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부경리는 막섬옥을 쫓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저낙이 여기에 있으니 자신도 여기에 남을 것이라 했다.그렇게 경매는 평소보다 일찍 끝나게 됐고 낙청연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루를 떠났다.그녀는 떠나기 전 내친김에 림춘루에도 가봤다. 림춘루의 간판은 부설루로 바뀌어 있었고 하루 만에 소문이 퍼져 많은 손님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아직 급하지 않았다. 이 소식이 멀리 퍼져 더욱 많은 사람이 부설루를 알아야 했다.그렇게 야심한 시각, 낙청연은 몰래 섭정왕부로 돌아왔고 부운주는 주루에서 밤새 기다렸다.아무리 기다려도 낙청연이 오지 않자 그는 그제야 주루를 떠났다.—다음 날 아침.5황자가 어마어마한 값을 치러 5황자와 섭정왕비가 사통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사 갔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다.여러 가지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주루, 다관 등 북적북적한 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5황자와 낙청연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예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어젯밤 7황자의 경매 주연에 참석했던 사람은 하나같이 신분이 고귀했다. 밖에서 나도는 소문에 그들의 증언까지 있었으니 5황자와 낙청연이 사통했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게 됐다.그렇게 하루 동안 소문이 퍼졌고 낙청연 또한 점포에서 행인들의 의논 소리를 들었다.“어떤 자가 벌인 일입니까?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려서 사람을 모함하려 하다니!”송천초도 화가 났다. 낙청연은 미간을 팍 구겼다.“이렇게 날 모함할 수 있는 사람이 낙월영 빼고 누가 있겠느냐?”낙청연의 원수는 몇 명 되지 않았다.그녀가 저번에 섭정왕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은 낙월영의 명성에 큰 영향을 줬고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복수하려는 듯했다.낙청연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지만 부운주가 함정에 빠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아, 참. 낙해평이 곧 죽을 것 같답니다. 어제 승상부에 태의가 열 명 넘게 갔는데 다들 치료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송천초는 진소한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들었다.“벌써?”낙청연은 낙해평의 병을 알고
“감히 이런 그림을 몰래 소장하다니? 부운주, 너는 황자다. 네 마음속에는 여인밖에 없는 것이냐?”부진환은 불같이 화를 냈다. 화폭을 든 그의 손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그림이 찢어질 정도였다.부운주는 눈시울이 붉어져 황급히 말했다.“형님, 그림을 돌려주세요!”“부운주,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부진환이 호되게 그를 꾸짖었고 부운주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렸다. 창백한 얼굴은 죽은 사람의 것과 다름없었고 그의 마른 몸은 그렇게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부탁입니다. 그림을 돌려주세요.”그러나 그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과 다름없었다. 부진환은 그 순간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고 그의 이성도 분노에 삼켜졌다.“부탁? 하!”그는 화폭을 들어 그것을 찢었다.“안 됩니다! 형님! 안 됩니다!”부운주는 조바심이 나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고 그림이 찢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붉어진 그의 눈시울에서 눈물이 언뜻 보였다.마치 소중히 아끼던 물건을 잃은 듯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부운주는 갑자기 피를 토했고 그의 선혈은 부진환의 옷자락과 찢긴 화폭에 뿜어졌다.그 모습에 낙청연은 가슴이 쥐어뜯기 듯 아파 곧바로 그곳으로 향해 몸을 숙여 부운주의 맥을 짚었다.부운주는 허약한 모습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드디어 왔군요…”그는 그녀를 밤새 기다렸지만 낙청연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긴 채로 그의 맥을 짚으며 말했다.“일단 말씀하지 마세요. 방으로 돌아가 쉬시지요.”부운주의 말과 낙청연의 행동에 부진환은 눈꼴이 셨다.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듯이 서로를 관심하고 돌보는 꼴을 보니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주먹을 힘껏 쥐었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여봐라! 5황자를 지뢰(地牢)에 가두거라!”부진환의 명령이 떨어지자 하인들이 부운주를 잡았고 낙청연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보았다.부진환의
“제가 주었다니요?”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부운주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아닙니까? 그대가 선물이라며 저더러 그 그림을 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어젯밤에 만나자고 약속했지요. 밤새 기다렸는데 그대는 오지 않았었죠.”낙청연은 그 말에 다급히 반응했다.“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군요! 5황자, 제가 왜 그런 그림을 선물로 드리겠습니까? 아니, 제가 그런 그림을 그릴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저희 두 사람이 사통했다는 게 사실이 되니 말입니다.”그 말에 부운주는 깜짝 놀랐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닫고는 미간을 구기며 미안해했다.“전 그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미처 숨기기도 전에 형님께서 오셨지요. 미안합니다. 제가 폐를 끼쳤군요. 전 참으로 쓸모없는 놈입니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니 말입니다.”부운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어 허약하고 무력해 보여 측은지심이 들게 했다.낙청연은 더는 그를 탓하지 못했고 대신 신신당부했다.“다음에는 주의하세요. 저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조금 뒤 왕야께 약한 모습을 보이며 잘 설명하면 놓아줄 것입니다.”부진환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태라 낙청연이 그를 설득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화를 낼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부운주가 직접 나서야 했다.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러나 그가 부진환을 찾기도 전에 부진환은 두 사람이 옥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소식에 불같이 화를 냈다.다음 순간, 호위가 옥문을 열어 부운주를 끌어갔다.