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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1 Chapters

제3071화

유생은 심면을 데리고 흉터가 있는 남자를 만나러 갔다.그는 방에 꽁꽁 묶여 있었고 제사장족 제자 몇 명이 딱 붙어 감시하고 있었다.유생이 안으로 들어와 다른 제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심면을 보자 상대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애써 절박하게 자리를 옮겼다.“아가씨. 알고 싶은 것을 전부 알려줄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흉터가 있는 남자는 파살문의 멸문을 직접 목격했다. 우두머리는 도망쳤고 그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그는 살고 싶다면 심면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심면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다!”그는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입을 열었다.“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려주겠습니다!”“우리에게 돈을 주며 아가씨의 부모님을 죽이려는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우두머리와 얘기를 나눌 때 베일을 쓰고 있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두목이 서 씨 아가씨라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그 여인은 명확한 단서를 많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가씨 부모님의 이름과 관계, 사족이 몇 명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가씨 부모님이 자주 가는 곳도 알고 있었습니다.”“독을 쉽게 쓸 수 있게 아가씨 부모님이 즐겨 먹는 음식도 알려주었습니다.”“두목의 말을 들어보니, 그 여인은 아마도 아가씨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일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심면은 저도 몰래 옷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서 씨?설마 지금의 심부인?둘째 삼촌이 죽은 후에도 그녀는 집안의 돈을 다칠 권리가 없었다. 그러다 심면의 부모님이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그제야 그 여자는 집안을 도맡을 수 있었다.파살문을 찾았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었을 것이다.심면이 계속 추궁했다.“그럼 돈을 얼마나 준 것이냐?”상대가 답했다.“돈을 주지 않았습니다.”“돈을 주지 않았다니? 감히 나를 속인다면 지금 바로 너를 죽일 것이다!”심면의 말투는 날카로웠다.기산쌍살은 분명 그들이 2만 냥을 받았다고 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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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2화

“그래서 우두머리는 결국 이 장사를 하기로 했습니다.”“하지만 다시 실패하고 말았지요. 일의 진행을 위하여 그는 다시 기산쌍살을 찾아 아가씨가 청주에 도착하기 전 죽이라 했습니다.”그제야 심면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당장 돌아가 그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몇 년 동안 연약한 척을 하더니 부모님을 죽인 원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부모님이 돌아가셨기에 서은서는 집안을 도맡고 심부인이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출신으로 영원히 집안 안방마님의 자리와 명분을 얻을 수 없다.그러고 보니 둘째 삼촌의 죽음도 그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아가씨. 제가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약속한 일은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그가 캐물었다.심면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자네가 말한 것은 아직 조사를 해봐야 하니, 바로 풀어줄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얌전히 있으면 죽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마.”“예! 아가씨 명을 따르겠습니다!”이내 유생은 심면을 끌고 방을 나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의 말을 믿느냐?”심면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산쌍살의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아 거짓을 말한 것 같진 않습니다.”유생은 미간을 찌푸렸다.“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다만 강호 세력은 쉽게 조정을 건드리지 못한다.”“네 부모님은 일반인이라 그들을 죽여도 파살문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현학서원의 학생이고 여제께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너의 신분을 조사한 적 있다면 강호에서 너를 섣불리 건드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기산쌍살에 대해 난 잘 모른다. 하지만 파살문은 강호 문파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문파를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정녕 화를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냐?”심면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습니다.”“그날 저도 낙현책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여제의 의자이고 대제사장의 제자라 밝히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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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3화

