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사주한 사람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돌아서는 순간, 주위에서 비명이 들리더니, 머리 하나가 땅에 굴러떨어졌다.그곳을 떠나, 낙청연은 약포 쪽으로 갔다.고 어멈은 정원에서 꽃을 심고 있었다.“고 어멈, 다리도 불편하신데 어서 좀 쉬세요.”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고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겠습니다!”“보세요! 여기는 화초를 심고, 이곳은, 채소를 심습니다! 소저 아버지, 어머니는 제가 심은 채소를 아주 즐겨 드셨습니다!”낙청연은 고 어멈을 부축해 앉히며 물었다: “어멈, 어멈은 승상부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냈는데, 혹시 이 계집종을 기억하십니까?”그녀는 그 초상화를 꺼내, 고 어멈에게 건넸다.고 어멈은 초상화를 들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아이는……춘영(春櫻)이 아닙니까? 아니, 하완(夏晚)인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속으로 몹시 기뻤다. “고 어멈, 아직도 기억하십니까? 기억력이 정말 좋습니다!”고 어멈은 매우 기뻐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그때 제가 사 왔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을 팔아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는데, 얼마나 가여웠는지요!”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동글하게 생긴 것은 가난한 집 아이가 아니라면서, 돈을 사기치려한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매우 경사스럽게 생겼길래 사왔습니다.”바로 이 사람이다!린부설이 초재동자처럼 생겼다는 것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그럼 이 아이는 어머니의 계집종이었습니까?” 낙청연이 물었다.그러나 고 어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둘째 부인 곁의 계집종이었던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듣고 깜짝 놀랐다.낙월영 어머니의 계집종이었다!그 서신은 역시 가짜였다!“둘째 부인이 돌아가신 후, 그녀의 계집종들도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예전에 하완은 한 번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혼인한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면서, 늘 얻어맞는다고 돌아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낙청연은 듣고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도와줬습니까?”고 어멈은 유감스럽
수척한 얼굴에 움푹 파인 두개의 구멍, 푹 꺼진 눈꺼풀은 주름이 자글자글 했으며, 눈가 주위에는 피자국과 멍이 가득했다.얼핏 봐도, 두 개의 피 구멍이었고, 매우 섬뜩했다.분명 누군가에 의해 산채로 눈알을 도려낸 것이었다.“세상에! 너무 비참하다!” 린부설은 비명을 질렀다.그 뿐만 아니라, 이 여인의 얼굴과 목, 그리고 밖으로 드러난 손목에는 모두 크고 작은 멍들이 가득했다.새로 생긴 상처와 낡은 상처, 이건 일 년 내내 폭행당한 흔적들이다.“소저입니까? 또 저를 보러 오셨습니까?” 여인은 머리를 젖히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소저? 누구?“소저, 어서 들어와 앉으십시오!”여인은 반갑게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낙청연도 망설이지 않고 정원으로 들어갔다.여인은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더니, 말했다: “소저, 자주 오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어머, 오늘 혼자 오신 겁니까? 아노는 따라오지 않았습니까?”여기까지 듣고,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말한 소저는 낙월영이었다!낙월영이 왔었다. 게다가 자주 드나든다고?그녀는 아예 목소리를 위장하여 낙월영의 어투대로 말했다: “오늘 아노는 다른 임무가 있어, 따라오지 않았다.”하완은 약간 놀라 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소저,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혹여라도 우리 집 그 사람이 일찍이 돌아와, 소저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하완 몸의 이 상처들은 역시 그녀의 부군이 한 짓이었다.다시는 손을 안 댄다고 재삼 보증했다고? 그러나 이런 남자의 덕행은 고칠 수 없다. 하완은 언젠가 맞아 죽을 것이다.“오늘은 너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하완이 웃으며 말했다: “소저, 말씀하세요.”“승상부의 큰 부인이 돌아가신 후, 그 당시 네가 혹시 벽해각의 린부설에게 서신 한 봉을 갖다 드린 적이 있느냐?”이 말을 들은 하완의 안색은 확연히 변했다.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하완은 그녀가 월영의 언니라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하완은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녀가 자신의 소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일부러 그녀에게 협조하는 척하며, 이곳에 온 목적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낙청연?” 낙월영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너도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나라고 못 찾을 줄 알았느냐?”하완은 급히 낙월영에게 말했다: “큰 부인의 죽은 이유를 물어보러 왔습니다.”낙월영은 듣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너의 어머니의 사인을 조사해? 천박한 너희 두 모녀는 죽어서도 몸을 묻을 곳이 없어야 한다!’“아노, 잡아라!”아노의 일장은 즉시 낙청연을 공격해왔다. 낙청연은 옆으로 몸을 피해, 손바닥을 뒤집더니 바로 일장을 날렸다.두 사람은 널찍한 정원으로 싸우러 나왔다. 지금 낙청연의 무공은 어쩌면 부진환의 상대가 아닐 수도, 최고 자객의 상대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노를 상대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예전에 아노의 손에서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며, 낙청연은 결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한바탕 격렬한 싸움 끝에, 낙청연은 몸을 날려 막 일어나려고 하는 아노의 등을 걷어차 버렸다.아노는 몇 발짝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담벼락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삽시에 온 얼굴에 선혈이 낭자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목을 눌렀다. 아노는 피범벅이 된 이마를 쳐들더니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지, 풍수는 돌고 도는 것이다!”그녀는 아노의 머리를 잡아채더니, 호되게 담벼락에 처박았다.‘펑’하는 소리와 함게 아노의 이마에서 더욱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온몸이 빙빙 돌아가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낙월영운 애간장을 태우며 급해서 소리쳤다: “멈춰라! 멈추라고!”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은 아노마저 낙청연의 상
