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일제히 손끝에 부적을 쥐고 진을 만들었다. 이내 찬 바람이 몰아치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저 작은 범위의 빗물일 뿐이었다.땅에 붙은 불을 끈 후 유생은 다시 땅을 얼게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 부적이 타서 재가 되어 바닥에 닿자, 지면에 얼음이 만들어졌다.이런 술법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싸움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다.하지만 제자들이 많아 그만큼 힘도 강해졌다.싸움 중 적의 힘을 소진할 만하다.땅이 얼자 그제야 다들 몸을 가눌 수 있었다.주락은 이 기회를 틈타 여러 사람을 데리고 열심히 적을 상대했다.그는 검을 들고 그림자처럼 적들 사이를 누비며 멈추지 않았다. 그가 지난 곳에 피가 튀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검은 날카로운 기운을 뽐내며 허공에서 번쩍이며 마치 피어난 꽃과도 같았다.얼마나 속도가 빨라야 그럴 수 있는지 다들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정말 대단한 검법이오!”낙현책이 감탄했다.심면이 말했다.“천하제일의 검객이오.”낙현책은 숭배의 눈빛을 비췄고 의욕도 넘쳤다.그는 힘껏 적을 상대했다.하지만 적을 아무리 죽여도 상대는 끊임없이 몰려왔다. 그 수는 적어도 300, 400명이 되는 듯했다.시간이 지나고 다들 체력 소모가 심해져 점점 적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모두 힘들어할 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산 위로 몰려왔다.게다가 그들의 사람이 아니었다.다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산 아래 사람들이 변을 당했단 말인가?다들 경계를 하다 손을 쓰려는 순간, 산을 오른 검은 옷의 사람들이 적을 죽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다들 실력이 뛰어났다. 백여 명이 되는 사람들이 공격을 퍼붓자, 도처에 피와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그들의 합류로 이 싸움은 더욱 빨리 끝날 수 있었다.이내 산 아래 사람들도 산을 올라, 주락에게 보고했다.“산 아래에서 습격당하는 바람에 늦게 왔습니다!”주락은 그들도 혈전을 벌인 것을 보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괜찮다. 죽은 부하가 있느냐?
기옥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락이 웃으며 답했다“자네인 줄 알았소.”“오랜만에 만나는데 문파가 더욱 커졌소.”기옥은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 천천히 주락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이곳에 온 지 한참 되었습니다. 심면을 구하려 했지만, 그 아이들이 그렇게 대단할 줄 몰랐습니다. 파살문까지 없애다니요.”“낙 언니에게 편지를 남기고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파살문의 단서를 알아내게 되어 이리 남아있었습니다.”그 말을 듣고 주락은 궁금한 듯 물었다.“무슨 단서요? 파살문의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맞소?”기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에서 책자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제가 알아낸 증거입니다. 동하국 사람이 파살문의 배후에서 경영을 돕고 있었습니다.”“그동안 파살문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습니다. 완성하기 어려운 일은 스스로 돈을 보태는 한이 있더라도 해왔는데, 명성을 떨치고 사람을 더 늘여 고수를 더 들이기 위한 것입니다.”“그동안 파살문의 장사는 늘 적자였습니다.”“오늘 천산 절벽에서 매복하고 있던 사람들도 동하국 사람입니다.”“이미 살아있는 자를 잡아다 물었습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고옥언입니다.”그 말을 듣고 주락은 살짝 놀랐다.“고옥언의 사람이라니? 고옥언은 이미 잡혔는데, 그의 부하가 계속 임무를 하고 있단 말이오?”기옥이 답했다.“아마 그들도 고옥언과 마찬가지로 여국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이번 매복을 통해 현학서원과 제사장족의 뛰어난 제자들을 일망타진하려는 것입니다.”주락은 차를 들고 살짝 마셨다.“그럼 젊은이들을 너무 얕보았소.”기옥이 웃으며 말했다.“예. 파살문을 없애다니, 저도 참 의외였습니다.”“낙 언니가 사람을 구하라 편지를 쓸 만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원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두 사람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기옥은 손을 흔들었다.“들어오게 하거라.”심면과 낙현책이 앞으로 걸어와 궁금한 표정을 지