일꾼은 그녀에게 약재를 조금 주었다.심면은 방에서 외상약을 만들기 시작했다.이튿날, 그녀는 약을 들고 제사장족 제자들이 묵고 있는 객사로 갔다.그녀는 강소풍의 방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강소풍은 방문을 연 후 그녀를 보고 조금 의아했다.“왜 이곳에 온 것이오? 의관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지 않소.”강소풍은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장창을 닦았다.심면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탁자 위에는 책 한 묶음이 놓여 있었다. 보아하니 임계천도 이곳에 묶는 것 같았다.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앉아 약병 두 개를 꺼냈다.“많이 다친 것이오?”강소풍은 깜짝 놀라 그녀를 힐긋 보았다.“어떻게 아는 것이오?”“의관에서 봤소.”강소풍은 무심히 말했다.“작은 상처일 뿐이오. 이 약은 자네가 챙기시오. 낙현책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소. 그의 상처가 훨씬 심각하니, 남겨두고 낙현책에게 쓰시오.”심면은 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꾸물대지 말고 어서 받으시오.”“자네는 참 부하 노릇을 똑바로 하지 못하오.”강소풍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사람이...”어찌 됐든 심면을 구한 사람인데 아직도 그를 부하로 생각하다니.바로 그때 임계천이 방으로 들어왔다.“왔소? 상처는 어떻소?”심면이 답했다.“심하진 않소. 참 고맙소.”임계천이 웃으며 답했다.“다들 동기니,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네.”“의관 몇군데를 돌아다녀도 외상약을 사지 못했는데 자네한테 이렇게 많을 줄 몰랐소.”“강소풍의 부상이 걱정되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소풍은 얼른 임계천의 입을 틀어막았다.“부상이라니? 내가 무슨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오? 난 괜찮소.”임계천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실수네. 내가 다친 것이오.”심면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어서 약을 쓰시오. 방해하지 않겠소.”그 후 심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떠났다.그녀는 객사에서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대부분 작은 상처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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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4화

“비록 자네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었소.”“약 받으시오. 다친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니, 숨길 필요가 없소.”말을 마치고 심면은 몸을 돌려 떠났다.소우청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탁자 위에 놓인 약병을 보며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심면은 의관에서 이틀을 지냈고 낙현책이 드디어 깨어났다.심면은 감격에 겨워 단번에 그의 품에 안겼다.“드디어 깨어난 것이오!”낙현책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난 아직 살아있소.”심면은 그제야 뒤로 물러나 답했다.“정말 계속 자고만 있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오. 먹을 것을 먹여도 먹지 않고 물만 간신히 먹일 수밖에 없었소. 시간이 오래 지나면 죽을 것이오.”낙현책은 저도 몰래 꼬르륵거리는 배를 더듬었다.“그렇게 말하니 정말 배가 고프오.”“기다리시오. 먹을 것을 해오겠소.”심면은 신나서 방을 나섰다.그리고 곧 음식을 들고 와 식탁에 한상차림을 해놓았다.낙현책은 식탁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심면은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천천히 드시오. 체하겠소.”배불리 먹은 후 낙현책은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심면이 말했다.“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푹 쉬는 것이 좋을 것이오.”“괜찮소. 상태도 좋은 것 같으니, 몸을 조금 풀어봐야겠소.”낙현책은 검을 들고 마당에서 검술을 연마했다.때마침 하늘에서 눈꽃이 흩날렸다. 심면은 처마 밑에 앉아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외상을 제외하고 몸이 멀쩡한 것을 보고 그제야 심면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겨울의 눈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내리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춥던 날씨도 갑자기 춥지 않다고 느껴졌고 공기도 맑아졌다.그렇게 또 이틀이 지나고, 청주에서 사람이 왔다.주락이 직접 사람을 이끌고 그들을 데리러 왔다.심면과 낙현책도 함께 객사로 향했다.주락은 인원수를 확인한 후 말했다.“다들 도착했으니, 내일 바로 청주로 출발하겠다.”다들 객사에서 묵으며 하루 쉬기로 했다.심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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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5화

