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나도 많다. 내가 용서해주길 바라느냐? 그럼 매신계라도 가져와서 성의를 보여야지.”여인들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서로를 바라봤다.부설이 어떻게 그들이 매신계를 손에 넣은 걸 안 것일까?그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잇따라 품에서 매신계를 꺼내 건넸고 행우가 그것을 받았다.2층에 있던 부경리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난간에 기대어 물었다.“이 매신계는 초향각에 있어야 하지 않소?”진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전에 큰돈을 들여 저 여인들을 데려왔을 때 그들은 이미 매신계를 손에 넣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저는 낭자가 그들을 이곳에 남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낭자는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시는군요.”초향각이 망한 뒤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청루는 부설루였다. 저 여인들은 부설루에 남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 가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매신계를 보면서 여유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너희가 부설루에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예전 같은 대우는 없을 것이다. 부설루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공을 세워야 한다. 초향각에서 오래 지냈으니 초향각의 비밀도 많이 알고 있겠지. 진 어멈을 몰래 찾아가서 비밀을 말하거라. 너희가 말한 것은 나와 진 어멈만 알고 있을 것이니 너희한테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그들은 지금 돈도 매신계도 전부 바친 상태였으니 일전 한 푼 없었다.첩자 노릇을 했으니 부설루에서도 편히 지내지는 못할 것이고 돈을 받고 싶다면 비밀을 얘기해야 했다.낙청연은 금고의 모든 가산을 빼앗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진 어멈이 그들을 데려갔고 부설루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부설루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경악한 얼굴이었다. 오늘의 이 위기가 이렇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부설루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그들은 오늘 부설 낭자가 부설루의 실세라는 걸 알게 됐다.부설루의 대문이 열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잇따라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고 부진환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부경리가 그에게 다
“그럼 포기하시지요. 당신은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겁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금고는 깜짝 놀라더니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미간을 구긴 그녀가 입을 열려고 했으나 낙청연은 이미 멀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졌다.무슨 뜻일까? 부설은 무슨 뜻으로 저런 얘기를 한 걸까?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거지? 왜?낙청연은 그곳을 떠난 뒤 후원에 가서 하 대인을 만났다.하 대인은 하인을 물렸고 마당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부조가 하 대인을 의심하지 않겠지요?”낙청연이 묻자 하 대인은 고개를 저었다.“부설루에서 벌어진 일이고 또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기에 사람들 앞에서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어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고 또 7황자도 그곳에 있었기에 금고를 구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입니다. 그가 하 대인께 금고를 구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던가요?”하 대인이 대답했다.“아직은 그런 말 없었소. 다만 상세한 상황을 물었을 뿐이오.”“그래요, 알겠습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곧장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하 대인에게 물었다.“막섬옥은 언제 갇힌 겁니까? 무슨 일을 저질렀답니까?’하 대인은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말했다.“부설 낭자를 모함해서 잡힌 것이 아니오? 섭정왕의 명령에 따라 잡은 것이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섭정왕이 내린 명령이라니...“그저 확인해 본 겁니다.”관청을 떠나기 전 낙청연은 어쩐지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부진환이 그녀 대신 화풀이 해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그러니 굳이 마음에 둘 필요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낙청연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낙청연은 먼저 시장에서 선물을 고른 뒤 부씨 저택으로 향했다.그의 집 앞에서 반 시진 정도 기다리니 그제야 문이 열렸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그녀를 봤을 때 부조는 표정이 굳어서 부자연스러웠다.마치 마음의 준비를 단
낙청연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부 공자, 왜 그러십니까?”부조는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말했다.“그 도둑놈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지금 당장 가서 그리겠습니다!”“좋습니다.”낙청연은 얼른 찻잔을 내려놓고 부조와 함께 이동했다.방문을 나서는 순간 부조는 아직 마시지 않은 차를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설은 그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서방으로 가는 길에 부조는 참지 못하고 떠보듯 얘기했다.“부설 낭자, 방금 어젯밤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다고 하셨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금고가 저한테 적의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혀 경계하지 않고 연회에 참석했겠습니까? 그녀가 저와 거래하려 한다는 말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가짜 인장으로 바꿔치기해서 그녀가 도둑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그 약은 정말 약효가 너무 강하더군요. 차마 막을 수 없어 부 공자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부 공자께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고 또 상처까지 입으셨으니 정말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사실 어젯밤 그녀는 미리 해독약을 준비했다. 비록 표적화된 약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약을 해독할 수 있었다.연속 약을 몇 알 섭취한다면 거의 다 해독할 수 있었다.어젯밤 그녀는 침상에 누운 뒤 눈을 단 한 번도 감지 않았고 부조가 한 짓을 전부 다 보았다.그 말에 부조는 깜짝 놀랐다.부설은 하 대인의 말대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들을 전부 손아귀에 쥐고 놀았으니 말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어젯밤 일로 부설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부설이 먼저 그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가 무고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생긴 것이다.“그랬군요. 부설 낭자는 참으로 지혜로우십니다! 섭정왕과 7황자가 부설 낭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낙청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도 새로운 느낌 때문이겠지요.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난다면 다른 이들
