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운희는 미간을 구기더니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쨌든 당장 사람을 놓아주세요!”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녀의 어머니마저 앓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나 서송원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둘 다 얻고 싶었다.그러나 저낙은 그녀와 서송원이 인연이 아니라고 했다.그래서 낙운희는 좋은 일을 하고 착한 일을 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고치려 했다. 어쩌면 하늘이 그녀를 동정해 서송원과 인연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낙월영은 낙운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가워졌고 어조 또한 평온해졌다.“그래. 사람을 놓아주마. 대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낙월영은 뒤에 있는 사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했다.“문제없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낙월영은 신난 얼굴로 말하면서 몸을 돌렸고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손날로 그녀를 내리쳤다. 낙운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져서 그대로 쓰러졌다.사내가 물었다.“이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당신의 계획을 모두 알았는데.”낙월영은 고개를 숙여 낙운희를 보며 안타까운 듯 얘기했다.“죽이거라. 어차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앞으로 천천히 태부부의 사람들을 사이좋게 저승으로 보낼 생각이었다.낙월영은 방을 나서면서 느긋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충분히 즐기거라. 느지막하게 사람들을 불러들일 테니.”“알겠습니다.”방문을 닫은 뒤 두 사내는 다시 침상 곁으로 가서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의논했다.“그럼 사양하지 않겠소.”사내는 그 말과 함께 침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낙청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발길질했고 그 남자는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다른 사내는 낙청연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낙청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몸을 피하더니 내친김에 공격해 그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사내는 침상에 세게 부딪혔다.낙청연은 몸이 가벼워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두 사람은 아픔을 참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셋째 형님,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낙월영처럼 여리여리한 여자가 부설 낭자께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형님 혼자 낯짝 두껍게 상무원에 오면 될 것을 왜 굳이 절 데리고 온 것입니까? 전 관리들과 왕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저와 엮이려고 하신다면 조정에서 형님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절 노리면 어찌합니까? 제 조용한 일상을 망치려고 하시는군요.”부경리와 부진환은 현재 상무원 대문 밖에 서 있었다.“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리 많냐?”부진환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낙월영이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할까 두렵지는 않았다. 낙청연은 절대 손해 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낙월영이 낙청연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게다가 낙월영이 특별히 부설을 상무원에 데려왔으니 절대 단순히 먹고 놀려는 것이 아닐 터였다. 낙월영은 반드시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혹시라도 일이 크게 번지면 낙청연의 신분이 발각될까 두려웠다.두 사람이 대문을 지나 들어섰을 때 부경리는 이미 핑계까지 다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대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마당도 텅 비어서 아주 조용했다.“여기에 왜 사람이 한 명도 없답니까?”부경리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부진환은 후원 쪽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부진환은 곧바로 후원으로 향했고 부경리는 그의 뒤를 따랐다.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 때문에 모든 출구가 가로막혔다. 큰불이 옷깃을 태웠고 찌는 듯한 열기에 델 것 같았다.낙청연은 이불을 끌어 내려 주전자 안에 담긴 물을 전부 그 위에 쏟고는 그것을 낙운희의 몸에 씌워줬다.그리고 그녀는 세게 방문을 걷어찼다.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불을 끄세요! 불을 끄세요!”물이 한 바가지 한 바가지 쏟아졌지만 낙청연은 오늘 상무원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공자나 영애들이라 소용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불을 끄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다시 한번 문을 걷어찼으나
도망쳤다고?그럴 리가!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낙월영을 부경리의 품속으로 밀치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박찼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불길이 방문까지 옮겨붙으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온몸이 시커멓고 치맛자락에 불이 붙은 사람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낙운희를 반쯤 업고 반쯤 끌면서 문을 박차고 나왔다.그러나 충격이 너무 컸는지 방문이 뜯겨나가는 순간 위쪽에 있던 대들보가 위에서 떨어졌고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순간, 억센 힘이 그녀를 붙잡았고 발이 허공에 떴다.그 순간, 큰 불길이 밖으로 터져 나왔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듯하더니 낙청연은 부드러운 몸 위로 쓰러졌다.눈을 떠보니 그녀의 아래에 부진환이 깔려 있었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방 안에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부경리는 재빨리 낙운희를 일으켰고 그녀를 옆에 뉜 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그는 곧 화가 난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누가 안에 사람이 없다고 했소?”