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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낙청연은 아예 마당에서 나온 것처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다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네가 거북이처럼 평생 처소에 숨어서 지낼 줄 알았는데.”

낙청연은 고개를 돌렸고 부진환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수려한 얼굴 위로 서글픈 감정이 어려있었다. 아주 보기 드물게 진실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낙청연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겨울을 나더니 살이 빠졌더구나. 요즘 몸은 어떠냐? 필요하다면 송 낭자를 모셔서 오마.”

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 놀랐다.

살이 빠진 걸 알아보다니, 놀라움도 잠시 낙청연을 찾아온 건 서늘한 한기였다.

“왕야께서 송 낭자를 모시려는 건 낙해평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겠지요. 굳이 저를 걱정하는 척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냉담한 어조는 너무도 차가웠고 그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순간 욱했다.

“낙청연, 낙해평은 네 친아버지다. 그런데 그가 죽길 바라느냐? 너에게 승상인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네가 왕부에 대신 시집왔을 때 넌 죽었을 것이다!”

부진환은 화가 났다.

그는 저번에 낙청연을 때린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살이 빠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됐다.

하지만 낙청연은 그가 다른 목적이 있어 그녀를 이용하려는 줄로 알고 있었고 송천초를 이용해 낙해평을 구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왕야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낙해평의 체면을 고려해 절 살려두셨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왕야께서는 제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낙청연은 그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 떠났다.

부진환은 떨리는 동공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그림자까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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