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는 건 낙청연이 하완의 집 주위에 사람을 보냈다는 걸 하완이 알고 있음을 의미했다.그래서 딸더러 골목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 것이다.“무슨 일이냐? 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더냐?”낙청연은 어젯밤 자신이 하완에게 한 말로 그녀가 흔들렸다고 생각했다.왕영은 편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어머니께서 이걸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낙청연은 편지를 열었다."당신은 진실이 궁금한 것이겠지요. 사실 제가 그전에 했던 얘기들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역시 당신을 속이지는 못하겠더군요. 진실을 알고 싶다면 제 요구를 들어주세요. 제 요구는 하나뿐입니다. 제 딸을 잘 보살펴주세요. 전 이미 모든 진실을 다 적었두었고 그것은 제 딸만이 아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혹시나 제 딸아이를 홀대하거나 위협하고 다치게 한다면 그것을 찢어버릴 것입니다. 반대로 진심으로 제 딸아이를 잘 보살펴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편지를 본 뒤 약간 흥분됐다.역시, 하완이 예전에 했던 얘기는 전부 거짓이었다. 낙청연은 진실이 너무 궁금해졌다.그녀의 어머니는 대체 어쩌다가 죽은 것일까?낙청연은 편지를 태운 뒤 왕영에게 물었다.“네 어머니가 또 뭐라고 하더냐? 나한테 뭘 하라고 하지는 않더냐? 혹은 너더러 날 따라다니라고 하더냐?”왕영을 보살피는 건 낙청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왕영이 영원히 돌아가지 않고 자신을 따르길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왕영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어머니께서 앞으로 언니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아버지를 피해 골목길에서 밤을 보낼 필요도 없고 어머니도 아버지께 맞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울음을 꾹 참는 모습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곧 위화감을 느꼈다. 하완은 왕영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다면 하완은?그녀는 편지에서 낙청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그녀가 적은 요구에는 그녀 본인과 관련된 것
바닥에 누워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하완이었다.그녀는 온몸에 상처를 달고 있었고 얼굴과 팔뚝에는 새로운 상처가 남겨져 있었다.그녀의 시체는 그렇게 길바닥에 누워있었다.그 모습에 낙청연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하완은 자신이 절대 거짓말하지 않았다면서 거짓말을 했다면 아주 참혹하게 죽을 것이라 맹세했었다.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낙청연도 그날 밤 하완이 거짓말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응보를 받을 줄은 몰랐다.“어머니... 어머니...”왕영은 하완의 몸 위에 엎드려서 비통하게 울음을 터뜨렸다.낙청연은 가까이 다가가서 하완의 시체를 확인해봤다. 그녀의 얼굴과 팔에는 아주 뚜렷한 상처가 있었고 굉장히 이상했다. 깊은 것도 있고 얕은 것도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 때린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부딪힌 것 같았다.게다가 입술은 파랗게 질려서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완의 입을 열어보니 입 안에 피가 가득했고 서슬 퍼런 빛이 보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그것은 바늘이었다!왕금은 정말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었다.“참으로 안 됐네, 그래. 시집을 잘못 가서 평생을 망쳤으니 말이야.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그 왕금이라는 자는 정말 죽어야 해. 자기 처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관청은 왜 그자를 잡아가지 않는 걸까?”누군가 설명했다.“처음에는 관청에 고한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데 왕금이 매번 잘못을 인정해 하완이 마음이 약해져서 매번 그를 용서해줬다고 하더군. 그래서 관청도 왕금을 어찌하지는 못했지.”“그랬단 말인가? 참 쌤통이군. 그래도 아이가 참 불쌍해. 아버지를 따른다면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텐데.”예외 없이 사람들은 그 일을 논하고 있었고 다들 왕금이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완의 몸에 있는 상처는 전부 왕금이 때려서 생긴 것이었기 때문이다.곧 관청 사람들이 왔다.그들은 하완의 시체를 운반했고 행인들에게 상황을 물은 뒤 왕금을 잡으러 갔다.왕영은 죽은 자의 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기회가 생겼으니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겠소. 게다가 그 왕금이라는 자는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자니 말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왕금은 하 대인께서 잡으시지요. 하완의 시체는 제가 데려가 안장하겠습니다. 대인도 보셨겠지만 하완의 딸은 아직 많이 어립니다. 그러니 관청에서 겁을 먹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하 대인이 허락했다.떠날 때 왕영은 울면서 달려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언니, 우리 어머니는 이곳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까?”낙청연은 허리를 숙인 뒤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난 네 어머니를 데려갈 것이다. 데려가서 안장하자꾸나. 너희 어머니는 평생을 고달프게 살았으니 이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겠구나.”왕영은 철이 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하완의 죽음은 하완에게 일종의 해방이었다. 아이는 어머니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그리고 아이는 다음 생에도 그녀의 딸로 태어나고 싶었다.뒤이어 낙청연은 장례 점포를 여는 범 아저씨를 찾아가 이미 짜인 관을 샀고 범 아저씨는 아주 능숙하게 모든 걸 준비했다.왕영은 방 안에서 하완의 옷을 갈아입혀 주다가 갑자기 달려 나왔다.“언니, 이건 저희 어머니 옷에서 발견한 거예요.”왕영이 편지 한 통을 건넸다.편지 변두리에는 실로 기운 흔적이 있었는데 아마 옷 안에 기워두었던 것인 듯했다.왕영이 하원의 옷을 갈아입히지 않았다면 이 물건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낙청연은 어쩐지 긴장됐다. 그녀는 하원이 남긴 물건이 그녀가 바라던 진실이길 바랐다.편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 몇 장이나 되는 긴 글이 적혀있었다.“죽기 전에 당신을 만나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영영이를 부탁할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에요. 당신은 당신 어머니의 과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지요. 저한테서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얻었음에도 당신은 둘 다 믿지 않았습니다. 전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영영이를 잘 돌
