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3001 챕터

제511화

낙청연은 등불을 밝히려 했으나 손이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부조가 그런 그녀를 도와줬다.“제가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 공자.”낙청연이 감격하며 말했다.그녀는 곧 방의 구석 쪽으로 향하더니 서랍을 열어 급히 상자를 꺼내고는 열쇠로 그것을 열었다.부조는 그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었고 안에 물건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무겁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부조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부조는 잠시 당황하더니 얼른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라면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부 공자.”부조가 멈췄다.“보여줄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오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부 공자께 또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무엇입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오늘 밤 부 공자께서 이 방에서 저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에 부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원래 부설을 구한 뒤 그녀의 땅문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그런데 부설이 그에게 오늘 밤 남아있어달라고 할 정도로 그를 믿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저희 부설루에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지금 부설루 안에 도둑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오늘 그 도둑이 온다면 저는 무력하게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부 공자?”그 말에 부조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성실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 밤새워 지키고 있을 터이니 낭자는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부조는 점잖게 부설에게서 등을 돌리며 의자 위에 앉았고 그런 행위에 마음이 놓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서는 몸을 일으켜 침상 앞으로 갔고 발을 내렸다.잠시 뒤, 침상에서 코 고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부조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취향(醉香)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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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낙청연은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라졌다니?”“사라졌습니다!”진 어멈은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왜 사라졌다는 말이오? 설마 어젯밤 도둑이 든 것이오?”낙청연이 물었고 진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둑은 도망쳤고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깨어나다니,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당(雲棠)이 초조한 얼굴로 급히 걸어왔다.“큰일 났습니다! 초향각의 금고가 왔습니다.”“왔으면 왔지, 뭘 그리 당황해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신발을 신었다.“낭자, 낭자께서 나가보시지요.”운당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부설루 안의 손님들은 전부 내쫓겼고 금고는 여도와 초향각의 여인들을 데리고 왔다. 그중에는 최근 부설루로 일자리를 옮긴 자들도 있었다.“초향각처럼 큰 청루가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행우가 호통을 쳤다.여도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손을 들어 행우의 뺨을 내리쳤다.짝-엄청난 소리와 함께 행우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주인을 배신한 노비 주제에 감히 금고 앞에서 큰소리를 쳐? 네까짓 게 뭔데!”여도는 기세등등해 콧방귀를 끼었다.행우는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손을 들어 여도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런데 예상밖으로 여도가 행우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더니 행우의 머리를 탁자 위에 누르면서 뺨을 두 번 때렸다.“천한 것! 우리를 배신해서 부설루로 오면 내가 널 혼쭐내지 못할 것 같았느냐? 부설루는 이제 우리 금고의 것이다. 그러니 너는 여전히 내 노비이다! 무릎 꿇고 머리를 두 번 조아리면 용서해주마! 그렇지 않으면 네 옷을 쫄딱 벗겨 내쫓은 뒤 거지에게 널 보낼 것이다.”행우의 얼굴에 붉은 흔적이 잔뜩 생겼고 피가 흘러 무척이나 비참해 보였다.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으나 감히 앞으로 나서서 여도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초향각의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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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전부 내 관리를 받을 것이다. 너 또한 마찬가지고!”금고는 우쭐한 얼굴로 부설의 경악한 얼굴과 두려워하는 표정을 기대했다.이제 그녀의 손에 들어왔으니 부설은 절대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없을 것이었다.잠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게 바뀌다니, 부설은 분명 놀랄 것이다.그러나 금고는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낙청연은 종이 두 장을 확인하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어젯밤 도둑이 들어서 이미 관청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죄를 인정하러 올 줄은 몰랐네요.”금고는 그녀의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인제 와서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 계약서는 네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네가 이 부설루를 팔았다는 말이다. 내 뒤에 있는 부설루의 여인들 모두 증언할 수 있다.”금고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듯했다.낙청연은 금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더니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참나, 편히 살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본인들이 그걸 마다하다니.”그 여인들은 진 어멈이 초향각에서 데려온 여인들이었다.