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한 얼굴에 움푹 파인 두개의 구멍, 푹 꺼진 눈꺼풀은 주름이 자글자글 했으며, 눈가 주위에는 피자국과 멍이 가득했다.얼핏 봐도, 두 개의 피 구멍이었고, 매우 섬뜩했다.분명 누군가에 의해 산채로 눈알을 도려낸 것이었다.“세상에! 너무 비참하다!” 린부설은 비명을 질렀다.그 뿐만 아니라, 이 여인의 얼굴과 목, 그리고 밖으로 드러난 손목에는 모두 크고 작은 멍들이 가득했다.새로 생긴 상처와 낡은 상처, 이건 일 년 내내 폭행당한 흔적들이다.“소저입니까? 또 저를 보러 오셨습니까?” 여인은 머리를 젖히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소저? 누구?“소저, 어서 들어와 앉으십시오!”여인은 반갑게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낙청연도 망설이지 않고 정원으로 들어갔다.여인은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더니, 말했다: “소저, 자주 오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어머, 오늘 혼자 오신 겁니까? 아노는 따라오지 않았습니까?”여기까지 듣고,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말한 소저는 낙월영이었다!낙월영이 왔었다. 게다가 자주 드나든다고?그녀는 아예 목소리를 위장하여 낙월영의 어투대로 말했다: “오늘 아노는 다른 임무가 있어, 따라오지 않았다.”하완은 약간 놀라 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소저,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혹여라도 우리 집 그 사람이 일찍이 돌아와, 소저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하완 몸의 이 상처들은 역시 그녀의 부군이 한 짓이었다.다시는 손을 안 댄다고 재삼 보증했다고? 그러나 이런 남자의 덕행은 고칠 수 없다. 하완은 언젠가 맞아 죽을 것이다.“오늘은 너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하완이 웃으며 말했다: “소저, 말씀하세요.”“승상부의 큰 부인이 돌아가신 후, 그 당시 네가 혹시 벽해각의 린부설에게 서신 한 봉을 갖다 드린 적이 있느냐?”이 말을 들은 하완의 안색은 확연히 변했다.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하완은 그녀가 월영의 언니라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하완은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녀가 자신의 소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일부러 그녀에게 협조하는 척하며, 이곳에 온 목적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낙청연?” 낙월영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너도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나라고 못 찾을 줄 알았느냐?”하완은 급히 낙월영에게 말했다: “큰 부인의 죽은 이유를 물어보러 왔습니다.”낙월영은 듣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너의 어머니의 사인을 조사해? 천박한 너희 두 모녀는 죽어서도 몸을 묻을 곳이 없어야 한다!’“아노, 잡아라!”아노의 일장은 즉시 낙청연을 공격해왔다. 낙청연은 옆으로 몸을 피해, 손바닥을 뒤집더니 바로 일장을 날렸다.두 사람은 널찍한 정원으로 싸우러 나왔다. 지금 낙청연의 무공은 어쩌면 부진환의 상대가 아닐 수도, 최고 자객의 상대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노를 상대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예전에 아노의 손에서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며, 낙청연은 결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한바탕 격렬한 싸움 끝에, 낙청연은 몸을 날려 막 일어나려고 하는 아노의 등을 걷어차 버렸다.아노는 몇 발짝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담벼락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삽시에 온 얼굴에 선혈이 낭자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목을 눌렀다. 아노는 피범벅이 된 이마를 쳐들더니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지, 풍수는 돌고 도는 것이다!”그녀는 아노의 머리를 잡아채더니, 호되게 담벼락에 처박았다.‘펑’하는 소리와 함게 아노의 이마에서 더욱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온몸이 빙빙 돌아가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낙월영운 애간장을 태우며 급해서 소리쳤다: “멈춰라! 멈추라고!”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은 아노마저 낙청연의 상
”하지만 부인은 원씨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큰 부인이 일년내내 원씨에게 독을 넣어, 원씨를 죽음으로 몰았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온몸이 움칫했다.그럴 리가 없다!그녀는 낙청연의 어머니는 잘 모르지만, 그녀의 사부 낙영은 잘 안다.그녀가 어떻게 사람을 해칠 수 있겠는가?“이 일은 그때 당시, 별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승상 대인은 소식을 봉쇄했지만, 외부에선 여전히 약간의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승상부 내원에서 처첩 내분 때문에 연이어 죽어 나간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사실은, 원씨의 성품은 온순했고 승상부에서 기꺼이 낮은 위치에서 허리를 굽히고, 전전긍긍하며 종래로 분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큰 부인은 자신이 정실이라는 이유로 원씨를 많이 괴롭혔습니다.”“구체적인 내막을 저는 잘 모르나, 큰 부인의 죽음은, 그녀가 자초한 것입니다!”“그녀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씨의 독이 퍼졌습니다. 의원을 모셔와서야 누군가에 의해 일년내내 독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나, 큰 부인은 이미 죽었으니, 해독약이 없었습니다.”“그래서 눈 뜨고, 원씨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습니다!”하완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미 무너져, 엉엉 울고 있었다.낙월영의 얼굴도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인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야, 나는 당시의 상황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머니가 죽던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다!”“온 구멍에서 피가 흐르고, 경맥이 끊어져, 산 채로 괴로움을 당하다 죽었어!’낙월영은 이를 갈며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두 눈은 붉어졌고, 온통 증오로 가득했다: “이건 모두 너의 어머니 때문이다!’“너의 어머니가 한 걸음 먼저 죽었으니, 나는 너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머니의 원한을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그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은 낙청연을 산 채로 찢어 벌릴 것 같았다.낙월영이 증오하는 마
