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3107 챕터

제571화

범산화는 잠깐 당황하더니 몸을 돌려 부진환을 따라 떠났다.낙청연은 본래 심장이 철렁했으나 그 장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걸음을 옮겨 태부부로 들어갔다.태부부에 들어서니 낙월영이 낙랑랑에게 하는 얘기가 들렸다.“운희의 죽음에 저도 아주 마음이 아픕니다. 비록 아직 범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운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밉보였는지도 모릅니다.”그 말에 낙랑랑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게 누구냐?”낙월영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부설루에 부설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자는 절 해치려고 했는데 때마침 운희에게 들켰지요. 그래서 운희는 관청에서 저를 위해 증언했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걸지도 모릅니다. 운희가 두 번째로 증언하러 관청에 가달라고 부탁했을 때 태부부에 이런 사건이 터졌지요.”낙월영은 울면서 말했다.“전부 제 탓입니다. 제가 증언을 해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운희도 죽지 않았을 겁니다.”그 비통한 모습은 언뜻 보면 진짜인 듯했다.낙랑랑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부설?”그녀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낙랑랑이 낙월영의 말에 현혹될까 걱정됐던 낙청연이 앞으로 나서려는데 낙랑랑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난 관청에서 찾은 증거를 믿는다. 운희가 부설과 모순이 있었다고 해도 태부부에 이런 일이 생긴 건 부설의 짓이라 단정 짓기 힘들지. 난 관청이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절대 내 가족을 해친 사람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낙랑랑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고 낙운희는 심장이 덜컥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더니 서서히 걸어갔다.“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는 적반하장을 참 잘하시는군요.”낙월영의 안색이 흐려졌다.“무슨 뜻입니까?”“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월영 낭자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듣기 싫은 얘기겠지만 듣고 싶으시다면 랑랑 낭자의 앞에서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그녀의 위협에 낙월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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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최근 계양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거나 집안에 이상한 낌새들이 보이지는 않았는지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랑랑을 꼭 잘 보살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절 죽이겠다고 하더군요.”범산화는 그 말을 할 때 긴장과 두려움으로 인해 침을 꿀꺽 삼켰다.그의 표정에서 낙청연은 그의 두려움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짜 부진환의 위협에 겁을 먹은 듯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부진환이 범산화에게 이러한 얘기를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최근 계양에는 별일 없습니까?”낙청연이 걱정스레 물었고 범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별일 없습니다. 집안도 평온하고 아무 일 없습니다.”그렇다니 다행입니다. 낙씨 가문에 이제 랑랑 낭자 혼자 남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뒷배가 없는 건 아니지요. 혹시나 범씨 가문에서 랑랑 낭자를 홀대한다면 섭정왕부는 절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범산화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뒤, 랑랑이 운 듯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어머니를 묻었으니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범산화는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나와 함께 가지.”낙랑랑은 낙청연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낙청연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낙청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수도에서 잘 지내야 합니다.”“랑랑 낭자도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저희는 어머니를 보러 간 뒤 계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요.”낙랑랑은 눈시울이 붉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는 길에 조심하세요.”범산화는 낙랑랑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가는 길에 낙랑랑은 참지 못하고 옷깃으로 눈물을 닦았고 범산화는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랑랑, 우리 아이를 낳는 게 어떻겠소?”그 말에 낙랑랑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제 가족들이 전부 죽은 지금 저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신 겁니까?”범산화가 급히 해명했다.“난 그 뜻이 아니었소. 당신은 혈육들을 전부 잃었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 또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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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그녀는 현재 범산화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없으니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 몰랐다.범산화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랑랑, 나도 그러고 싶지 않소. 내 마음속에는 당신뿐이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고. 난 그 사람들의 험담에 당신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서 그러오. 난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원치 않소.”낙랑랑은 미간을 구겼다.“전 지금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시겠습니까?”범산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다물었다.