사람들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도 안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낙월영은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했다.부설이 도망치다니!게다가 낙운희까지 살리다니!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낙청연은 부진환의 가슴팍에 기댄 채로 오래도록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녀는 몸 군데군데에 화상을 입었고 대량의 연기를 흡입한 터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그녀의 호흡 소리를 듣자 부진환은 마음이 아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낙월영이 어깨의 상처를 누르며 걸어왔고 걱정스레 물었다.“부설 낭자, 괜찮소? 왜 방 안에 있던 것이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져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녀는 낙월영의 어깨에 입은 상처를 보더니 냉소를 흘렸다.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낙월
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이자를 감싸시려는 겁니까?”낙청연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면서 굳이 물었다.그리고 그녀가 얻은 답은 부진환의 따귀였다.갑작스러운 따귀에 낙청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안아 들더니 미간을 구기며 낙월영을 보았다.“얼른 의원을 부르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났다.“왕야!”낙월영은 마음이 급했는지 다리에 힘이 빠졌고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그래도 정신을 잃었다.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를 다급히 부축했고 연신 놀란 소리를 했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 장면을 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낙월영을 구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그는 자신의 이성에 기대어 품 안에 안긴 낙청연을 보았다.그녀의 가면에는 금이 나 있었다. 만약 지금 그녀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녀의 신분이 발각될 것이었다!부진환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지만 이내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부경리는 그 모습을 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낙운희를 안아 들었다.관청의 사람들이 왔고 빠른 속도로 마당으로 향해 불을 끄고 있었다.부진환은 마차에 오른 뒤 말했다.“난 우선 부설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 넌 운희 낭자를 태부부로 보내거라.”“알겠습니다.”부경리는 대답을 마친 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품 안에 안긴 사람을 보았다.낙청연은 부설루의 방 안에 정신을 차렸고 미약한 약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간질였다.“낭자, 일어나셨군요!”진 어멈은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낭자, 얼른 약을 드세요.”낙청연은 아픈 목을 어루만지면서 쓰러지기 전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누가 날 데려온 것이오?”“섭정왕입니다!”진 어멈은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 같았다.“왕야께서 아주 초조한 얼굴로 오셔서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저희는 손도 못 대게 하더군요.”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흐려졌다.“옷을 갈아입히다니?”낙청연은 고개를 숙인 뒤 자신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음을
바로 그때, 안에서 아역(衙役) 한 명이 시체 두 구를 들고나왔다. 흰 천이 바람에 휘날리자 안에 까맣게 탄 시체가 보였다.아마도 낙청연에게 맞아서 기절한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인 듯했다.“어머나, 세상에. 내 집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냐? 내 상무원이!”다급하면서도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려한 의복을 입은 사내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엉망진창이 된 상무원을 보는 순간 그 사내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통곡하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위로했다.“휴, 류 장궤는 운이 정말 좋지 않소.”“류 장궤, 다시 새로 고쳐보시오. 원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낙청연은 주위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이 상무원의 주인인 류흥화(劉興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상무원은 그가 18명의 수재를 모셔서 설계도를 만들고 3년에 걸쳐 지은 것이었다. 그 안의 크고 작은 경치에 그는 자신의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상무원은 신분이 높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빌려줬었다. 평범한 백성들이 들어간다면 그 경치를 아낄 줄 모를까 걱정되어서 말이다.그런데 상무원은 이번에 처참히 파괴됐다. 류흥화는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낙청연은 그에게 상무원을 빌린 것이 낙월영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후원의 방에 어쩌다가 불이 붙게 됐는지 물을 생각이었다.그러나 많은 사람이 류흥화를 둘러싸고 그를 위로하고 있었기에 낙청연은 기회를 찾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류흥화가 주동적으로 상무원을 떠날 때 몰래 그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질질 짜던 류흥화는 돌아서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다.낙청연은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류 장궤.”류흥화는 살짝 당황하더니 몸을 돌렸다.“날 찾은 것이오?”낙청연이 물었다.“류 장궤는 이 불이 어쩌다 붙은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류흥화는 그 말에 손을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 얘기는 듣고 싶지 않소. 더는 내 앞에서 상무원 얘기를 꺼내지 마시오.”말을 마
