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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진풍은 말을 하지 않았고 낙청연은 궁금한 듯 그를 보았다.

“그날 밤 부설루에서 물건을 도둑질한 건 당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의 주인이 당신을 죄인으로 몰았지요.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을 위해 죽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아는 것을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제가 살길을 마련해줄지도 모르지요.”

낙청연은 그를 구슬려 모든 일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진풍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꿈 깨시오. 난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오.”

낙청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

그녀는 곧 옥에서 나왔고 하 대인에게 진풍의 상황을 물었다. 진풍은 취향거의 장궤이나 처나 자식은 없고 부모도 없다고 했다.

낙청연은 재차 확인하자 하 대인이 장담하며 말했다.

“진풍은 수도 사람이오. 집안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전부 기록되어 있지. 혼인을 올린 적은 없고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들은 돌아가셨소. 그는 이제 혈혈단신이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낙청연은 다시 옥으로 돌아왔다.

진풍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경멸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날 죽이시오. 난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이니 말이오. 나한테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소.”

진풍의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옥으로 들어와서 천천히 말했다.

“주인에게 배신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비밀을 지키려 하다니, 금고 때문이겠지요? 당신은 금고를 좋아하니 말입니다.”

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진풍을 주시했다.

그 순간, 진풍의 속눈썹과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난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 금고라니.”

진풍은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아니었다.

“부모님이니 처자식이 주인의 손에 들어간 게 아니니 그 무엇으로도 당신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취향거를 운영하니 생활이 궁핍한 것도 아니고 훈련받은 살수도 아니지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비밀을 지키려는 건 정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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