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난 낭자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뿐이오. 이 조정의 세력은 아주 복잡하오. 부조는 병부상서의 아들이고 그의 뒤에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분명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오. 부설 낭자는 세력이 크지 않으니 꼭 조심해야 하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하 대인이 이렇게 그녀를 걱정할 줄은 몰랐다.“감사합니다, 하 대인.”-부설루로 돌아온 날 오후, 부조가 다시금 부설루를 찾았고 대놓고 엄청난 선물 공세를 해서 부설루의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때마침 부설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부경리는 부조가 사람을 시켜서 무거운 상자 여러 개를 안으로 옮기는 걸 보았다.부조는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면서 큰 목청으로 외쳤다.“부설 낭자의 아름다운 외모는 경국지색이고 춤추는 자태 또한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워 저 또한 낭자를 경모할 수밖에 없더군요. 부설 낭자께서 저희 저택에 와서 춤을 춰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부경리는 미간을 구겼다.“경국지색의 외모라? 부 공자가 부설 낭자의 얼굴을 보았다는 말인가?”부경리는 의심이 들면서도 불만스러웠다.그와 부설의 사이가 부조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부경리도 아직 부설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바로 그때, 방문을 나선 낙청연이 2층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부조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7황자가 듣게 했음을 알고 있었다.아마도 그녀를 떠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마음속에 부경리와 그 중에 누가 더 높은지, 그녀가 부경리의 체면을 위해서 설명하지 않을까 시험하는 것이었다.그렇다면 그의 뜻대로 해줄 필요가 있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대꾸했다.“좋습니다. 초향각의 일을 마친다면 저택에 방문하겠습니다.”부조는 그 말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부설 낭자, 선물을 확인하시겠습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떤 선물이든 모두 부 공자의 마음이 깃든 것이니 말입니다.”그
낙청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그녀는 조용히 따라갔다.낙월영은 저택을 나간 뒤 작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고 이리저리 골목을 누볐다.깊은 밤, 골목길 안의 발걸음 소리는 아주 작았고 낙청연은 낙월영이 발견하지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뒤따랐다.이런 야심한 시각에 골목길을 거닐 정도로 낙월영이 담력이 큰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낙청연은 어쩌면 처음으로 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이 길이 너무 익숙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결국 낙월영은 한 집안의 후문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고 곧 문이 열리면서 낙월영이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의 서 있는 각도에서는 문을 여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벽을 타고 넘었다.벽 구석 쪽에는 화분대가 가득했기에 낙청연은 화분대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몰래 엿보았다. 낙월영은 한 사내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 상대의 품에 안기면서 훌쩍거리며 말했다.“진짜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둔 듯합니다. 이젠 저를 경계하기까지 하는데 어떡해야 합니까?”엄평소는 낙월영이 훌쩍거리는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성질을 참고 그녀를 위로했다.“조급해하지 말거라. 오늘 섭정왕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뭔가 전해 들은 얘기는 없느냐? 섭정왕은 아직도 그 일을 조사하고 있더냐?”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게 서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엿들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엄평소는 그녀를 위로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물러서서는 안 되지. 그가 뭔가 조사해낸다면 당장 나에게 알리거라.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부진환은 너를 아주 좋아하지 않느냐? 낙청연을 협박해서 네 아버지를 구하게 할 정도이니 그는 널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게 분명하다.”그 말에 낙월영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낙청연이요? 섭정왕은 저한테 낙청연을 찾아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할
떠나는 길에 낙청연은 줄곧 그 일을 생각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더 열받았다.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으니 부진환이 진실을 알게 하고 싶었고 그가 얼마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하고 싶었다!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걸음을 재촉해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등 어멈에게 물으니 부진환은 서방에 있다고 했고 낙청연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등불이 환한 왕부 안, 서방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다.낙청연은 습관적으로 소리를 죽인 채로 걸음을 옮겼고 그녀가 서방 앞에 설 때까지 방 안의 사람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왕야,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구제금을 빼앗은 건 산적 우두머리인데 손등에 매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천매문(天鷹門)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행적을 찾아보니 지금 수도에 있는 듯했습니다.”소서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수도가 이렇게 큰데 그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부진화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천매문의 살수들은 각자 주인이 있다. 주인의 임무를 완수한다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지. 