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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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행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물론 그뿐만은 아니죠. 그녀는 여도가 제멋대로 날뛰어도 눈감아줬습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행우는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그래서 그렇게 단호히 날 따라 떠난 것이구나.”낙청연은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는 림춘루로 갈 것이다. 그곳에 가면 많은 금고들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두렵지 않으냐?”행우는 고개를 저었다.“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초향각 사이에는 계약이 없습니다.”그에 낙청연은 림춘루가 초향각에 보낸 염탐꾼이 행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낙청연은 행우와 함께 림춘루로 향했다.떠들썩한 거리에는 손님들이 많았고 림춘루는 텅 비어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초향각의 열기와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컸다.“그러면 나와 함께 진 어멈(陳媽媽)을 만나러 가자꾸나.”행우는 열정적으로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익숙해 보였다.방문 앞에 서니 원망에 찬 울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전부 가거라. 전부 가라니까. 어차피 장사도 안 되는데 너희들이 떠나는 것도 당연하지. 림춘루가 완전히 망하기 전에 일할 곳을 따로 찾는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망하고 나서 찾는다면 너무 늦지.”방 안에서 진 어멈이 초췌한 얼굴로 울고 있었고 여인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진 어멈, 우리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달 내내 돈을 벌지 못했으니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방 안은 울음소리와 서글픔으로 가득 차 있었고 듣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행우는 낙청연을 데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낙청연은 덤덤하지만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당신들 전부 떠나지 않아도 되오.”그 말에 방 안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렸다.“행우야, 이분은 네가 모셔온 분이시냐?”진 어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행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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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그 말에 진 어멈은 얼이 빠졌다.곧이어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오천 냥으로 저희 림춘루를 사겠다고요? 우리 림춘루가 장사가 안되는 건 맞지만 이곳은 제가 십 년 넘게 경영한 곳입니다! 제가 고작 오천 냥에 이곳을 팔 것 같습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행우야, 얼른 이분을 모시고 돌아가거라!”진 어멈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낙청연이 그녀를 설득했다.“청루를 사서 사람들을 전부 내쫓을 생각은 없소. 당신들은 여전히 여기 남아 장사를 해도 되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의 장사가 예전처럼 잘 되게 도와줄 수 있지.”그 말에 진 어멈은 당황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당신이 말입니까? 당신이 무슨 수로 저희 림춘루를 예전처럼 장사가 번창하게 만든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행우가 진 어멈을 만류하며 말했다.“이분은 부설 낭자입니다!”그 말에 진 어멈은 매우 놀랐다.“부설? 초향각에서 춤을 추는 그 부설 말이냐?”낙청연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진 어멈은 순간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낙청연의 주위를 맴돌며 아래위로 훑어봤다.“이분이 부설 낭자란 말이냐? 정말 저희 림춘루로 오실 생각입니까?”낙청연은 느긋하게 앉으며 말했다.“난 오천 냥으로 이 림춘루를 사고 싶소.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은 이곳에 남아도 되오. 하지만 앞으로 림춘루의 주인은 내가 될 것이오. 작은 일들 당신들이 알아서 해도 되지만 큰일에 있어서는 결정권이 나한테 있소. 그리고 림춘루의 이름은 앞으로 부설루(拂雪樓)로 바꿀 것이오. 이 또한 손님들을 끌어들일 방법의 하나이지. 동의한다면 내일 아침 바로 계약을 맺지. 동의하지 않는다고 상관없소. 청루라면 어느 곳에 가든 살 수 있으니 말이오.”그녀는 단지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춤을 추고 싶은 것뿐이었고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그녀가 주인이 되어야 성가신 일이 없었기에 반드시 돈을 써서 사야 했다.그리고 림춘루는 그 조건에 마침 부합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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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낙청연은 아예 마당에서 나온 것처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러자 뒤에서 다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네가 거북이처럼 평생 처소에 숨어서 지낼 줄 알았는데.”낙청연은 고개를 돌렸고 부진환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수려한 얼굴 위로 서글픈 감정이 어려있었다. 아주 보기 드물게 진실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겨울을 나더니 살이 빠졌더구나. 요즘 몸은 어떠냐? 필요하다면 송 낭자를 모셔서 오마.”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 놀랐다.살이 빠진 걸 알아보다니, 놀라움도 잠시 낙청연을 찾아온 건 서늘한 한기였다.“왕야께서 송 낭자를 모시려는 건 낙해평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겠지요. 굳이 저를 걱정하는 척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냉담한 어조는 너무도 차가웠고 그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순간 욱했다.“낙청연, 낙해평은 네 친아버지다. 그런데 그가 죽길 바라느냐? 