하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난 낭자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뿐이오. 이 조정의 세력은 아주 복잡하오. 부조는 병부상서의 아들이고 그의 뒤에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분명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오. 부설 낭자는 세력이 크지 않으니 꼭 조심해야 하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하 대인이 이렇게 그녀를 걱정할 줄은 몰랐다.“감사합니다, 하 대인.”-부설루로 돌아온 날 오후, 부조가 다시금 부설루를 찾았고 대놓고 엄청난 선물 공세를 해서 부설루의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때마침 부설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부경리는 부조가 사람을 시켜서 무거운 상자 여러 개를 안으로 옮기는 걸 보았다.부조는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면서 큰 목청으로 외쳤다.“부설 낭자의 아름다운 외모는 경국지색이고 춤추는 자태 또한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워 저 또한 낭자를 경모할 수밖에 없더군요. 부설 낭자께서 저희 저택에 와서 춤을 춰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부경리는 미간을 구겼다.“경국지색의 외모라? 부 공자가 부설 낭자의 얼굴을 보았다는 말인가?”부경리는 의심이 들면서도 불만스러웠다.그와 부설의 사이가 부조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부경리도 아직 부설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바로 그때, 방문을 나선 낙청연이 2층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부조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7황자가 듣게 했음을 알고 있었다.아마도 그녀를 떠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마음속에 부경리와 그 중에 누가 더 높은지, 그녀가 부경리의 체면을 위해서 설명하지 않을까 시험하는 것이었다.그렇다면 그의 뜻대로 해줄 필요가 있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대꾸했다.“좋습니다. 초향각의 일을 마친다면 저택에 방문하겠습니다.”부조는 그 말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부설 낭자, 선물을 확인하시겠습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떤 선물이든 모두 부 공자의 마음이 깃든 것이니 말입니다.”그
낙청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그녀는 조용히 따라갔다.낙월영은 저택을 나간 뒤 작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고 이리저리 골목을 누볐다.깊은 밤, 골목길 안의 발걸음 소리는 아주 작았고 낙청연은 낙월영이 발견하지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뒤따랐다.이런 야심한 시각에 골목길을 거닐 정도로 낙월영이 담력이 큰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낙청연은 어쩌면 처음으로 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이 길이 너무 익숙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결국 낙월영은 한 집안의 후문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고 곧 문이 열리면서 낙월영이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의 서 있는 각도에서는 문을 여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벽을 타고 넘었다.벽 구석 쪽에는 화분대가 가득했기에 낙청연은 화분대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몰래 엿보았다. 낙월영은 한 사내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 상대의 품에 안기면서 훌쩍거리며 말했다.“진짜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둔 듯합니다. 이젠 저를 경계하기까지 하는데 어떡해야 합니까?”엄평소는 낙월영이 훌쩍거리는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성질을 참고 그녀를 위로했다.“조급해하지 말거라. 오늘 섭정왕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뭔가 전해 들은 얘기는 없느냐? 섭정왕은 아직도 그 일을 조사하고 있더냐?”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게 서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엿들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엄평소는 그녀를 위로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물러서서는 안 되지. 그가 뭔가 조사해낸다면 당장 나에게 알리거라.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부진환은 너를 아주 좋아하지 않느냐? 낙청연을 협박해서 네 아버지를 구하게 할 정도이니 그는 널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게 분명하다.”그 말에 낙월영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낙청연이요? 섭정왕은 저한테 낙청연을 찾아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할