그 말에 낙청연은 놀랐다.“낙월영입니까?”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낙월영뿐이었다. 낙월영이 오히려 억울하다고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하 대인이 말했다.“가면 알게 될 것이오.”낙청연과 하 대인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을 게 없었다. 그렇기에 낙청연은 관청으로 끌려갔다.관청에 도착하니 많은 행인이 둘러싸고 있었고 인기척이 아주 컸다.공무를 보는 곳에 들어서자 낙월영이 보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초췌한 얼굴로 의자 위에 앉아있었다. 얼마나 허약한지 사람들은 큰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러나 놀라운 것은 낙월영을 제외하고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낙운희였다.낙운희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하지만 그녀의 미간에 검은 기운이 있었고 마치 칼처럼 날카로웠다.하 대인은 자신의 위치에 앉아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관청에 고한 것이오?”낙청연의 시선은 줄곧 낙월영에게 멈춰있었다. 낙월영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날카로운 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저입니다! 오늘 상무원에 큰불이 붙어 저는 하마터면 상무원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부설이 살인하려 했다고 고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낙운희를 바라보았다.하 대인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증거는 있소?”낙월영은 원수를 보듯 증오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쏘아보며 화를 냈다.“오늘 전 상무원에서 부설이 남몰래 낙월영을 해치려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설은 절 발견하고는 절 기절시켰습니다. 비록 불을 지른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아마도 부설일 겁니다! 그녀는 저와 월영 낭자를 같이 죽이려 했습니다!”낙청연은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낙운희는 미친 것일까? 낙운희를 해치려 했던 사람은 낙월영이었는데 왜 낙월영을 위해 진실을 감추고 부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일까?하 대인은 곤혹스러웠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불에 갇힌 사람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 대인을 보며 말했다.“대인, 오늘 제가 겪은 일은 그와 완전히 상반됩니다.”낙청연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고 낙운희는 불같이 화를 냈다.“말도 안 되오! 월영 낭자가 당신을 해치려고 했는데 내가 그 장면을 보아서 월영 낭자가 날 죽이려 했다니! 분명 당신이었소! 작당하고 있던 건 당신이란 말이오!”낙운희는 얼마나 화가 난 건지 발을 동동 굴렀다.낙처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운희를 자세히 살폈다. 그녀의 미간에 있던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은 기운이 점점 더 세졌고 눈빛 또한 많이 혼탁해졌다.낙청연은 평온하게 얘기했다.“저한테 증거가 있습니다! 낙월영은 절 후원의 정자로 불러서 저에게 백화소를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 안에는 예사롭지 않은 약이 있었지요. 계화소 안의 약과 더해진다면 몇 시진 동안 깊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대인, 확인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수는 제가 후원에서 찾은 것입니다. 낙월영을 다치게 했다는 그 비수겠지요. 어떤 범인이 월영 낭자를 비수로 한 번 찌른 뒤 도망가겠습니까? 게다가 무기까지 아무 데나 버리고요. 이 비수가 어디에서 왔는지 대인께서 한 번 조사해 보시지요. 아마 조사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피가 묻은 비수를 본 순간 낙월영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범인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소?”하 대인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증거물을 보니 부설 낭자의 말이 그 당시 상황과 더욱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군. 만약 부설 낭자가 범인이었다면 왜 자신을 방 안에 가두었겠소? 그리고 월영 낭자가 말한 그 검은 옷을 입은 살수는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본 적 없소. 게다가 흉기를 현장에 버리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혹시나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솔직히 얘기하시오. 그렇다면 벌을 줄여줄 수 있소!”낙월영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굴을 가리고 기침하기 시작했다.낙운희는 극도로 분노
또 증인이 있다니?오늘은 증인들이 전부 제 발로 직접 찾아온단 말인가?곧이어 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대인, 저는 부설루의 왕월청(王月清)이라고 합니다.”“무슨 증언을 할 생각이오?”하 대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왕월청이 대답했다.“대인, 전 죽은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부설루의 후문에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부설 낭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그 말에 하 대인과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두 사람은 새까맣게 탔는데 어떻게 알아봤다는 말이오? 헛소리하지 마시오. 누구를 세 살짜리 애로 보는 것도 아니고.”낙청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왕월청은 확실히 부설루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낙청연은 그녀를 본 적만 있을 뿐 그녀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에야 그녀의 이름을 알았다.하지만 왕월청은 단언했다.“밖에 시체를 찾는 포고를 보았습니다. 가서 보니 아는 얼굴이었습니다. 부설루 후문에 나타났던 그 두 사람이 맞습니다!”낙운희가 코웃음을 쳤다.“진실이 밝혀졌군요. 부설 낭자가 월영 낭자를 해치려고 했다는 증언들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큰불이 붙었던 것이지요! 두 사람이나 죽었는데 목숨으로 그 죄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증거도 없이 겨우 당신들의 말로 진실이 밝혀졌다고 하셨습니까? 끝없이 쏟아지는 사람들의 증언 자체가 아주 비정상적인 일인데 말이죠. 제가 상무원에 죽지 않았으니 다들 두려운 것이겠지. 그래서 이렇게 급급히 저에게 죄를 물어 절 죽이려는 것이 아닙니까?”하 대인은 미간을 구겼다. 자꾸만 찾아오는 증인들은 확실히 의심스러웠다.“당신들이 한 말은 전부 다 조사할 것이오! 증언이 진실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때 죄를 묻겠소! 부설과 조대표를 옥으로 끌고 가거라.”그렇게 낙청연과 조대표는 옥으로 끌려갔다.그것은 낙청연이 두 번째로 옥에 갇히는 것이었다.그것도 예전에 갇혔던 곳이라 아주 익숙했다.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