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사방에 퍼지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공기마저 적막해졌다.태후는 경악하며, “낙청연, 자네는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라고 호되게 꾸짖었다.낙청연은 살짝 경멸하는 눈길로 태후를 보면서 말했다. “제 말은, 태상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이 태의가 성급히 소리쳤다. “그럴 리 없소! 내 두 눈으로 태상황을......”낙청연이 그의 말을 가로채며, “태상황이 아직 죽지 않았다면, 당신은 속인 게 되지 않겠소”?“누가 대체 그런 거짓말을 퍼뜨렸단 말인가. 태상황이 병세가 좋지 않을 때를 노려서 나를 모함하려는 것이오? 죽지 않은 태상황을 진짜 죽이려는 셈이든지.”“이 태의,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이오?”낙청연이 재차 물었다.이 태의는 그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말았다. 그러나 암만 생각해봐도 그럴 리 없었다.태상황이 매우 위독했으니 삼 일 내로 죽을 목숨이었다. 낙청연이 지붕을 깨뜨리고 먼지를 들이마시게 했으니 놀란 나머지 기침하고 토혈하기까지 했다. 그랬는데 어떻게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불가능하오! 거짓말이오!”낙청연은 앞으로 나서며 그를 차갑게 밀어냈다. “그러면 저기 저 대신을 시켜보소. 태상황이 호흡이 없고, 맥박도 없는 죽은 사람인지.”진 태위는 놀라서 바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로 가서 그의 코에 손을 내밀었다.그는 갑자기 좋아하더니 말했다.“태상황, 아직 살아있습니다!”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대단히 기뻐했다.그러나 태후와 이 태의만이 그렇지 못하였다.태후는 암울하게 이 태의를 바라보았고, 이 태의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태후는 이 태의가 정말 바보 같다고 속으로 욕했다.계획대로라면 이런 큰 착오가 생길 수 없다.태상황이 낙청연을 궁침에 들어오도록 허락한 것은 태상황의 죽음을 낙청연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였다.어차피 그 책임을 전가시킬 사람이 필요했는데, 낙청연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니 좋은 일이라 여겼다.그러나 이 태의가 일을 꼬이게 만들었을 줄이야.
“너는 낙청연을 위해 거짓말까지 써가며 나를 속이려 해?”“방이 답답하면 지붕을 뚫어도 되는가? 네 부황이 공기 때문에 피를 토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황상! 일전에 네가 섭정왕을 막아서려 할 때, 애가는 그저 형제애가 깊다고 생각하였다. 너는 한 나라의 황상이다. 어찌 그런 저속한 거짓말을 하면서 애가를 속이려 든단 말인가! 네 그 말을 누가 믿느냐!”태후는 몹시 흥분하며 말하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얼굴이 창백하여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았다.“태후! 태후!”사람들은 연이어 태후를 불렀다.태후가 쓰러지면서도 노여움에 부경한을 짚으면서 말했다. “황상, 낙청연을 감싸는 것은 네 부황의 살인범을 감싸는 것이다! 그건 못 할 짓이다!”“황상이 될 자격도 없도다!”원한과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부경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낙청연은 황상이 오늘 자신을 처치하지 않는다면 오명을 쓸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부진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후, 황상을 협박하지 마십시오. 그는 낙청연이 부황을 해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이 태의의 말에 의하면, 지금쯤이면 부황은 원래 목숨이 없는 사람입니다. 피를 토하면서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낙청연이 치료해주어 병세가 좋아지셨음을 뜻합니다.”“그녀가 정말 부황을 해쳤을지는 부황께 치료를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부진환의 침착하고도 차가운 말투에서 강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그는 부경한을 대신하여 태후의 협박에서 벗어나도록 했다.태후가 분노하여 말했다. “낙청연은 일부러 태상황을 아프게 했고, 애가는 태상황의 병을 치료해주지 않았는가? 섭정왕, 무슨 궁리를 하는 게냐!”부진환은 냉담하게 답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낙청연이 부황을 가해하려 했다니요. 그건 완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그리고 진짜로 부황을 해치려 했다면 본 왕은 부황 침대 옆에서 자결할 것입니다.”그에게서 견결함이 보였다.