그녀는 계속해 편지를 보았다.“큰 마님께서는 풍수를 볼 줄 알고 점도 볼 줄 아셨습니다. 이궁의난으로 인해 요괴설이 돌면서 승상 대인은 큰 마님의 능력을 아니꼽게 여겼습니다. 그는 큰 마님이 그 능력으로 자신의 앞길을 막을까 두려워했습니다. 자신이 어렵게 얻은 승상의 자리를 그녀 때문에 잃게 될까 봐 걱정하셨지요. 그래서 큰 마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그날 밤이 지나고 큰 마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건만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하인은 어떤 일들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합니다. 큰 마님의 죽음에 가장 슬퍼하셨던 건 원씨 마님이었습니다. 원씨 마님은 의심이 들어 큰 마님이 돌아가신 이유를 조사하려 했고 결국엔 승상 대인까지 조사하게 됐지요. 그녀는 승상부 전체를 갈아엎을 듯이 며칠 동안 울며불며 난리를 쳤습니다. 승상 대인께서는 더는 참을 수 없으셨는지, 아니면 자신이 부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질까 걱정됐는지, 그 뒤로 원씨 마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다음 해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전부 저택에서 쫓겨났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마찬가지로 그 돈을 받고 장사를 하거나 시집가서 부군을 보시고 아이를 기를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왕금에게 시집가게 됐고 도움을 구하러 왔을 때야 그해 쫓겨났던 모든 하인 중 저만 살아남은 걸 알았습니다.”거기까지 읽은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했다.그녀는 낙해평이 몰인정하고 냉담하며 공명과 관록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얼마나 악랄한 사람이어야 자신과 혼인한 처첩을 죽일 수 있는 걸까?그러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뒤에 있었다.“제가 살아있는 건 제가 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승상 대인께서 절 남겨두신 건 그의 처첩이 서로 싸우다가 죽은 것이라 증언해줄 산 사람이 필요해서였습니다. 승상 대인께서는 제게 거짓말을 만들어내 소문을 퍼뜨리라고 하셨고
낙청연은 변장을 하고 승상부에 잠입했고 남몰래 익숙한 정원에 도착했다.방 안에서는 낙월영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제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 세상에 이제 누가 어머니의 억울함을 기억하겠습니까?”낙해평은 그녀를 위로했다.“내가 기억하고 있다. 내가 기억한다. 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온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낙월영은 서글프게 울었다.“아버지, 꼭 그 왕금이라는 자를 잡아 혼내주세요! 그리고 그 하완의 딸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그 아이가 부설과 함께 있는 걸 봤다고 하던데, 아버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낙해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위로했다.“다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다 해결하마. 밤이 깊었으니 더는 생각하지 말고 이만 쉬거라.”낙청연은 구석에 몸을 숨긴 뒤 낙해평이 정원을 떠나길 기다렸다.잠시 몰래 관찰해보니 아노는 정원에 있지 않은 듯했다.방 안에서 낙월영은 하인들을 물렸고 잠을 자려는 건지 촛불을 껐다.정원이 고요해지자 낙청연은 그제야 창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누구냐?”아직 잠들지 않은 낙월영은 누군가 들어오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앉았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다.”그녀의 목소리에 낙월영은 깜짝 놀랐다.“청연 언니? 왜 제 방에 멋대로 쳐들어오신 겁니까?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말을 마친 뒤 낙월영은 곧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낙청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완이 죽은 진짜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냐?”낙월영은 순간 멈칫하더니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낙월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한테 얘기해줄 비밀이 있다. 이걸 다 본 다음에 날 그냥 보낼지, 아니면 사람을 부를지 결정하거라.”낙월영은 그 말에 곤혹스러웠다. 낙청연은 무슨 뜻일까?”“하완이 죽은 진짜 이유라니요? 하완은 왕금에게 맞아 죽은 것이 아닙니까?”낙청연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하완은 바늘을 삼켜서 죽은 것이다. 일
“절 속이려는 것이지요? 이건 전부 당신이 꾸민 것이지요! 전 믿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황당한 일은 믿을 수 없습니다!”낙월영은 흥분했다.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낙청연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낙월영의 반응을 보니 편지의 내용이 그녀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믿지 않으려 했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지금까지 무고한 사람을 원망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 끝까지 믿으려 하지 않는구나. 됐다. 나도 널 설득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 너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의 관계를 생각해 널 용서해줄 생각도 없다.”진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낙월영이 믿을지 믿을지 말지는 낙청연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낙월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편지를 손에 틀어쥐었다. 그녀는 원망이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돌려 조용히 승상부를 떠났다.