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알고 있다.”“하지만 현학서원 학생을 해친 일은 다르다.”“심면은 현학서원 학생이고 나는 현학서원의 감사다. 공적으로 여제에게 이 사건에 관해 얘기를 올려야 하고 사적으로 선생으로서 학생을 지켜야 한다.”“안 그러냐?”그 말을 듣고 서월과 엽순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시선을 마주했다.심면을 죽이는 일에 실패하고 그들은 속으로 좌절감을 느꼈었다. 게다가 낙현책의 악귀에게 괴롭힘까지 당하지 않았는가?낙현책은 고작 제사장족의 제자일 뿐이다. 제사장족은 더 강한 대세사장 그리고 여제가 있다.지금 청주군 병사를 손에 쥐고 있는 부 태사 앞에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엽순이 물었다.“부 태사께서는 저희가 어찌했으면 하는 것입니까?”엽순은 부 태사가 그들을 청하여 얘기를 나누려는 것은 바로 감옥에 감금하려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부 태사는 그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분명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쉽다. 공을 세워 죄를 갚거라.”부진환이 옅게 웃었다.그는 말을 마치고 서월을 바라보았다.“아가씨가 독을 쓰는 고수라 들었네. 아가씨가 남아 바다의 독을 없애길 바라네. 만약 독을 없앤다면 큰 공을 세우는 것이네.”“심면을 죽이려 했던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듣고 서월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방금부터 이 일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오늘 방금 심면을 거절했습니다. 심면이 알려주신 겁니까?”부진환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 두 사람이 청주로 오면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심면이 사정하더구나. 실력이 워낙 강한 사람들이고 지금 전쟁은 실력이 강한 자가 필요하다고. 독을 없애는 것을 도울 수도 있으니,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라 청하여 승낙한 것이다.”“내 성격으로 두 사람은 지금쯤 이곳이 아닌 감옥에서 나를 만났을 것이다.”부진환은 평온하고 차분히 말을 이었지만, 화를 내지 않아도 상대는 위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서월은 늘 이 점을 염려해 왔기에 단호하게 심면을 거절했고 청주에 남아 독을 없애는 것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독을 없앤 후 심면이 여전히 그들을 죽이려 할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오늘 부 태사를 만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부 태사는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 태사의 약속을 듣고 나니 그들은 마음이 놓였다.부모님 얘기를 꺼내니 심면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띠고 있던 미소도 점점 사라졌다.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물론 원망스럽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습니다.”“하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정말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은 당신들이 아닙니다.”“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이지 않았다면, 또 다른 자객이 그들을 죽이려 했을 것입니다.”“내가 미워해야 할 사람은 부모님을 죽이려 한 사람이지, 칼을 들고 앞장선 망나니가 아닙니다.”“두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전쟁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죽이는 것보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는 것도 좋은 일 아닙니까?”“만약 나한테 빚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십시오.”이 말을 듣고 심면의 심성에 서월과 엽순은 자괴감을 느꼈다.심지어 심면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서월이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꼭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맙구나.”이내 서월과 엽순은 방으로 돌아갔다.다음날 제사장족 제자들과 현학서원 학생들은 함께 바다로 향했다.엽순과 서월도 찾아왔다.바다의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각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월은 신의가 지내는 곳에 가서 함께 해독약을 만들었다.신의가 적은 기록을 본 후 서월은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추측하는 점이 생겼다.그녀는 주동적으로 제안을 했다.“중독돼 보려 합니다.”“독의 증상을 알아봐야 합니다.”신의는 의아했다.“직접 독을 시험하려는 것이오?”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야지 무슨 독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박가에서 사람을 데리고 기관선을 운전했다. 바닷가에 있던 투석차도 신속하게 반격을 시작했고 바다는 순식간에 포화가 끊이질 않았다.그러나 적군도 충분한 준비를 하고 기습했고 해상의 우세를 차지하여 공격과 동시에 물러설 수도 있어 전쟁은 한밤중까지 지속되었다.그들의 공격이 격하다 싶으면 적군은 빠르게 후퇴하고, 그들이 쫓아가지 않으면 적군은 신속하게 돌아와 그들을 공격했다.그렇게 끈질기게 공격을 반복했다.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독이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오. 대부분 병사는 중독된 상황이라 체력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힘을 소진할 것이오.”부소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거운 말투로 답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사상자만 늘어날 것이오.”지금 비와 함께 작은 눈까지 내리고 있어 뼛속까지 시리게 추웠다. 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생각하다 방법을 떠올렸다.“제사장족 제자들을 데리고 오시오.”곧 유생이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부 태사, 저희에게 임무를 내주려 하는 것입니까?”유생은 매우 흥분하여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진환은 그들을 보았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부진환이 물었다.“만약 바다로 가서 싸우게 한다면 할 수 있겠느냐?”다들 앞다투어 대답했다.“물론입니다!”“그럼요!”유생이 다급히 말했다.“얼마든지 명을 내려 주십시오!”부진환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다의 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적군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체력과 정력을 소진하려 하고 있다.”“천궁도 제자들과 함께 바다의 풍향을 조절하거라.”그 말을 듣고 유생이 바로 답했다.“문제없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부소와 함께 배에 오르거라. 안전에 유의하거라. 박가의 기관선이 너희들을 지켜줄 것이다.”“될수록 적군의 배에 가까이했을 때 손을 쓰거라.”“예!”이내 유생과 낙현책 등이 부소를 따라 배에 올랐다.지금도 적들은 여유롭게 청주 병사들의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