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왕야는 보름 동안 부설루를 빌려,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보름 동안 본왕만 대접해 주시오!”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왕야, 정력이 되시면, 매일 오시지요.”“저는,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부진환은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띠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소! 그럼 먼저 설신무부터 춰보시오.”이때, 린부설의 목소리가 느긋하게 들려왔다: “소 신사. 너희 부부사이의 사랑싸움에 나는 끼어들지 않을 테니, 알아서 추거라.”말을 마치고, 린부설은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낙청연은 일어나, 방 가운데서 설신무를 추기 시작했다.그러나 부진환은 그녀의 춤에서, 동작은 맞지만, 그 사랑스럽고 요염한 자태가 전혀 없다는 것과, 심지어 눈빛마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그의 앞에서 이렇게 대충 추다니!부진환은 그녀가 무대에서 추던 설신무와 비교해보더니, 그건 분명 유혹이었다고 생각했다!그는 술잔을 꽉 쥐고, 저도 몰래 부숴버릴 듯이 힘을 주었다.술잔은 끝내 깨지고 말았다. 그의 손바닥은 술잔에 베었다.“이게 정녕 설신무란 말이요?” 부진환의 차가운 어투는 분노로 가득했다.낙청연은 동작을 멈추고 그를 보더니 말했다: “설신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왕야께서 저의 춤이 싫으시다면, 사람을 바꾸셔도 좋습니다.”역시, 남자들은 모두 똑같다.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매혹적인 여인을 좋아한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진환은 부설루에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보고 싶은 건, 린부설의 춤이다.린부설은 그녀에게 가르친 적이 있다. 춤은 형태로만 추는 게 아니라, 눈빛이 더욱 중요하다고!마음속에 정이 있어야, 눈매에 정이 담긴다. 그래야만 혼이 담긴 춤을 출 수 있다.그러나 이런 처지에, 이런 심경에 어떻게 그녀의 마음속에 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린부설이 아니다. 평생을 배워도 춤출 때 정에 빠져드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지금 이
낙월영!낙월영이 왜 이곳에?낙청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부진환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나갔다. 그녀는 힘없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일어나지 않았다.부진환이 그 남자들을 쫓아내는 소리만 들렸다.바로 뒤에 그도 낙월영을 데리고 떠났다.드디어 갔다.그러나 낙청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마음속에 마치 불이 활활 타올라, 답답해 죽을 것 같았고, 기분이 욱해졌다.마침 이때, 진 어멈이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부진환이 보이지 않자,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왜 이러십니까?”“왕야는?”낙청연은 시큰시큰 거리는 팔을 만지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왜? 볼일이 있소?”진 어멈은 난처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부 공자도 오셨습니다.”“낭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그러나 섭정왕이 이미 부설루를 보름 동안 빌렸는데, 낭자가 부 공자를 만나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은 듣더니,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그 사람은 이미 갔으니, 바로 부 공자를 데려오시오.”진 어멈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바로 부 공자를 모셔오겠습니다.”아주 빠르게, 진 어멈은 부 공자를 데려왔다. 낙청연은 불편한 몸을 억지로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부조를 접대했다.“부 공자, 요즘 발길이 빈번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험담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낙청연은 그에게 술 한 잔 따라 주었다.부조는 웃으며 단숨에 마셔버리더니 말했다: “험담할 게 뭐가 있습니까? 아직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그렇긴 합니다.” 낙청연은 웃더니, 또 말했다: “공자가 주신 그 초상화 덕분에 하 대인은 이미 그 죄인을 잡았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심문 중이라고 합니다.”“제가 하 대인께 여쭤보니, 이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곧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부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오늘 마침 이 사건 때문에 왔습니다.”“금고는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녀의 초향각을 제
린부설은 바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낙청연은 의식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동작 하나까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비록 린부설이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있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좀 힘겨웠다. 다만 자신이 직접 출 때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부조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때, 생각지도 못한 부진환이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다!방안에서 낙청연이 부조를 위해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부진환은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방금 그녀가 그에게 일고여덟 번 보여줬던 건, 설신무가 아니다!그의 앞에서 못 추던 춤을, 다른 남자 앞에서는 잘도 춘다.부진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방안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살의를 품은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 공자, 아취가 대단하시군!”부조는 한창 절묘한 춤 자태에 흠뻑 취해있었다. 목소리를 듣더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아, 섭접왕이시군요!”