낙청연은 웃으며 아노를 놓아줬고 아무 말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 정원을 나섰다.그녀가 떠나자 낙월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급히 아노를 일으켜 세웠다.마당을 나서자 린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너에게 준 정보로 이렇게 많은 실마리를 조사해낼 줄은 몰랐다. 참으로 대단하군, 소 신산. 하지만 난 네 어머니가 낙월영의 어머니를 해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 어머니는 성격이 아주 강인한 사람이었어. 절대 약한 자를 괴롭힐 사람이 아니지. 안채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더욱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고. 네 어머니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낙청연은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완이 맹세했을 때 전 그자가 맹세를 어긴 뒤 받을 응보를 보았습니다. 하완은 거짓말을 했더군요.”그 말에 린부설은 깜짝 놀랐다.“그렇게 영험하더냐? 인제 보니 맹세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구나. 하지만 그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면서 왜 말하지 않은 것이냐?”낙청연이 대답했다.“전 하완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더라도 그녀는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겠죠. 우선은 상황을 파악해야 일 처리가 쉬워지는 법입니다.”낙청연은 돌아간 뒤 무영에게 비밀리에 하완을 감시하라고 명령했다.“만약 그자 집안의 사내가 그자에게 손찌검한다면 몰래 도와주거라. 절대 죽게 내버려 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매일 어디에 들리는지도 조사하고 가족도 조사하거라.”무영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부설루를 보름 동안 빌렸고 부조는 부설루에 와서 그녀를 감히 찾지 못했다. 낙청연은 부진환을 피하고자 거의 부설루에 가지 않았다.어쩌다 한가해진 낙청연은 저낙의 옷을 입고 며칠 점을 봐줬다.가끔은 왕부로 돌아가 낙청연의 신분으로 외출해 태위부 진백리의 눈을 봐주기도 했고 태부부에 가서 낙용 고고의 병을 봐주기도 했다.낙용 고고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기에 낙청연은 그녀에게 아주 좋은 약을 내줬다. 하지만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았다.낙청연은 낙랑랑이 그녀에게
위운하는 낙운희와 그녀의 뒤를 따르는 사내를 확인하더니 불쾌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청루의 여인을 데려오더니 이제는 무뢰한까지 데려왔군요. 전 이런 사람들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스스로 신분을 낮추는 일이지요.”위운하는 그 말과 함께 진짜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다른 여인들도 위운하와 함께 상무원을 떠났다.낙청연은 그들이 떠나자 시선을 낙운희의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옮겼다.서송원.낙운희가 서송원과 함께 있다니.대체 뭐 하려는 것일까? 현재 태부부는 죽을 사람은 죽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져 남은 것이라고는 병을 앓고 있는 낙 부인밖에 없었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낙운희를 속이는 것일까?“송원 오라버니, 저자들의 말은 귀담아듣지 마세요. 송원 오라버니는 무뢰한이 아닙니다. 저자들이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습니다.”낙운희는 고개를 돌려 서송원을 위로했다.서송원은 낙운희를 보더니 애정 가득한 얼굴로 미소 지어 보였다.“난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만 알고 있으면 되지.”낙운희는 달게 웃어 보였다.“전 당연히 알고 있죠. 오라버니는 저에게 세상에서 제일 잘해주시는 분입니다!”그 말과 함께 낙운희는 그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주 꿀 떨어지는 연인인 듯 보였다. 서송원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들은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뒤이어 사람들이 하나둘 마당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물줄기가 흐르고 봄날의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휘날리며 수면 위에 떨어졌고 그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오늘 모인 이들은 대부분 잘나가는 집안의 공자나 영애들이었는데 그들은 시가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낙월영이 왔고 그녀의 뒤로 계집종들이 간식을 들고 왔다.“이건 월계거(月桂居)에서 만든 새로운 상품 백화소(百花酥)입니다. 아직 팔지는 않는 것이나 오늘 특별히 주문해서
잠시 뒤 낙월영이 새로운 간식을 들고 왔다.“이것은 이화소(梨花酥)입니다. 월계거의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든 것이니 다들 꼭 한 번 맛보세요!”낙월영은 그 말과 함께 이화소를 시냇물에 흘려보냈고 사람들은 하나씩 그것을 집었다. 낙청연의 앞에 마지막 이화소 하나가 떠내려왔는데 낙청연은 그것을 먹지 않았다.“부설 낭자는 좋아하지 않소?”낙월영이 웃으며 물었다.낙월영이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누구도 구석에 있던 낙청연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낙월영의 말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됐다.낙청연은 그 이화소를 집어 들고는 입가에 가져다 댔고 냄새를 맡아보니 미약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낙월영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뒤 가면을 움직이며 계화소(桂花酥)를 한 입 먹고는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그녀가 한 입 먹자 낙월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보였다.바로 그때, 부설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저 부설 낭자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랍니까? 낙월영 낭자가 그녀를 초청하다니, 겨우 청루의 무희 아닙니까?”“누가 알겠습니까? 소문에 따르면 선녀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고 하던데 아무도 가면을 벗은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지요. 