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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소유는 걱정스레 물었다.

“왕야, 태의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조금 전 상황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두려웠다.

부진환은 살짝 차가워진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

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야, 심각한 상황인 듯하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부진환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해결할 수 없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몸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그도 자신이 정말 낙월영을 사랑하게 된 건지 의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모든 약점을 포용할 수 있고 못생겼을 때도 싫어하지 않고 꾀를 부린다고 해도 혐오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부진환은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능청스러운 작태를 혐오했고 수작을 부리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는 종종 이성을 잃고 그녀를 걱정하고 지켜주려 했다.

그래서 무언가 그를 조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낙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저낙은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 그조차도 알지 못하니 이 세상에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소유는 한숨을 쉬었다.

“왕야,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실 겁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왕야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부진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

“송천초를 불러와 낙청연의 상처를 치료하거라.”

소유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낙청연은 상처 때문에 죽은 듯이 자다가 아침에야 깨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유가 송천초를 데리고 왔다.

송천초가 낙청연을 진맥하려고 하는데 소유가 입을 열었다.

“왕비 마마께서는 걸으실 수 있소? 걸을 수 있다면 일단 왕비 마마의 정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소. 그러면 송 의원도 치료하기 더욱 편할 것이오.”

같은 정원에 있다면 어젯밤 같은 상황이 생길 경우 낙청연에게 그 모습을 들킬 수 있었다. 부진환은 낙청연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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