 재빨리 그 부적을 숨겨 태후가 못 보게 했다.낙청연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을 때 늑대는 이미 도망가버렸다.태상황은 숨에 힘이 없었다. 이처럼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 더 오래 있다간 구름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낙청연은 늑대를 쫓아가지 않았다.태후가 순식간에 와서 낙청연을 밀쳐냈다.“태상황! 태상황!”태후와 이 태의는 급히 달려가서 손수건으로 태상황의 피를 닦아보려 애썼다.당황스러웠다.부진환과 부경한도 한껏 놀랐다.손바닥은 긴장된 듯 땀이 났다.그와 동시에 태후 손에 밀쳐진 낙청연을 잽싸게 손으로 받쳤다.부진환이 낮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99화

    태후가 날카롭게 그들을 째려보며, “황상! 부황이 죽어도 돌보지 않는단 말이냐!”라고 했다.부경한은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태후는 득의양양해하며 명을 내렸다. “여봐라, 부진환과 낙청연을 옥에 가두어라! 날을 택해 참형에 처하여라!”호위들이 와서 두 사람을 끌고 갔다.낙청연은 차분한 기색이었다.“손을 멈추어라!”그녀는 침착하게 이 태의를 보며 물었다. “이 태의, 태상황의 병세가 정말 더 위급해졌소?”“당신의 의술로 고칠 수 있단 말이오, 없단 말이오?”태상황의 몸 상태는 맥을 짚을 수 있는 의사라면 다 보아낼 수 있다.태상황은 정말 눈에 띄게 호전되었던 것이다!호흡이 원만해지고 숨도 안정적이며 맥박의 뜀질도 힘 있었다.이 태의는 태후를 도와서 낙청연을 없애버리고 싶었기에 이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황상과 백관을 속일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넘어갈 수 없다!이 태의는 속으로 찔리는 게 있으면서도 낙청원을 질책했다.“내가 궁에서 태의로 있은 지가 몇 년인데 실수가 있을 리 없소. 태상황이 악화된 건 낙청연이 해쳤기 때문일세.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소!”낙청연은 호위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갔다.“그 말을 맹세할 수 있겠소?”“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목숨 걸고 맹세할 수 있겠소?”“만약 사실과 다르다면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 걸세.”이 태의는 그녀의 날카로운 말에 몸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맹세하려면 하겠소! 내가 한 마디 거짓이라도 섞었다면 죽어도 좋소!”낙청연은 이 태의의 미간에서 흉기를 봤다.맹세지거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이때, 태후가 말했다. “이 정도면 말 다 했겠지. 빨리 그들을 끌어내거라!”낙청연은 날카롭게 태후를 바라보면서, “태후는 어찌 우리가 죽임당하는 것을 그리 급해하십니까. 다른 태의를 불러서 태상황을 치료하는 것은 급하지 않은 겁니까?”“태후는 태상황의 목숨을 정녕 포기한단 말씀입니까?”낙청연은 태후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태후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했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900화

    침대 위에 있던 태상황이 돌연 입을 열었다.“그만두게!” 그가 약한 소리로 외쳤다.사람들은 아연실색하여 일제히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태상황이 깨어나셨다니, 정신이 드셨다니!태후는 매우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았다. 태상황의 손을 잡고 감동이나 한 듯이 흐느껴 울었다.태상황의 말을 제지하려고 했다.“그만하게......” 태상황의 목소리가 너무 낮은 나머지 태후의 울음소리에 묻히고 말았다.부경한은 태상황의 소리를 듣고자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나 태후는 이번에도 그를 말리면서 보지 못하게, 부진환을 향해 서도록 했다.부진환은 호위들을 제쳐놓고 기세등등하게 큰 보폭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태후가 우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태후는 부황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듣지 않으시려는 겁니까!”“모두 제 자리에 돌아가거라!”부진환은 날카롭게 이 태의를 바라보았다.태후는 그저 마음 아픈 듯이 울다가 부진환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 “여봐라, 어서 부진환을 끌어내거라!”“태상황을 음해했으니 천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애가의 말이 소용없는 것인가!”낙청연은 호위의 손을 놓고 태후를 향해 걸어갔다.“태상황이 계시는 한 태후의 말은 원래 소용이 없습니다.”“우리는 태상황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이때, 태상황이 손을 힘겹게 들어 부진환의 옷소매를 잡았다.태상황의 움직임에 모두 주목하고 있었다.태후도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았다.부진환이 바삐 무릎을 꿇으며, “부황!”하고 외쳤다.“부황, 몸이 한결 나아 보입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목숨을 위해 간절히 그의 대답을 바랐다.태상황은 말을 하지 않았으나, 고개에 힘을 주어 끄덕거렸다.부진환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부황, 그만두라고 하신 건 낙청연을 놓아주라는 뜻입니까?”태상황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태후는 가슴이 막막해 왔다.부진환은 재차 질문하였다. “부황, 낙청연이 부황의 병을 치료했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이 태의는 거짓으로 말하지 않았습니까?”태상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901화

    낙청연은 돌연 매서운 어투로 말했고 태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부진환의 입가에 티 나지 않게 미소가 걸렸다. 낙청연은 또 한 번 태후를 함정에 빠뜨렸다.낙청연은 아마 오래전부터 태상황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실패한 척하며 태후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이 태의를 위해 장담하게 만든 것이다.그리고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태후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고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두텁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겨우 섭정왕비 따위가 감히 태후 마마께 이런 태도를 보인단 말이오?”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엄 태사, 엄태후의 오라버니였다.낙청연은 엄 태사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엄 태사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수도 적었다.부진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엄 태사, 그렇게 다급히 낙청연을 탓할 필요는 없소. 낙청연은 태상황을 치료해 공을 세웠고 지금은 합리적인 이유로 이 태의와 태후 마마를 의심하는 것이니 잘못한 것은 없소.”“결과적으로는 태상황의 건강을 너무 염려한 탓이지.”“그렇지 않소? 엄 태사.”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살기와 함께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엄 태사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부진환을 보았다.“이 태의가 오진한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이오. 하지만 태후 마마도 태상황의 병세가 걱정되어 실수를 범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이러한 상황에서는 이 태의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엄 태사는 결국 최선을 다해 태후의 혐의를 씻어 그녀를 지키려 했다.태후는 안색이 창백하고 얼굴도 초췌하며 넋이 반쯤 나간 듯 보였다. 그녀는 엄 태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허약한 모습으로 말했다.“그래. 내가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낙청연이 믿음직스럽지 않아 이 태의의 말을 들은 것도 사실이지.”이 태의는 절망이 깃든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후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한 대신이 태

Latest chapter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80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9화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8화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7화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6화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5화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4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3화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2화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