부조는 일어나 가볍게 인사했다.부진환은 상위에 놓인 술과 안주를 아직 내가지 않은 모습을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부 공자, 혹시 순서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부조는 듣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의 뜻은……”부진환은 냉랭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리고 말했다: “본왕은 이미 보름 동안 부설루 전체를 빌렸소, 이 보름 동안, 부설 낭자는 본왕만 대접하기로 했소.”“그러니 부 공자는 다른 곳으로 가시오.”부조는 놀라서 고개를 돌려 부설을 쳐다보았다. 눈빛은 사실이냐고 묻고 있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왕야의 요구에 승낙한 적 없습니다.”“게다가 1만 냥 은자로 부설루로 빌린다고요? 저는, 족하지 않습니다!”이 말을 듣던 부조는 웃더니 즉시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3만 냥을 지불하겠습니다. 다른 건 바라지 않습니다. 오직 보름 동안 부설 낭자의 자유를 위해서입니다.”부진환의 눈빛은 서늘해지더니, 차갑게 부조를 쳐다보며, 다소 위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를 놔주세요!” 경시당하는 모욕감이 밀려와, 낙청연은 몹시 분노했다. 그녀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손바닥으로 그를 공격했다.부진환은 몸을 옆으로 피하며, 뒤로 물러나 한 걸음 정도 거리를 두었다.낙청연은 맹렬한 기세로 그와 싸우기 시작했으며, 온몸에 살의를 띠고 있었다.부진환의 기세도 맹렬했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싸웠지만, 부진환의 속도와 힘은 모두 낙청연 위에 있었고, 아주 빠르게, 낙청연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그러나 부진환은 순간 손을 멈추지 못하여 손바닥으로 낙청연의 가슴을 명중했으며 낙청연은 몰려오는 극심한 가슴 통증 때문에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부진환은 놀란 표정으로 즉시 달려가 그녀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그 덕에 낙청연은 땅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그러나 낙청연은 눈가에 독기를 품더니, 벌떡 일어나 그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살기가 몰려오는 그 순간, 부진환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낙청연의 손목을 잡고 힘을 꽉 주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한바탕 몸싸움 끝에 부진환은 낙청연의 두 손을 제압해 힘껏 땅에 눌렀다.낙청연은 지친 숨을 몰아쉬며, 지척에 가까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언젠가 그녀를 순간 설레게 했던 그 얼굴, 오래전에 그녀가 미워하고 무서워했던 그 얼굴이었다!부진환은 그 가면 아래 맑고 굴복을 모르는 그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낙청연에게 물었다: “너와 부조, 어디까지 간 것이냐?”“부조가 너의 얼굴을 본 것 외에, 또 무엇을 한 적이 있느냐?”그녀가 방금 그렇게 감동적인 춤을 부조에게 춘 것을 생각하니, 그 눈빛은 그토록 사랑스러우면서 유혹적이었다. 그의 앞에서 춤을 췄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그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히 더 자세히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저도 몰래 자꾸 생각났다. 생각할수록 그의 마음은 큰 돌멩이에 눌린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의 싸늘한 눈빛을 바라보
”왕야, 손이?” 낙월영은 부진환의 다친 손을 다급히 부여잡더니, 몹시 마음 아파했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땅바닥에 널부러진 옷을 줍고, 부진환의 손을 한 번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왕야, 죄송합니다. 저를 아프게만 하지 않았더라면……”“저에게 최상의 외상약이 있습니다. 좀 이따 발라드리겠습니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눈 앞의 이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 애매모호한 어투는 분명 고의적이다.태도가 정말 빨리 바뀐다!역시, 낙월영은 듣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낙월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왕야, 아무래도 제가 괜히 왔나 봅니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부진환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말했다: “네가 오해했다. 본왕은 아무 짓도 안 했다.”급하게 해명하는 부진환을 보고, 낙청연은 살짝 웃으며, 옷을 걸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부진환을 한 번 쳐다보았다.“그러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만, 할 건 다했습니다.”낙청연은 말을 하더니 다시 낙월영을 심오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둘째 소저, 저번에 말하셨잖습니까, 왕야가 나를 좋아하니, 당신도 나를 받아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그런데 화를 내서 누구에게 보여주는 겁니까?”“게다가 특별히 남장까지 하고 부설루에 오다니! 설마 일부러 왕야의 좋은 일을 방해하러 온 것입니까?”이 노골적인 말에 낙월영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자신의 속마음을 린부설에게 들켰으니, 낙월영은 몹시 난감했다.“아닙니다……”낙월영의 급한 어투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한 번 쳐다보더니 돌아서 달려나갔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약간 노하여 낙청연을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뒤쫓아갔다.조급해 보이는 부진환의 모습을 보더니, 낙청연의 눈빛은 점차 서늘해졌다.낙월영의 연극은 갈수록 좋아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너그러운 척하면서, 또 약간 서러운 척하면서, 부진환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다른 남자인데,