그리고 그 임무는 어쩌면 평생에 걸쳐 완수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받는 보수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 천매문의 살수를 사들였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그를 숨겨두지는 않겠지. 그 살수는 꼭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니 항상 주시하고 있도록.”소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문밖에서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손등에 매가 그려져 있다고?천매문의 살수라고?그녀는 문독 오늘 부씨 저택의 서방에서 보았던 그 손을 떠올렸다.설마 그자가 천매문의 살수인 것인가? 그가 부씨 저택의 서방에 나타나다니, 무슨 중요한 물건을 훔치려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부씨 가문에서 모신 살수일까?어쩐지 최근 소서가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구제금을 잃어버린 사건을 조사하러 간 것이었다.비록 류씨 저택에서 구제금을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그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고 부진환은 계속해 조사하고
낙청연은 힘껏 그의 발을 밟은 뒤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려 했다.“왕야, 어디 아프십니까?”부진환은 더욱 화가 났고 곧장 손을 들어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그는 속으로 낙청연이 언제 실력이 이렇게 좋아졌는지 생각했다. 힘은 조금 부족했으나 반응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낙청연은 언제 무공을 배운 것일까?그녀는 대체 그에게 또 무엇을 얼마나 숨기고 있는 것일까?그렇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다가 낙청연은 결국 부진환에게 손을 결박당했다.그는 호통을 치며 말했다.“그가 돈을 얼마나 준 것이냐? 내가 그 열 배를 줄 테니 앞으로 부설루에 가지 말거라!”부설루에서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과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남자들을 생각하면 역겹고 또 화가 났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죄송하지만 저는 왕야와 거래할 생각이 없습니다.”거래?낙청연은 역시나 그것을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버럭 화를 냈다.“스스로 타락하길 원하다니, 정말 답이 없구나!”그의 붉어진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부진환을 밀쳤고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낙청연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부진환을 차갑게 노려보았다.그녀는 원래 부진환을 데리고 낙월영이 다른 남자와 하는 짓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부진환에게 손등에 매가 그려진 사내를 보았다고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왕야께서는 제게 약조하신 것을 잊은 듯하시군요.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시려는 겁니까?”그녀는 차갑게 말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서방에서 나왔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단호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어쩐지 무거운 돌덩이가 심장을 꽉 누르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마당에서 나온 뒤 멀지 않은 곳, 나무 아래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부운주였다.그녀가 시선을 던져오자 부운주는 피하지 않고 그저 기침을 두어 번 했다.낙청연은 걸음을 옮겨 그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날 밤 부진환도 부운주를 보았지만 놀란 기색이 없었다.그는 부운주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맙습니다.”낙청연이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고맙긴요.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전 부설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고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부운주는 고 신의에게도 얘기하지 않았고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낙청연의 선의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감사합니다.”부운주가 막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미소가 굳었다.낙청연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부진환을 보았다. 그의 차가운 기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늦은 시간이니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낙청연은 부운주를 보며 말했고 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리고 낙청연과 부운주는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처소로 돌아가면서 부진환의 곁을 스쳐 지나갔으나 걸음을 멈추지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마치 그가 없다는 듯이 그대로 그를 지나쳐갔다.부진환은 그 순간 마음이 덜컥거렸고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날, 하 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낙청연은 급히 관청으로 향했고 옥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살수를 보았다.그는 고문당하고 있었다.하 대인이 소개했다.“입을 열지 않소. 한 시진 넘게 형을 가했는데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군.”“어디서 붙잡았습니까?”낙청연이 묻자 하 대인이 대답했다.“취향거였소. 상상도 못 했소. 이자는 취향거의 장궤 진풍(秦豐)이오.”그의 말에 낙처연은 살짝 놀랐다. 취향거?그날 금고가 그녀를 만나려 한 장소였고 그녀를 죽이려던 장소였다.“하 대인, 사람을 시켜 부설루에 말을 전해주십시오. 거기서 두 사람을 보내 이 살수가 부설루의 땅문서를 도둑질해간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하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비록 그들은 부설루의 땅문서를 훔친 것이 부조라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그 얘