비록 천둥과 번개의 흔적이 눈에 뒤덮였지만, 여전히 혈전을 겪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낙현책이 말했다.“파살문 우두머리가 도망쳤습니다. 정말 동하국과 결탁했다면 증거를 모조리 없앴을 것입니다.”다들 그럴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주락이 분부했다.“다들 흩어져 찾아보거라. 안전에 주의하고 혼자 있지 말거라.”다들 뿔뿔이 흩어져 파살문 전체를 뒤적거렸다.싸운 곳은 광장이기에 광장을 제외한 다른 마당과 방은 멀쩡해 보였다.대부분의 방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한 정원만 어지러워 보였다. 아마도 파살문 우두머리가 지내던 곳인 듯했다. 방 안의 물건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마치 누군가 뒤져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그리고 마당 구석에는 편지와 글을 태운 흔적이 보였다.심면은 웅크리고 앉아 불에 탄 구덩이를 뒤적거리다 제대로 타지 않은 종이를 찾고 말았다.편지의 말미에는 약재를 천산으로 운반한다는 말뿐이었다.뒤의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심면. 무엇을 찾은 것이냐?”유생이 궁금한 듯 물었다.심면이 불에 탄 조각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보십시오.”“천산은 지점인 듯합니다. 하지만 뒤에 있는 글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유생은 한참 살펴보다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천산 절벽?”“며칠 전 마을 의관에서 약을 사며 천산 절벽을 들은 적 있습니다. 겨울에 접어든 후 산길이 워낙 미끄러워 약을 캐러 산을 오르는 자가 없다고 했습니다.”“천산 절벽은 워낙 가팔라서 아주 맑은 날에만 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그 말을 듣고 심면은 생각에 잠겼다.“누가 파살문에게 약재를 천산 절벽으로 옮기라 시킨 것일까요?”유생이 말했다.“동하국 사람일 수도 있다.”그 외에 파살문에서 다른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다들 먼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돌아가는 도중 생각에 잠겨 있던 심면이 주락에게 물었다.“이곳 의관의 외상약은 아주 부족한 상황입니다. 의관 일꾼의 말에 의하면 청주에서 사람을 보내 약재를 사 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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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6화

단번에 이렇게 많은 질문을 듣고 흉터가 있는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설명했다.“누구에게 약재를 주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 우두머리에게 약재를 주문했고 우두머리는 다른 사람을 시켜 약재를 구매했습니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한 것이 아니니, 어찌 된 일인지 잘 모릅니다.”“약재를 천산 절벽으로 보낸 것만 알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산길을 오르기 힘들어 여럿 다친 적 있어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타다만 편지의 내용과 맞물렸다.천산 절벽.흉터가 있는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약재를 얼마나 산 것이냐?”상대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열 상자는 넘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만들어진 외상약도 많았습니다.”“약재를 사는 것만 한 달이 걸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씀씀이가 시원시원한 편이라 약재를 산 돈을 제외하고 따로 사례금을 만 냥이나 줬습니다.”그 말을 듣고 다들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이렇게 많은 약재가 있어야 하는 것을 보니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천산 절벽에 간 적 있느냐?”주락이 물었다.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한 번 가본 적 있습니다.”“좋다. 그럼, 네가 길을 앞장서거라.”주락은 단서를 더 찾기 위해 내일 천산 절벽에 가보려 했다. 그는 어떤 자가 약재를 사들인 것인지 확인하려 했다.청주로 돌아간 후 다시 찾아오는 것은 시간을 너무 지체할 것이다.흉터가 있는 남자가 깜짝 놀랐다.“예? 천산 절벽을 간다고요? 안 됩니다. 제가 갔을 땐 가을이었습니다. 지금은 눈이 와서 산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산 아래로 떨어져 죽을 위험이 있습니다.”“이 날씨에 천산 절벽은 어찌 가는 것입니까?”주락이 싸늘하게 말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앞장서거라!”남자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하였다.남자의 방을 떠난 후 주락이 입을 열었다.“내일 사람을 데리고 천산 절벽을 살펴볼 테니 객사에 남아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거라. 빠르면 오후 중에 청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심면이 답했다.“저도 함께 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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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7화

