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낙월영이 새로운 간식을 들고 왔다.“이것은 이화소(梨花酥)입니다. 월계거의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든 것이니 다들 꼭 한 번 맛보세요!”낙월영은 그 말과 함께 이화소를 시냇물에 흘려보냈고 사람들은 하나씩 그것을 집었다. 낙청연의 앞에 마지막 이화소 하나가 떠내려왔는데 낙청연은 그것을 먹지 않았다.“부설 낭자는 좋아하지 않소?”낙월영이 웃으며 물었다.낙월영이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누구도 구석에 있던 낙청연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낙월영의 말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됐다.낙청연은 그 이화소를 집어 들고는 입가에 가져다 댔고 냄새를 맡아보니 미약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낙월영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뒤 가면을 움직이며 계화소(桂花酥)를 한 입 먹고는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그녀가 한 입 먹자 낙월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보였다.바로 그때, 부설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저 부설 낭자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랍니까? 낙월영 낭자가 그녀를 초청하다니, 겨우 청루의 무희 아닙니까?”“누가 알겠습니까? 소문에 따르면 선녀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고 하던데 아무도 가면을 벗은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지요. 어쩌면 가면 아래 아주 못생긴 얼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렇지 않으면 왜 진짜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습니까?”“못생긴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이 예쁘다는 걸 뽐내고 싶어 하지요.”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웃기 시작했다.그들의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웃음소리는 마치 칼날처럼 낙청연의 귓가에 더없이 날카롭게 들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낙월영 또한 그 말을 듣고는 낙청연의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부설 낭자, 이런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오? 내가 너무 당돌했던 것 같소. 부설 낭자, 나와 같이 후원에 가서 얘기를 나누겠소?”낙청연이 대답했다.“좋습니다.”곧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낙월영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상무원은 아주 컸고 후원은
낙월영은 냉소를 흘리더니 구석에 있던 방망이로 낙청연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쓰러졌다.부설을 기절시킨 뒤 낙월영은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봤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부설을 끌고 후원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마당 밖에서 낙운희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 장면을 보았고 미간을 구겼다.낙월영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설마 대낮에 사람을 죽이려는 걸까?낙월영은 힘겹게 부설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방의 다른 한쪽 벽면에 있는 창가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곧이어 사내 두 명이 들어왔다.낙월영은 바닥에 쓰러진 부설을 가리키며 말했다.“사람은 여기 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한테 맡기겠다.”검은색 옷을 입은 사내는 검은색의 겉옷을 벗었고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마시오.”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침상으로 옮겼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낙월영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낙운희가 문가에 서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재빨리 낙운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네가 여긴 웬일이냐?”“뭐 하는 것입니까?”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낙월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밖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내가 천천히 설명하마.”낙운희와 낙월영은 사이가 좋았기에 낙월영은 낙운희가 자기 말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 낙운희는 낙월영의 손을 뿌리치고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침상에 있는 두 사내를 보는 순간 그녀는 안색이 달라졌다.“멈추시오!”두 사내는 당황했고 낙월영은 황급한 얼굴로 낙운희를 붙잡았다.“운희야, 이것은 복잡한 일이야. 내가 천천히 설명하마. 그러니 나랑 같이 가자꾸나.”낙운희는 씩씩거리면서 그녀의 손을 쳐냈다.“설명이요? 오늘 특별히 부설 낭자를 데려온 것도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아무리 부설 낭자가 당신을 위협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짓은 너무 악랄하지 않습니까?”낙운희는 낙월영이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더니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쨌든 당장 사람을 놓아주세요!”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녀의 어머니마저 앓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나 서송원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둘 다 얻고 싶었다.그러나 저낙은 그녀와 서송원이 인연이 아니라고 했다.그래서 낙운희는 좋은 일을 하고 착한 일을 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고치려 했다. 어쩌면 하늘이 그녀를 동정해 서송원과 인연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낙월영은 낙운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가워졌고 어조 또한 평온해졌다.“그래. 사람을 놓아주마. 대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낙월영은 뒤에 있는 사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했다.“문제없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낙월영은 신난 얼굴로 말하면서 몸을 돌렸고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손날로 그녀를 내리쳤다. 낙운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져서 그대로 쓰러졌다.사내가 물었다.“이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당신의 계획을 모두 알았는데.”낙월영은 고개를 숙여 낙운희를 보며 안타까운 듯 얘기했다.