두 사람은 귀한 선물에 깜짝 놀랐다. 금을 받아보니 위에 금옥량연이라는 글자가 두 글자로 나뉘어 새겨져 있었다.“고모. 위에 글까지 새겨진 것으로 보아 정성껏 만드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셔도 되는 것입니까?”심면은 참다못해 한 마디 물었다.기옥이 설명했다.“혼사를 올리는 지인에게 선물하려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장인이 늦게 만드는 바람에 혼기를 놓쳤고 이미 다른 선물을 보낸 터라 이 물건은 남겨두어도 쓸모가 없다.”“너희들이 받거라. 가져다 팔아서 좋아하는 물건을 사도 좋다.”심면과 낙현책은 서로 시선을 마주한 뒤 금덩이를 받았다.“고맙습니다!”말을 마치자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빠르게 다가왔다.“주인님. 잡아 온 여자가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낙현책을 찾겠다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우리 마당을 태우겠다 소란입니다.”그 말을 듣고 다들 깜짝 놀랐다. 낙현책을 찾겠다니?기옥이 말했다.“나는 그동안 줄곧 이곳에 있었다. 얼마 전 부하들이 남녀가 의관 밖에서 수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행여나 불리한 짓을 저지를까 봐 잡아 오라고 명했다.”남녀?심면과 낙현책은 갑자기 두 사람이 떠올랐다.심면이 물었다.“그녀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기옥은 사람을 명하여 그 여인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역시나 서월이었다!서월은 애타게 낙현책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다 무사하지 않소? 나도 약속한 일을 해냈소! 대체 언제 약속을 지킬 것이오?”“엽순은 이미 견디지 못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소!”심면은 살짝 놀랐다. 한동안 마을에서 지냈지만, 서월이 그들을 찾아오지 않아 이상하다 했었다.알고 보니 왕생방에 잡힌 것이었다.낙현책은 주락과 기옥에게 상황을 알려주었고 기옥은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낙현책과 심면은 엽순을 보러 갔다.그의 외상은 거의 나은 상태였다. 하지만 몸 안에 있는 악귀가 발작을 일으켜 엽순의 머리를 깨어질 듯이 아프게 했다.낙현책은 바로 악귀를 꺼내려 했으나 심면은 경계하며 낙현책을 붙잡고 조
심면은 바로 응했다."물론입니다."다들 기옥의 별채에서 하루 쉬었다. 하지만 큰 눈이 내리는 날씨에 다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금치 못했다.심면과 낙현책은 호숫가 정원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낙현책은 연달아 몇 판을 지고 저도 몰래 머리를 긁적였다.“정말 바둑을 잘 두지 못하나 보오. 어찌 또 졌단 말이오?”마침 강소풍과 임계천이 그곳을 지나갔다. 임계천은 바둑판을 보고 흥이 났다.“내가 한판 겨루어도 되겠소?”낙현책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섰다.“자, 자네가 한판 겨루게.”“난 검이나 연마해야겠소.”낙현책의 말에 강소풍도 흥이 났다.“낙 공자. 그날 밤 파살문에서 우리가 도착하기 전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소. 자네의 실력은 정말 강하오. 자네와 겨루어보고 싶소.”누군가 함께 검을 연마하니 낙현책은 아주 기뻤다.“좋소.”두 사람은 바로 정원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고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게 선을 잘 지키고 있었다.심면과 임계천은 바둑을 두면서 간간이 살기가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두 사람은 바둑에 정신을 몰두하고 있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총 네 판을 겨루었고 각각 두 판씩 이겼다.“심 처녀가 이렇게 바둑을 잘 둘 줄은 몰랐소!”임계천은 진심으로 칭찬했다.“바둑으로 성격을 보아낼 수 있소. 심 처녀는 내가 만난 상대 중 유일하게 전체를 신경 쓰는 여인이오. 걸음마다 신중했고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소.”“심 처녀의 스승은 누구요?”그 말을 듣고 심면은 살짝 멈칫하다 웃으며 말했다.“스승이 없소.”“할아버지께서 바둑을 가르쳐주셨고 그 후 할아버지의 서적을 보면서 배웠소.”“할아버지께서 명사의 책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셨소. 나도 워낙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여 스스로 배웠소.”“자네한테 비하면 보잘것없소.”임계천은 매우 놀랐다.“스승도 없이 이렇게 바둑을 잘 둔다는 말이오? 정녕 천재가 따로 없소.”“나는 어릴