”하지만 부인은 원씨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큰 부인이 일년내내 원씨에게 독을 넣어, 원씨를 죽음으로 몰았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온몸이 움칫했다.그럴 리가 없다!그녀는 낙청연의 어머니는 잘 모르지만, 그녀의 사부 낙영은 잘 안다.그녀가 어떻게 사람을 해칠 수 있겠는가?“이 일은 그때 당시, 별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승상 대인은 소식을 봉쇄했지만, 외부에선 여전히 약간의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승상부 내원에서 처첩 내분 때문에 연이어 죽어 나간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사실은, 원씨의 성품은 온순했고 승상부에서 기꺼이 낮은 위치에서 허리를 굽히고, 전전긍긍하며 종래로 분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큰 부인은 자신이 정실이라는 이유로 원씨를 많이 괴롭혔습니다.”“구체적인 내막을 저는 잘 모르나, 큰 부인의 죽음은, 그녀가 자초한 것입니다!”“그녀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씨의 독이 퍼졌습니다. 의원을 모셔와서야 누군가에 의해 일년내내 독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나, 큰 부인은 이미 죽었으니, 해독약이 없었습니다.”“그래서 눈 뜨고, 원씨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습니다!”하완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미 무너져, 엉엉 울고 있었다.낙월영의 얼굴도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인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야, 나는 당시의 상황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머니가 죽던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다!”“온 구멍에서 피가 흐르고, 경맥이 끊어져, 산 채로 괴로움을 당하다 죽었어!’낙월영은 이를 갈며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두 눈은 붉어졌고, 온통 증오로 가득했다: “이건 모두 너의 어머니 때문이다!’“너의 어머니가 한 걸음 먼저 죽었으니, 나는 너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머니의 원한을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그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은 낙청연을 산 채로 찢어 벌릴 것 같았다.낙월영이 증오하는 마
낙청연은 웃으며 아노를 놓아줬고 아무 말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 정원을 나섰다.그녀가 떠나자 낙월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급히 아노를 일으켜 세웠다.마당을 나서자 린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너에게 준 정보로 이렇게 많은 실마리를 조사해낼 줄은 몰랐다. 참으로 대단하군, 소 신산. 하지만 난 네 어머니가 낙월영의 어머니를 해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 어머니는 성격이 아주 강인한 사람이었어. 절대 약한 자를 괴롭힐 사람이 아니지. 안채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더욱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고. 네 어머니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낙청연은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완이 맹세했을 때 전 그자가 맹세를 어긴 뒤 받을 응보를 보았습니다. 하완은 거짓말을 했더군요.”그 말에 린부설은 깜짝 놀랐다.“그렇게 영험하더냐? 인제 보니 맹세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구나. 하지만 그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면서 왜 말하지 않은 것이냐?”낙청연이 대답했다.“전 하완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더라도 그녀는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겠죠. 우선은 상황을 파악해야 일 처리가 쉬워지는 법입니다.”낙청연은 돌아간 뒤 무영에게 비밀리에 하완을 감시하라고 명령했다.“만약 그자 집안의 사내가 그자에게 손찌검한다면 몰래 도와주거라. 절대 죽게 내버려 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매일 어디에 들리는지도 조사하고 가족도 조사하거라.”무영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부설루를 보름 동안 빌렸고 부조는 부설루에 와서 그녀를 감히 찾지 못했다. 낙청연은 부진환을 피하고자 거의 부설루에 가지 않았다.어쩌다 한가해진 낙청연은 저낙의 옷을 입고 며칠 점을 봐줬다.가끔은 왕부로 돌아가 낙청연의 신분으로 외출해 태위부 진백리의 눈을 봐주기도 했고 태부부에 가서 낙용 고고의 병을 봐주기도 했다.낙용 고고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기에 낙청연은 그녀에게 아주 좋은 약을 내줬다. 하지만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았다.낙청연은 낙랑랑이 그녀에게
위운하는 낙운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는 사내를 확인하더니 불쾌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청루의 여인을 데려오더니 이제는 무뢰한까지 데려왔군요. 전 이런 사람들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스스로 신분을 낮추는 일이지요.”위운하는 그 말과 함께 진짜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다른 여인들도 위운하와 함께 상무원을 떠났다.낙청연은 그들이 떠나자 시선을 낙운희의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옮겼다.서송원.낙운희가 서송원과 함께 있다니.대체 뭐 하려는 것일까? 현재 태부부는 죽을 사람은 죽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져 남은 것이라고는 병을 앓고 있는 낙 부인밖에 없었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낙운희를 속이는 것일까?“송원 오라버니, 저자들의 말은 귀담아듣지 마세요. 송원 오라버니는 무뢰한이 아닙니다. 저자들이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습니다.”낙운희는 고개를 돌려 서송원을 위로했다.서송원은 낙운희를 보더니 애정 가득한 얼굴로 미소 지어 보였다.