그런데 금고가 그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그들은 초향각에 충성을 맹세하며 부설루에서 첩자 노릇을 했다.“정말 고맙습니다. 저 대신에 첩자들까지 모조리 싹을 잘라주셨으니.”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금고를 보았고 금고는 냉소를 흘렸다.“넌 직접 당하지 않으면 꼬리를 내릴 줄 모르는구나. 여봐라! 이자를 잡아들이거라!”금고가 호통을 쳤고 호위 몇 명이 곧바로 낙청연을 잡으려 했다.대문 밖에는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었고 부경환과 부경리 또한 자리에 있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나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다.“멈추시오!”하 대인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고 금고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예를 갖추며 말했다.“하 대인.”“부설루에서 땅문서를 잃어버렸다고 관청에 보고했소. 그런데 초향각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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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이것 좀 보세요. 가짜를 만들어도 성심성의껏 만들어야지, 이건 무로 만든 인장입니까? 이딴 걸로 저희 부설루를 속일 생각이셨습니까? 저희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아셨습니까?”그 순간 금고의 표정이 굳었다.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부설이 일부러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물러서게 만들 생각이라 여겼다.그 물건은 공자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기 때문에 가짜일 리가 없었다.“이건 어젯밤 우리가 계약한 것이다. 인장이 마르지 않은 건 정상이지. 게다가 네가 일부러 문지르지 않았느냐? 겨우 이런 걸로 계약을 물리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금고는 여전히 지지 않겠다는 듯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하 대인을 바라보았다.“대인, 금고의 말을 들으셨습니까?”하 대인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제대로 들었소. 그게 어쨌단 말이오?”낙청연은 서서히 턱을 쳐들더니 청아한 목소리로 기세 좋게 얘기했다.“그럼 하 대인께서 증인이 되어주시지요. 초향각이 어떻게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속이려 했는지 말입니다!”낙청연이 손을 내젓자 진 어멈은 상자를 들고 왔다. 그녀는 하 대인의 앞에서 상자를 열더니 안에서 장부를 꺼냈다.“이것은 부설루의 장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설루로 이름을 고친 뒤 쓴 장부이고요. 대인, 이 위에 있는 인장을 확인해 보십시오.”하 대인은 그 말에 깜짝 놀라더니 종이를 펼치면서 그 위에 찍힌 인장들을 보았다.하 대인의 안색이 흐려졌다.그는 그 계약서를 들고 대조해 보았고 인장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비슷한 듯했지만 계약서에 찍힌 인장은 한눈에 봐도 가짜인 걸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금고의 안색 또한 어두워졌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진 어멈이 그녀를 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저희 부설루의 장부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봅니까?”금고는 안색이 창백해져 주먹을 꽉 쥐었다.“하 대인!”금고는 하 대인이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확신했다.하지만 장부를 내려놓은 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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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그 말에 금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 대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금고를 보았다. 7황자가 이곳에 있으니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여봐라! 금고를 옥에 가두거라! 사건을 조사하고 난 뒤 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병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곧바로 금고를 잡고 끌고 갔다. 금고의 뒤를 따르던 여인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여도 또한 다급한 얼굴로 허둥지둥했다.“금고! 금고!”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하 대인은 낙청연에게 잡혀 있는 여도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부설 낭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사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하 대인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한 마디 당부했다.“사람이 죽는 일은 없도록 하시게.”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고 병사들도 전부 떠났다.밖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낙청연이 눈빛을 주자 문이 닫혔다.“부설 낭자, 어찌할 생각이오?”부경리는 의아한 얼굴로 여도를 바라보았다.“잔인한 장면일 것이니 7황자께서는 위층으로 올라가시지요.”진 어멈이 이내 부경리를 모시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아래서 여도의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여도의 머리카락을 쥐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여도의 뺨을 때렸다.“조금 전에 행우한테 뭐라고 했느냐?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나도 들어보게.”낙청연의 매서운 말투에 등허리가 서늘해졌다.여도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천... 천한 것이라고...”“누가 천한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제, 제가 천한 것입니다!”여도는 그녀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금고가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는 이상 그녀는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옆에 있던 일꾼이 낙청연에게 차를 따라줬고 낙청연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경멸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헹우야, 이자의 얼굴을 망가뜨릴까 아니면 쫄딱 벗겨서 내쫓은 뒤 거지에게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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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돈은 나도 많다. 내가 용서해주길 바라느냐? 그럼 매신계라도 가져와서 성의를 보여야지.”여인들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서로를 바라봤다.