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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부진환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를 구할 것을 약조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저만이 그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조건이었다.

지금 수도 전체가 승상이 심하게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태의도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그녀는 낙해평을 살릴 수 있었다. 낙해평은 아직 명줄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낙해평이 쉽게 낫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평생 앓으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

그 말에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낙청연은 부운주를 위해서 낙해평을 구하라는 조건까지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녀가 부운주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부진환의 서늘한 얼굴 위로 한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 그는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운주를 구하기 위해 낙해평을 구하겠다니, 낙 태부도 부운주만큼 중요하지는 않나 보구나. 난 그 무엇도 낙해평을 구하겠다는 네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안타깝구나. 낙 태부는 널 그리 아끼고 널 친손녀처럼 대했는데 말이다.”

그의 경멸이 담긴 말은 마치 칼처럼 낙청연의 심장에 내리꽂혔다.

얼마나 아픈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가슴이 저릿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낙청연은 흉부가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자신의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부진환, 다른 사람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도 당신은 없습니다!”

부진환의 눈동자에 다시 한번 분노의 불길이 일었으나 단지 낙청연을 쏘아보기만 했을 뿐, 주먹을 움켜쥔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지금 당장 승상부로 가거라! 낙해평이 나아진다면 그때 놔주겠다!”

낙청연은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입안이 씁쓸했고 또 마음이 갈가리 찢기듯 아팠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걸음을 옮겨 마당으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가 물건을 준비한 뒤 문을 나서니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부진환이 마차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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