다들 천산 절벽에 도착했을 때 몸에 온통 흰 눈이 덮여있었다.남자가 길을 안내하자 다들 등산을 시작했다.남자는 앞에서 걸으며 중얼거렸다.“이상하구먼. 누가 계단을 다시 팠나 본데? 한 겨울이라 다니기도 힘든데 누가 온단 말입니까?”“계단을 해놓으니 훨씬 오르기 쉽습니다.”“천산의 흙은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아 나무가 많은 것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평소 산에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길이 가파르다 보니 나무꾼도 점점 줄어들고 그렇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다니기 힘들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오늘은 운 좋게도 잡초와 관목이 모두 치워졌습니다.”그 말을 듣고 심면은 못내 속으로 의심스러웠다.“그 말에 따르면 산에는 지내는 사람이 없는 것이 마땅한데 어찌 약재를 이곳으로 옮기라 했단 말이냐?”남자는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습니다. 고용주의 요구니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심면이 물었다.“그럼 어떤 사람들이 이 산을 오를 것 같으냐?”남자는 머리를 긁적거렸다.“정말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아무도 산에서 지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에 올라갔을 때 숲속에 막사가 있는 것을 보았다.막사 여러 개가 마련되어 있었고 바닥의 풀도 치운 듯했다. 모닥불 위에는 가마가 놓여 있었고 누군가 얼마 전까지 불을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아무도 살지 않을 것이라 하지 않았냐?”심면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흉터가 있는 남자도 넋을 잃었다.“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누구란 말입니까?”남자는 궁금한 듯 막사 하나를 향해 걸어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걸어 들어가는 순간 비명이 들렸다.다들 깜짝 놀랐다. 심면이 달려갔을 때 장검 한 자루가 튀어나온 것을 보았다.남자는 순간 쓰러졌고 새하얀 눈밭에 온통 피범벅이었다.바로 그때 조용하던 막사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장검은 서늘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고 살기를 내뿜으며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막사 안뿐만 아니라 먼 곳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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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8화

다들 일제히 손끝에 부적을 쥐고 진을 만들었다. 이내 찬 바람이 몰아치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저 작은 범위의 빗물일 뿐이었다.땅에 붙은 불을 끈 후 유생은 다시 땅을 얼게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 부적이 타서 재가 되어 바닥에 닿자, 지면에 얼음이 만들어졌다.이런 술법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싸움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다.하지만 제자들이 많아 그만큼 힘도 강해졌다.싸움 중 적의 힘을 소진할 만하다.땅이 얼자 그제야 다들 몸을 가눌 수 있었다.주락은 이 기회를 틈타 여러 사람을 데리고 열심히 적을 상대했다.그는 검을 들고 그림자처럼 적들 사이를 누비며 멈추지 않았다. 그가 지난 곳에 피가 튀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검은 날카로운 기운을 뽐내며 허공에서 번쩍이며 마치 피어난 꽃과도 같았다.얼마나 속도가 빨라야 그럴 수 있는지 다들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정말 대단한 검법이오!”낙현책이 감탄했다.심면이 말했다.“천하제일의 검객이오.”낙현책은 숭배의 눈빛을 비췄고 의욕도 넘쳤다.그는 힘껏 적을 상대했다.하지만 적을 아무리 죽여도 상대는 끊임없이 몰려왔다. 그 수는 적어도 300, 400명이 되는 듯했다.시간이 지나고 다들 체력 소모가 심해져 점점 적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모두 힘들어할 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산 위로 몰려왔다.게다가 그들의 사람이 아니었다.다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산 아래 사람들이 변을 당했단 말인가?다들 경계를 하다 손을 쓰려는 순간, 산을 오른 검은 옷의 사람들이 적을 죽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다들 실력이 뛰어났다. 백여 명이 되는 사람들이 공격을 퍼붓자, 도처에 피와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그들의 합류로 이 싸움은 더욱 빨리 끝날 수 있었다.이내 산 아래 사람들도 산을 올라, 주락에게 보고했다.“산 아래에서 습격당하는 바람에 늦게 왔습니다!”주락은 그들도 혈전을 벌인 것을 보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괜찮다. 죽은 부하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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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9화