낙청연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부진환이 부운주를 놓아주려 한다고 생각했으나 호위들은 부운주를 지뢰에서 끌어내 수뢰(水牢)에 가뒀다.사방에서 물이 흘러들면서 얼음장 같은 물이 부운주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덮쳐든 추위에 부운주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낙청연은 주먹을 꽉 쥔 채로 화를 가득 담아 말했다.“왕야, 굳이 물어야겠습니까? 당연히 왕야께서 그토록 아끼는 그분이시겠죠! 걔를 제외하고 누가 있겠습니까?”부진환은 그 말에 울컥 화가 났다.“증거도 없으면서 헛소리하지 말거라!”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증거가 있다고 해도 왕야께서는 믿지 않으시겠지요. 증거를 찾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자를 찾는 것은 왕야께 쉬운 일이 아닙니까?”부진환은 낙월영은 본능적으로 감싸려 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도 그녀를 처벌할 일은 없을 터였고 낙청연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부진환은 낯이 새파랗게 질렸다. 분명 그녀와 부운주가 애매모호하게 지내서 벌어진 일인데 말이 이렇게 많다니.게다가 이 사실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오늘 아침 몇몇 대신들이 그에게 집안일을 잘 처리한 뒤 조정의 업무에 관여하라며 황실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한 소리 듣기까지 했다.그들은 이참에 연합해 그가 정사를 돌보지 못하게 할 생각인 듯했고 그 목적은 부진환이 구휼금이 사라진 일을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황제는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집안일을 처리하고 난 뒤 다시 복귀하라고 했다.그래서 그는 부운주에게 약간의 벌을 줘서 혼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낙청연은 그에게 부운주를 놓아주라고 압박하고 부운주를 감싸고 돌고 있으니 부진환은 화가 더 날 수밖에 없었다.그는 주먹을 힘껏 움켜쥐며 자신의 화를 다스리려 했다. 그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을 바라보며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낙청연! 내가 부운주를 놓아주길 바란다면 조건이 하나 있다! 낙해평을 치료하거라!”그 말에 낙청연은 온몸이 경직됐다. 곧이어 그녀는 깨달은 듯한 얼굴로 냉소를 흘렸다.“하, 이렇게 애쓰신 건 전부 그 때문이었군요!”부진환은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부운주를 수뢰에 가둔 것도 모두 그녀를 위협해 낙해평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부진환은 화를 억누르며 몸을 돌렸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렇게 많은 태의도 고칠 수 없다고 했으니
부진환의 발걸음이 멈췄다.“그를 구할 것을 약조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저만이 그를 구할 수 있습니다!”그것은 그녀의 조건이었다.지금 수도 전체가 승상이 심하게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태의도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그녀는 낙해평을 살릴 수 있었다. 낙해평은 아직 명줄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죽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그녀는 낙해평이 쉽게 낫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평생 앓으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게 할 생각이었다!그리고 그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그 말에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낙청연은 부운주를 위해서 낙해평을 구하라는 조건까지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녀가 부운주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누가 믿을 수 있을까?부진환의 서늘한 얼굴 위로 한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 그는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부운주를 구하기 위해 낙해평을 구하겠다니, 낙 태부도 부운주만큼 중요하지는 않나 보구나. 난 그 무엇도 낙해평을 구하겠다는 네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안타깝구나. 낙 태부는 널 그리 아끼고 널 친손녀처럼 대했는데 말이다.”그의 경멸이 담긴 말은 마치 칼처럼 낙청연의 심장에 내리꽂혔다.얼마나 아픈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가슴이 저릿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낙청연은 흉부가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자신의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부진환, 다른 사람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도 당신은 없습니다!”부진환의 눈동자에 다시 한번 분노의 불길이 일었으나 단지 낙청연을 쏘아보기만 했을 뿐, 주먹을 움켜쥔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지금 당장 승상부로 가거라! 낙해평이 나아진다면 그때 놔주겠다!”낙청연은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화가 나기도 했지만 입안이 씁쓸했고 또 마음이 갈가리 찢기듯 아팠다.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걸음을 옮겨 마당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가 물건을 준비한 뒤 문을 나서니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부진환이 마차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
“그래.”부진환은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낙월영은 초조한 얼굴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왕야, 어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저도 왕야도 언니가 아버지를 미워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언니가 아버지를 해친다면 어찌합니까? 왕야, 안 됩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좁힌 채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낙월영의 붉은 눈시울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알겠다고 대답할 뻔했으나 이성이 그를 말렸다.“내가 보기에 낙청연은 승상에게 불리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승상의 딸 아니냐?”“왕야!”낙월영은 조바심이 나서 낙청연을 잡았고 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부진환을 바라봤다.“그렇게 싫다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그녀도 낙해평을 진찰해주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부진환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태의들이 많이 있었기에 모진 말을 할 수 없었던지라 부진환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본왕과 약속하지 않았느냐?”