너에게 승상인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네가 왕부에 대신 시집왔을 때 넌 죽었을 것이다!”부진환은 화가 났다.그는 저번에 낙청연을 때린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살이 빠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됐다.하지만 낙청연은 그가 다른 목적이 있어 그녀를 이용하려는 줄로 알고 있었고 송천초를 이용해 낙해평을 구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면 왕야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낙해평의 체면을 고려해 절 살려두셨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왕야께서는 제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낙청연은 그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 떠났다.부진환은 떨리는 동공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그림자까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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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여인은 화를 내며 낙청연을 손가락질했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어쩐지 사람들이 전부 기생오라비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인제 보니 짝을 빼앗는 걸 좋아하는 것이었군. 여인을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내마저도 유혹하려 들다니!”낙청연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날 말하는 건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낭자, 말씀이 지나치시군요.”낙청연은 불쾌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냈고 뚱뚱한 여인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지나치다고? 난 당신을 때리기까지 할 생각인데!”말을 마친 여인이 주먹을 들자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피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여인을 때리지 않습니다. 자중하시지요.”“당신!”뚱뚱한 여인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고함을 질렀다.“저자를 붙잡거라!”곧이어 수십 명의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낙청연을 때리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사나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멈추거라!”그리고 곧 익숙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부경리.부경리는 부채를 흔들거리며 불쾌한 얼굴로 뚱뚱한 여인을 노려보았다.“뭐 하는 짓이냐?”막섬옥(莫纖玉)은 부경리가 오자 조금 전 우악스럽던 성질을 거두어들였고 입을 비죽이며 교태를 보였다. 그녀는 화를 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부군, 저번에 이 빌어먹을 신산이 대체 뭐라고 얘기했길래 저와의 약혼을 파기한 것입니까? 저자는 사내입니다. 저자가 뭐 좋을 게 있다고 저자의 말을 듣는 것입니까? 당신의 부인은 바로 저입니다!”낙청연은 여인이 얼굴을 바꾼 듯 굴자 속이 울렁거려 시선을 피했다.낙청연은 그제야 그녀를 본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처음 부경리와 만났을 때 그는 이 여인에게 쫓기다가 그녀의 점포로 숨어든 적이 있었다.저 여인이 7왕비란 말인가?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7황자가 혼인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부경리는 부채로 얼굴을 가리더니 토하는 시늉을 하며 혐오스럽다는 듯 얘기했다.“부군은 무슨, 난 너와 혼인을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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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부경리는 손을 뻗어 안으로 들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낙청연은 그와 함께 주루에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갔다.“7황자, 조금 전 같은 행동이 어쩌면…”그 말에 부경리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내 신분을 알고 있어나 보군. 안 그래도 자기소개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오. 조금 전 검으로 막섬옥을 겨눈 것 말이오? 자주 있는 일이라 익숙하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막 낭자는 참 겁도 없군요. 감히 황자께 그렇게 치근거리다니.”부경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 외조부께서 술김에 저 집안과 혼약을 맺은 적이 있소. 사실 내 외조부께서도 인정하지 않는 일이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조부께서 돌아가신 뒤 저자들은 그것을 이유로 치근거리기 시작했지. 혼약서도 없고 증인도 없는데 내가 왜 그녀와 혼인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오? 폐하를 찾아간 적도 있지만 폐하께서도 방법이 없다고 하셨소. 다른 사람과 혼인하라고 명령을 내리거나 막섬옥이 완전히 포기하게 만들라고 얘기하셨지. 그때부터 시작해 끝도 없이 나한테 들러붙었소.”부경리는 말하면서 술을 마셨다.“저자는 원래 저런 자이오. 내가 다른 사람과 조금만 접촉한다면 그 사람을 물고 늘어지지. 남녀 상관없이 말이오. 그러니 저 신산도 이해해주시오. 며칠 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보인다면 막섬옥도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부경리는 말을 이어갔다.“아, 참. 난 오늘 밤 회풍주루에서 주연(酒宴)을 베풀 생각이오. 귀한 물건 몇 개를 경매할 생각인데 저 공자도 흥미가 있다면 밤에 오시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주연을 베푼다고요? 사람이 많습니까?”부경리는 웃으며 대꾸했다.“당연하지! 내 체면이 있는데 오는 사람이 적겠소? 수도의 명망 있는 상인들을 제외하고 잘나가는 집안의 공자들도 올 것이오. 오늘 내놓을 물건들은 우리 장씨 집안의 물건인데 갖고 싶어 하는 자들이 적지 않소. 나는 돈을 받는 대신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물건과 교환할 것이오! 저 공자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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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부운주였다.그가 온 것이다!그녀와 이곳에서 약속을 잡은 것은 그였다.