“죽이거라. 어차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앞으로 천천히 태부부의 사람들을 사이좋게 저승으로 보낼 생각이었다.낙월영은 방을 나서면서 느긋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충분히 즐기거라. 느지막하게 사람들을 불러들일 테니.”“알겠습니다.”방문을 닫은 뒤 두 사내는 다시 침상 곁으로 가서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의논했다.“그럼 사양하지 않겠소.”사내는 그 말과 함께 침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낙청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발길질했고 그 남자는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다른 사내는 낙청연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낙청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몸을 피하더니 내친김에 공격해 그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사내는 침상에 세게 부딪혔다.낙청연은 몸이 가벼워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두 사람은 아픔을 참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셋째 형님,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낙월영처럼 여리여리한 여자가 부설 낭자께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형님 혼자 낯짝 두껍게 상무원에 오면 될 것을 왜 굳이 절 데리고 온 것입니까? 전 관리들과 왕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저와 엮이려고 하신다면 조정에서 형님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절 노리면 어찌합니까? 제 조용한 일상을 망치려고 하시는군요.”부경리와 부진환은 현재 상무원 대문 밖에 서 있었다.“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리 많냐?”부진환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낙월영이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할까 두렵지는 않았다. 낙청연은 절대 손해 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낙월영이 낙청연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게다가 낙월영이 특별히 부설을 상무원에 데려왔으니 절대 단순히 먹고 놀려는 것이 아닐 터였다. 낙월영은 반드시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혹시라도 일이 크게 번지면 낙청연의 신분이 발각될까 두려웠다.두 사람이 대문을 지나 들어섰을 때 부경리는 이미 핑계까지 다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대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마당도 텅 비어서 아주 조용했다.“여기에 왜 사람이 한 명도 없답니까?”부경리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부진환은 후원 쪽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부진환은 곧바로 후원으로 향했고 부경리는 그의 뒤를 따랐다.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 때문에 모든 출구가 가로막혔다. 큰불이 옷깃을 태웠고 찌는 듯한 열기에 델 것 같았다.낙청연은 이불을 끌어 내려 주전자 안에 담긴 물을 전부 그 위에 쏟고는 그것을 낙운희의 몸에 씌워줬다.그리고 그녀는 세게 방문을 걷어찼다.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불을 끄세요! 불을 끄세요!”물이 한 바가지 한 바가지 쏟아졌지만 낙청연은 오늘 상무원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공자나 영애들이라 소용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불을 끄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다시 한번 문을 걷어찼으나
도망쳤다고?그럴 리가!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낙월영을 부경리의 품속으로 밀치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박찼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불길이 방문까지 옮겨붙으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온몸이 시커멓고 치맛자락에 불이 붙은 사람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낙운희를 반쯤 업고 반쯤 끌면서 문을 박차고 나왔다.그러나 충격이 너무 컸는지 방문이 뜯겨나가는 순간 위쪽에 있던 대들보가 위에서 떨어졌고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순간, 억센 힘이 그녀를 붙잡았고 발이 허공에 떴다.그 순간, 큰 불길이 밖으로 터져 나왔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듯하더니 낙청연은 부드러운 몸 위로 쓰러졌다.눈을 떠보니 그녀의 아래에 부진환이 깔려 있었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방 안에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부경리는 재빨리 낙운희를 일으켰고 그녀를 옆에 뉜 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그는 곧 화가 난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누가 안에 사람이 없다고 했소?”사람들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도 안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낙월영은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했다.부설이 도망치다니!게다가 낙운희까지 살리다니!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낙청연은 부진환의 가슴팍에 기댄 채로 오래도록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녀는 몸 군데군데에 화상을 입었고 대량의 연기를 흡입한 터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그녀의 호흡 소리를 듣자 부진환은 마음이 아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낙월영이 어깨의 상처를 누르며 걸어왔고 걱정스레 물었다.“부설 낭자, 괜찮소? 왜 방 안에 있던 것이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져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녀는 낙월영의 어깨에 입은 상처를 보더니 냉소를 흘렸다.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낙월