늑대를 짓눌렀다.늑대 뼈에서 봤던 것.부정한 물건.사악한 기운이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나침반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그러나 병세가 깊고 몸이 허약해진 태상황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낙청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태후와 여러 사람을 보며, “뒤로 서 계십시오. 해를 막고 있습니다.”태후가 분개심을 참으며 그들에게 뒤로 물러서라 요구했다.햇빛 광선이 단번에 굵어졌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태상황 곁에 가서, “태상황, 제 말이 들리십니까?”라고 물었다.“만약 제 말이 들린다면 손가락을 움직여 보시겠습니까?”낙청연은 태상황의 손목을 잡아주었는데, 그의 손가락이 틱하고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낙청연은 속으로 기뻐했다.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금 어떤 물건이 태상황 몸을 누르고 있습니다. 한순간 고통을 느끼고 피를 토할 수도 있습니다.”태상황은 또 손가락을 움직였다.낙청연은 그제야 시름 놓았다.낙청연은 바늘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늑대를 쫓으려는 것이다.낙청연은 사람들 속에 등을 돌리고 서서 그녀가 뭘 하는지 보지 못하도록 했다.그녀는 가시가 손가락을 찔러서 나온 피를 부적으로 그려서 태상황의 몸에 붙였다.갑자기 늑대의 그림자가 공격당하면서 발을 딛고 멀리 뛰어갔다.이때, 태상황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피를 토했다.“태상황!”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태후가 뛰어 들어왔다. 낙청연은 재빨리 그 부적을 숨겨 태후가 못 보게 했다.낙청연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을 때 늑대는 이미 도망가버렸다.태상황은 숨에 힘이 없었다. 이처럼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 더 오래 있다간 구름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낙청연은 늑대를 쫓아가지 않았다.태후가 순식간에 와서 낙청연을 밀쳐냈다.“태상황! 태상황!”태후와 이 태의는 급히 달려가서 손수건으로 태상황의 피를 닦아보려 애썼다.당황스러웠다.부진환과 부경한도 한껏 놀랐다.손바닥은 긴장된 듯 땀이 났다.그와 동시에 태후 손에 밀쳐진 낙청연을 잽싸게 손으로 받쳤다.부진환이 낮
태후가 날카롭게 그들을 째려보며, “황상! 부황이 죽어도 돌보지 않는단 말이냐!”라고 했다.부경한은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태후는 득의양양해하며 명을 내렸다. “여봐라, 부진환과 낙청연을 옥에 가두어라! 날을 택해 참형에 처하여라!”호위들이 와서 두 사람을 끌고 갔다.낙청연은 차분한 기색이었다.“손을 멈추어라!”그녀는 침착하게 이 태의를 보며 물었다. “이 태의, 태상황의 병세가 정말 더 위급해졌소?”“당신의 의술로 고칠 수 있단 말이오, 없단 말이오?”태상황의 몸 상태는 맥을 짚을 수 있는 의사라면 다 보아낼 수 있다.태상황은 정말 눈에 띄게 호전되었던 것이다!호흡이 원만해지고 숨도 안정적이며 맥박의 뜀질도 힘 있었다.이 태의는 태후를 도와서 낙청연을 없애버리고 싶었기에 이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황상과 백관을 속일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넘어갈 수 없다!이 태의는 속으로 찔리는 게 있으면서도 낙청원을 질책했다.“내가 궁에서 태의로 있은 지가 몇 년인데 실수가 있을 리 없소. 태상황이 악화된 건 낙청연이 해쳤기 때문일세.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소!”낙청연은 호위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갔다.“그 말을 맹세할 수 있겠소?”“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목숨 걸고 맹세할 수 있겠소?”“만약 사실과 다르다면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 걸세.”이 태의는 그녀의 날카로운 말에 몸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맹세하려면 하겠소! 내가 한 마디 거짓이라도 섞었다면 죽어도 좋소!”낙청연은 이 태의의 미간에서 흉기를 봤다.맹세지거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이때, 태후가 말했다. “이 정도면 말 다 했겠지. 빨리 그들을 끌어내거라!”낙청연은 날카롭게 태후를 바라보면서, “태후는 어찌 우리가 죽임당하는 것을 그리 급해하십니까. 다른 태의를 불러서 태상황을 치료하는 것은 급하지 않은 겁니까?”“태후는 태상황의 목숨을 정녕 포기한단 말씀입니까?”낙청연은 태후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태후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침대 위에 있던 태상황이 돌연 입을 열었다.“그만두게!” 그가 약한 소리로 외쳤다.사람들은 아연실색하여 일제히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태상황이 깨어나셨다니, 정신이 드셨다니!태후는 매우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았다. 