린부설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디가 잘못된 것이냐?’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어머니의 능력은 저보다 뛰어납니다! 만약 어머니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예상했다면, 어찌 죽기를 기다리고만 있었겠습니까!’“비록 나 같은 짐이 있더라도, 분명 저를 데리고 도망갔을 것입니다.”“도망치지 않고, 기꺼이 죽음을 택했으면 몰라도!”그녀는 하마터면 깜박할 번했다. 그녀의 어머니 낙영은, 그녀의 사부이기도 하다.그 당시 사부는 여국을 배반하여, 여국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추격에도 모두 잘만 피해 갔다. 도망갈 생각만 있었다면, 분명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혹시 너의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기꺼이 죽음을 택했을 수도 있지 않으냐?”린부설의 생각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생각하며 말했다: “만약 사랑 때문이라면 그럼 더 죽으면 안 됩니다. 아버지를 사랑했는데, 저를 사랑하지 않았겠습니까? 어머니가 죽으면, 어린 저는 어떡합니까?”“그러나 낙해평이 어머니를 죽였다면, 또 한이 없다는 서신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건 어머니가 주동적으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이건 말이 안 됩니다.”낙청연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낙영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했을까?낙청연은 린부설을 보며 물었다: “당신이 받은 그 서신이 혹시 가짜가 아닐까요?”린부설은 듣더니 안색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 “가짜라고?”“어쩌면 어머니가 남에게 암해당했는데, 이 범인은 당신들이 왕래하는 것을 알고, 당신이 그를 의심할까 봐 어머니를 사칭하여 이 서신을 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면 당신은 어머니가 자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린부설은 듣더니, 따라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린부설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때 이 서신은 한 계집종이 내게 준 것
뒤에서 사주한 사람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돌아서는 순간, 주위에서 비명이 들리더니, 머리 하나가 땅에 굴러떨어졌다.그곳을 떠나, 낙청연은 약포 쪽으로 갔다.고 어멈은 정원에서 꽃을 심고 있었다.“고 어멈, 다리도 불편하신데 어서 좀 쉬세요.”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고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겠습니다!”“보세요! 여기는 화초를 심고, 이곳은, 채소를 심습니다! 소저 아버지, 어머니는 제가 심은 채소를 아주 즐겨 드셨습니다!”낙청연은 고 어멈을 부축해 앉히며 물었다: “어멈, 어멈은 승상부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냈는데, 혹시 이 계집종을 기억하십니까?”그녀는 그 초상화를 꺼내, 고 어멈에게 건넸다.고 어멈은 초상화를 들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아이는……춘영(春櫻)이 아닙니까? 아니, 하완(夏晚)인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속으로 몹시 기뻤다. “고 어멈, 아직도 기억하십니까? 기억력이 정말 좋습니다!”고 어멈은 매우 기뻐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그때 제가 사 왔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을 팔아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는데, 얼마나 가여웠는지요!”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동글하게 생긴 것은 가난한 집 아이가 아니라면서, 돈을 사기치려한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매우 경사스럽게 생겼길래 사왔습니다.”바로 이 사람이다!린부설이 초재동자처럼 생겼다는 것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그럼 이 아이는 어머니의 계집종이었습니까?” 낙청연이 물었다.그러나 고 어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둘째 부인 곁의 계집종이었던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듣고 깜짝 놀랐다.낙월영 어머니의 계집종이었다!그 서신은 역시 가짜였다!“둘째 부인이 돌아가신 후, 그녀의 계집종들도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예전에 하완은 한 번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혼인한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면서, 늘 얻어맞는다고 돌아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낙청연은 듣고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도와줬습니까?”고 어멈은 유감스럽
수척한 얼굴에 움푹 파인 두개의 구멍, 푹 꺼진 눈꺼풀은 주름이 자글자글 했으며, 눈가 주위에는 피자국과 멍이 가득했다.얼핏 봐도, 두 개의 피 구멍이었고, 매우 섬뜩했다.분명 누군가에 의해 산채로 눈알을 도려낸 것이었다.“세상에! 너무 비참하다!” 린부설은 비명을 질렀다.그 뿐만 아니라, 이 여인의 얼굴과 목, 그리고 밖으로 드러난 손목에는 모두 크고 작은 멍들이 가득했다.새로 생긴 상처와 낡은 상처, 이건 일 년 내내 폭행당한 흔적들이다.“소저입니까? 또 저를 보러 오셨습니까?” 여인은 머리를 젖히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소저? 누구?“소저, 어서 들어와 앉으십시오!”여인은 반갑게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낙청연도 망설이지 않고 정원으로 들어갔다.여인은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더니, 말했다: “소저, 자주 오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어머, 오늘 혼자 오신 겁니까? 아노는 따라오지 않았습니까?”여기까지 듣고,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말한 소저는 낙월영이었다!낙월영이 왔었다. 게다가 자주 드나든다고?그녀는 아예 목소리를 위장하여 낙월영의 어투대로 말했다: “오늘 아노는 다른 임무가 있어, 따라오지 않았다.”하완은 약간 놀라 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소저,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혹여라도 우리 집 그 사람이 일찍이 돌아와, 소저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하완 몸의 이 상처들은 역시 그녀의 부군이 한 짓이었다.다시는 손을 안 댄다고 재삼 보증했다고? 그러나 이런 남자의 덕행은 고칠 수 없다. 하완은 언젠가 맞아 죽을 것이다.“오늘은 너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하완이 웃으며 말했다: “소저, 말씀하세요.”“승상부의 큰 부인이 돌아가신 후, 그 당시 네가 혹시 벽해각의 린부설에게 서신 한 봉을 갖다 드린 적이 있느냐?”이 말을 들은 하완의 안색은 확연히 변했다.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