낙청연은 저낙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그와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리 하나를 찾아 앉았고 심부름꾼이 차와 요리를 내왔다.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고 부경리의 말대로 그곳에 온 사람들은 명문자제들이나 수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신분이 높고 집안이 부유한 사람들이었다.그들 중에 자리를 잡은 낙청연은 누가 봐도 그곳에 어울리지 않았다.그러나 사람들은 오늘 밤 부경리가 어떤 보물을 경매에 내놓을지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곧 부경리가 사람을 데리고 왔다.상자 여러 개가 주루 안으로 들어왔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곳으로 쏠렸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경매는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으니 다들 제 규칙을 알고 있겠지요. 가격을 높게 부르는 사람이 아닌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진 사람과 거래할 것입니다. 물론 돈을 내셔도 됩니다. 제가 원한다면 물건의 가치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교환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곧 경매가 시작됐다.경매를 책임진 경매사는 첫 번째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것은 투조한 금사 꽃병이었는데 모양이 독특하고 위에 여러 가지 보석으로 장식되어 한눈에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했다.물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졌다.“7황자께서 내놓으신 물건은 역시 예사롭지 않군요.”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온 보물들을 꺼냈다. 저마다 가치도 달랐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또한 달랐다.부경리는 그중 흥미로운 물건을 골라 자신의 것과 교환했다.그것은 부경리만의 독특한 경매 방식이었다.그가 교환한 물건이 화병 가치의 10분의 2도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낙청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나 부잣집 공자답게 그는 돈을 물 쓰듯 썼다.낙청연은 줄곧 가격을 부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들의 경매를 지켜보았다. 물론 2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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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그 옥패는 태상황께서 하사한 물건이었으니 얼마나 진귀한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5황자는 이렇게 중요한 물건으로 저 그림을 맞바꾸려 하고 있었다.부경리 또한 난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 그림을 쳐다보더니 주저하며 말했다.“하지만 이 그림은…”그의 집안에서 소장한 물건을 아닌 듯했다. 화폭이 너무 새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이렇게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그림으로 다섯째 형의 중요한 물건을 맞바꾸다니, 그는 자신이 이득을 보는 게 마뜩잖았다.낙청연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이 그림, 저도 갖고 싶습니다! 오늘엔 귀한 물건을 가져오지 못했지만 조건 하나를 내걸어 7황자와 교환하고 싶습니다!”이 그림을 부운주가 가져가게 놔둘 수는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고 그들 모두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봤다.부운주는 누군가의 꾀에 넘어간 게 확실했다!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이 배후의 사람은 아마 그녀와 5황자가 사통했다고 모함하려는 듯했다.사람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갑자기 나타난 신산을 바라봤다.부경리 또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자네도 가지고 싶소?”부운주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일곱째야, 잘 생각해 보거라!”부운주는 그것을 얻으려 노력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부군께서 이곳에서 물건을 경매한다는 소리를 듣고 저도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부군, 다른 자들에게 넘겨주면 손해입니다. 그러니 저와 교환하시지요.”막섬옥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부경리의 안색이 달라졌다.그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는 혐오와 역겨움이 가득했다. 부경리는 진심으로 그녀를 싫어하고 있었다.그들이 그림을 서로 얻으려 하자 부경리가 급히 입을 열었다.“이 그림은 다섯째 형님께 드리겠습니다. 저에게서 물건을 가지려 한 적이 처음인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옥패는 부황께서 선물로 하사한 것이니 지니고 있으세요. 경매를 계속하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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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아래층에서 부경리는 막섬옥을 쫓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저낙이 여기에 있으니 자신도 여기에 남을 것이라 했다.그렇게 경매는 평소보다 일찍 끝나게 됐고 낙청연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루를 떠났다.그녀는 떠나기 전 내친김에 림춘루에도 가봤다. 림춘루의 간판은 부설루로 바뀌어 있었고 하루 만에 소문이 퍼져 많은 손님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아직 급하지 않았다. 이 소식이 멀리 퍼져 더욱 많은 사람이 부설루를 알아야 했다.그렇게 야심한 시각, 낙청연은 몰래 섭정왕부로 돌아왔고 부운주는 주루에서 밤새 기다렸다.아무리 기다려도 낙청연이 오지 않자 그는 그제야 주루를 떠났다.—다음 날 아침.5황자가 어마어마한 값을 치러 5황자와 섭정왕비가 사통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사 갔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다.여러 가지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주루, 다관 등 북적북적한 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5황자와 낙청연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예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어젯밤 7황자의 경매 주연에 참석했던 사람은 하나같이 신분이 고귀했다. 