부설이 어떻게 그들이 매신계를 손에 넣은 걸 안 것일까?그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잇따라 품에서 매신계를 꺼내 건넸고 행우가 그것을 받았다.2층에 있던 부경리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난간에 기대어 물었다.“이 매신계는 초향각에 있어야 하지 않소?”진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전에 큰돈을 들여 저 여인들을 데려왔을 때 그들은 이미 매신계를 손에 넣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저는 낭자가 그들을 이곳에 남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낭자는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시는군요.”초향각이 망한 뒤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청루는 부설루였다. 저 여인들은 부설루에 남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 가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매신계를 보면서 여유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너희가 부설루에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예전 같은 대우는 없을 것이다. 부설루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공을 세워야 한다. 초향각에서 오래 지냈으니 초향각의 비밀도 많이 알고 있겠지. 진 어멈을 몰래 찾아가서 비밀을 말하거라. 너희가 말한 것은 나와 진 어멈만 알고 있을 것이니 너희한테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그들은 지금 돈도 매신계도 전부 바친 상태였으니 일전 한 푼 없었다.첩자 노릇을 했으니 부설루에서도 편히 지내지는 못할 것이고 돈을 받고 싶다면 비밀을 얘기해야 했다.낙청연은 금고의 모든 가산을 빼앗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진 어멈이 그들을 데려갔고 부설루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부설루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경악한 얼굴이었다. 오늘의 이 위기가 이렇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부설루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그들은 오늘 부설 낭자가 부설루의 실세라는 걸 알게 됐다.부설루의 대문이 열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잇따라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고 부진환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부경리가 그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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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그럼 포기하시지요. 당신은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겁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금고는 깜짝 놀라더니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미간을 구긴 그녀가 입을 열려고 했으나 낙청연은 이미 멀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졌다.무슨 뜻일까? 부설은 무슨 뜻으로 저런 얘기를 한 걸까?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거지? 왜?낙청연은 그곳을 떠난 뒤 후원에 가서 하 대인을 만났다.하 대인은 하인을 물렸고 마당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부조가 하 대인을 의심하지 않겠지요?”낙청연이 묻자 하 대인은 고개를 저었다.“부설루에서 벌어진 일이고 또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기에 사람들 앞에서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어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고 또 7황자도 그곳에 있었기에 금고를 구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입니다. 그가 하 대인께 금고를 구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던가요?”하 대인이 대답했다.“아직은 그런 말 없었소. 다만 상세한 상황을 물었을 뿐이오.”“그래요, 알겠습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곧장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하 대인에게 물었다.“막섬옥은 언제 갇힌 겁니까? 무슨 일을 저질렀답니까?’하 대인은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말했다.“부설 낭자를 모함해서 잡힌 것이 아니오? 섭정왕의 명령에 따라 잡은 것이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섭정왕이 내린 명령이라니...“그저 확인해 본 겁니다.”관청을 떠나기 전 낙청연은 어쩐지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부진환이 그녀 대신 화풀이 해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그러니 굳이 마음에 둘 필요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낙청연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낙청연은 먼저 시장에서 선물을 고른 뒤 부씨 저택으로 향했다.그의 집 앞에서 반 시진 정도 기다리니 그제야 문이 열렸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그녀를 봤을 때 부조는 표정이 굳어서 부자연스러웠다.마치 마음의 준비를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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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낙청연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부 공자, 왜 그러십니까?”부조는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말했다.“그 도둑놈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지금 당장 가서 그리겠습니다!”“좋습니다.”낙청연은 얼른 찻잔을 내려놓고 부조와 함께 이동했다.방문을 나서는 순간 부조는 아직 마시지 않은 차를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설은 그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서방으로 가는 길에 부조는 참지 못하고 떠보듯 얘기했다.“부설 낭자, 방금 어젯밤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다고 하셨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금고가 저한테 적의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혀 경계하지 않고 연회에 참석했겠습니까? 그녀가 저와 거래하려 한다는 말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가짜 인장으로 바꿔치기해서 그녀가 도둑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그 약은 정말 약효가 너무 강하더군요. 