낙월영은 침상 위에 앉은 채로 편지에 적힌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그녀는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그럴 리가 없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일 리가 없었다.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낙청연이 그녀를 속이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모든 일들이 편지에 적힌 내용과 맞아떨어졌다.잠시 뒤 아노가 돌아왔고 낙월영은 다급히 편지를 베개 밑에 숨겼다.“어떠냐? 조사했느냐?”아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낙월영은 그 위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낙청연은 섭정왕부에 없고 부설은 부설루에 없다고 적혀 있었다.낙월영은 미간을 구겼다.“낙청연은 조금 전 여기에 왔었다. 하지만 부설이 부설루에 없다니, 이상한 일이구나. 벌써 며칠째인데 부설이 있으면 낙청연이 없다니. 되돌이켜보면 그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동시에 나타난 적이 없구나. 설마 진짜 낙청연이 부설은 아니겠지?”낙월영은 예전에도 의심한 적이 있었지만 낙청연이 그렇게 춤을 잘 출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그녀가 부설일
그녀는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린부설에게 말했다.“오늘은 왜 절 재촉하지 않는 겁니까?”린부설은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난간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아래층의 열정적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저자들은 널 보러 온 것이다.”“절 보러 왔다고요? 전 설신무를 출 줄 모릅니다.”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린부설은 눈썹을 까딱이며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느냐? 넌 이미 설신무를 익혔다. 내가 춘 모든 춤을 전부 배웠지. 네가 린부설의 제자라는 말이 이제는 사실이 되었구나.”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오늘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 겁니까?”“감개하는 것뿐이다.”린부설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난 이미 내가 원하는 만큼 춤을 췄다. 나의 진짜 집념은 내가 익힌 것들을 이어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지. 너는 이제 그것들을 전부 익혔고 이 사람들은 널 보러 온 것이니 난...”낙청연은 순간 긴장해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린부설이 떠날 때가 됐다고 말하려는 줄 알았다.“난... 너한테서 사부님이 되어준 값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 사부님이 되어준 값을 받는다고요? 돈을 태워달라는 말입니까?”린부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녀의 맑은 웃음소리는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하하하하, 난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깜빡했구나. 최근 겪은 일로 자꾸만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됐다. 돌아간 뒤 너에게 너의 어머니에 관해서 전부 알려주마. 더는 춤을 추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들에 집착해서 무슨 소용이 있다고.”그 말에 낙청연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 대체 왜 그러십니까? 설마 진짜 떠날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무책임해서는 안 되지요.”낙청연은 린부설이 떠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녀가 떠날 것이라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린부설은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누가 떠
낙청연은 살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발을 들어 사내를 걷어찼고 무대 아래서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섭정왕이 백성을 때렸소! 섭정왕이 무고한 백성을 때리다니, 법도는 없는 것이오?”그 말에 부설루가 소란스러워졌다.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어 부진환을 공격했고 그는 낙청연의 앞을 가로막은 채로 그들을 가차 없이 상대해 사람 여럿을 다치게 했다.다행히 부설루의 호위들이 실력이 좋아 아주 빨리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부조가 다가오려 했다.예리한 눈빛으로 그의 움직임을 읽은 부진환은 곧바로 낙청연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데리고 그곳에서 벗어나 위층으로 향했다.방문을 닫은 뒤 부진환은 노여움이 가득한 얼굴로 벽을 짚고 낙청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오늘부로 부설루를 떠나거라. 앞으로 다시는 부설의 신분으로 이곳에서 춤을 출 수 없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무엇 때문입니까?”넌 본왕의 왕비이기 때문이다!부진환은 하마터면 그 말을 내뱉을 뻔했으나 참았다. 그는 눈앞의 사람에게 시선을 단단히 고정한 채로 말했다.“그 사내들이 뭘 바라고 네 춤을 보러 온 건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당장 가서 옷을 갈아입거라. 나와 같이 왕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말을 마치자마자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진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낭자, 부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십니까?”진 어멈은 섭정왕이 방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부 공자를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부진환은 낙청연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한 뒤 방문을 열고 나갔다.“없소.”부진환은 싸늘한 어조로 말하며 부조를 바라봤다.부조는 미간을 구기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어떤 손님을 만날지는 부설 낭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왕야께서는 간섭할 권리가 없으실 텐데요? 게다가 오늘 왕야는 부설루에서 백성들을 때렸습니다. 이 소식이 조정에 알려진다면 어떻게 해명할 생각이십니까?”부진환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본왕의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