기옥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락이 웃으며 답했다“자네인 줄 알았소.”“오랜만에 만나는데 문파가 더욱 커졌소.”기옥은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 천천히 주락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이곳에 온 지 한참 되었습니다. 심면을 구하려 했지만, 그 아이들이 그렇게 대단할 줄 몰랐습니다. 파살문까지 없애다니요.”“낙 언니에게 편지를 남기고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파살문의 단서를 알아내게 되어 이리 남아있었습니다.”그 말을 듣고 주락은 궁금한 듯 물었다.“무슨 단서요? 파살문의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맞소?”기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에서 책자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제가 알아낸 증거입니다. 동하국 사람이 파살문의 배후에서 경영을 돕고 있었습니다.”“그동안 파살문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습니다. 완성하기 어려운 일은 스스로 돈을 보태는 한이 있더라도 해왔는데, 명성을 떨치고 사람을 더 늘여 고수를 더 들이기 위한 것입니다.”“그동안 파살문의 장사는 늘 적자였습니다.”“오늘 천산 절벽에서 매복하고 있던 사람들도 동하국 사람입니다.”“이미 살아있는 자를 잡아다 물었습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고옥언입니다.”그 말을 듣고 주락은 살짝 놀랐다.“고옥언의 사람이라니? 고옥언은 이미 잡혔는데, 그의 부하가 계속 임무를 하고 있단 말이오?”기옥이 답했다.“아마 그들도 고옥언과 마찬가지로 여국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이번 매복을 통해 현학서원과 제사장족의 뛰어난 제자들을 일망타진하려는 것입니다.”주락은 차를 들고 살짝 마셨다.“그럼 젊은이들을 너무 얕보았소.”기옥이 웃으며 말했다.“예. 파살문을 없애다니, 저도 참 의외였습니다.”“낙 언니가 사람을 구하라 편지를 쓸 만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원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두 사람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기옥은 손을 흔들었다.“들어오게 하거라.”심면과 낙현책이 앞으로 걸어와 궁금한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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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0화

두 사람은 귀한 선물에 깜짝 놀랐다. 금을 받아보니 위에 금옥량연이라는 글자가 두 글자로 나뉘어 새겨져 있었다.“고모. 위에 글까지 새겨진 것으로 보아 정성껏 만드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셔도 되는 것입니까?”심면은 참다못해 한 마디 물었다.기옥이 설명했다.“혼사를 올리는 지인에게 선물하려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장인이 늦게 만드는 바람에 혼기를 놓쳤고 이미 다른 선물을 보낸 터라 이 물건은 남겨두어도 쓸모가 없다.”“너희들이 받거라. 가져다 팔아서 좋아하는 물건을 사도 좋다.”심면과 낙현책은 서로 시선을 마주한 뒤 금덩이를 받았다.“고맙습니다!”말을 마치자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빠르게 다가왔다.“주인님. 잡아 온 여자가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낙현책을 찾겠다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우리 마당을 태우겠다 소란입니다.”그 말을 듣고 다들 깜짝 놀랐다. 낙현책을 찾겠다니?기옥이 말했다.“나는 그동안 줄곧 이곳에 있었다. 얼마 전 부하들이 남녀가 의관 밖에서 수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행여나 불리한 짓을 저지를까 봐 잡아 오라고 명했다.”남녀?심면과 낙현책은 갑자기 두 사람이 떠올랐다.심면이 물었다.“그녀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기옥은 사람을 명하여 그 여인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역시나 서월이었다!서월은 애타게 낙현책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다 무사하지 않소? 나도 약속한 일을 해냈소! 대체 언제 약속을 지킬 것이오?”“엽순은 이미 견디지 못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소!”심면은 살짝 놀랐다. 한동안 마을에서 지냈지만, 서월이 그들을 찾아오지 않아 이상하다 했었다.알고 보니 왕생방에 잡힌 것이었다.낙현책은 주락과 기옥에게 상황을 알려주었고 기옥은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낙현책과 심면은 엽순을 보러 갔다.그의 외상은 거의 나은 상태였다. 하지만 몸 안에 있는 악귀가 발작을 일으켜 엽순의 머리를 깨어질 듯이 아프게 했다.낙현책은 바로 악귀를 꺼내려 했으나 심면은 경계하며 낙현책을 붙잡고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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