어쩌면 가면 아래 아주 못생긴 얼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렇지 않으면 왜 진짜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습니까?”“못생긴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이 예쁘다는 걸 뽐내고 싶어 하지요.”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웃기 시작했다.그들의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웃음소리는 마치 칼날처럼 낙청연의 귓가에 더없이 날카롭게 들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낙월영 또한 그 말을 듣고는 낙청연의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부설 낭자, 이런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오? 내가 너무 당돌했던 것 같소. 부설 낭자, 나와 같이 후원에 가서 얘기를 나누겠소?”낙청연이 대답했다.“좋습니다.”곧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낙월영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상무원은 아주 컸고 후원은
낙월영은 냉소를 흘리더니 구석에 있던 방망이로 낙청연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쓰러졌다.부설을 기절시킨 뒤 낙월영은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봤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부설을 끌고 후원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마당 밖에서 낙운희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 장면을 보았고 미간을 구겼다.낙월영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설마 대낮에 사람을 죽이려는 걸까?낙월영은 힘겹게 부설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방의 다른 한쪽 벽면에 있는 창가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곧이어 사내 두 명이 들어왔다.낙월영은 바닥에 쓰러진 부설을 가리키며 말했다.“사람은 여기 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한테 맡기겠다.”검은색 옷을 입은 사내는 검은색의 겉옷을 벗었고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마시오.”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침상으로 옮겼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낙월영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낙운희가 문가에 서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재빨리 낙운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네가 여긴 웬일이냐?”“뭐 하는 것입니까?”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낙월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밖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내가 천천히 설명하마.”낙운희와 낙월영은 사이가 좋았기에 낙월영은 낙운희가 자기 말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 낙운희는 낙월영의 손을 뿌리치고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침상에 있는 두 사내를 보는 순간 그녀는 안색이 달라졌다.“멈추시오!”두 사내는 당황했고 낙월영은 황급한 얼굴로 낙운희를 붙잡았다.“운희야, 이것은 복잡한 일이야. 내가 천천히 설명하마. 그러니 나랑 같이 가자꾸나.”낙운희는 씩씩거리면서 그녀의 손을 쳐냈다.“설명이요? 오늘 특별히 부설 낭자를 데려온 것도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아무리 부설 낭자가 당신을 위협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짓은 너무 악랄하지 않습니까?”낙운희는 낙월영이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더니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쨌든 당장 사람을 놓아주세요!”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녀의 어머니마저 앓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나 서송원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둘 다 얻고 싶었다.그러나 저낙은 그녀와 서송원이 인연이 아니라고 했다.그래서 낙운희는 좋은 일을 하고 착한 일을 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고치려 했다. 어쩌면 하늘이 그녀를 동정해 서송원과 인연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낙월영은 낙운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가워졌고 어조 또한 평온해졌다.“그래. 사람을 놓아주마. 대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낙월영은 뒤에 있는 사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했다.“문제없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낙월영은 신난 얼굴로 말하면서 몸을 돌렸고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손날로 그녀를 내리쳤다. 낙운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져서 그대로 쓰러졌다.사내가 물었다.“이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당신의 계획을 모두 알았는데.”낙월영은 고개를 숙여 낙운희를 보며 안타까운 듯 얘기했다.“죽이거라. 어차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앞으로 천천히 태부부의 사람들을 사이좋게 저승으로 보낼 생각이었다.낙월영은 방을 나서면서 느긋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충분히 즐기거라. 느지막하게 사람들을 불러들일 테니.”“알겠습니다.”방문을 닫은 뒤 두 사내는 다시 침상 곁으로 가서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의논했다.“그럼 사양하지 않겠소.”사내는 그 말과 함께 침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낙청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발길질했고 그 남자는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다른 사내는 낙청연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낙청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몸을 피하더니 내친김에 공격해 그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사내는 침상에 세게 부딪혔다.낙청연은 몸이 가벼워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두 사람은 아픔을 참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