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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부진환의 눈빛을 보자 낙청연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슨 뜻입니까?”

낙청연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부진환은 마음이 아팠지만 대놓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온도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눈빛 또한 서늘했다.

“별일 없을 텐데 이틀 정도 묵어도 상관없다.”

낙청연은 삽시에 눈이 벌게졌다.

“상관없다고요?”

낙청연은 자조하듯 웃었다.

“상관없으시군요.”

곧이어 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왕야께서 상관없으시다고 하셨으니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그 말에 랑목 왕자는 아주 흥분했다.

“잘됐습니다! 아끼는 것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야!”

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돌변했다.

부경리는 초조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

“아끼는 것을 내주다니요? 왕비 마마는 그저 악기와 가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손님의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섭정왕비입니다!”

랑목 왕자는 머쓱하게 웃었다.

“네, 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곧이어 랑목 왕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대전 안에서 춤과 노래가 시작됐다. 황제의 생신이라 사람들은 잔을 들어 축하했다.

하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옆자리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수군덕거리는 걸 들었다.

“낙월영 좀 보세요. 엄씨 가문 공자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섭정왕은 그런 그녀를 전혀 혐오하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월영을 측비로 맞았습니다.”

“낙청연은 정실인데도 불구하고 섭정왕은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군요. 이렇게 쉽게 랑목 왕자에게 내어주다니요.”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낙청연이 낙월영보다 못한 점이 뭐가 있습니까?”

“누가 알겠습니까? 섭정왕이 진심으로 낙월영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지요.”

“낙청연이 참 불쌍합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결국엔...”

그자는 말하면서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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