떠나는 길에 낙청연은 줄곧 그 일을 생각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더 열받았다.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으니 부진환이 진실을 알게 하고 싶었고 그가 얼마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하고 싶었다!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걸음을 재촉해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등 어멈에게 물으니 부진환은 서방에 있다고 했고 낙청연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등불이 환한 왕부 안, 서방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다.낙청연은 습관적으로 소리를 죽인 채로 걸음을 옮겼고 그녀가 서방 앞에 설 때까지 방 안의 사람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왕야,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구제금을 빼앗은 건 산적 우두머리인데 손등에 매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천매문(天鷹門)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행적을 찾아보니 지금 수도에 있는 듯했습니다.”소서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수도가 이렇게 큰데 그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부진화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천매문의 살수들은 각자 주인이 있다. 주인의 임무를 완수한다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지. 그리고 그 임무는 어쩌면 평생에 걸쳐 완수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받는 보수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 천매문의 살수를 사들였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그를 숨겨두지는 않겠지. 그 살수는 꼭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니 항상 주시하고 있도록.”소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문밖에서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손등에 매가 그려져 있다고?천매문의 살수라고?그녀는 문독 오늘 부씨 저택의 서방에서 보았던 그 손을 떠올렸다.설마 그자가 천매문의 살수인 것인가? 그가 부씨 저택의 서방에 나타나다니, 무슨 중요한 물건을 훔치려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부씨 가문에서 모신 살수일까?어쩐지 최근 소서가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구제금을 잃어버린 사건을 조사하러 간 것이었다.비록 류씨 저택에서 구제금을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그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고 부진환은 계속해 조사하고
낙청연은 힘껏 그의 발을 밟은 뒤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려 했다.“왕야, 어디 아프십니까?”부진환은 더욱 화가 났고 곧장 손을 들어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그는 속으로 낙청연이 언제 실력이 이렇게 좋아졌는지 생각했다. 힘은 조금 부족했으나 반응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낙청연은 언제 무공을 배운 것일까?그녀는 대체 그에게 또 무엇을 얼마나 숨기고 있는 것일까?그렇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다가 낙청연은 결국 부진환에게 손을 결박당했다.그는 호통을 치며 말했다.“그가 돈을 얼마나 준 것이냐? 내가 그 열 배를 줄 테니 앞으로 부설루에 가지 말거라!”부설루에서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과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남자들을 생각하면 역겹고 또 화가 났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죄송하지만 저는 왕야와 거래할 생각이 없습니다.”거래?낙청연은 역시나 그것을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버럭 화를 냈다.“스스로 타락하길 원하다니, 정말 답이 없구나!”그의 붉어진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부진환을 밀쳤고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낙청연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부진환을 차갑게 노려보았다.그녀는 원래 부진환을 데리고 낙월영이 다른 남자와 하는 짓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부진환에게 손등에 매가 그려진 사내를 보았다고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왕야께서는 제게 약조하신 것을 잊은 듯하시군요.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시려는 겁니까?”그녀는 차갑게 말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서방에서 나왔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단호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어쩐지 무거운 돌덩이가 심장을 꽉 누르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마당에서 나온 뒤 멀지 않은 곳, 나무 아래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부운주였다.그녀가 시선을 던져오자 부운주는 피하지 않고 그저 기침을 두어 번 했다.낙청연은 걸음을 옮겨 그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날 밤 부진환도 부운주를 보았지만 놀란 기색이 없었다.그는 부운주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맙습니다.”낙청연이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고맙긴요.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전 부설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고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부운주는 고 신의에게도 얘기하지 않았고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낙청연의 선의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감사합니다.”부운주가 막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미소가 굳었다.낙청연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부진환을 보았다. 그의 차가운 기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늦은 시간이니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낙청연은 부운주를 보며 말했고 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리고 낙청연과 부운주는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처소로 돌아가면서 부진환의 곁을 스쳐 지나갔으나 걸음을 멈추지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마치 그가 없다는 듯이 그대로 그를 지나쳐갔다.부진환은 그 순간 마음이 덜컥거렸고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날, 하 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낙청연은 급히 관청으로 향했고 옥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살수를 보았다.그는 고문당하고 있었다.하 대인이 소개했다.“입을 열지 않소. 한 시진 넘게 형을 가했는데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군.”“어디서 붙잡았습니까?”낙청연이 묻자 하 대인이 대답했다.“취향거였소. 상상도 못 했소. 이자는 취향거의 장궤 진풍(秦豐)이오.”그의 말에 낙처연은 살짝 놀랐다. 취향거?그날 금고가 그녀를 만나려 한 장소였고 그녀를 죽이려던 장소였다.“하 대인, 사람을 시켜 부설루에 말을 전해주십시오. 거기서 두 사람을 보내 이 살수가 부설루의 땅문서를 도둑질해간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하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비록 그들은 부설루의 땅문서를 훔친 것이 부조라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그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