그의 낮은 목소리가 낙월영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어딘가 묘한 기류가 느껴지는 그 말에 낙월영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싶은 기분이었다.낙청연이 대체 왜!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진환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낙청연이 해보게 놔두거라.”말을 마친 뒤 그는 낙월영을 지나쳐 낙청연의 손을 잡고 내원으로 향했고 낙월영은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부진환이 낙청연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대체 왜? 왕야는 그녀에게 벌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손이 잡혀 내원까지 들어가게 된 낙청연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부진환이 힘껏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놔주십시오! 왕야의 조건에 동의했으니 약속을 어길 일은 없을 것입니다!”낙청연은 불쾌한 어조로 말했고 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소문을 잠재우고 싶다면 네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왕비가 해
태의들도 긴장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아, 피를 토하다니, 예전에는 이런 증상이 없지 않았는가?”뭇사람들은 걱정스레 낙해평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낙월영은 조바심이 나서 낙청연을 힘껏 밀어내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무자비하십니까? 이분은 언니의 아버지십니다! 왜!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입니까?”낙월영은 화가 나다 못해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갈가리 찢어놓고 싶었다.낙월영에게 밀쳐진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녀는 성가시다는 듯이 낙월영의 손을 내쳤고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바로 그때, 낙해평의 병세를 확인하던 태의들은 연신 새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맥이 좋지 않습니다!”“호흡도 가빠지다니, 이걸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아마…”“승상의 목숨이 위태로우십니다!”태의들은 말을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낙해평의 병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고 병세 또한 아주 급하게 심각해졌기에 고칠 수 없을 거로 생각해 너도나도 걱정했다.아마 오늘 밤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됐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의심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뭘 한 것이냐?”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부진환의 반응을 보니 그녀가 낙해평을 죽인다면 부진환이 그녀를 죽일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 순간 마음이 차게 식었다.낙해평의 목숨이 뭐가 그렇게 귀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아버지…”낙월영은 침상 옆에 엎드리며 눈물을 쏟았다.“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말리지 못해 언니가 아버지를 해치게 놔두었습니다!”낙월영은 서러운 얼굴로 갑자기 옆에 있던 태의의 옷자락을 잡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부탁입니다. 제발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세요! 다시 한번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약재가 필요한지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찾겠습니다! 제가 찾을게요! 부탁입니다.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세요…”낙월영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동정심이 생겼다.태의들은 얼른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지만 마음 아픈 얼굴로
그 말을 듣고 낙월영은 완전히 무너졌다.“어찌 그런 짓을 하십니까?”그녀는 흥분해서 그곳으로 돌진하려 했는데 부진환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낙청연은 은침을 들어 숙련된 솜씨로 낙해평에게 침을 놔줬고 태의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혹시나 승상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 죄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낙청연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살폈다.그러나 놀랍게도 낙해평의 호흡이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다.방금처럼 호흡이 가쁘지도 않았고 흉곽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점차 안정된 게 분명했다.태의들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침을 다 놓은 뒤 은침을 거두어들였고 약상자 안에서 원기를 보충하는 약을 낙해평에게 먹였다.잠시 뒤 낙해평의 안색은 약간의 붉은빛을 띠게 되었고 조금 전처럼 창백해 보이지는 않았다.낙청연은 말을 이어갔다.“잠시 뒤 처방을 내릴 것이오. 보통 약재로 원기를 보충하면 나을 것이오. 3일을 먹는다면 상태가 호전될 것이고 7일 내로 정신을 차리고 걸을 수 있을 것이오.”그녀의 방법으로 낙해평은 조금 회복할 수 있으나 병의 근원은 여전히 존재했다.당분간은 죽지 않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태의들은 그 말에 의아함을 느꼈고 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처방을 내리러 가자 그들은 낙해평을 에워싸고 그의 병세를 확인했다.곧 그들은 놀란 소리를 냈다.“호흡이 이렇게 평온하다니, 어떻게 한 것이지?”“게다가 기도 통한 것 같군. 상태가 호전된 것 같네!”태의들은 놀랐고 낙월영은 의아한 얼굴로 얼른 그들에게 다가갔다.“정말입니까? 우리 아버지께서 상태가 호전됐습니까?”태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곧 탁자 옆에 앉은 낙청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들은 조금 전 낙청연을 탓했던 것이 무척 후회스러웠고 또 미안했다.낙청연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처방을 내린 뒤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약상자를 들고 자리를 떴다.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단호히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멋져 보이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