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이자를 감싸시려는 겁니까?”낙청연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면서 굳이 물었다.그리고 그녀가 얻은 답은 부진환의 따귀였다.갑작스러운 따귀에 낙청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안아 들더니 미간을 구기며 낙월영을 보았다.“얼른 의원을 부르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났다.“왕야!”낙월영은 마음이 급했는지 다리에 힘이 빠졌고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그래도 정신을 잃었다.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를 다급히 부축했고 연신 놀란 소리를 했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 장면을 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낙월영을 구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그는 자신의 이성에 기대어 품 안에 안긴 낙청연을 보았다.그녀의 가면에는 금이 나 있었다. 만약 지금 그녀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녀의 신분이 발각될 것이었다!부진환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지만 이내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부경리는 그 모습을 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낙운희를 안아 들었다.관청의 사람들이 왔고 빠른 속도로 마당으로 향해 불을 끄고 있었다.부진환은 마차에 오른 뒤 말했다.“난 우선 부설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 넌 운희 낭자를 태부부로 보내거라.”“알겠습니다.”부경리는 대답을 마친 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품 안에 안긴 사람을 보았다.낙청연은 부설루의 방 안에 정신을 차렸고 미약한 약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간질였다.“낭자, 일어나셨군요!”진 어멈은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낭자, 얼른 약을 드세요.”낙청연은 아픈 목을 어루만지면서 쓰러지기 전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누가 날 데려온 것이오?”“섭정왕입니다!”진 어멈은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 같았다.“왕야께서 아주 초조한 얼굴로 오셔서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저희는 손도 못 대게 하더군요.”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흐려졌다.“옷을 갈아입히다니?”낙청연은 고개를 숙인 뒤 자신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음을
바로 그때, 안에서 아역(衙役) 한 명이 시체 두 구를 들고나왔다. 흰 천이 바람에 휘날리자 안에 까맣게 탄 시체가 보였다.아마도 낙청연에게 맞아서 기절한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인 듯했다.“어머나, 세상에. 내 집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냐? 내 상무원이!”다급하면서도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려한 의복을 입은 사내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엉망진창이 된 상무원을 보는 순간 그 사내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통곡하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위로했다.“휴, 류 장궤는 운이 정말 좋지 않소.”“류 장궤, 다시 새로 고쳐보시오. 원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낙청연은 주위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이 상무원의 주인인 류흥화(劉興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상무원은 그가 18명의 수재를 모셔서 설계도를 만들고 3년에 걸쳐 지은 것이었다. 그 안의 크고 작은 경치에 그는 자신의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상무원은 신분이 높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빌려줬었다. 평범한 백성들이 들어간다면 그 경치를 아낄 줄 모를까 걱정되어서 말이다.그런데 상무원은 이번에 처참히 파괴됐다. 류흥화는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낙청연은 그에게 상무원을 빌린 것이 낙월영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후원의 방에 어쩌다가 불이 붙게 됐는지 물을 생각이었다.그러나 많은 사람이 류흥화를 둘러싸고 그를 위로하고 있었기에 낙청연은 기회를 찾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류흥화가 주동적으로 상무원을 떠날 때 몰래 그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질질 짜던 류흥화는 돌아서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다.낙청연은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류 장궤.”류흥화는 살짝 당황하더니 몸을 돌렸다.“날 찾은 것이오?”낙청연이 물었다.“류 장궤는 이 불이 어쩌다 붙은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류흥화는 그 말에 손을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 얘기는 듣고 싶지 않소. 더는 내 앞에서 상무원 얘기를 꺼내지 마시오.”말을 마
그 말에 낙청연은 놀랐다.“낙월영입니까?”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낙월영뿐이었다. 낙월영이 오히려 억울하다고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하 대인이 말했다.“가면 알게 될 것이오.”낙청연과 하 대인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을 게 없었다. 그렇기에 낙청연은 관청으로 끌려갔다.관청에 도착하니 많은 행인이 둘러싸고 있었고 인기척이 아주 컸다.공무를 보는 곳에 들어서자 낙월영이 보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초췌한 얼굴로 의자 위에 앉아있었다. 얼마나 허약한지 사람들은 큰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러나 놀라운 것은 낙월영을 제외하고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낙운희였다.낙운희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하지만 그녀의 미간에 검은 기운이 있었고 마치 칼처럼 날카로웠다.하 대인은 자신의 위치에 앉아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관청에 고한 것이오?”낙청연의 시선은 줄곧 낙월영에게 멈춰있었다. 낙월영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날카로운 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저입니다! 오늘 상무원에 큰불이 붙어 저는 하마터면 상무원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부설이 살인하려 했다고 고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낙운희를 바라보았다.하 대인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증거는 있소?”낙월영은 원수를 보듯 증오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쏘아보며 화를 냈다.“오늘 전 상무원에서 부설이 남몰래 낙월영을 해치려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설은 절 발견하고는 절 기절시켰습니다. 비록 불을 지른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아마도 부설일 겁니다! 그녀는 저와 월영 낭자를 같이 죽이려 했습니다!”낙청연은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낙운희는 미친 것일까? 낙운희를 해치려 했던 사람은 낙월영이었는데 왜 낙월영을 위해 진실을 감추고 부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일까?하 대인은 곤혹스러웠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불에 갇힌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