태상황의 손을 잡고 감동이나 한 듯이 흐느껴 울었다.태상황의 말을 제지하려고 했다.“그만하게......” 태상황의 목소리가 너무 낮은 나머지 태후의 울음소리에 묻히고 말았다.부경한은 태상황의 소리를 듣고자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나 태후는 이번에도 그를 말리면서 보지 못하게, 부진환을 향해 서도록 했다.부진환은 호위들을 제쳐놓고 기세등등하게 큰 보폭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태후가 우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태후는 부황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듣지 않으시려는 겁니까!”“모두 제 자리에 돌아가거라!”부진환은 날카롭게 이 태의를 바라보았다.태후는 그저 마음 아픈 듯이 울다가 부진환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 “여봐라, 어서 부진환을 끌어내거라!”“태상황을 음해했으니 천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애가의 말이 소용없는 것인가!”낙청연은 호위의 손을 놓고 태후를 향해 걸어갔다.“태상황이 계시는 한 태후의 말은 원래 소용이 없습니다.”“우리는 태상황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이때, 태상황이 손을 힘겹게 들어 부진환의 옷소매를 잡았다.태상황의 움직임에 모두 주목하고 있었다.태후도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았다.부진환이 바삐 무릎을 꿇으며, “부황!”하고 외쳤다.“부황, 몸이 한결 나아 보입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목숨을 위해 간절히 그의 대답을 바랐다.태상황은 말을 하지 않았으나, 고개에 힘을 주어 끄덕거렸다.부진환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부황, 그만두라고 하신 건 낙청연을 놓아주라는 뜻입니까?”태상황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태후는 가슴이 막막해 왔다.부진환은 재차 질문하였다. “부황, 낙청연이 부황의 병을 치료했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이 태의는 거짓으로 말하지 않았습니까?”태상
낙청연은 돌연 매서운 어투로 말했고 태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부진환의 입가에 티 나지 않게 미소가 걸렸다. 낙청연은 또 한 번 태후를 함정에 빠뜨렸다.낙청연은 아마 오래전부터 태상황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실패한 척하며 태후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이 태의를 위해 장담하게 만든 것이다.그리고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태후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고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두텁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겨우 섭정왕비 따위가 감히 태후 마마께 이런 태도를 보인단 말이오?”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엄 태사, 엄태후의 오라버니였다.낙청연은 엄 태사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엄 태사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수도 적었다.부진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엄 태사, 그렇게 다급히 낙청연을 탓할 필요는 없소. 낙청연은 태상황을 치료해 공을 세웠고 지금은 합리적인 이유로 이 태의와 태후 마마를 의심하는 것이니 잘못한 것은 없소.”“결과적으로는 태상황의 건강을 너무 염려한 탓이지.”“그렇지 않소? 엄 태사.”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살기와 함께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엄 태사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부진환을 보았다.“이 태의가 오진한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이오. 하지만 태후 마마도 태상황의 병세가 걱정되어 실수를 범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이러한 상황에서는 이 태의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엄 태사는 결국 최선을 다해 태후의 혐의를 씻어 그녀를 지키려 했다.태후는 안색이 창백하고 얼굴도 초췌하며 넋이 반쯤 나간 듯 보였다. 그녀는 엄 태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허약한 모습으로 말했다.“그래. 내가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낙청연이 믿음직스럽지 않아 이 태의의 말을 들은 것도 사실이지.”이 태의는 절망이 깃든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후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한 대신이 태