호수 위에 옅은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검을 쥐고 춤을 추고 있었다. 얼지 않았던 호수는 그녀의 발밑에서 천천히 얼어붙고 있었다.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마치 그녀 때문에 내리는 것 같았다.낙현책이 놀란 듯 입을 열었다.“유생의 검법과 부술이 이런 경지에 이른 줄은 몰랐소.”심면도 감탄했다.“정말 대단하오. 자네의 1등 자리가 위험할 듯하오.”낙현책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단호한 눈빛으로 답했다.“상대가 강할수록 나는 더 힘이 나오.”강소풍도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이번에 참으로 많은 능력자를 만나게 되었소.”“심시몽이 자리에 없어 아쉽소. 자리에 있었다면 이렇게 좋은 경치도 보았을 텐데.”그 말을 듣고 심면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임계천은 심면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눈앞의 경치에 현혹되면 안 되오. 우리는 이번에 경치를 누리려 나온 것이 아니오.”“파살문에서 얼마나 위험했는지 잊은 것이오? 심시몽이 왔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겠소?”“아무나 올 수 있는 것이 아니요.”강소풍은 천천히 차를 마시고 말했다.“그냥 해 본 소리오. 나도 위험한 것을 알고 있소.”옆에 있는 심면은 눈을 내리깔았다. 심시몽을 생각하니 그녀의 어머니가 떠올랐다.서은서...그녀는 부모님의 원수를 기필코 갚을 것이다!넋을 놓고 있을 때 강소풍이 또 입을 열었다.“심면. 자네와 며칠 동안 지내보니 자네도 나쁜 사람은 아닌듯한데 어찌 심시몽한테는...”그 말을 듣고 임계천이 다급히 몰래 강소풍을 밀었다.하지만 이미 뱉은 말이니, 강소풍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자네의 동생이라 그런 것이오?”“어찌 심시몽에게 잘해주지 않는 것이오?”다들 심면이 화를 낼 것이라 추측했지만, 심면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하게 답했다.“싫어하기 때문이오.”“심시몽의 어머니도 좋아하지 않고 심시몽도 좋아하지 않소.”“나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있고 원한이 있소.”“낯선 이처럼 대하는 것이 이미 심시몽에 대한 가장 큰 선심이오.
그 후 심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다들 그녀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차렸다.강소풍은 심면을 따라가려는 낙현책을 잡아당겼다.“혹시 무슨 상황인지 알려줄 수 있소?”“왜 심시몽 얘기를 꺼내니 심면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소?”“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낙현책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심면의 사적인 일이라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되지만 앞으로 심면에게 너무 큰 적대심을 갖지 않기를 바라오.”“그녀가 자객의 암살을 당한 것 일은 아마도 주변 사람이 시킨 일일 수 있소.”“그녀의 부모님도 같은 자가 자객을 시켜 죽인 것이오. 얼마 전에야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소.”“이 일은 비밀로 해주시게.”강소풍은 깜짝 놀라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오. 우린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오!”이내 낙현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면을 쫓아갔다.심면은 방으로 돌아가 할아버지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그녀는 잘 지내고 있다 할아버지께 알리고 싶었다.편지를 다 쓰고 난 후에야 낙현책이 입을 열었다.“방금 강소풍이 이유를 캐물어서 요 며칠 발생한 일을 그에게 말했소.”“자네의 허락도 없이 말해서 미안하오.”심면이 웃으며 답했다.“괜찮소. 나를 도우려는 것이지 않소.”“다른 사람이 이 일을 아는 것을 개의치 않지만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침착하게 말을 꺼낼 수 없었소.”낙현책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자네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나는 자네의 편이오. 난 늘 당신을 도울 것이오.”심면이 가볍게 웃었다.“좋소.”한편 정원에서 임계천은 홀로 무심히 바둑을 두고 있었다.강소풍은 조용히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임계천은 그를 힐긋 보고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어떻게 심시몽을 도울지 생각하는 것이오?”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였다.“애를 써서 잘 보이려 해도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오.”“어떻게 포기하라