“난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만 알고 있으면 되지.”낙운희는 달게 웃어 보였다.“전 당연히 알고 있죠. 오라버니는 저에게 세상에서 제일 잘해주시는 분입니다!”그 말과 함께 낙운희는 그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주 꿀 떨어지는 연인인 듯 보였다. 서송원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들은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뒤이어 사람들이 하나둘 마당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물줄기가 흐르고 봄날의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휘날리며 수면 위에 떨어졌고 그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오늘 모인 이들은 대부분 잘나가는 집안의 공자나 영애들이었는데 그들은 시가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낙월영이 왔고 그녀의 뒤로 계집종들이 간식을 들고 왔다.“이건 월계거(月桂居)에서 만든 새로운 상품 백화소(百花酥)입니다. 아직 팔지는 않는 것이나 오늘 특별히 주문해서
잠시 뒤 낙월영이 새로운 간식을 들고 왔다.“이것은 이화소(梨花酥)입니다. 월계거의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든 것이니 다들 꼭 한 번 맛보세요!”낙월영은 그 말과 함께 이화소를 시냇물에 흘려보냈고 사람들은 하나씩 그것을 집었다. 낙청연의 앞에 마지막 이화소 하나가 떠내려왔는데 낙청연은 그것을 먹지 않았다.“부설 낭자는 좋아하지 않소?”낙월영이 웃으며 물었다.낙월영이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누구도 구석에 있던 낙청연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낙월영의 말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됐다.낙청연은 그 이화소를 집어 들고는 입가에 가져다 댔고 냄새를 맡아보니 미약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낙월영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뒤 가면을 움직이며 계화소(桂花酥)를 한 입 먹고는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그녀가 한 입 먹자 낙월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보였다.바로 그때, 부설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저 부설 낭자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랍니까? 낙월영 낭자가 그녀를 초청하다니, 겨우 청루의 무희 아닙니까?”“누가 알겠습니까? 소문에 따르면 선녀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고 하던데 아무도 가면을 벗은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지요. 어쩌면 가면 아래 아주 못생긴 얼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렇지 않으면 왜 진짜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습니까?”“못생긴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이 예쁘다는 걸 뽐내고 싶어 하지요.”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웃기 시작했다.그들의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웃음소리는 마치 칼날처럼 낙청연의 귓가에 더없이 날카롭게 들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낙월영 또한 그 말을 듣고는 낙청연의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부설 낭자, 이런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오? 내가 너무 당돌했던 것 같소. 부설 낭자, 나와 같이 후원에 가서 얘기를 나누겠소?”낙청연이 대답했다.“좋습니다.”곧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낙월영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상무원은 아주 컸고 후원은
낙월영은 냉소를 흘리더니 구석에 있던 방망이로 낙청연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쓰러졌다.부설을 기절시킨 뒤 낙월영은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봤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부설을 끌고 후원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마당 밖에서 낙운희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 장면을 보았고 미간을 구겼다.낙월영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설마 대낮에 사람을 죽이려는 걸까?낙월영은 힘겹게 부설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방의 다른 한쪽 벽면에 있는 창가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곧이어 사내 두 명이 들어왔다.낙월영은 바닥에 쓰러진 부설을 가리키며 말했다.“사람은 여기 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한테 맡기겠다.”검은색 옷을 입은 사내는 검은색의 겉옷을 벗었고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마시오.”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침상으로 옮겼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낙월영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낙운희가 문가에 서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재빨리 낙운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네가 여긴 웬일이냐?”“뭐 하는 것입니까?”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낙월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밖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내가 천천히 설명하마.”낙운희와 낙월영은 사이가 좋았기에 낙월영은 낙운희가 자기 말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 낙운희는 낙월영의 손을 뿌리치고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침상에 있는 두 사내를 보는 순간 그녀는 안색이 달라졌다.“멈추시오!”두 사내는 당황했고 낙월영은 황급한 얼굴로 낙운희를 붙잡았다.“운희야, 이것은 복잡한 일이야. 내가 천천히 설명하마. 그러니 나랑 같이 가자꾸나.”낙운희는 씩씩거리면서 그녀의 손을 쳐냈다.“설명이요? 오늘 특별히 부설 낭자를 데려온 것도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아무리 부설 낭자가 당신을 위협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짓은 너무 악랄하지 않습니까?”낙운희는 낙월영이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