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무슨 말입니까?”“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아니 됩니다!”뭇 신하들은 깜짝 놀랐다.부진환 역시 놀랐다. 그는 미간을 구기며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태후와 엄 태사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눈빛에서는 긴장감이 엿보였다.그동안 아무도 모르던 비밀을 낙청연이 처음 입밖에 내뱉은 것이다.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 태상황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아느냐? 그런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태상황께서 간악한 인간에게 해를 입었다고 하는 것이냐?”“증거가 없다면 넌 헛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힌 죄로 참수당해야 한다!”태후는 날 선 어조로 말했다.태후의 모습을 보니 증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그들이 한 모든 일의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그러나 이 침전 자체가 증거였다.바로 이때 부진환이 다가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포기하거라.”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그윽한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부진환은 그녀를 마주 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이궁의난.”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저어 보였다.부진환은 그녀에게 풍수 같은 것을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었다.이궁의난이 있었으니 그녀가 이 모든 것을 까발린다면 엄씨 가문에 약점을 잡힐 것이다. 낙청연이 헛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사술을 알고 있다고 말이다.그렇게 되면 그녀가 진짜 태상황을 구한다고 해도 자기 목숨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과거 부진환도 힘겹게 살아남았다. 심지어 엄씨 가문은 여러 차례 요사스러운 술법으로 궁정을 어지럽히고 그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그들은 이 방면에 아주 뛰어났고 항상 이러한 술수로 부진환을 죽이려 했다.엄 태사는 코웃음을 쳤다.“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헛소리를 한 것이오? 섭정왕비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지!”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던 엄 태사가 말했다.“당장 태의원의 태의를 데려오거라!”부진환은 낙
그 말에 진 태위는 깜짝 놀랐다.“그러니까 이 꽃향기들이 태상황을 자극했다는 말이군요! 제가 기억하기론 태상황께서는 향기에 아주 민감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더욱 중요한 건 이 지독한 향기들이 사실은 이곳에 심어진 독성이 있는 꽃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이더니 화원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곧이어 그녀는 무언가를 힘껏 뿌리째 뽑았다.줄기는 검은색 가시가 가득 뒤덮여 있고 꽃은 아주 화려했다. 다른 꽃에 비해 조금 작았지만 화원 안에 있으니 다른 점을 찾기가 아주 어려웠다.“이것은 명왕익(冥王翼)이라고 불리는 독이 있는 꽃입니다. 피처럼 빨갛고 꽃잎이 아주 아름다우며 향기가 짙지만 독이 있습니다. 처음 맡을 때는 중독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흡입하다 보면 독소가 깊숙이 침투합니다.”그것은 여국의 꽃이며 독왕(毒王)이 키워낸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천궐국에 숨어있는 사람은 여국 황실에서 보낸 사람일 것이다.평범한 사람이라면 이것의 씨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엄 태사는 그것을 보더니 미간을 구기며 코웃음을 쳤다.“우습군! 보통 꽃처럼 보일 텐데 이곳에 있는 다른 꽃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엄 태사에게 꽃을 건넸다. “별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꽃향기를 힘껏 맡아보시겠습니까?”엄 태사의 안색이 삽시에 변했다.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 있었다.낙청연은 정상적인 꽃 한 송이를 꺾어 엄 태사에게 시범을 보여줬다. 그녀는 꽃을 얼굴에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코끝으로 화심(花心) 부분을 힘껏 들이켰다.“이렇게 말입니다.”사람들이 엄 태사에게 시선을 던졌다.이 정도 요구라면 어려운 것 없을 것이다.하지만 엄 태사는 주저했다.그는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또 무슨 짓을 꾸미려 하는지 모르겠군. 난 당연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입꼬리를 끌어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