-저녁때 무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부군이 외출해 하완이 홀로 집에 있다고 말이다.그래서 그날 밤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은 뒤 낙청연의 못생긴 가면을 쓰고 복록길로 향했다.낙운희 또한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썼다.정원 밖에 도착하자 아이의 기침 소리가 들렸고 하완은 조바심이 나서 말했다. “영영(鶯鶯)아, 집에 가만히 있거라. 어머니가 약을 사 오마.”곧이어 방 안에서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하완이 앞이 안 보여 급한 마음에 물건들을 쓰러트린 듯했다.곧 하완은 돈을 챙겨서 떠났고 낙청연은 몸을 숨겼다.하완은 다급히 벽을 짚으며 집을 나섰다.그가 떠나자 낙운희가 입을 열었다.“저건 누굽니까? 참으로 안 됐군요.”“하완이다. 태부부에서 원씨 댁의 시중을 들던 계집종이지.”낙청연은 말하면서 걸음을 옮겨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원씨 댁이요? 낙월영의 어머니 말씀입니까?”낙운희는 깜짝 놀랐다. 원씨 댁의 곁을 지키던 계집종이 어쩌다 저렇게 비참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방 안에 들어서자 침상 위에 7, 8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끊임없이 기침하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마치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이 자기 목을 붙잡고 있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더니 급히 여자아이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는 아이의 몸을 반쯤 침상 밖으로 옮기고 아이의 등을 두드려줬다.고뿔에 걸려 기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아이의 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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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한번 건드려 보지 그래. 어떻게 되는지.”낙청연은 한 손으로 왕영을 안고 한 손으로 은침을 들었다.하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했지만 초조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부탁입니다. 차라리 저한테 그러세요. 제 딸만은 제발 놓아주십시오!”낙월영은 분개하며 위협했다.“참으로 비겁하군요! 얼른 왕영을 놓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방안에서 나가지 못할 겁니다!”아노는 그녀의 말에 비수를 꺼내 들었고 기세등등하게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들을 죽일 듯이 말이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난 오늘 내 어머니와 원씨 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고 온 것이다. 난 두 사람이 왜 죽었는지 궁금하다. 하완, 네 딸은 태어나길 몸이 허약하고 몸에 독까지 있다. 저런 부군이 있으니 매일 네가 매질 당하는 건 물론이고 네 딸까지 겁에 질려 살아야 하지.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건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이 아이는 3년도 못 채우고 죽을 것이다. 나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내가 이 아이를 살려주마.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 사내에게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그녀는 수도에 엄청난 권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돈이 많았다. 그녀는 두 모녀를 아주 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아무도 그들을 찾지 못할 것이다.낙월영은 하완을 말리며 말했다.“저 말을 믿지 말거라!”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왕영으로 하완을 위협해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들으려는 게 분명하군요. 하완 모녀는 제가 보살필 것이니 꿈 깨시지요!”낙청연은 화를 내는 대신 웃음을 터뜨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완, 낙월영이 널 도와주고 있다는데 그녀가 뭘 도와줬느냐? 돈을 보내거나 먹을 것을 보내주었느냐? 그런 소용없는 관심을 주더냐? 네가 필요한 건 널 이 불구덩이에서 구해줄 사람이다. 네가 이 불구덩이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고 해도 네 딸은? 네 딸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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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하완, 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것이지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를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잘 생각해 보고 천천히 얘기하거라.”하완은 바닥에 엎드려서 다급히 말했다.“제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처와 첩의 관계로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사실 처음에 큰 마님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두 사람의 감정에 금이 갔고 어르신께서는 원씨 마님을 사랑하게 되셨지요. 그래서 원씨 마님을 첩으로 들이셨지요. 큰 마님께서는 사랑하는 만큼 한이 맺혀 원씨 마님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어르신도 미워하셨지요. 한 번은 어르신께서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하셨고 그 일을 알게 된 원씨 마님은 큰 마님을 죽이려고 독을 먹였습니다. 두 사람은 대놓고 싸우지는 않았으나 서로 죽었으면 했습니다. 더욱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뿐입니다.”하완은 말을 마친 뒤 다시 애걸하기 시작했다.“제발 제 딸을 놓아주세요. 부탁입니다!”하완은 앞이 보이지 않아 낙청연이 왕영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크게 겁을 먹었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 같았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럴 리가... 내 어머니가 청연 언니의 어머니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왜?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이냐?”낙월영은 하완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고 자기 어머니가 낙청연의 어머니를 해쳤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다면 그녀가 낙청연에게 줄곧 품고 있던 원한은 무엇이란 말인가?낙월영은 받아들일 수 없는지 하완을 일으켜 세우며 호된 목소리로 추궁했다.