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3화

그녀는 현재 범산화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없으니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 몰랐다.

범산화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랑랑, 나도 그러고 싶지 않소. 내 마음속에는 당신뿐이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고. 난 그 사람들의 험담에 당신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서 그러오. 난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원치 않소.”

낙랑랑은 미간을 구겼다.

“전 지금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시겠습니까?”

범산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다물었다.

-

저녁때 무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부군이 외출해 하완이 홀로 집에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날 밤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은 뒤 낙청연의 못생긴 가면을 쓰고 복록길로 향했다.

낙운희 또한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썼다.

정원 밖에 도착하자 아이의 기침 소리가 들렸고 하완은 조바심이 나서 말했다.

“영영(鶯鶯)아, 집에 가만히 있거라. 어머니가 약을 사 오마.”

곧이어 방 안에서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하완이 앞이 안 보여 급한 마음에 물건들을 쓰러트린 듯했다.

곧 하완은 돈을 챙겨서 떠났고 낙청연은 몸을 숨겼다.

하완은 다급히 벽을 짚으며 집을 나섰다.

그가 떠나자 낙운희가 입을 열었다.

“저건 누굽니까? 참으로 안 됐군요.”

“하완이다. 태부부에서 원씨 댁의 시중을 들던 계집종이지.”

낙청연은 말하면서 걸음을 옮겨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원씨 댁이요? 낙월영의 어머니 말씀입니까?”

낙운희는 깜짝 놀랐다. 원씨 댁의 곁을 지키던 계집종이 어쩌다 저렇게 비참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에 들어서자 침상 위에 7, 8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끊임없이 기침하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마치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이 자기 목을 붙잡고 있었다.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더니 급히 여자아이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는 아이의 몸을 반쯤 침상 밖으로 옮기고 아이의 등을 두드려줬다.

고뿔에 걸려 기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의 손목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