임계천은 어쩔 수 없이 강소풍을 힐긋 보고 고개를 저었다.“됐소. 방금 한 말은 없던 얘기로 하겠소.”“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오.”“눈이 많이 내리니, 나도 이만 방으로 돌아가겠소.”임계천은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강소풍도 바로 그를 따라갔다.“말하려면 마저 하시오. 어찌 절반만 한다는 말이오?”“내뱉은 말을 없는 얘기로 하는 법이 어디 있소? 자네답지 않소.”임계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소풍은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캐물었다.별채에서 잘 대접해 주니 다들 떠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도 보기 드물었다.다들 하루 푹 쉬고 이튿날 다시 청주로 가는 길에 올랐다.기산쌍살도 그들과 동행했기에 위험을 하나 없애니 다들 순조롭게 청주에 도착했다.청주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해상 작전은 중단된 상태였다.기관선은 이미 30여 척이나 개조했다.심면 일행은 청주성에 도착하자마자 묵을 객사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청주는 조금 조용한 듯하오.”낙현책은 객사로 가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지만,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심면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눈이 와서 그런가 보오. 게다가 청주는 전쟁 중이라 조용할 법하오.”잠시 후 부진환이 객사로 왔다.다들 무사한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청주로 오는 동안 정말 파란만장했구나. 미리 전쟁의 위험을 겪었다고 생각하거라. 앞으로 꼭 조심해야 한다.”“길을 재촉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먼저 푹 쉬거라.”“이따가 공주께서 오셔서 청주의 상황을 설명해 줄 것이다. 다들 상황부터 알아보거라.”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늦게 강여가 객사로 찾아와 모두를 데리고 청주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혔다.다들 의관에 환자가 많은 것을 발견하였다. 길을 지나면서 줄곧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처음에는 겨울이라 고뿔에 걸린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사에 도착하자 그곳에도 환자들이 가득했다. 다들 힘없이 막사에 누워 있었고 기침 소리와 구토 소리가 끊이
“동하국은 고작 작은 섬이오. 우리 여국보다 크오? 우리 여국보다 백성이 많소? 해독약을 만드는 것은 분명한 일이오.”“우리는 무조건 이길 것이오. 내일 바로 바다에 가 볼 것이오!”강소풍의 격한 태도에 다른 사람들도 북돋아졌다.다들 힘을 내며 바닷가에 함께 가려 했다.심면은 그들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크나큰 여국 땅에 독을 쓰는 사람은 많고도 많다. 그들 앞에 바로 한 명 있지 않은가?심면은 낙현책을 잡아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굳게 닫힌 방문을 두드렸다.방문을 연 서월은 심면과 낙현책을 보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약속을 지킬 때가 되지 않았소?”심면은 고개를 끄덕이고 낙현책에게 엽순의 악귀를 꺼내게 했다.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엽순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서월은 그 모습을 보고 격한 마음으로 엽순을 끌어안았다.“드디어 괜찮아졌소!”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려다 낙현책과 심면이 아직 방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서월은 의심스럽게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가지 않는 것이오?”심면이 웃으며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언니. 독을 쓰는 데에 뛰어나다고 알고 있는데 해독에는 강한지 모르겠습니다.”“독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몇 가지 독을 풀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서월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멈칫하다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서월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나를 자극하고 청주에 남아 해독을 하게 하려는 것이구나.”심면이 웃으며 말했다.“언니는 참으로 똑똑합니다!”서월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대오에 있던 바보 같은 남자애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으니, 나도 전부 들었다.”“어쩐지 청주가 조용하다 싶었는데, 적의 독 때문이구나.”“나는 남지 않을 것이다. 엽순의 악귀도 사라졌으니,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를 떠날 것이다.”이런 곳에 서월은 더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엽순과 심면을 죽이려 했었다. 심면은 현학서원 학생이니 부 태사는 분명 두 사람을 추궁할 것이다.오래 있을수록 위험해질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