차마 막을 수 없어 부 공자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부 공자께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고 또 상처까지 입으셨으니 정말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사실 어젯밤 그녀는 미리 해독약을 준비했다. 비록 표적화된 약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약을 해독할 수 있었다.연속 약을 몇 알 섭취한다면 거의 다 해독할 수 있었다.어젯밤 그녀는 침상에 누운 뒤 눈을 단 한 번도 감지 않았고 부조가 한 짓을 전부 다 보았다.그 말에 부조는 깜짝 놀랐다.부설은 하 대인의 말대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들을 전부 손아귀에 쥐고 놀았으니 말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어젯밤 일로 부설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부설이 먼저 그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가 무고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생긴 것이다.“그랬군요. 부설 낭자는 참으로 지혜로우십니다! 섭정왕과 7황자가 부설 낭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낙청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도 새로운 느낌 때문이겠지요.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난다면 다른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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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하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난 낭자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뿐이오. 이 조정의 세력은 아주 복잡하오. 부조는 병부상서의 아들이고 그의 뒤에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분명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오. 부설 낭자는 세력이 크지 않으니 꼭 조심해야 하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하 대인이 이렇게 그녀를 걱정할 줄은 몰랐다.“감사합니다, 하 대인.”-부설루로 돌아온 날 오후, 부조가 다시금 부설루를 찾았고 대놓고 엄청난 선물 공세를 해서 부설루의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때마침 부설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부경리는 부조가 사람을 시켜서 무거운 상자 여러 개를 안으로 옮기는 걸 보았다.부조는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면서 큰 목청으로 외쳤다.“부설 낭자의 아름다운 외모는 경국지색이고 춤추는 자태 또한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워 저 또한 낭자를 경모할 수밖에 없더군요. 부설 낭자께서 저희 저택에 와서 춤을 춰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부경리는 미간을 구겼다.“경국지색의 외모라? 부 공자가 부설 낭자의 얼굴을 보았다는 말인가?”부경리는 의심이 들면서도 불만스러웠다.그와 부설의 사이가 부조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부경리도 아직 부설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바로 그때, 방문을 나선 낙청연이 2층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부조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7황자가 듣게 했음을 알고 있었다.아마도 그녀를 떠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마음속에 부경리와 그 중에 누가 더 높은지, 그녀가 부경리의 체면을 위해서 설명하지 않을까 시험하는 것이었다.그렇다면 그의 뜻대로 해줄 필요가 있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대꾸했다.“좋습니다. 초향각의 일을 마친다면 저택에 방문하겠습니다.”부조는 그 말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부설 낭자, 선물을 확인하시겠습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떤 선물이든 모두 부 공자의 마음이 깃든 것이니 말입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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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낙청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그녀는 조용히 따라갔다.낙월영은 저택을 나간 뒤 작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고 이리저리 골목을 누볐다.깊은 밤, 골목길 안의 발걸음 소리는 아주 작았고 낙청연은 낙월영이 발견하지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뒤따랐다.이런 야심한 시각에 골목길을 거닐 정도로 낙월영이 담력이 큰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낙청연은 어쩌면 처음으로 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이 길이 너무 익숙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결국 낙월영은 한 집안의 후문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고 곧 문이 열리면서 낙월영이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의 서 있는 각도에서는 문을 여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벽을 타고 넘었다.벽 구석 쪽에는 화분대가 가득했기에 낙청연은 화분대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몰래 엿보았다. 낙월영은 한 사내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 상대의 품에 안기면서 훌쩍거리며 말했다.“진짜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둔 듯합니다. 이젠 저를 경계하기까지 하는데 어떡해야 합니까?”엄평소는 낙월영이 훌쩍거리는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성질을 참고 그녀를 위로했다.“조급해하지 말거라. 오늘 섭정왕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뭔가 전해 들은 얘기는 없느냐? 섭정왕은 아직도 그 일을 조사하고 있더냐?”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게 서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엿들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엄평소는 그녀를 위로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물러서서는 안 되지. 그가 뭔가 조사해낸다면 당장 나에게 알리거라.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부진환은 너를 아주 좋아하지 않느냐? 낙청연을 협박해서 네 아버지를 구하게 할 정도이니 그는 널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게 분명하다.”그 말에 낙월영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낙청연이요? 섭정왕은 저한테 낙청연을 찾아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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