진풍은 말을 하지 않았고 낙청연은 궁금한 듯 그를 보았다.“그날 밤 부설루에서 물건을 도둑질한 건 당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의 주인이 당신을 죄인으로 몰았지요.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을 위해 죽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아는 것을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제가 살길을 마련해줄지도 모르지요.”낙청연은 그를 구슬려 모든 일을 알아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진풍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꿈 깨시오. 난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그녀는 곧 옥에서 나왔고 하 대인에게 진풍의 상황을 물었다. 진풍은 취향거의 장궤이나 처나 자식은 없고 부모도 없다고 했다.낙청연은 재차 확인하자 하 대인이 장담하며 말했다.“진풍은 수도 사람이오. 집안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전부 기록되어 있지. 혼인을 올린 적은 없고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들은 돌아가셨소. 그는 이제 혈혈단신이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낙청연은 다시 옥으로 돌아왔다.진풍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경멸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날 죽이시오. 난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이니 말이오. 나한테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소.”진풍의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그녀는 옥으로 들어와서 천천히 말했다.“주인에게 배신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비밀을 지키려 하다니, 금고 때문이겠지요? 당신은 금고를 좋아하니 말입니다.”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진풍을 주시했다.그 순간, 진풍의 속눈썹과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난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 금고라니.”진풍은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아니었다.“부모님이니 처자식이 주인의 손에 들어간 게 아니니 그 무엇으로도 당신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취향거를 운영하니 생활이 궁핍한 것도 아니고 훈련받은 살수도 아니지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비밀을 지키려는 건 정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
낙청연은 느긋하게 말했다.“그럼 말해보세요. 무엇을 알고 있는지.”진풍은 즉각 대답했다.“당신과 류씨 집안의 일은 나도 조금 알고 있소. 류씨 집안도 예전에 부조를 위해 일한 적이 있소. 부조가 취향거에서 류 대인과 단둘이 만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오. 섭정왕이 류씨 저택에서 발견했던 구제금도 아마 부조와 관련이 있을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놀랐다.부조가 구제금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니. 낙청연은 어젯밤 소서가 부진환에게 부제금을 강탈한 사람의 손등에 매가 그려져 있고 천매문의 사람일 것이라 보고한 일을 떠올렸다.그리고 그는 부조의 방에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금고, 류 대인, 부조, 그들 모두 한패였다. 류 대인이 그녀를 노리고 있던 것도 전부 함정의 일부였던 것이다!“또 무엇을 아십니까?”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손등에 매가 그려진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진풍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그자를 본 적이 있는 것이오? 그것까지 보았단 말이오?”낙청연은 진풍 또한 그 사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본 적이 있습니까?”진풍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조는 취향거에서 기밀을 얘기하는 걸 즐겼소. 그의 저택에서 만나기 불편한 사람들은 취향거로 데려왔지. 그중 몇 사람은 몇 번 만난 적이 있소. 손등에 매가 그려진 사내는 아주 비밀스러운 사내이오. 매번 삿갓을 쓰고 있어 얼굴을 보지 못했소. 하지만 손등에 그려진 매는 아주 눈에 띄었소. 그와 부조가 접촉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자가 부조의 심복인 듯하오.”심복!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들이 한패라는 것이 확실해졌다!진풍은 아는 것이 많았고 반드시 살려둬야 했다!적어도 부조가 죽기 전까지 쓸모가 많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풍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난 금고를 대신해 죽을 수도 있소! 내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소! 그러니 제발 그녀를 놓아주시오.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이라면 전부 얘기하겠소.”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뭐라고요?” 낙청연의 안색은 확 바뀌었다. 비명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감방에서 자고 있는 금고를 깨웠다.뒤척이는 금고를 보더니, 낙청연은 다급히 자리를 피했다.낮은 목소리로 린부설에게 물었다: “진짜입니까? 잘 못 본 게 아닙니까? 그건 돈주머니가 아니었습니까?”“나는 향낭에 돈을 넣었거든, 청루 여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으니, 이상할 게 없었지. 각자 사용하는 향낭은 모두 달랐어, 상대방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였다.”낙청연은 듣더니, 저도 몰래 비틀거리는 몸을 담벼락에 기대였다.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럼 진풍의 돈은 당신이 그에게 준 것입니까? 당신이 그 사람을 구해준 것입니까?”린부설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내가 살려준 사람이 한둘 이이여야 말이지.”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금고가 당신의 신분을 도용하여 진풍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당신이라는 사람은 참! 사방에 정을 주고 다녔네요!”생각해보니 상장(喪葬)점포의 그 범 삼촌도 아직 린부설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다.린부설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내가 매력이 넘친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나는 평생 춤에 열중했을 뿐, 남자에 대해서는 추호의 흥미도 없었다.”“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청루에 몸을 담그게 된 것이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러면 왜 입궁하지 않으셨습니까?”“입궁? 입궁하면 악방(樂坊) 무희가 되어야 하는데, 혹여라도 황상의 마음에 들기라도 한다면, 그럼 후비가 되어야 하고, 그럼 황제 앞에서만 춤을 출 수밖에 없지 않느냐!’“어찌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만큼 통쾌하겠느냐?”낙청연은 다시 생각하더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도리 있는 말씀입니다.”“하지만 진풍이 안됐습니다. 이용당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진실을 몰랐을 것입니다.”린부설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그럼 그에게 진실을 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