“지금까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지 않으냐? 말해 보거라. 낙청연이 네 딸을 잡아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지? 말해 보라니까!”낙월영은 감정이 격해져서 하완의 멱살을 잡았고 왕영은 그 모습에 조바심이 나서 울기 시작했다.“우리 어머니를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리자 다시 병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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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허공을 가르던 손이 우뚝 멈췄다. 하완은 망치를 바닥에 던지고 무릎을 꿇더니 침상 변두리를 더듬거리며 침상 위에 누운 여자아이를 만졌다.“영영아? 영영아, 괜찮느냐?”왕영은 하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전 괜찮습니다. 조금 전 발작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왕영은 어머니가 걱정할까 다급히 설명했다.아이의 목소리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하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곧이어 깜짝 놀랐다.왕영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작을 일으켰고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발작했을 때는 해독약이 있어야 조금 나아졌는데 이번에는 해독약이 없는데 괜찮아졌다.낙청연이 딸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단 말인가?낙청연은 사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왕영은 체내에 독이 있고 그 독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해독약도 있을 것이다.그렇기에 하완을 통제할 수 있는 건 딸의 독이었다.이번에 그녀의 딸을 구해줬으니 하완은 그녀의 말을 믿을 것이다.바로 그때, 차가우면서도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연 언니!”낙청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낙운희가 아노에게 제압당해 탁자에 눌려 있었고 아노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그녀를 위협하는 게 틀림없었다.낙월영은 노여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전 언니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지만 언니의 사람이 제 손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자를 죽이겠습니다!”낙운희는 힘껏 발버둥 쳤으나 아노가 그녀를 단단히 내리눌렀다.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낙월영, 진실을 아는 것이 그리도 무서운 것이냐?”낙운희는 너무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녀의 매서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찢어발길 것 같았다.낙청연은 탁자 옆으로 걸어가 아노를 밀쳤고 그녀에게 제압당했던 낙운희를 일으켜 세운 뒤 낙운희와 함께 떠났다.정원에서 나온 뒤 낙운희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발목을 잡았군요.”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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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낙청연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는 건 낙청연이 하완의 집 주위에 사람을 보냈다는 걸 하완이 알고 있음을 의미했다.그래서 딸더러 골목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 것이다.“무슨 일이냐? 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더냐?”낙청연은 어젯밤 자신이 하완에게 한 말로 그녀가 흔들렸다고 생각했다.왕영은 편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어머니께서 이걸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낙청연은 편지를 열었다."당신은 진실이 궁금한 것이겠지요. 사실 제가 그전에 했던 얘기들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역시 당신을 속이지는 못하겠더군요. 진실을 알고 싶다면 제 요구를 들어주세요. 제 요구는 하나뿐입니다. 제 딸을 잘 보살펴주세요. 전 이미 모든 진실을 다 적었두었고 그것은 제 딸만이 아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혹시나 제 딸아이를 홀대하거나 위협하고 다치게 한다면 그것을 찢어버릴 것입니다. 반대로 진심으로 제 딸아이를 잘 보살펴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편지를 본 뒤 약간 흥분됐다.역시, 하완이 예전에 했던 얘기는 전부 거짓이었다. 낙청연은 진실이 너무 궁금해졌다.그녀의 어머니는 대체 어쩌다가 죽은 것일까?낙청연은 편지를 태운 뒤 왕영에게 물었다.“네 어머니가 또 뭐라고 하더냐? 나한테 뭘 하라고 하지는 않더냐? 혹은 너더러 날 따라다니라고 하더냐?”왕영을 보살피는 건 낙청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왕영이 영원히 돌아가지 않고 자신을 따르길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왕영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어머니께서 앞으로 언니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아버지를 피해 골목길에서 밤을 보낼 필요도 없고 어머니도 아버지께 맞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울음을 꾹 참는 모습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곧 위화감을 느꼈다. 하완은 왕영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다면 하완은?그녀는 편지에서 낙청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그녀가 적은 요구에는 그녀 본인과 관련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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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바닥에 누워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하완이었다.그녀는 온몸에 상처를 달고 있었고 얼굴과 팔뚝에는 새로운 상처가 남겨져 있었다.그녀의 시체는 그렇게 길바닥에 누워있었다.그 모습에 낙청연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하완은 자신이 절대 거짓말하지 않았다면서 거짓말을 했다면 아주 참혹하게 죽을 것이라 맹세했었다.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낙청연도 그날 밤 하완이 거짓말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응보를 받을 줄은 몰랐다.“어머니... 어머니...”왕영은 하완의 몸 위에 엎드려서 비통하게 울음을 터뜨렸다.낙청연은 가까이 다가가서 하완의 시체를 확인해봤다. 그녀의 얼굴과 팔에는 아주 뚜렷한 상처가 있었고 굉장히 이상했다. 