밖에서 나도는 소문에 그들의 증언까지 있었으니 5황자와 낙청연이 사통했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게 됐다.그렇게 하루 동안 소문이 퍼졌고 낙청연 또한 점포에서 행인들의 의논 소리를 들었다.“어떤 자가 벌인 일입니까?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려서 사람을 모함하려 하다니!”송천초도 화가 났다. 낙청연은 미간을 팍 구겼다.“이렇게 날 모함할 수 있는 사람이 낙월영 빼고 누가 있겠느냐?”낙청연의 원수는 몇 명 되지 않았다.그녀가 저번에 섭정왕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은 낙월영의 명성에 큰 영향을 줬고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복수하려는 듯했다.낙청연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지만 부운주가 함정에 빠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아, 참. 낙해평이 곧 죽을 것 같답니다. 어제 승상부에 태의가 열 명 넘게 갔는데 다들 치료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송천초는 진소한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들었다.“벌써?”낙청연은 낙해평의 병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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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감히 이런 그림을 몰래 소장하다니? 부운주, 너는 황자다. 네 마음속에는 여인밖에 없는 것이냐?”부진환은 불같이 화를 냈다. 화폭을 든 그의 손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그림이 찢어질 정도였다.부운주는 눈시울이 붉어져 황급히 말했다.“형님, 그림을 돌려주세요!”“부운주,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부진환이 호되게 그를 꾸짖었고 부운주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렸다. 창백한 얼굴은 죽은 사람의 것과 다름없었고 그의 마른 몸은 그렇게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부탁입니다. 그림을 돌려주세요.”그러나 그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과 다름없었다. 부진환은 그 순간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고 그의 이성도 분노에 삼켜졌다.“부탁? 하!”그는 화폭을 들어 그것을 찢었다.“안 됩니다! 형님! 안 됩니다!”부운주는 조바심이 나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고 그림이 찢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붉어진 그의 눈시울에서 눈물이 언뜻 보였다.마치 소중히 아끼던 물건을 잃은 듯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부운주는 갑자기 피를 토했고 그의 선혈은 부진환의 옷자락과 찢긴 화폭에 뿜어졌다.그 모습에 낙청연은 가슴이 쥐어뜯기 듯 아파 곧바로 그곳으로 향해 몸을 숙여 부운주의 맥을 짚었다.부운주는 허약한 모습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드디어 왔군요…”그는 그녀를 밤새 기다렸지만 낙청연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긴 채로 그의 맥을 짚으며 말했다.“일단 말씀하지 마세요. 방으로 돌아가 쉬시지요.”부운주의 말과 낙청연의 행동에 부진환은 눈꼴이 셨다.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듯이 서로를 관심하고 돌보는 꼴을 보니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주먹을 힘껏 쥐었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여봐라! 5황자를 지뢰(地牢)에 가두거라!”부진환의 명령이 떨어지자 하인들이 부운주를 잡았고 낙청연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보았다.부진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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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제가 주었다니요?”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부운주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아닙니까? 그대가 선물이라며 저더러 그 그림을 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어젯밤에 만나자고 약속했지요. 밤새 기다렸는데 그대는 오지 않았었죠.”낙청연은 그 말에 다급히 반응했다.“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군요! 5황자, 제가 왜 그런 그림을 선물로 드리겠습니까? 아니, 제가 그런 그림을 그릴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저희 두 사람이 사통했다는 게 사실이 되니 말입니다.”그 말에 부운주는 깜짝 놀랐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닫고는 미간을 구기며 미안해했다.“전 그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미처 숨기기도 전에 형님께서 오셨지요. 미안합니다. 제가 폐를 끼쳤군요. 전 참으로 쓸모없는 놈입니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니 말입니다.”부운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어 허약하고 무력해 보여 측은지심이 들게 했다.낙청연은 더는 그를 탓하지 못했고 대신 신신당부했다.“다음에는 주의하세요. 저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조금 뒤 왕야께 약한 모습을 보이며 잘 설명하면 놓아줄 것입니다.”부진환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태라 낙청연이 그를 설득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화를 낼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부운주가 직접 나서야 했다.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러나 그가 부진환을 찾기도 전에 부진환은 두 사람이 옥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소식에 불같이 화를 냈다.다음 순간, 호위가 옥문을 열어 부운주를 끌어갔다.낙청연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부진환이 부운주를 놓아주려 한다고 생각했으나 호위들은 부운주를 지뢰에서 끌어내 수뢰(水牢)에 가뒀다.사방에서 물이 흘러들면서 얼음장 같은 물이 부운주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덮쳐든 추위에 부운주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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