깊은 것도 있고 얕은 것도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 때린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부딪힌 것 같았다.게다가 입술은 파랗게 질려서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완의 입을 열어보니 입 안에 피가 가득했고 서슬 퍼런 빛이 보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그것은 바늘이었다!왕금은 정말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었다.“참으로 안 됐네, 그래. 시집을 잘못 가서 평생을 망쳤으니 말이야.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그 왕금이라는 자는 정말 죽어야 해. 자기 처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관청은 왜 그자를 잡아가지 않는 걸까?”누군가 설명했다.“처음에는 관청에 고한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데 왕금이 매번 잘못을 인정해 하완이 마음이 약해져서 매번 그를 용서해줬다고 하더군. 그래서 관청도 왕금을 어찌하지는 못했지.”“그랬단 말인가? 참 쌤통이군. 그래도 아이가 참 불쌍해. 아버지를 따른다면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텐데.”예외 없이 사람들은 그 일을 논하고 있었고 다들 왕금이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완의 몸에 있는 상처는 전부 왕금이 때려서 생긴 것이었기 때문이다.곧 관청 사람들이 왔다.그들은 하완의 시체를 운반했고 행인들에게 상황을 물은 뒤 왕금을 잡으러 갔다.왕영은 죽은 자의 딸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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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이번에 기회가 생겼으니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겠소. 게다가 그 왕금이라는 자는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자니 말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왕금은 하 대인께서 잡으시지요. 하완의 시체는 제가 데려가 안장하겠습니다. 대인도 보셨겠지만 하완의 딸은 아직 많이 어립니다. 그러니 관청에서 겁을 먹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하 대인이 허락했다.떠날 때 왕영은 울면서 달려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언니, 우리 어머니는 이곳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까?”낙청연은 허리를 숙인 뒤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난 네 어머니를 데려갈 것이다. 데려가서 안장하자꾸나. 너희 어머니는 평생을 고달프게 살았으니 이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겠구나.”왕영은 철이 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하완의 죽음은 하완에게 일종의 해방이었다. 아이는 어머니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그리고 아이는 다음 생에도 그녀의 딸로 태어나고 싶었다.뒤이어 낙청연은 장례 점포를 여는 범 아저씨를 찾아가 이미 짜인 관을 샀고 범 아저씨는 아주 능숙하게 모든 걸 준비했다.왕영은 방 안에서 하완의 옷을 갈아입혀 주다가 갑자기 달려 나왔다.“언니, 이건 저희 어머니 옷에서 발견한 거예요.”왕영이 편지 한 통을 건넸다.편지 변두리에는 실로 기운 흔적이 있었는데 아마 옷 안에 기워두었던 것인 듯했다.왕영이 하원의 옷을 갈아입히지 않았다면 이 물건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낙청연은 어쩐지 긴장됐다. 그녀는 하원이 남긴 물건이 그녀가 바라던 진실이길 바랐다.편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 몇 장이나 되는 긴 글이 적혀있었다.“죽기 전에 당신을 만나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영영이를 부탁할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에요. 당신은 당신 어머니의 과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지요. 저한테서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얻었음에도 당신은 둘 다 믿지 않았습니다. 전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영영이를 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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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그녀는 계속해 편지를 보았다.“큰 마님께서는 풍수를 볼 줄 알고 점도 볼 줄 아셨습니다. 이궁의난으로 인해 요괴설이 돌면서 승상 대인은 큰 마님의 능력을 아니꼽게 여겼습니다. 그는 큰 마님이 그 능력으로 자신의 앞길을 막을까 두려워했습니다. 자신이 어렵게 얻은 승상의 자리를 그녀 때문에 잃게 될까 봐 걱정하셨지요. 그래서 큰 마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그날 밤이 지나고 큰 마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건만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하인은 어떤 일들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합니다. 큰 마님의 죽음에 가장 슬퍼하셨던 건 원씨 마님이었습니다. 원씨 마님은 의심이 들어 큰 마님이 돌아가신 이유를 조사하려 했고 결국엔 승상 대인까지 조사하게 됐지요. 그녀는 승상부 전체를 갈아엎을 듯이 며칠 동안 울며불며 난리를 쳤습니다. 승상 대인께서는 더는 참을 수 없으셨는지, 아니면 자신이 부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질까 걱정됐는지, 그 뒤로 원씨 마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다음 해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전부 저택에서 쫓겨났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마찬가지로 그 돈을 받고 장사를 하거나 시집가서 부군을 보시고 아이를 기를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왕금에게 시집가게 됐고 도움을 구하러 왔을 때야 그해 쫓겨났던 모든 하인 중 저만 살아남은 걸 알았습니다.”거기까지 읽은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했다.그녀는 낙해평이 몰인정하고 냉담하며 공명과 관록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얼마나 악랄한 사람이어야 자신과 혼인한 처첩을 죽일 수 있는 걸까?그러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뒤에 있었다.“제가 살아있는 건 제가 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승상 대인께서 절 남겨두신 건 그의 처첩이 서로 싸우다가 죽은 것이라 증언해줄 산 사람이 필요해서였습니다. 승상 대인께서는 제게 거짓말을 만들어내 소문을 퍼뜨리라고 하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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